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묻힌 마그네슘으로 '청춘' 빼앗긴 산업기능요원

땅에 묻힌 마그네슘으로 '청춘' 빼앗긴 산업기능요원

2022.07.03. 오후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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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던 20대 청년이 일하던 공장에서 난 불로 온몸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업체에서 화재 위험이 큰 마그네슘 가루를 화단에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인데 바로 옆에서 노동자들이 담배 피울 정도로 관리 감독이 부실했습니다.

김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건물 밖으로 불길이 치솟는가 싶더니 흰 연기가 쉴새 없이 뿜어져 나옵니다.

잠시 뒤, 한 남성이 고통스러운 듯 바닥 위를 데굴데굴 구릅니다.

이 남성은 경기 양주시에 있는 의료제품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던 23살 A 씨입니다.

A 씨는 이 사고로 온몸에 2도와 3도 화상을 입어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A 씨 아버지 : 이식 수술을 한 10번 이상을 해서, 일단은 지금 살을 도려내고 거기에 이제 다른 사체 피부를 일단 이식을 해놓은 상태거든요.]

A 씨가 일하던 업체는 작업 후 남은 마그네슘 가루를 바로 옆 화단에 묻어 왔습니다.

사고 당시 A 씨는 공장 문 앞에 불붙은 막대가 있는 것을 보고 위험하다는 생각에 화단으로 옮겼는데 전날 내린 비로 젖어 있던 화단 안 마그네슘과 불이 만나 폭발이 일어난 겁니다.

이곳은 사건 현장입니다.

폭발 당시 생긴 그을음이 화단 앞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마그네슘은 물에 닿으면 폭발하는 성질이 있어 법에서도 2류 위험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마그네슘을 땅에 묻는 것 자체가 특이한 사례라 불법성 여부는 좀 더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다만 업체가 사고 전 이런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거나 관리 감독하지 않았다는 게 피해자 가족의 주장입니다.

[A 씨 아버지 : 어떻게 이렇게 방치를 하고 작업자들한테 작업을 시킬 수가 있는가, 너무 참 놀랐어요. 위험 표시를 하던가 이런 게 있어야 하잖아요. 전혀 그런 게 없습니다.]

업체 직원들 역시 바로 옆에서 담배 피울 정도로 관리 감독이 부실했다고 말합니다.

[업체 직원 : 흡연도 그냥 불이 붙을 줄 몰랐죠. 그걸, 경각심이 없어서….]

업체 대표는 사과한다면서도 안전 교육을 충분히 했고 특수 소화기도 배치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너무 적은 양이라 사고 위험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업체 대표 : 사람이 다쳤으니까 관리가 부족했다고 생각을 하는데. 저희가 한쪽에다가 모아두는데 양이 많지 않아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전문 업체를 거치는 등 충분한 안전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기물관리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최돈묵 / 가천대 설비소방공학과 교수 : 아무리 소량이라도 전문업체가 하면 문제는 없는데 잘못해서 방치를 한다든지 그러다 보면 예기치 않게 그런 문제점들이 생겨요.]

A 씨 가족은 업체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소방관을 꿈꾸던 20대 청년의 청춘은 어떻게 돌려받을 수 있을지 막막한 상황입니다.

YTN 김철희입니다.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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