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소리가 있어도 상대 동의 없이 녹음하면, 이제 징역 10년형?

내 목소리가 있어도 상대 동의 없이 녹음하면, 이제 징역 10년형?

2022.09.05. 오후 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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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7:20~17:30)
■ 진행 : 이승우 변호사
■ 방송일 : 2022년 9월 5일 (월요일)
■ 대담 : 신명철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 목소리가 있어도 상대 동의 없이 녹음하면, 이제 징역 10년형?


◇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안녕하세요. 이승우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 여러분을 구해드리겠습니다. 사건파일 오늘의 주제는 최근에 개정안이 발의된 ‘통신비밀보호법’입니다. 갤럭시 폰을 쓰십니까? 아이폰을 쓰십니까? 통화녹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없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십니까? 금지하는 국가도 있고, 허용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통화 녹음의 허용여부에 대해서 법무법인 법승의 신명철 변호사와 함께 알아봅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십니까?

◆ 신명철 변호사(이하 신명철)> 네 안녕하세요.

◇ 이승우> 네, 지난 달 윤상현 의원이 ‘통화 녹음’ 관련된 법안을 대표발의 했는데, 여론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 신명철> 윤상현 의원을 포함해서 11명의 국회의원들이 통신비밀보호법에 ‘타인과의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라고 규정되어 있는 점에 대해서 대화 참여자는 대화 상대 모두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할 수 없고,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지난 8월 18일에 발의했습니다. 그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화자의 사생활의 자유와 통신 비밀의 자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있어 개정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이승우> 네, 이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대해서 반대 여론도 들끓고 있는 것 같던데요, 변호사님은 이 법안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 신명철> 네, 우리나라 같은 경우 통화 녹음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갑질, 성희롱, 폭언과 같은 부조리한 일을 당했을 때, 그 증거로 통화 녹취를 사용한다든지, 정치인들의 민감한 통화 내용을 정치적으로 사용한다든지. 이런 사례들이 흔하기에 많은 반대 여론이 있었습니다. 또, 통화 녹음 기능이 있는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데 그런 분들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사생활 침해’, ‘녹음과 공표는 별도의 문제’다 라는 취지에서 찬성한다는 여론도 있었습니다.

◇ 이승우>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통화 녹음’을 법적으로 어떻게 접근하고 다루고 있습니까?

◆ 신명철>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사생활 보호에 엄격한 경우가 많아서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나라들이 꽤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독일, 프랑스 등이 상대방 동의 없는 녹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또 프랑스의 경우 녹음 파일을 소지만 해도 처벌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각 주마다 법이 다른데요. 전체 50개 주 중 13개 주가 상대방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을 금지하고 있고요. 다만 통화 녹음을 허용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명시적인 동의를 구하게 하거나, 용도를 제한하는 등 세부 규정을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습니다.

◇ 이승우> 개정안을 발의한 윤상현 의원은 현행 규정을 두고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현재는 ‘1대1 통화 녹음’ 자체가 불법은 아닌 거죠?

◆ 신명철> 네, 과거 국가 기관의 무분별한 감청이나 우편물 검열 등의 사례가 많아서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제한은 그 대상을 한정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에 따라서 통신 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하기 위해 1993년 통신비밀보호법이 제정되었습니다. 현행법에 의하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라고 규정을 하여서, 대화 당사자들 간에는 녹음 또는 청취하는 것을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고요.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이것을 위반해 녹음, 청취했을 때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사자 일부의 동의를 받고 제3자가 녹음을 했더라도, 다른 당사자가 동의를 않았다고 하면 동일한 규정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따라서 ‘녹음본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 민사소송의 경우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비밀리에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여 속기사에 의해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한 경우에 채증여부는 법원의 재량이며 증거능력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를 하였습니다. 실제로 민사사건에서 녹취록은 증거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고요. 형사사건의 경우 증거로 쓸 수 있지만, 원본과의 동일성,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한 성립의 진정함, 즉 ‘누가 작성했다’가 확인이 되는 증명 등 형사소송법상 요건 충족해야 합니다.

