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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십 명의 사람들이 한밤 중에 뒤로 누웠다 앞으로 엎어졌다를 반복합니다.
군대? 아닙니다.
2022년 지금의 대학교를 다니는 대학생들입니다.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집단 얼차려를 주고 있었던 건데요.
오마이갓! 더구나 이들은 신학과 학생들이었다고 하네요.
아직도 이런 군기 잡기 문화가 대학에 남아 있는 것도 황당하지만 대학 측의 반응은 더 어이가 없는데요.
신학과가 사관학교 형식으로 운영돼 엄격한 기강이 유지된다며 이해한다는 듯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양동훈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어두운 학교 운동장에 학생 수십 명이 누워 있고 몇몇 사람들은 어슬렁거리며 무언가 이야기를 나눕니다.
누워있던 학생들이 일사불란하게 자세를 바꿔 가며 움직입니다.
"(힘들어요?) 아닙니다! (뒤로 취침.) 뒤로 취침!"
한밤중에 충남 아산시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신학과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벌인 일로 추정됐습니다.
[○○대학교 재학생 : 대학생들이 선배 혹은 윗사람들로부터 얼차려를 받는 내용의 영상이었습니다. 대학생들에게 아직도 그런 걸 시켜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었고요.]
대학 측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반응하고 있습니다.
이런 얼차려가 옳은 행동으로 보이지 않지만, 신학과가 '사관학교' 형식으로 운영돼 엄격한 기강이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해당 사안을 잘 파악하고 있을 학과장과 연락이 닿지 않아 아직 정확한 내막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내가 가진 땅에서 갑자기 기름 냄새 같은 악취가 진동합니다.
이상한 마음에 땅을 파보니 수상한 드럼통이 나왔고, 기름이 묻어나왔습니다.
그 땅에는 앞서 10년 동안 전기 부품 공장이 있었고요.
당연히 땅 주인은 문제의 공장을 범인으로 생각하고 신고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한 차례 현장 조사도 없이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뒤늦게 민사 소송 과정에서 진실이 조금씩 드러났는데요.
경찰은 당시 혐의 입증이 어려웠다, 현장 조사가 어려웠다. 어려웠다만 반복했다고 합니다.
임성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 7월, 경기 안산시에 있는 한 공장.
콘크리트 바닥을 깨 보니 수상한 철제 드럼통이 나옵니다.
지난 2007년 12월부터 10년 5개월 동안 이곳에는 전자·전기 부품 공장이 있었습니다.
공장이 떠난 뒤 건물 주변에선 기름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김 모 씨 / 건물주 : 업체가 나가고 난 다음에 바닥에 기름이 많이 흘러있었고요. 냄새도 아주 심하게 났습니다.]
건물주는 재작년 9월 공장주가 부지를 오염시켰다고 보고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5월과 11월, 두 차례나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이상한 건 이 과정에서 단 하나의 현장 조사도 없었습니다.
[김 모 씨 / 건물주 : 꼭 조사해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한 번도 나오시질 않더라고요. (한 경찰은) 다른 공장도 기름을 흘려보내는데 왜 사장님은 고소하고 그러느냐….]
기름통과 함께 묻힐 뻔한 진실은 민사 소송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법원이 감정인 입회하에 조사한 결과 윤활유로 추정되는 물질이 담긴 지름 58cm, 높이 60cm의 드럼통 2개가 발견됐고, 주변 오염 정도는 관련 법의 기준치를 최대 35배 이상 초과한 거로 드러난 겁니다.
경찰은 처음 수사할 때 건물주가 제출한 자료로는 혐의 입증이 어려웠고 다른 임차인이 영업 중인 상황이어서 현장 조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해명했습니다.
현재 검찰의 직접 보완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앵커]
지난 2015년 대법원이 내린 판결 하나가 큰 파장을 낳았습니다.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이고 무효라면서도 국가의 배상 책임은 없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입니다.
양승태 대법원 당시 권순일 대법관이 주심으로 내린 판결이었는데요.
