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공항 노숙 끝에 난민 '심사' 자격 얻은 러시아인들

4개월 공항 노숙 끝에 난민 '심사' 자격 얻은 러시아인들

2023.02.15. 오전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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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면대에서 빨래하고 기내식으로 끼니 때워
징집 피해 한국 온 러시아인…’심사’ 자격 얻어
"법원 판결 환영"…난민심사 거부 정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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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위해 강제징집을 하면서 많은 러시아 남성들이 해외로 탈출했습니다.

한국에도 여럿 입국했는데 난민 '심사' 자격조차 얻지 못했던 일부에 대해서 법원이 기회 줘야 한다고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준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천국제공항 출국 대기실에 모포를 깔고 잠을 잡니다.

빨래는 공중화장실 세면대에서 해결합니다.

하루 한 번 제공되는 남는 기내식과 빵, 음료수로 끼니를 때웁니다.

지난해 9월 말, 강제 징집령을 피해 한국에 입국한 러시아인 남성 3명이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입니다.

법원은 넉 달 반 만에 이 가운데 두 명에게 난민 '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종찬 / 인천공항 노숙 러시아인 소송대리인 : 적어도 이렇게 전시 상황에서, 국제법적으로 비난받는 침략 전쟁에서 그 전쟁에 반대하고자 병역을 거부한 자에게는 난민 인정의 여지가 있다고 보신 것으로 저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앞서 법무부 소속 인천공항 출입국과 외국인청은 3명이 '안전한 국가 출신'이거나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난민 심사를 거부했습니다.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 소송이 제기됐고, 법원은 적어도 두 사람은 난민인정심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지만, 한 명에 대해서는 법무부의 판단이 적법하다고 봤습니다.

승소한 두 명의 경우 각각 반정부 시위 참여 전력이 있거나 소수민족 출신이라서 난민 자격을 따져볼 만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소송을 도와온 시민단체는 법원 판결을 환영하면서 애초 심사 거부를 결정한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난민심사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인권인데, 고작 일주일 만에 명백하게 난민이 아니라고 단정 지은 건 과도하다는 겁니다.

[이일 / 인천공항 노숙 러시아인 소송대리인 : 법무부 장관은 러시아 난민신청자들을 억제하려는 국경에서의 거부를 철회하고, 인천공항 구금에서 해제하고, 즉시 입국을 허가하라.]

이번 판결로 두 러시아인은 이번 주 안에 공항을 떠나 심사를 받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한 명은 항소해 상급심에서 다투는 동안 공항 생활을 이어가거나, 제3국으로 출국해야 합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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