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6천 개 유통된 '가습기 살균제' 성분 물티슈...LG생활건강 '백기'

7만6천 개 유통된 '가습기 살균제' 성분 물티슈...LG생활건강 '백기'

2022.09.19. 오후 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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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간 유독 성분이 검출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회수명령을 받은 LG생활건강 물티슈,

알고 보니 회수명령 수량의 10배 가까이가 생산되고 유통된 데다가, 대부분 이미 사용돼서 회수는 어렵다는 점이 YTN 취재로 드러났는데요.

LG생활건강은 아예 연말에 물티슈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는데 이 내용 취재한 기자와 자세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사회1부 이준엽 기자, 안녕하세요

우선 문제가 된 제품은 어떤 제품인지부터 설명해주세요.

[기자]
제품 사진 보여드리겠습니다.

LG생활건강에서 출시한 '베비언스 온리7 에센셜55' 물티슈입니다.

시청자분들도 마트에서 보신 적 있고 친숙한 제품일 텐데요.

1년에 100만 개 이상 팔리는 물티슈입니다.

뒷면에 보시면 '7가지 성분으로만 만든 프리미엄'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독일 더마 테스트라는 피부 자극 시험을 마쳤다든지 눈에 자극이 가는지도 동물 대체평가를 마쳤다는 안전 관련 광고 문구가 강조돼 있습니다.

그럴만한 것이, 이 물티슈가 아기들 전용으로 나온 고급 제품입니다.

그런데 지난 7월에 제품 일부에서 살균보존제인 CMIT/MIT,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 혼합물이 2.4ppm 검출된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앵커]
이게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라고요?

[기자]
피해가 인정된 것만 4,300명이 넘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당시에 SK케미칼과 애경이 만든 제품에 바로 이 물질이 포함돼 있었는데요.

살균보존제로 1960년대 개발된 물질인데 일정 농도 이상 노출되면 피부, 호흡기, 눈에 강한 자극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흡입 시에는 뇌 신경계 독성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요.

이렇다 보니 2012년 환경부에서 유독물질로 지정했습니다.

사용하고 씻어내는 경우만 15ppm 이하로 허용되고 나머지는 화장품이나 생필품에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물티슈는 씻어낼 일이 없으니 당연히 사용 불가인데요.

식약처는 미국 화장품원료검토위원회에서 바르는 화장품에서 7.5ppm 이하는 안전하다고 평가했기 때문에 LG생활건강 물티슈도 인체에 해롭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확실히 안전하다는 근거도 부족하기에 한국과 같은 기준으로 사용을 전면 중단하도록 하고 있고요.

예민한 아기들을 위한 제품인 데다가 입이나 얼굴을 물티슈로 닦기도 하는 만큼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제품이 일부라고 했는데, 어느 정도 규모인 겁니까?

[기자]
취재진이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실을 통해 자료를 확보해 검토해봤는데요.

이 성분이 묻은 물티슈가 7만6천여 개입니다.

LG생활건강에서 식약처 명령을 받아서 자체조사한 결과인데요.

물티슈에 부직포가 들어가죠.

LG생활건강은 OEM 업체에 제조를 위탁했고, 제조업체는 이 부직포를 중국에서 공급받았습니다.

그런데 중국업체가 부직포를 생산하는 한 개 라인을 청소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을 쓰고 제대로 세척이 안 된 겁니다.

그래서 유해물질이 묻은 채로 부직포 원단이 고스란히 납품되고, 제조업체는 이를 걸러내지 못하고 그대로 사용해서 물티슈를 만들었습니다.

부직포가 근데 한 롤에 2.5∼2.8㎞로 길이가 어마어마해서 물티슈도 7만6천 개가 넘게 만들어져서 유통까지 돼 버린 겁니다.

[앵커]
물건 회수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요?

[기자]
LG생활건강이 지난 7월 20일에 이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이틀 뒤부터 '전량 회수'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문제 물티슈가 지난해 11월에 만들어졌습니다.

