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전, 돌연 "공사 대금 최대 80% 깎자"...공정위 조사

단독 한전, 돌연 "공사 대금 최대 80% 깎자"...공정위 조사

2022.10.18. 오전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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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수천억 안 주며 "공사비 계산법 바꾸자"
지난 1월 안전사고 유발 ’승주 작업’ 전면 중지
"작업 바꾸니 품셈도 바꾸자" 계약 도중 변경통보
묶어둔 대금에도 소급적용 방침…"수백억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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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전력 아직 계약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공사 대금을 최대 80% 수준까지 깎자고 협력 업체들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기존 공사비 수천억 원을 안 주면서 바뀐 공사 대금 계산법으로 소급적용하겠다고 하는데요.

YTN 취재결과 한전 자체 법률 검토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결론이 난 사안인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정식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준엽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전기가 발전소나 변전소에서 마지막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단계를 '배전'이라고 합니다.

골목 곳곳 전신주들이 대표적인데 전력망의 모세혈관과도 같아서 한국전력은 전문회사 471곳에 외주를 줘서 노동자 만 명 이상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YTN 취재 결과 한전은 지난 4월부터 배전 공사 잔금 수천억 원을 치르지 않은 채 공사 대금 계산법 변경을 외주 업체들에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한전이 준공처리를 하면 정해진 계산법에 따라 대금을 받는 구조인데 변압기 교체 등 공사를 다 마쳐도 준공을 안 내주는 겁니다.

[배전업체 이사 : 업체 재정은 지금 도산 직전까지 몰려있는 상황이고요. 공구랑 장비관리는커녕 근로자들의 급여마저 밀리기 시작하니까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죠.]

지난 1월 한전은 사다리로 직접 전신주에 오르는 '승주 작업'이 안전사고를 유발한다고 판단해 모든 작업에 고소작업차를 동원하도록 바꿨습니다.

그런데 작업이 기계식으로 바뀌었으니 공사비를 계산하는 방식도 새로 만들자면서 이른바 '품셈'이 확정될 때까지 준공을 미루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계약 도중에 계산법을 바꾸자는 건데 결과적으로 '단가 후려치기' 수준입니다.

YTN 취재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변압기 교체' 공정의 바뀐 품셈을 시스템에 시범 적용한 잠정안대로 계산해봤습니다.

변압기 무게마다 다르게 계산하던 공량을 통일한 데다 이조차 대폭 깎아서 어느 공정의 경우 81만 원대의 공사가 12만 원대로 뚝 떨어지기도 합니다.

변압기 교체 공사 종류별로 평균을 내 봤더니 76%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심지어 한전은 묶어둔 대금마저 새로운 품셈을 소급적용해서 지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렇게 되면 지금 3천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미지급 대금이 2,50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배전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전국배전업협의회 관계자 : 한전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 중 하나가 사회적 가치, 신뢰, 소통 이런 게 있는데 정말로 신뢰와 소통을 기반으로 정상적인 운영을 해 줬으면….]

YTN 취재결과 한전 내부 법률 검토에서도 품셈의 일방적인 변경은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공법을 바꾸는 경우 설계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상대 동의를 얻어서 계약을 바꿔야 하지만 회사들이 반발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결론을 받아든 뒤에도 한전은 다음 달까지 새로운 품셈을 확정하고 밀린 대금을 소급적용해 지급한다는 방침을 꺾지 않았습니다.

한전은 품셈 변경을 업계와 협의해서 진행하고 있는 데다 준공이 안 난 공사에 새 품셈을 적용하는 건 소급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또 새 품셈에서 일부 공사 외에는 오히려 공사비가 늘어서 해마다 600억 원이 더 지급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전체 배전업체가 속한 협의회는 지난 7월부터 품셈 변경에 반대한다는 공문을 일관되게 한전에 보내 왔습니다.

품셈도 전산에 등록된 것 말고는 안내받은 게 없는데, 이대로 계산하면 업체마다 평균 7억 원 이상 대금이 줄어드는 실정입니다.

우리나라 배전서비스를 독점하는 한전에 대해서 지난달부터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거래행위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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