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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취 기한이 아니라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라도 요즘엔 건강한 사람도 잘 먹지 않습니다.
상했을 경우, 배탈 나면 그 피해가 훨씬 크기 때문이죠.
그런데 항암치료까지 받고 있는 백혈병 환자에게 사용 기한이 지난 수액을 투여한 병원이 있습니다.
이 환자, 일주일 뒤 숨졌는데요,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지만, 유가족들은 수액 탓이 아닌가 의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황보혜경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해 5월, 급성 백혈병을 진단받은 21살 정 모 씨.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면역세포가 감소하는 고강도 항암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7일 새벽 4시쯤, 정 씨는 병원에서 포도당 수액을 맞았는데, 사용기한이 무려 두 달 넘게 지난 상태였습니다.
정 씨 보호자가 오전 9시쯤 이를 발견했을 땐 이미 100㎖ 정도가 정 씨 몸에 주입된 뒤였습니다.
[故 정 모 씨 아버지 : 면역력이 아예 없다 보니까 정말 조심해야 하는 상황인데, 단 1%만 잘못됐다고 하면 이 아이에겐 치명적인 건데….]
고열에 시달리던 정 씨는 일주일 뒤 패혈증 증세를 보이다 숨졌습니다.
CRE균, 즉 카바페넴(항생제) 내성 장내세균에 감염된 겁니다.
병원 측은 사용기한이 지난 수액을 맞게 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수액을 만든 제약회사에 확인한 결과 적합성을 통과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닌 걸로 본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수액 투여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던 사실은 병원 측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병원에선 매달 날짜가 지난 물품을 확인한 뒤 반납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고,
수액을 놓은 간호사가 사용기한을 최종 확인하지도 않았던 겁니다.
[김정기 /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 바코드를 이용해서 유통기간이 지나게 되면 경고음이 울리게 하는 등의 여러 가지 보완 장치가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관리가 안 됐다고 볼 수밖엔 없습니다.]
대학병원에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사고에 대해 정 씨 유족 측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습니다.
[故 정 모 씨 아버지 : 이거(수액)하고 아이가 사망한 것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정말 없기 때문에 그렇게 병원 쪽에서 얘기하는 건지 그게 너무 궁금한 거죠.]
[앵커]
요즘은 저녁에라도 인터넷으로 급히 필요한 상품을 주문하면 이렇게 새벽에 딱 문 앞에 와있습니다.
'새벽배송'이 활성화된 건데요.
소비자에겐 너무나 편리한 이 시스템이 혹시 업계 종사자에겐 너무 가혹한 시스템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쿠팡의 물류 작업장에서 야간에 일하던 50대 근로자가 숨졌는데요.
쿠팡 야간 근로자의 사망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한동오 기자의 보도 보시죠.
[기자]
인천 원창동 쿠팡 배송 캠프입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보낸 물품들을 소비자에게 배송하기 전 보관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새벽 5시쯤 50대 노동자 A 씨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습니다.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였는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A 씨는 새벽 1시 넘어 물품 분류 작업을 시작한 뒤 새벽 4시쯤 쉬는 시간에 조퇴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쿠팡 배송캠프 관계자는 A 씨가 협력업체 소속 직원으로 해당 캠프에 처음 출근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없다며, 부검을 의뢰해 지병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쿠팡의 사망 사고는 과거에도 잇따랐습니다.
2021년 1월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던 50대 여성이 새벽 5시쯤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같은 해 12월 이 센터에서 50대 여성이 뇌출혈로 쓰러진 뒤 숨졌습니다.
2020년 10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선 야간근무를 하고 귀가한 20대 남성이 숨졌는데 이후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가 처음으로 인정됐습니다.
[장 광 / 칠곡물류센터 사망 고 장덕준 아버지 (2020년 10월) : 건강한 27세 청년이 그냥 죽었습니다. 이것을 갖고 내 탓이 아니다, 회사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책임이 없다, 모든 것은 고인의 책임이다, 이렇게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물류센터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사망 사고가 이어졌는데, 2021년 3월 서울 송파 배송 캠프에서 새벽 배송을 담당하던 40대 노동자가 숨졌고, 그보다 1년 전 경기도 안산에선 40대 노동자가 새벽 배송을 하다가 숨졌습니다.
[앵커]
레저 행사에 참여한 사람이 사고로 숨졌다면 주최 측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요?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책임 소재는 늘 논란인데요.
강원도에서 레저 보트가 전복되면서 장애청소년이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10명이 빠졌는데, 이 장애청소년 1명이 남아 있다는 걸 확인하지 못해 구조에 실패했습니다.
경찰은 레저업체에 과실치사 책임을 물었는데요. 행사를 주최한 장애인체육회는 입건하지 않았습니다.
홍성욱 기자입니다.
[기자]
사고는 지난해 7월 발생했습니다.
장애청소년 레포츠 캠프 중, 참가 학생과 장애인체육회 직원 등 10명이 탄 보트가 전복됐습니다.
업체 직원이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조했지만, 학생 1명이 보트에 남아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강원도 장애인체육회 관계자 : 나중에 확인해보니까 다시 세어보니까 한 명이 없는 거를 뒤늦게 이제 확인을 했다는 거죠.]
잠시 뒤 18살 A 군을 찾았지만,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숨진 A 군 유가족 : 아이들이 열 명 정도 탄(배에서 발생한) 사고에서 어느 한 분도 인원파악을 제대로 못 했다는 점, 이 부분은 분명히 기관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은 레저 업체 대표를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사건을 검찰로 넘겼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체육회에는 아무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수사를 벌인 춘천경찰서는 사고를 낸 건 보트를 몬 업체 대표라며, 장애인 체육회가 행사를 주관·주최했더라도 사망사고와 관련해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YTN 이정미 (smiling3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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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했을 경우, 배탈 나면 그 피해가 훨씬 크기 때문이죠.
