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하는 '혐오 스피커들'..유튜버-언론-정치인

공생하는 '혐오 스피커들'..유튜버-언론-정치인

2022.08.08. 오전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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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8월 6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공생하는 '혐오 스피커들'..유튜버-언론-정치인 [기사 리뷰]

- 서울신문 "욕먹어도 남는 장사..언론·유튜버·정치인은 혐오 공범들"
- 언론사들이 확대재생산하는 '혐오 콘텐츠' 자성의 목소리 제기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의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전화 연결돼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송경재 교수(이하 송경재)> 네 안녕하세요.송경재 입니다

◇ 김양원> 최근 ‘아사다 마오가 서울대병원에서 사망했다?’ 이런 뉴스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 일 있었죠. 가짜늇, 오보로 밝혀졌는데, 이 뉴스를 올린 유튜브 영상을 보면 방송사 뉴스 영상과 엇비슷해서 깜박 속을 만하다... 싶더군요. 이런 영상들이 요즘 부쩍 많아진 것 같아요?

◆ 송경재> 가짜뉴스라 불리는 불법허위정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적대감을 조장해 시청층을 끌어 들이는 혐오적 콘텐츠 수준이 심각하죠. 이를 표현의 자유 영역이라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그 피해가 사회적 그리고 개인에게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큰 이슈입니다. 혐오 표현과 불법허위정보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해체하고, 분열을 초래하며, 개개인 간의 갈등을 부추겨 차별적 행위나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혐오 표현이 거미줄처럼 얽힌 공생관계에 있고 여기에 미디어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기사가 공개됐습니다. <서울신문> 7월 28일자 “욕먹어도 남는 장사.. 언론·유튜버·정치인은 혐오 공범들” 기사에서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에서 혐오 문제가 그동안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고, 심지어 일부 언론사들이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되었습니다.

◇ 김양원> 혐오 표현 문제.. 일부 유튜버 뿐 아니라 정치인과 언론도 모두 공범이다...?

◆ 송경재> 네, 앞서 <서울신문> 기사는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혐오 문제를 심층 보도하여 잘 제시하고 있는데요. 기사는 이른바 혐오 표현을 ‘혐오 팔이’로 규정하고, 이것이 이미지를 신경 써야 할 정치인이 사회 소수자나 여성을 공격하는 표 계산에서 나온 정치공학적 전략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혐오 팔이인 혐오 표현을 막고, 비판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는 관심이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이 동조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기사는 언론·유튜버·정치인들이 거미줄처럼 엮인 혐오의 실타래 안에서 우리는 혐오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어 혐오 스피커들이 어떻게 공생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는데요.

◇ 김양원> 구체적인 사례로 짚어볼 문제는요?

◆ 송경재> 기사에서 한 사례로 제시한 것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윤석열 대통령의 7글자 공약의 혐오 나비효과를 살펴보았습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 한 줄이 게시되자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우리가 미디어 비평 방송시간에서도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지만, 다수의 언론사는 그렇지 못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데이터 분석시스템인 빅카인즈로 공약 발표 직후 관련 기사량을 확인해 보니 1월 7일~2월 6일 한달간 관련 기사는 1,136건이나 됐습니다. 깊이 있는 분석 기사도 많았지만, 혐오만 조장하는 기사도 여럿 있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대남’(20대 남성)이 열광했다는 평가와 함께 여가부 폐지 공약을 두고 “멋지다”, “필살기다”라고 한 반응을 옮겨 적거나 한 줄 공약에 달린 실시간 댓글과 좋아요 수를 중계하는 식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등장한 것이 혐오 장사에 익숙한 유튜버들이었습니다. 유튜버들은 서로 이 공약에 대해 평가하고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용어를 사용하여 자극적으로 방송을 제작하여 유튜브에 공개하면, 그리고 다시 이 동영상이 커뮤니티에 소개되고, 커뮤니티 동향을 소개하는 언론사가 그 동향을 다시 뉴스화하는 정말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 김양원> 이렇게 뭔가 사건.사고가 터지면 곧바로 달려드는‘사이버 렉카’에 대한 문제도 심각한 상황 아닌가요?

