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측 없으면 책임없다? 민변 “재난안전법에 책임자 명시돼있는데...”

주최측 없으면 책임없다? 민변 “재난안전법에 책임자 명시돼있는데...”

2022.11.01. 오후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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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2년 11월 1일 (화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이주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이태원은 해마다 핼러윈 시즌에 인파가 몰렸고요.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마스크 없는 핼러윈으로 이미 혼잡이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정부부처나 지자체, 경찰, 그 누구도 안전 대책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이태원 참사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모였던 이들을 비판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민변은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주희 변호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십니까?
 
◆ 이주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이하 이주희): 안녕하세요.

◇ 이현웅: 며칠이 지나도 놀란 가슴이 가라앉지 않고 있고요. 계속해서 추모의 물결도 이어지고 있는데, 변호사님께서도 마음이 많이 아프시죠?

◆ 이주희: 네.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이 며칠 동안 계속되고 있는데요, 지금도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났다는 것이 정말 믿기지가 않고요.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희생자 분들 명복을 빌고, 유가족 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부상 당하신 분들도 빨리 완쾌되시길 바라겠습니다.

◇ 이현웅: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변에서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습니다. 성명서를 낸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 이주희: 네, 우선 성명서 전반적인 내용에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많은 시민들께서 주말 동안 큰 충격을 받으셨는데 저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민변에서도 우선 있을 수 없는 사고로 생을 달리한 희생자, 피해자들에 대해서 위로와 애도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런 판단을 했었던 것이고요. 그리고 책임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가 열린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훨씬 더 많은 인파가 모였던 때도 이런 끔찍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죠. 그런 점에서 이 사건은 사회적 예방과 준비 정도에 따라서 충분히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저희는 그래서 사회적 참사,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었고요. 차후에 있을 진상규명의 방향도 이 관점에 입각해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각종 법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당연히 재난의 예방부터 수습까지 전 과정에서 재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 발생 직후부터 저희가 뉴스 보도를 통해서 접했듯이 이런 행정적 정치적 책무가 있는 분들께서 책임 회피에 급급한 듯한, 그런 발언과 태도를 보이셨고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유감을 표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하셨던 대로 무엇보다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희생자, 피해자들에게 돌리고 또 피해자를 탓하는 명예훼손이나 혐오성 표현들이 나타나는 우려스러운 현상들이 있는데요. 말씀드린 것처럼 이 사건은 사회적 참사이지 축제에 참여한 개인의 탓이 아닙니다. 그리고 보통 이런 재난 사고에서 과열된 체제로 인해서 개인의 신원이나 프라이버시가 일방적으로 노출되고 또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가 일어나는 측면도 여태까지 우리가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시민과 언론, 또 국가기관들이 인권 보호의 관점에 입각해서 이 사건을 대해야 된다는 점을 저희가 상기해드리고 싶어 긴급하게 성명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 이현웅: 방금도 말씀하셨지만, 법에 구체적으로 '사회적 재난'이라고 명시된 게 있습니까?

◆ 이주희: 네, 우선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보통 ‘재난안전법’이라고 부르는데요. 일단 이 법의 재정 취지 자체가 재난으로부터 국토를 보존하고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재난과 안전을 관리할 구체적인 책임을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재난안전법 제3조에서 재난을 크게 ‘자연 재난’, ‘사회 재난’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요. 예상하시다시피 자연 재난은 태풍이나 호우 같은 자연 현상으로 발생한 재해이고요. 사회 재난은 화재, 붕괴 등 사회적 원인으로 인해 발생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인명재산피해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태원 사건은 자연재해가 아니고요. 대규모 시민이 운집하고 또 인명피해가 발생해서 국가지자체의 대응이 적극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회 재난임이 법으로도 분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이현웅: 일각에서는 ‘주최 측이 없다 보니 막을 수 있었던 게 아니었다’라는 식의 발언을 해서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정부와 지자체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는데, 안전 계획을 세웠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하시나요?