대법원이 이번에 그 판결을 뒤집는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길고 어려운 판결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 입니다.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할 길이 열린 겁니다.
환영할 일인데요, 이미 배상을 받지 못한다고 최종 판결을 받았던 피해자들은 지금으로서는 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고 합니다.
[기자]
[故 이희호 여사 / 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지난 2013년 7월) : 모든 피고인을 죄 없이 교도소에 수감했습니다. 37년 만이에요. 뭐라고 말할 수 없이 감개무량합니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3년 가까이 옥고를 치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거 뒤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유신 헌법을 부정·반대·비방하면 영장도 없이 체포·구속해 징역에 처했던 '긴급조치 9호'.
이렇게 김 전 대통령을 비롯한 피해자들은 뒤늦게 무죄를 선고받긴 했지만,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는 번번이 졌습니다.
지난 2015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긴급조치 9호' 발령과 적용·집행 행위가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국가 배상 책임을 부정한 판례 때문입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당시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했다는 논란을 낳기도 했던 판결입니다.
7년 만에 대법원이 판례를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열어 '긴급조치 9호' 피해자와 가족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 발령과 수사 기관의 수사·기소, 법관의 재판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이 전체적으로 위법해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김명수 / 대법원장 : 광범위한 다수의 공무원이 관여한 일련의 국가 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 국가배상의 성립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충분합니다.]
이번 판결로 피해자들의 추가 소송과 다른 긴급조치에 대한 국가 배상 판결이 잇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국가 배상 책임은 이번 판결부터 적용돼 패소가 확정된 피해자의 경우에는 다시 소송을 제기해 배상받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피해자들은 늦었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과오를 바로잡은 판결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이번 판결로도 배상이 가로막힌 피해자를 위한 국회 입법 등 추가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앵커]
국가 기관이 과오를 인정하고 개선에 나선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이번에는 반대되는 이야기를 전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2009년 쌍용차 파업 당시 강제 진압에 나섰던 경찰 이야기입니다.
노동자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과도한 폭력을 휘둘러 비판을 받았고, 3년 전에는 경찰이 직접 사과까지 했는데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경찰은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안은 하지만 돈은 받아야겠다는 겁니다.
어떤 상황인지 김철희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온몸을 무장한 경찰들이 파업 중인 노동자 사이로 뛰어듭니다.
곤봉과 방패를 연신 휘두르는가 하면, 쓰러진 노동자를 향해서도 마구 폭력을 행사합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노동자 진압 장면입니다.
파업이 끝난 뒤 오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13년이 지난 지금, 파업에 나섰던 당시 노동자들이 경찰청 앞으로 향했습니다.
파업 진압 이후 180도 바뀐 삶을 증언하고 경찰이 파업 참가자 등 101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취하를 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고동민 / 쌍용자동차 파업 참가자 : 헬기 소리를 들으면 사실 농담이 아니라 골목으로 뛰어들고. 위에서 잘 안 보이는 곳으로 도망가게 되고. 마음의 상처가 아직 이렇게 아물었다고 사실은 생각하지 않고 아마 평생 갈 거 같습니다.]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이자까지 29억 2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는데, 현재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강환주 / 쌍용자동차 파업 참가자 : 가해했다고 하는 국가가, 경찰청이 나서서 저희한테 지금 손해배상, 치료비라든지 헬기 파손 등 말도 안 되는 얘기죠. 국가적인 차원의 치료나 피해 보상은 전혀 없었거든요.]
실제 국가손해배상소송을 당한 노동자 가운데 21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3명이 불안 및 우울장애를 겪고 있었습니다.
의료진은 24명 모두 1년 이상의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미 경찰청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가 소송 취하를 권고하기도 했지만 경찰 지휘부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득중 /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 소 취하가 되지 않으면 국가 폭력의 피해에서 벗어날 기회가 당사자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이 자리에서 확인하면서요.]