◆ 송경재> 사이버 렉카는 차 사고가 나면 달려오는 렉카(견인차)처럼 이슈만 터지면 달려가서 생중계와 자극적인 정보를 확대재생산하는 유튜버를 지칭합니다. 서울신문의 기사에서는 ‘사이버 렉카’는 혐오를 확대 재생산하는 핵심 고리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본적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못한 채 퍼 나르기에 나서면서 사회적 공인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혐오의 표적이 되는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사이버 렉카가 왜 생기느냐?...바로 영상 조회수와 슈퍼챗이라는 시청자가 직접 주는 현금 후원 때문입니다. 한 4년차 유튜버는 조회수에 따라 유튜브가 매달 정산해 주는 돈만 월 2000만원쯤 받는다고 합니다. 정치권 핫이슈, 포털뉴스 많이 읽힌 기사나 온라인 베스트 게시글 등을 주제로 고르고, 화제가 된다면 연예인의 사생활도 거론한다니 정말 심각한 지경입니다.

◇ 김양원> 사이버 렉카들의 주장이 계속 확산되는데에는 언론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유튜버 주장과 일부 커뮤니티 내용을 그대로 뉴스로 작성한 점이 이들의 영향력을 높이는데 일조 한 게 아닐까요?

◆ 송경재> 네. 언론이 처음부터 제대로 ‘잘못된 혐오 표현이다’ 라고 문제제기를 하고 정확한 시각을 가지고 다루었다면 이런 문제가 정치권-유튜버-사이버 렉카- 언론의 혐오 공생관계라는 오명은 듣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기사에서는 이슈를 속보 처리하는 일부 언론의 행태도 사이버 렉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꼬집을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나 유튜브 영상에 나온 기사를 사실관계 확인 없이 그대로 방송 보도나 신문 지면을 통해서 공개됩니다. 그러면 독자 입장에서는 언론이 보도한 내용을 신뢰할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특히 언론은 일부 커뮤니티 등에서 해프닝으로 끝날 이슈조차 부각시키는 등 혐오 표현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습니다.

◇ 김양원> 단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가 봅니다. 국제기구나 인권단체에서도 언론이나 드라마 등에서 나타난 이런 편견과 혐오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 마련에 나서고 있다면서요?

◆ 송경재> 국제기구나 인권단체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 갑자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갈라치기나 소수자 차별 문제가 부각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대응 방법에 대해서도 몇 가지 제시하고 있는데요..대표적으로 국제앰네스티는 인터넷상의 혐오 표현과 허위정보를 일일이 규탄하는 것은 결코 효율적이지 못한 대응 방법이라고 합니다. 오히려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은 보장하고, 인터넷상의 혐오 표현과 허위정보에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반론’과 같은 대항표현(counter-speech)을 언론사가 기회를 확대하고, 대안적 내러티브를 통해서 시민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자사 언론보도라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있으면, 반론이나 반대 의견을 게재하는 등의 언론사 차원의 인식 전환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 김양원> 유튜브 같은 SNS, 인터넷상의 혐오표현과 허위정보를 일일이 문제삼기 보다 반론의 기회를 더 줘라... 무조건 혐오적 허위정보를 보도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이런 것도 있지만 이런 비판도 있다, 결국 독자나 시청자가 판단하도록 하라.. 이렇게 해석해도 될까요?

◆ 송경재> 공론의 영역에서 오히려 더 크게 부각시켜서 시민들에게 교육 효과를 주자는 것입니다 협소하게 보기보다는 더 확대해석해서 사회적으로 평가하도록 하자는 건데요. 정통 언론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대부분 각 언론사들은 외부 칼럼 하단에 언론사 (입장과) 다릅니다...같은 내용을 명기하는데요.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하는 필진들이 “제가 틀렸습니다(I Was Wrong About…)”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는데요. 과거 칼럼이 잘못됐다는 일종의 ‘반성문’이라고 합니다. 잘못을 언론도 인정하고 고쳐나가겠다는 것이지요. 특히 언론은 사회적 책임과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잘못이 있다면 분명히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혐오 표현 문제가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언론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 정립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김양원> I WAS WRONG... 내가 틀렸다, 책임의식과 겸손함이 느껴지는 말인데요,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틀렸었네요... 바로잡습니다, 이런 보도들이 자주 나왔으면 합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송경재> 네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 경제학과 교수였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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