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초적 호기심 자극·성폭력 2차 가해까지..유사언론 이대로 괜찮나

말초적 호기심 자극·성폭력 2차 가해까지..유사언론 이대로 괜찮나

2022.06.20. 오전 09:1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6월 18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말초적 호기심 자극·성폭력 2차 가해까지..유사언론 이대로 괜찮나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 김언경 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오늘은 어떤 주제로?

◆ 김언경> 유사 언론의 선정적인 기사내용을 짚어보려고 합니다.사실 정확한 정의는 없습니다. 유사 언론은 부당한 행위를 통해 기업으로부터 광고이득을 취하는 매체를 뜻한다고 정의하는데요. 대체로 언론의 행태를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취재를 하지 않은 채 기사를 내고, 광고 이득을 많이 취하는 유형의 언론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유사 언론의 대표적 언론사를 인사이트와 위키트리라고 말하는데요. 제가 오늘 이 주제를 하기로 한 것은 이미 유사언론의 선정적이고 흥미 위주의 언론 보도에 대한 문제 지적은 여러번 제기되었는데, 그럼 조금이라도 달라졌을까 싶은 마음에 한달치 정도의 관련 보도들을 찾아봤습니다. 선정적인 아이템, 자극적인 이야기, 특히 성폭력 관련 보도의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 김양원> 이런 유사언론은 특히 건강, 연예, 해외토픽 같은 주제의 기사들을 일종의 미끼처럼 많이 올리던데요. 한달간 모니터해보니 어떠셨나요?

◆ 김언경> 네, 먼저 위키트리 엔터 면 보도를 봤구요. 해당 코너에서는 여성 신체에 대한 선정적 묘사가 담긴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제목으로 하는 낚시질하는 보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6월 13일 위키트리 [이런 차림으로 식당 인증샷 올린 사람, 한국 여자 연예인입니다(사진3장)] 이런 보도를 봤는데요. 이 보도는 클라라 씨의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사진을 6장 정도 보도하고, 그에 대한 댓글을 캡쳐해서 보도했습니다. 6월 12일 위키트리 [밑가슴이... 비키니 한 장으로 가린 홍영기, 파격적인 볼륨감에 모두 놀랐다 (사진)]이라는 제목의 보도도 여섯장 정도의 홍영기 씨 인스타그램 게재사진을 보여주고, 이에 대한 댓글을 캡춰해서 보여줬습니다. 6월 11일 [말라도 너무 말랐다… 걸그룹 출신 배우가 SNS에 올린 근황 (+사진)]에서는 에프터스쿨 출신 배우 나나가 근황사진을 올린 것을 담은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연예인, 샐럽이 SNS에 사진을 올리면, 그중에서 노출이 있는 사진 위주로 기사화하는 것으로 보이고요. 이런 보도는 대부분 SNS 사진 몇 장을 담고, 짧은 기사를 쓰고, 댓글을 캡쳐해서 보여주면서 여신이다, 멋있다 등의 반응을 전하는 형태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이런 보도들은 사실 어떤 뉴스 가치가 있다기보다는 셀럽의 사진, 그중에서도 노출이 있는 사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이상 이하도 없는 그런 보도였습니다.

연예인이나 샐럽이 올린 사진은 사실 문제가 안되죠, 그것을 어떻게 소비하느냐가 문제인데요. 그런데 연예인 sns 뿐 아니라 커뮤니티나 유튜브 영상에서 논란이 된 내용들을 보도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 김양원>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에서 논란이 된 내용까지 기사화했군요...

◆ 김언경> 6월 13일 아프리카TV에서 활동 중인 유명 BJ가 원나잇 제안을 받았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BJ가 받았다는 쪽지는 "안녕하세요. 너무 예쁘셔서 그런데 혹시 혈기 왕성한 20대 만나보실 생각 없으신가요?"였거든요. 그런데 이걸 가지고 그의 남편 실명까지 달아서 온라인커뮤니티 포모스에 <누구누구 와이프 누구에게 온 원나잇 쪽지>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온 것이고요. 이 제목을 다시 위키트리가 그대로 제목으로 처리하고 보도한 겁니다. 여기에서 거론된 실명의 그 사람에게는 명예훼손의 문제도 있고요. 저는 이 아이템 자체가 뉴스 가치가 없다고 보지만, 이런 식으로 제목을 자극적으로... 굳이 '원나잇'으로 치환해서 처리하는 방식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포털에 노출되는 이런 유사언론의 기사를 보면, 해외토픽도 많던데요.

◆ 김언경> 맞습니다. 제가 또 다른 유사 언론인 인사이트에서 ‘성폭행’이라는 키워드로 5월1일부터 6월 14일까지의 보도를 찾아봤는데요. 총 39건이나 됩니다. 그런데 이들 기사 대부분이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선정적 여성 이미지들을 모두 게재하고 있었습니다. 이중 무려 11건이 온두라스 볼리비아 독일 영국 일본 등 전 세계 곳곳 해외 매체를 단순 인용하여 아주 충격적인 사건, 그것도 주로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을 보도한 것이었습니다. 이는 다분히 어뷰징 성격이 강한 것이고요.