그런데 항암치료까지 받고 있는 백혈병 환자에게 사용 기한이 지난 수액을 투여한 병원이 있습니다.
이 환자, 일주일 뒤 숨졌는데요,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지만, 유가족들은 수액 탓이 아닌가 의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황보혜경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해 5월, 급성 백혈병을 진단받은 21살 정 모 씨.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면역세포가 감소하는 고강도 항암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7일 새벽 4시쯤, 정 씨는 병원에서 포도당 수액을 맞았는데, 사용기한이 무려 두 달 넘게 지난 상태였습니다.
정 씨 보호자가 오전 9시쯤 이를 발견했을 땐 이미 100㎖ 정도가 정 씨 몸에 주입된 뒤였습니다.
[故 정 모 씨 아버지 : 면역력이 아예 없다 보니까 정말 조심해야 하는 상황인데, 단 1%만 잘못됐다고 하면 이 아이에겐 치명적인 건데….]
고열에 시달리던 정 씨는 일주일 뒤 패혈증 증세를 보이다 숨졌습니다.
CRE균, 즉 카바페넴(항생제) 내성 장내세균에 감염된 겁니다.
병원 측은 사용기한이 지난 수액을 맞게 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수액을 만든 제약회사에 확인한 결과 적합성을 통과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닌 걸로 본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수액 투여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던 사실은 병원 측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병원에선 매달 날짜가 지난 물품을 확인한 뒤 반납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고,
수액을 놓은 간호사가 사용기한을 최종 확인하지도 않았던 겁니다.
[김정기 /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 바코드를 이용해서 유통기간이 지나게 되면 경고음이 울리게 하는 등의 여러 가지 보완 장치가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관리가 안 됐다고 볼 수밖엔 없습니다.]
대학병원에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사고에 대해 정 씨 유족 측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습니다.
[故 정 모 씨 아버지 : 이거(수액)하고 아이가 사망한 것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정말 없기 때문에 그렇게 병원 쪽에서 얘기하는 건지 그게 너무 궁금한 거죠.]
[앵커]
요즘은 저녁에라도 인터넷으로 급히 필요한 상품을 주문하면 이렇게 새벽에 딱 문 앞에 와있습니다.
'새벽배송'이 활성화된 건데요.
소비자에겐 너무나 편리한 이 시스템이 혹시 업계 종사자에겐 너무 가혹한 시스템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쿠팡의 물류 작업장에서 야간에 일하던 50대 근로자가 숨졌는데요.
쿠팡 야간 근로자의 사망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한동오 기자의 보도 보시죠.
[기자]
인천 원창동 쿠팡 배송 캠프입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보낸 물품들을 소비자에게 배송하기 전 보관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새벽 5시쯤 50대 노동자 A 씨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습니다.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였는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A 씨는 새벽 1시 넘어 물품 분류 작업을 시작한 뒤 새벽 4시쯤 쉬는 시간에 조퇴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쿠팡 배송캠프 관계자는 A 씨가 협력업체 소속 직원으로 해당 캠프에 처음 출근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없다며, 부검을 의뢰해 지병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쿠팡의 사망 사고는 과거에도 잇따랐습니다.
2021년 1월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던 50대 여성이 새벽 5시쯤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같은 해 12월 이 센터에서 50대 여성이 뇌출혈로 쓰러진 뒤 숨졌습니다.
2020년 10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선 야간근무를 하고 귀가한 20대 남성이 숨졌는데 이후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가 처음으로 인정됐습니다.
[장 광 / 칠곡물류센터 사망 고 장덕준 아버지 (2020년 10월) : 건강한 27세 청년이 그냥 죽었습니다. 이것을 갖고 내 탓이 아니다, 회사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책임이 없다, 모든 것은 고인의 책임이다, 이렇게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물류센터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사망 사고가 이어졌는데, 2021년 3월 서울 송파 배송 캠프에서 새벽 배송을 담당하던 40대 노동자가 숨졌고, 그보다 1년 전 경기도 안산에선 40대 노동자가 새벽 배송을 하다가 숨졌습니다.
[앵커]
레저 행사에 참여한 사람이 사고로 숨졌다면 주최 측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요?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책임 소재는 늘 논란인데요.
강원도에서 레저 보트가 전복되면서 장애청소년이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10명이 빠졌는데, 이 장애청소년 1명이 남아 있다는 걸 확인하지 못해 구조에 실패했습니다.
경찰은 레저업체에 과실치사 책임을 물었는데요. 행사를 주최한 장애인체육회는 입건하지 않았습니다.
홍성욱 기자입니다.
[기자]
사고는 지난해 7월 발생했습니다.
장애청소년 레포츠 캠프 중, 참가 학생과 장애인체육회 직원 등 10명이 탄 보트가 전복됐습니다.
업체 직원이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조했지만, 학생 1명이 보트에 남아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강원도 장애인체육회 관계자 : 나중에 확인해보니까 다시 세어보니까 한 명이 없는 거를 뒤늦게 이제 확인을 했다는 거죠.]
잠시 뒤 18살 A 군을 찾았지만,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숨진 A 군 유가족 : 아이들이 열 명 정도 탄(배에서 발생한) 사고에서 어느 한 분도 인원파악을 제대로 못 했다는 점, 이 부분은 분명히 기관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은 레저 업체 대표를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사건을 검찰로 넘겼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체육회에는 아무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수사를 벌인 춘천경찰서는 사고를 낸 건 보트를 몬 업체 대표라며, 장애인 체육회가 행사를 주관·주최했더라도 사망사고와 관련해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YTN 이정미 (smiling3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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