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 막아선 경찰...관혼상제냐 시위냐

이태원 참사 유족 막아선 경찰...관혼상제냐 시위냐

2022.12.24. 오전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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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유족 추모행진 제지…"미신고 시위"
유족 측 "관혼상제 관련 집회는 신고 필요 없어"
경찰, 백기완 소장 발인 행렬 ’관혼상제’로 규정
노태우 전 대통령 분향소에도 ’관혼상제’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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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태원 참사 49재 때 희생자 유족들이 용산 대통령실 인근까지 행진하려 하자 경찰이 이를 막아섰습니다.

유족 측은 관혼상제 관련 집회인 만큼 신고가 필요 없었다는 주장을 폈지만 경찰은 유족의 움직임을 시위로 판단한 겁니다.

과거 사례는 어땠을까요? 윤성훈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은 지난 16일 49재를 마친 뒤, 이태원역에서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했습니다.

이들이 용산미군기지 3번 게이트 앞까지 나아갔을 때 경찰은 막아섰습니다.

'미신고 시위'로 규정한 겁니다.

"여러분들의 금일 행진은 신고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결국, 유족 측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진상 규명 촉구 의견서를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전달하기만 했습니다.

유족 측은 이날 추모제는 관혼상제에 해당하는 만큼 집회에 대한 신고와 허가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사전에 경찰과 행진에 대해 논의했고 대통령실 부근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경찰이 제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주희 / 변호사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지원) : 저희는 관혼상제로 주장하면서 행진을 하려 했던 것인데, 애초에 협의했던 위치보다도 (경찰이) 더 바깥쪽으로 차량을 막고 계셔서 사실 유가족분들이 분노하긴 하셨죠.]

하지만 경찰의 입장은 정반대입니다.

"대통령 집무실에 서한문을 전달하는 공동 의사 표시는 순수 제례 행렬로 보기 어려운 시위"이며 "협의를 진행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15조에는 관혼상제 관련 집회는 사전 신고나 장소, 시간 제약을 받지 않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이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갈린 겁니다.

그렇다면 과거엔 집시법 15조가 어떻게 적용됐을까?

지난해 2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발인 때 대학로 등에서 수백 명이 참석하는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당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황으로 집회에 99명까지만 참여할 수 있던 시기였지만, 경찰은 관혼상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제재를 가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0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서울광장에 설치됐을 때도 방역수칙 위반 논란 일었지만 관혼상제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리돼 계획대로 진행됐습니다.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집회·시위가 제약된다면 그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상희 /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집회의 자유는 관혼상제든 뭐든, 그 어떤 집회든 헌법에 의해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거든요. 경찰이 집회를 막아서려면 그게 관혼상제가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죠.]

이태원 참사 49재 때 일어난 논란이지만 추모 움직임이 이어질 경우 유족과 경찰 양측은 비슷한 논리로 대립할 가능성이 큽니다.

YTN 윤성훈입니다.






YTN 윤성훈 (ysh0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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