이미 반년 넘게 지나버렸는데, 물티슈라는 게 보통 1달, 길면 3달 안에 모두 쓴다고 합니다.

그래서 거의 되돌려받은 게 없습니다.

확인해보니 식약처에서 처음에 적발한 양이 7,920개인데 161개 회수했습니다.

그것도 1개만 소비자가 환불받은 거고 나머지는 안 팔린 물건을 유통업자에게 받은 거였습니다.

전량회수 결정하고 한 달 기록도 살펴보니, 162만여 개 가운데 9만4천여 개였습니다.

회수율이 5% 정도입니다.

[앵커]
안 그래도 회수하기 힘든데, LG생활건강이 문제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면도 있다고요?

[기자]
화장품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식약처 회수명령을 받은 업자는 '지체 없이' 홈페이지랑 일간지로 소비자에게 알리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LG생활건강은 홈페이지에 이틀 만에, 일간지에는 나흘 후에야 판매 중지 사실을 알렸습니다.

늑장 고지에 더해 '꼼수 숨기기'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판매중지를 알리는 글을 올리고 나서 뜬금없이 3년 전 만든 공익 광고까지 5개를 무더기 올리면서 공지문이 밀려났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은 해마다 공익 광고 게재를 요청했는데도 응하지 않다가, 느닷없이 처음으로 홈페이지에 공익광고를 올린 거였습니다.

결국, 식약처가 홈페이지 접속 즉시 알림이 보이도록 하라고 시정명령 내린 뒤에야 정정했습니다.

원인을 파악한 뒤 전량 회수를 발표할 때도 '축소 공지'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이는데요.

LG생활건강은 문제가 일련번호 한 개, 생산설비 한 개에서 일어났지만 소비자에 대한 도리를 다하기 위해 자진해서 전량회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공지에는 애초 알려진 7,920개의 10배 가까운 7만6천 개가 이미 생산돼서 시중에 풀렸단 점은 쏙 빠져 있었습니다.

[앵커]
감독기관인 식약처도 책임이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애초에 유해물질 검출이 '우연히' 됐고 식약처는 이를 미리 적발해내지 못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은 경북보건환경연구원이 무작위로 도내 물티슈들을 추출해서 검사하다가 발견했는데요.

CMIT/MIT가 화장품에 못 쓰는 원료인데도 유통화장품 안전관리 기준상의 시험검사 항목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식약처는 그래서 유해물질을 미리 적발해낼 수는 없었다는 입장인데요.

이후 LG생활건강이 최초 적발된 것의 10배 가까운 물티슈를 유통했다는 사실은 따로 소비자들에게 공지하지도 않았습니다.

역시 업체가 자진해서 전량 회수를 결정하고 공지했기 때문에 별도로 회수 수량을 알리거나 할 의무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문제 제품이 유통되는 것도 막지 못했고, 문제를 알리는 데에도 미흡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LG생활건강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해명했는지 마지막으로 설명해주시죠.

[기자]
일단 업체에서는 문제 원단으로 만든 물티슈에도 정상과 비정상이 섞일 수 있는 만큼, 일일이 따지기보다는 소비자 안전을 우선해 전 제품을 회수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회수 물량을 일부러 숨길 의도는 없었고, 미처 보도자료에 넣지 못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는데요.

회수율도 물티슈 소비 기간을 고려하면 낮은 게 아니라 주장했습니다.

식약처는 화장품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에 착수했는데요.

판매한 LG생활건강에는 물티슈 3개월 판매정지를, 제조업체에는 3개월 제조정지를 처분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LG생활건강은 2007년부터 이어온 물티슈 사업을 연말까지만 하고 아예 사업을 접을 계획입니다.

이미 물티슈는 대부분 유통된 데다가 사업을 정리하는 마당에 판매정지 처분이 내려진다고 해도 큰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이준엽 기자와 짚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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