◆ 이주희: 당연합니다. 저는 그 발언을 듣고, 어떻게 그런 발언들이 나올 수 있는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우선 주최 측이 없다는 것은 책임을 비껴갈 근거가 법적으로도 전혀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주최 측이 없는 대규모 행사였기 때문에 더더욱 정부와 지자체의 공권력이 안전 관리와 재난 관리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거든요. 재난안전법에서는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는데요. 예방·대비·대응·복구, 그러니까 재난을 예방·대비·대응·복구하는 재난관리 활동, 그리고 재난이나 각종 사고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안전관리 활동, 이 두 가지 활동을 정의하고 있고요. 이 두 가지 활동을 위에서 중앙행정기관, 지방행정기관, 공공기관, 공공단체. 그리고 국가공권력이 일상적으로 이런 활동에 대해서 상호협조 해야 된다고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더더욱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 모든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한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재난안전법 4조에서는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책무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재난이나 각종 사고로부터 우리 국민들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있고요. 재난과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경감 노력을 해야 하고, 피해의 신속한 대응과 복구계획을 시행해야 한다고 해서. 지금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법에서도 재난의 예방부터 대응까지 총체적인 재난안전 책무를 공권력에게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행사 직전에도 용산구나 경찰에서 10만 명 이상의 대규모 시민들이 운집한다, 이런 예측가지도 공개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주최 측이 없는 대규모 축제라는 것을 너무 명백하게 알았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그 빈 공백을 공권력이 나서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것을 방지하는 예방 활동, 대응 계획을 수립했어야 되는데 이 부분이 부재했다는 것이 너무나 치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부분, 안전계획수립에 대한 점에 있어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재난안전법 66조의11에서 규정하고 있는데요. 지역축제에 대한 조항입니다.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축제가 열릴 경우에는 행정기관 당 지자체장이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안전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아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난안전법은 행정부나 공권력에 대한 규정인데, 저는 경찰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경찰관 집무집행법에 따라서 경찰은 당연히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요. 또 위험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경고나 피난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조항에는 이것이 마치 할 수 있다고 해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으로 표현이 되어 있으나, 이미 우리 법원에서는 이 조치는 재량이라고 볼 수 없고 했어야 함에도 하지 않았을 때에는 직무 의무를 위반해 위법하다는 판시를 일관되게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현재 있는 법과 판례만으로도 이번의 이태원 참사는 책임기관들의 책임이 명백히 규정되어 있고 그 책임을 비껴서 갈 수 없다는 점입니다.

◇ 이현웅: 후속 매뉴얼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입장이 나왔는데, 이미 현행법상으로도 책임 소재나 안전계획을 세울 명분이 충분했다는 말씀을 해 주신 것 같고요. 2차 가해에 대한 얘기도 나눠보겠습니다. 참사가 발생한 지 불과 하루 이틀 사이에도 재난 피해자에게 참사의 책임을 전가하거나 피해자의 명예와 인격을 훼손하는 혐오 표현이 인터넷 상에서 많이 보이는데요, 법적으로는 처벌받을 수 있습니까?

◆ 이주희: 저희가 성명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재난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혐오표현은 명백하게 인권 침해 행위이고요. 구체적인 행위 정도를 보아서 현행법상으로도 모욕,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오히려 저는 더 우려스러운 것이, 일부 시민들이나 일각의 의견들을 빌어서 마치 책임기관들이 자기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방패로 사용하는 일들이 발생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 이런 부분들이 절대 없어야 된다. 그리고 정부나 지자체가 단호하게 이런 혐오 표현에 대해서 대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항상 하는 얘기지만, 이런 재난 사고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언제든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 시민들께서도 실체적 진실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한 성숙한 의식, 연대 정신을 발휘해 주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이현웅: 지금도 사진이나 영상 등이 SNS나 메신저를 통해 도는 경우가 있는데요, 피해자나 유족이 아니어도 이런 걸 게재하지 못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겁니까?

◆ 이주희: 그 현상도 상당히 우려스러운데요. 아마 대부분의 시민 분들은 법적인 효력과 여부를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과없는 영상이나 사진 배포도 문제가 될 수 있거든요.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에서도 영상도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개인정보로 보면서 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정보들의 처리나 활용에 대해서는 당연히 개인들, 그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요. 그리고 수집과 활용의 목적이 제한되어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시민 개개인에게 당장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참사 피해자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영상 사진의 무분별한 공유를 막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고. 시민 분들께 그러한 사실들이 알려져야 할 것 같습니다.

◇ 이현웅: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주희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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