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사진'만으로 예금 인출에 대출까지...실명확인 '구멍'

'신분증 사진'만으로 예금 인출에 대출까지...실명확인 '구멍'

2022.10.23. 오전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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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은행에서 신분증 원본 없이 사진만으로도 명의를 도용해 계좌를 해지하거나 대출을 받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뱅킹 등 비대면 금융 거래에선 실명 확인 절차가 더욱 엄격해야 하지만, 은행권이 관련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아 피해 예방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입니다.

정인용 기자입니다.

[기자]
81살 고령인 A 씨의 어머니는 지난 2월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상대방은 친딸 A 씨를 사칭하며 당장 결제할 일이 있다고 말했고, A 씨 어머니는 계좌 비밀번호를 포함한 정보와 신분증 사진 등을 보냈습니다.

[A 씨 / 보이스피싱 피해자 : (평소에) 계좌번호도 저한테 말해주신 적도 많으니까 당연히 그런 게 일상화돼서 경험하셨으니까 그 부분을 의심 안 하고 넘어가신 거죠. 딸이라고 연락이 왔을 때는 믿어버리는 거예요.]

그때부터 A 씨 어머니는 정기예금이 잇따라 해지된 뒤 인출됐고, 모르는 새 대출까지 이뤄지는 등 모두 3억 원 상당을 빼앗겼습니다.

모두 본인 확인을 거쳐야 하는 금융거래인데도 일회용 비밀번호, OTP를 재발급받는 등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개인 정보를 넘겨준 피해자 잘못도 있지만, 금융사들의 보안 절차에도 구멍이 있었습니다.

금융당국 규정상 비대면 본인 확인을 위해선 반드시 신분증 원본이 필요한데 사기범은 신분증을 찍은 사진만으로 본인 인증에 성공한 겁니다.

금융실명법 의무 위반에 해당할 여지가 크지만, 국내 주요 은행권 가운데 이런 범행을 막을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없습니다.

지난 2015년 신분증을 촬영하면 비대면으로도 본인 인증을 해주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신분증을 복사한 출력물 등을 걸러내는 시스템은 마련하지 않은 겁니다.

은행들은 신분증 진위 확인 기술이 이제 막 상용화 단계에 있는 거로 알고 있다면서도 피해 사례들은 범죄 조직이 개인정보를 빼내 악용한 거라며 고객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강병원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본이나) 종이에 복사한 신분증이 인증되는 큰 구멍이 확인된 상황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보완 이전까지 즉각 비대면 인증 방법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고령인 A 씨 어머니 명의로 하룻밤 새 70차례 가까이 돈이 인출됐는데도 은행이 막지 못한 것 역시 문제로 지적됩니다.

이상 거래 탐지시스템이 24시간 운영된다지만, 지급정지 등 실제로 출금을 막는 조치는 직원들이 근무하는 일과 시간에만 가능한 겁니다.

[정호철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개혁위 간사 : 인터넷뱅킹 자체를 가입해본 경험이 없는 고객들이 하루아침에 인터넷 뱅킹으로 전 재산이 인출되는 게 보통 일은 아닌 것 같거든요. 은행 내부적으로도 정교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르면 내년 초까지 금융결제원의 신분증 원본 확인기술에 더해 자체적으로 추가 검증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수익 증대를 위해 앞다퉈 더 편리한 제도를 도입하면서도 금융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책 마련은 늘 뒷전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YTN 정인용입니다.



YTN 정인용 (quotejeong@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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