◇ 이승우> 그럼 실제 사건을 통해서 ‘통화 녹음’에 대한 법적 쟁점을 더 알아봐야할 것 같은데요, 어떤 사건을 가져오셨습니까?

◆ 신명철> 회사 직원인 피고가 자신의 회사 사무실의 임대차관리업무를 하는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서 정보를 물어보고, 원고의 동의 없이 이러한 통화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했습니다. 그 후 피고는 민사소송에서 위 녹음내용을 증거로 제출하게 되었고, 원고는 피고에 대해 ‘음성권에 대한 침해’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것에 대해 법원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기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 녹취, 방송 또는 복제·배포되지 아니할 음성권을 가지고 있다’라고 판시를 하였고. 피녹음자의 동의 없이 전화통화, 상대방의 통화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여 녹취서를 작성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한 행위다’라고 보고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 이승우> 대화 당사자 간의 통화를 비밀로 녹취한 사건인데,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요?

◆ 신명철> 원고의 동의 없이 원고의 사생활 중 비밀영역에 속하는 전화통화를 비밀리에 녹음하고, 이를 재생해서 증거로 활용한 것인데, 원고의 경우에는 피고 회사의 사무실 임대차관리업무를 하는 곳에 속해 있었는데 그 회사를 그만 뒀고요. 자신이 그만두면서 종전 회사의 관계자 등에게 자신의 녹취록이 공개되길 원하지 않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화 내용을 그대로 피고가 녹취서로 활용하여 원고가 속했던 회사와의 소송에서 증거자료로 사용되었고요. 그럼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불쾌감, 그리고 정신적 고통을 야기한 것이므로 원고의 음성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했다. 그리고 이것이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녹음했다 하더라도, 이런 비밀 녹음 행위는 정당화 될 수 없다. 또한 녹취서와 별개로 다른 적법한 증거를 강구했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활용한 것은 음성권과 사생활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라고 해서 손해배상으로 300만원을 판결했습니다.

◇ 이승우> 네, 그러면 오늘 사건에 담긴 ‘법적 포인트’를 한 줄로 정리하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미국에서 ‘상대방 동의없는 녹음’이 불법인 주는 13개, 합법인 주는 제한을 붙여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영국, 덴마크, 핀란드는 동의 없이 통화 녹음이 가능하지만, 타인에게 녹음 파일 전달 시 법적 책임을 지게 되겠죠. 독일의 경우에는 통화 녹음의 동의뿐 아니라 녹음하는 이유를 사전에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받는 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나아가서 상대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하는 것뿐만 아니라 녹음 파일을 소지하고만 있어도 형사처벌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93년도 이후에 당사자 간의 통화 중 일방이 녹음하는 것이 비밀리에 녹음 되어도 현재는 무제한으로 허용됩니다. 그렇게 녹음된 음성파일이 제3자에게 제공되는 것도 전혀 제한이 되지 않습니다. 대화 중 대화의 일방이 몰래 녹음을 해도 전혀 제한이 없는거죠. 이런 허용 범위에 대해서, 형사처벌을 ‘지금 개정안처럼 세게 실현할 것이냐’와는 다른 문제지만, 실제로 이와 같은 ‘무제한 허용’. 고민할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 ‘통화 녹음’ 관련된 사건을 다뤄봤는데요. 앞서 얘기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법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요.

◆ 신명철> 네, 맞습니다. 실제로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통화 녹음 기능이 있는 휴대폰 사용자의 불편함을 넘어서 증거 수집에 관련된 규제로 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여지고요. 또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화 당사자 간의 비밀 녹취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녹취를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 이승우> 네, 지금까지 신명철 변호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신명철> 감사합니다.

◇ 이승우>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였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드릴 사건 파일, 함께 열겠습니다!


YTN 김우성(wskim@ytnradio.kr)


YTN 김우성 (wskim@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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