오염 낳는 오물분쇄기...업체도 불법 조장

오염 낳는 오물분쇄기...업체도 불법 조장

2022.06.08. 오전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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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음식물 쓰레기를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주방용 오물분쇄기가 대부분 불법으로 사용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YTN 취재 결과, 분쇄기 업체에서도 이 같은 불법 사용을 조장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권희범 PD의 보도입니다.

[PD]
주방용 오물분쇄기, 이른바 디스포저가 설치된 가정집 싱크대입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처리할 필요가 없어 최근 많은 집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음식물을 직접 넣고 기계를 작동시켰더니 음식물이 분쇄돼 걸러지지 않은 채 전부 배관으로 흘러갑니다.

불법제품입니다.

[주방용 오물분쇄기 이용자 : (분쇄기 사용 이후에 따로 분리배출 하신 적 있나요?) 쓰면서 그래 본 적 한 번도 없어요. 따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설명도 들은 적 없고, 갈아서 내려보내면 된다고….]

현행법상 주방용 오물분쇄기는 음식물 무게 기준 80%를 다시 회수하거나 20% 미만으로 하수도에 배출된다고 인증받은 제품만 판매와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기준에도 맞지 않는 제품들이 어떻게 많은 가정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을까?

판매와 설치 단계에서 분쇄된 음식물을 회수하는 2차 처리기를 제거하거나, 거름망을 빼버리는 식의 불법과 편법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물분쇄기 제품의 인증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매년 대부분 제품이 음식물의 100% 배출을 유도하도록 개·변조한 불법 분쇄기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주방용 오물분쇄기를 판매하는 주요 업체 가운데 무작위로 5곳을 정해 실제로 제품이 판매되는 과정을 알아봤습니다.

[주방용 오물분쇄기 판매 A 업체 관계자 : (음식물을 넣어서 갈고 나면 치울 필요가 없는 건가요?) 맞습니다. 물과 함께 분쇄해서 그냥 하수구로 배출이 됩니다.…(2차 처리기) 설치는 안 하고 그냥 기계만, 분쇄기만 설치합니다. (혹시 그럼 불법은 아닌 건가요?) 정법은 아닙니다. 다 안 합니다. 저희만 안 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제품들 옆에 통은 다 붙어 있으나 설치는 다 안 하고 있어요.]

통화 결과, 5개 업체 모두 2차 처리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불법을 조장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

[주방용 오물분쇄기 판매 B 업체 관계자 : (그럼 다들 그렇게 하시나요. 제가 잘 몰라서….) 열 분 중에 열 분이 다 그렇게 쓰세요.]

[주방용 오물분쇄기 판매 C 업체 관계자 : 실제로는 그렇게 설치를 해드리진 않고요. 80%를 걸러내실 것 같으면 뭐하러 분쇄기를 사용을 하세요. (직접) 갖다 버리는 게 낫죠.]

그렇다면 분쇄된 음식물이 그대로 하수도로 흘러가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하수의 오염 농도가 높아지고, 그만큼 하수처리 비용이 늘어납니다.

[문석기 / 남양주시 환경정책과장 : (오수가) 고농도다 보니까 처리하는 그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면 시설 용량을 다 거르지 못한 상태에서 통과를 또 할 수 있는(문제가 있다)….]

실제 2020년 환경부의 연구 결과, 주방용 오물분쇄기를 전국 공동주택에서 모두 사용하게 되면 오염 물질량은 27%, 하수처리장 증설 비용은 약 12조 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뿐 아니라 공용 하수관이 막히거나 악취가 발생해 주변 이웃들의 실생활에 불편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배재근 /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교수 : 주방에서 내려가는 물 같은 경우는 내려가서 수평 관으로 들어가고 그러면 이 수평 관에서 막히는 현상들이 굉장히 많이 있고요. 음식물 쓰레기를 갈아서 버리다 보니까 이 하수구 맨홀 안에 음식물 쓰레기가 쌓이면서 그게 부패가 돼서 악취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오물분쇄기의 불법 사용이 줄지 않는 건, 각 가정 내부를 직접 단속하기 쉽지 않고, 적발된 제품이 인증취소가 되더라도 해당 업체가 다른 제품으로 다시 인증을 받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주방용 오물분쇄기 사용을 원천 금지하거나 현행 규제를 보완하자는 하수도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황입니다.

‘나 하나쯤은'이란 모두의 비양심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입니다.

YTN 권희범입니다.



YTN 권희범 (kwonhb054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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