예를들면, [자기 성폭행한 남성에게 가스라이팅 당해 반강제로 결혼식 올리며 억지 미소 지은 신부]5.11.(영국 일간데일리메일) ....등 차마 입으로 옮기기가 민망한 수준인데요. 제가 보기에 이런 보도들의 문제점은 단순히 성폭력 사건 스토리만을 전하면서 성폭력을 흥미 위주로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해외에서 나온 혐오표현을 별 이유도 없이, 뚜렷한 비판의식 없이 인용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인사이트 [“한국인들 공중화장실에서 성폭행, 음식 먹어” 일본 우익 작가의 역대급 막말]5.6.이라는 보도는요. 일본 매체 jb프레스 하다마요라는 인물의 칼럼을 번역해서 전해준 것인데요. 한국인에 대한 혐오와 경멸을 담은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칼럼을 굳이 인용하면서 제대로 지적하는 관점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웠습니다.

◇ 김양원> 그냥 해외토픽이 아니라 ‘성폭력 해외토픽‘을 집중적으로 기사라고 올리고 있는 거군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국내 성폭력 사건을 보도하는 경우는 인권 관점에서도 적절하지 않고요. 사실 어뷰징성 보도, 타사 언론에서 나온 내용을 요약하는 수준의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흥미 위주로 자극적 제목을 뽑고 보도하다보니 문제 의식없이 부적절한 표현이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5월 20일자 인사이트는 5월 19일 YTN 라디오 <이승우 변호사의 사건파일>에서 다룬 외할아버지가 외손녀를 수년에 걸쳐 추행 및 성폭행한 사건을 정리해서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 보도의 제목은 [“서로 좋아서한 것” 10년 간 외손녀 성폭행한 살아버지의 파렴치한 변명]입니다. 이처럼 가해자의 부적절한 주장을 그대로 제목으로 뽑아서 보도한 것은 매우 문제있었습니다.

◇ 김양원> 자, 이 정도되면 우리가 ‘유사 언론’, ‘언론’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과연 맞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보통 언론사에는 보도준칙, 윤리강령 같은 가이드라인이 있잖아요. 이들 유사언론은 이런 게 없나요?

◆ 김언경> 있습니다. 인사이트는 2016년에 윤리강령을 만들었고요. 여기에는 '편견과 차별의 금지',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보호'등의 당연한 원칙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또한 '유해환경으로부터 미성년자 보호' 라는 내용도 있고요.
제7조 편집기준을 보면 (제목의 원칙) 기사의 제목은 기사의 요약적 내용이나 핵심적 내용을 대표해야 한다. (제목의 제한) 기사내용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제목을 붙이지 않는다.라고 되어있습니다. 과연 이런 기준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보는지 점검해보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 김양원> 그저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2차 가해를 하는 이런 보도들, 김 소장님이 그나마 모니터하고 문제제기를 해주셨는데.... 이대로 손놓고 모바일 뉴스 중에 하나구나..하고 있어야하는건지 뭔가 대책이 좀 필요해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소식을 짚어보려고 하는데요. 최근 미성년자 성매매 통로로 활용되는 랜덤 채팅 앱과 SNS에서 성범죄자의 이용을 차단해야 하지 않겠냐는 여론이 있죠.

◆ 김언경> 맞습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유죄판결을 받은 성범죄자의 계정 이용을 금지하는 자체 규정이 있어서, 승리, 고영욱, 최종훈, 정준영, 안희정 등 성범죄 유죄판결을 받은 성범죄자의 계정을 비활성화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체 규제가 외부의 신고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뤄져 범죄 사실이 공개되기 때문에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아닌 이상 범죄 예방의 실효성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SNS 이용의 원천 차단은 표현과 소통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에 현행법상 불가능합니다. 전문가들도 각 플랫폼의 규제는 필요하나 성범죄자의 SNS 이용을 법적으로 원천 규제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 김양원> 그렇지만 성범죄자들이 실제 랜덤 채팅 앱과 SNS를 성범죄의 통로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이른바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거든요? 뭔가 대책이 필요해보이기는 하는데요?

◆ 김언경> 일단은 언론에서 다양한 논의들이 많이 나와야할 것 같아요. 미성년자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적극적인 감시와 각 플랫폼 내에서 성범죄의 단서를 발견했을 때 고발을 의무화하는 등의 제도 보완이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 등이 나오고 있습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랜덤 채팅 앱의 경우 가입시 제대로 된 인증 절차를 거치고 신고 시스템을 정비해 즉시 계정을 삭제할 수 있는 등의 종합적인 준법윤리경영 체계가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며 "또 플랫폼 내 성범죄를 암시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고발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논의해가야 한다"고 했던데요. 구체적으로 우리 사회가 성폭력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 이런 내용 위주로 보도가 더 많아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양원> 상황이 이렇다는 것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문제제기가 일단을 급선무일 것 같습니다. 오늘 내용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