YTN 김정진 (kimjy08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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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명의 사람들이 한밤 중에 뒤로 누웠다 앞으로 엎어졌다를 반복합니다.
군대? 아닙니다.
2022년 지금의 대학교를 다니는 대학생들입니다.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집단 얼차려를 주고 있었던 건데요.
오마이갓! 더구나 이들은 신학과 학생들이었다고 하네요.
아직도 이런 군기 잡기 문화가 대학에 남아 있는 것도 황당하지만 대학 측의 반응은 더 어이가 없는데요.
신학과가 사관학교 형식으로 운영돼 엄격한 기강이 유지된다며 이해한다는 듯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양동훈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어두운 학교 운동장에 학생 수십 명이 누워 있고 몇몇 사람들은 어슬렁거리며 무언가 이야기를 나눕니다.
누워있던 학생들이 일사불란하게 자세를 바꿔 가며 움직입니다.
"(힘들어요?) 아닙니다! (뒤로 취침.) 뒤로 취침!"
한밤중에 충남 아산시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신학과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벌인 일로 추정됐습니다.
[○○대학교 재학생 : 대학생들이 선배 혹은 윗사람들로부터 얼차려를 받는 내용의 영상이었습니다. 대학생들에게 아직도 그런 걸 시켜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었고요.]
대학 측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반응하고 있습니다.
이런 얼차려가 옳은 행동으로 보이지 않지만, 신학과가 '사관학교' 형식으로 운영돼 엄격한 기강이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해당 사안을 잘 파악하고 있을 학과장과 연락이 닿지 않아 아직 정확한 내막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내가 가진 땅에서 갑자기 기름 냄새 같은 악취가 진동합니다.
이상한 마음에 땅을 파보니 수상한 드럼통이 나왔고, 기름이 묻어나왔습니다.
그 땅에는 앞서 10년 동안 전기 부품 공장이 있었고요.
당연히 땅 주인은 문제의 공장을 범인으로 생각하고 신고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한 차례 현장 조사도 없이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뒤늦게 민사 소송 과정에서 진실이 조금씩 드러났는데요.
경찰은 당시 혐의 입증이 어려웠다, 현장 조사가 어려웠다. 어려웠다만 반복했다고 합니다.
임성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 7월, 경기 안산시에 있는 한 공장.
콘크리트 바닥을 깨 보니 수상한 철제 드럼통이 나옵니다.
지난 2007년 12월부터 10년 5개월 동안 이곳에는 전자·전기 부품 공장이 있었습니다.
공장이 떠난 뒤 건물 주변에선 기름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김 모 씨 / 건물주 : 업체가 나가고 난 다음에 바닥에 기름이 많이 흘러있었고요. 냄새도 아주 심하게 났습니다.]
건물주는 재작년 9월 공장주가 부지를 오염시켰다고 보고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5월과 11월, 두 차례나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이상한 건 이 과정에서 단 하나의 현장 조사도 없었습니다.
[김 모 씨 / 건물주 : 꼭 조사해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한 번도 나오시질 않더라고요. (한 경찰은) 다른 공장도 기름을 흘려보내는데 왜 사장님은 고소하고 그러느냐….]
기름통과 함께 묻힐 뻔한 진실은 민사 소송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법원이 감정인 입회하에 조사한 결과 윤활유로 추정되는 물질이 담긴 지름 58cm, 높이 60cm의 드럼통 2개가 발견됐고, 주변 오염 정도는 관련 법의 기준치를 최대 35배 이상 초과한 거로 드러난 겁니다.
경찰은 처음 수사할 때 건물주가 제출한 자료로는 혐의 입증이 어려웠고 다른 임차인이 영업 중인 상황이어서 현장 조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해명했습니다.
현재 검찰의 직접 보완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앵커]
지난 2015년 대법원이 내린 판결 하나가 큰 파장을 낳았습니다.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이고 무효라면서도 국가의 배상 책임은 없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입니다.
양승태 대법원 당시 권순일 대법관이 주심으로 내린 판결이었는데요.
대법원이 이번에 그 판결을 뒤집는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길고 어려운 판결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 입니다.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할 길이 열린 겁니다.
환영할 일인데요, 이미 배상을 받지 못한다고 최종 판결을 받았던 피해자들은 지금으로서는 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고 합니다.
[기자]
[故 이희호 여사 / 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지난 2013년 7월) : 모든 피고인을 죄 없이 교도소에 수감했습니다. 37년 만이에요. 뭐라고 말할 수 없이 감개무량합니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3년 가까이 옥고를 치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거 뒤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유신 헌법을 부정·반대·비방하면 영장도 없이 체포·구속해 징역에 처했던 '긴급조치 9호'.
이렇게 김 전 대통령을 비롯한 피해자들은 뒤늦게 무죄를 선고받긴 했지만,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는 번번이 졌습니다.
지난 2015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긴급조치 9호' 발령과 적용·집행 행위가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국가 배상 책임을 부정한 판례 때문입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당시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했다는 논란을 낳기도 했던 판결입니다.
7년 만에 대법원이 판례를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열어 '긴급조치 9호' 피해자와 가족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 발령과 수사 기관의 수사·기소, 법관의 재판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이 전체적으로 위법해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김명수 / 대법원장 : 광범위한 다수의 공무원이 관여한 일련의 국가 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 국가배상의 성립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충분합니다.]
이번 판결로 피해자들의 추가 소송과 다른 긴급조치에 대한 국가 배상 판결이 잇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국가 배상 책임은 이번 판결부터 적용돼 패소가 확정된 피해자의 경우에는 다시 소송을 제기해 배상받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피해자들은 늦었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과오를 바로잡은 판결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이번 판결로도 배상이 가로막힌 피해자를 위한 국회 입법 등 추가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앵커]
국가 기관이 과오를 인정하고 개선에 나선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이번에는 반대되는 이야기를 전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2009년 쌍용차 파업 당시 강제 진압에 나섰던 경찰 이야기입니다.
노동자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과도한 폭력을 휘둘러 비판을 받았고, 3년 전에는 경찰이 직접 사과까지 했는데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경찰은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안은 하지만 돈은 받아야겠다는 겁니다.
어떤 상황인지 김철희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온몸을 무장한 경찰들이 파업 중인 노동자 사이로 뛰어듭니다.
곤봉과 방패를 연신 휘두르는가 하면, 쓰러진 노동자를 향해서도 마구 폭력을 행사합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노동자 진압 장면입니다.
파업이 끝난 뒤 오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13년이 지난 지금, 파업에 나섰던 당시 노동자들이 경찰청 앞으로 향했습니다.
파업 진압 이후 180도 바뀐 삶을 증언하고 경찰이 파업 참가자 등 101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취하를 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고동민 / 쌍용자동차 파업 참가자 : 헬기 소리를 들으면 사실 농담이 아니라 골목으로 뛰어들고. 위에서 잘 안 보이는 곳으로 도망가게 되고. 마음의 상처가 아직 이렇게 아물었다고 사실은 생각하지 않고 아마 평생 갈 거 같습니다.]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이자까지 29억 2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는데, 현재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강환주 / 쌍용자동차 파업 참가자 : 가해했다고 하는 국가가, 경찰청이 나서서 저희한테 지금 손해배상, 치료비라든지 헬기 파손 등 말도 안 되는 얘기죠. 국가적인 차원의 치료나 피해 보상은 전혀 없었거든요.]
실제 국가손해배상소송을 당한 노동자 가운데 21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3명이 불안 및 우울장애를 겪고 있었습니다.
의료진은 24명 모두 1년 이상의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미 경찰청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가 소송 취하를 권고하기도 했지만 경찰 지휘부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득중 /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 소 취하가 되지 않으면 국가 폭력의 피해에서 벗어날 기회가 당사자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이 자리에서 확인하면서요.]
YTN 김정진 (kimjy08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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