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실수로 선배 여친과 잤습니다...이혼 뒤 제 아이라고 하는데, 책임져야 할까요?"

YTN라디오(FM 94.5)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 방송일시 : 2023년 2월 15일 (수요일)
□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류현주 변호사

- 자녀의 존재는 몰랐지만 내 자녀를 낳아서 키운 상대방이 있다면 그 상대방은 인지절차를 밟고 과거양육비도 청구할 수 있어
- 아이를 부양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지 못한 경우 과거양육비 상당 부분이 감액될 수 있어
- 친생부인소송 또는 친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을 할 때 유전자검사는 필수로 진행해야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인섭 변호사(이하 조인섭): “약 20년 전, 대학생이던 시절에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 있었습니다. 선배의 여자친구와 친하게 지냈는데, 술김에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저와 선배의 여자친구는 서로 당황스러웠지만 실수라 생각하고 그 날 일은 서로 잊기로 했습니다. 이후에 선배와 여자친구는 결혼했고, 아이까지 낳고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10년 만에 이혼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그런데 선배의 전 부인으로부터 연락이 와서는 자기 아이가 선배가 아닌 제 아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너무 놀랐고, 믿을 수 없었지만 아이를 직접 만나보니 제 아이겠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선배의 전 부인은 저에게 모르는 사이로 살자고 했고 저도 동의했습니다. 이후에 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장이 됐습니다. 그렇게 그 일을 잊고 지낸 지 몇 년 만에 갑자기 선배의 전 부인으로부터 '인지 청구 및 과거 양육비 청구' 소장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쪽은 아이를 친자로 받아주고, 과거 양육비로 1억원을 달라고 합니다. 이대로 그 아이를 제 호적에 올려야 하는 걸까요? 양육비는 요구하는대로 줘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사연이 있군요. 사연자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많이 당황스러우실 것 같은데요. 먼저 아이가 친자인지 확인이 돼야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는 거니까 상대 측에서 인지 청구와 과거 양육비 청구를 같이 한 것이겠죠?

◆ 류현주 변호사(이하 류현주): 네, 맞습니다. ‘양육비’라는 것이 원래 부모 중 아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 즉 ‘비양육자’라고 하죠. 이 비양육자가 아이를 키우는 사람 즉 ‘양육자’에게 아이를 양육하는 데에 들어가는 돈의 일부를 보전해 주는 것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양육비를 청구하는 쪽과 양육비를 지급하는 쪽 모두 아이에 대하여 양육의무를 가지는 친부모여야 되는 것이죠.

◇ 조인섭: 그래서 이제 인지 청구를 하는 거죠?

◆ 류현주: 네, 맞습니다. 근데 이제 이 사연처럼 혼외자가 인지청구를 해서 사후적으로 친자로 등록이 되는 경우에도 이혼을 하는 경우에 준해서 양육비를 지급할 책임을 지게 되는 겁니다.

◇ 조인섭: 그러면 소송이 진행이 된다면 먼저 어떤 절차를 밟게 됩니까?

◆ 류현주: 네, 일단 혼외자와 친부 간에 유전자 검사를 제일 먼저 하게 되겠죠.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하는 친부와 혼외자 두 사람이 모두 그 검사를 하는 거에 협조적인 상황이라면요, 임의로 사설유전자검사기관 또는 유전자검사를 시행하는 병원 등에 검사를 의뢰하여 결과를 받아본 후 법원에 제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 조인섭: 그러면 만약에 한쪽이라도 검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라면 어떻게 하나요?

◆ 류현주: 이러한 경우에는 법원이 검사를 시행하라는 ‘수검명령’을 내려주세요. 보통은 법원이 특정 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여기에 방문해서 검사를 받을 것을 명하는데요. 그럼에도 검사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당사자를 법정으로 소환하여 법정 내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조인섭: 협조를 안 하면 법원으로 불러서 머리카락을 뽑는다?

◆ 류현주: 네, 맞습니다.

◇ 조인섭: 그러면 이렇게 해서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오면 무조건 이제 가족관계등록부, 옛날 호적이죠. 호적에 올려야 되는 건가요?

◆ 류현주: 그렇죠. 사연자분은 아직 어린 자녀가 있으시고, 또 매우 당황스러우시겠지만 배우자분이야말로 너무나 황망한 심정이실 것 같습니다.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잘 살고 있는데, 갑자기 남편에게 다 큰 혼외자가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정말 아찔할 것 같습니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지청구 소송에서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남편과 혼외자의 유전자가 일치한다, 친자이다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사실상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되는 것을 막기는 어렵습니다.

◇ 조인섭: 그러면 현장에서 경험하다 보면, 유전자 검사 거부하는 경우는 없습니까?

◆ 류현주: 네, 맞습니다. 앞에 말씀드렸듯이 유전자 검사를 해서 결과가 일단 나오게 되면 이후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라가는 것을 막기 어렵거든요. 그러니까 유전자 검사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거부를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 사연처럼 혼외자가 친부를 상대로 인지청구를 하는 것 말고도, 친부가 자녀를 상대로 내 자식인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라는 ‘친생부인소송’, ‘친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을 할 때에도 유전자 검사가 필수적입니다.

◇ 조인섭: 이렇게 친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 이런 소송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갑자기 본인 아버지가 달라지거나 성이 달라지거나 이렇게 되는 거잖아요. 이런 경우 사실 아이 입장에서는 굉장히 상처가 될 것 같긴 한데요?

◆ 류현주: 네, 맞습니다. 어떻게 보면 더 비정한 소송이죠. 근데 이제 저희 사무실에서 진행했던 사건 중에 이런 친자관계 부인 소송이 들어왔는데, 그 아이가 아직 미성년자이고 더구나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딱 그 나이였어요. 그런데 이 아이가 갑자기 성과 본이 변경되면서 입시를 위한 서류 그다음에 그동안 받아놨던 상장, 봉사활동 체험 증명 서류 그런 데에 기재된 이름하고 법적인 이름이 달라지잖아요. 너무 큰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재판부에 유전자 검사 절차를 대학 입시 이후로 미뤄달라고 부탁을 드렸고요. 다행히 판사님께서 1년 가까이 절차를 미뤄주셨던 사안이 있습니다.

◇ 조인섭: 법원에서도 약간의 온정은 베풀어주셨던 거긴 하네요. 그래도 어차피 아이 입장에서는 바뀌는 거긴 하지만요. 사연자분은 10년 넘도록 아이의 존재를 몰랐고 또 알게 된 이후에 양측은 ‘모르는 사이로 살자’라고 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과거 양육비로 청구한 1억 원, 이거 지급하게 되는 건가요?

◆ 류현주: 과거 양육비라는 것에 대해 먼저 설명을 드리면요. 과거에 지급되지 않은 양육비를 현재 한꺼번에 달라고 하는 것인데, 이처럼 큰돈을 한꺼번에 지급하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많이 부담이 되겠죠. 그래서 과거양육비 액수를 결정할 때에 법원은 부모의 경제력 외에도 부모 중 한 쪽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위, 그리고 상대방이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인식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 조인섭: 그러면 이 사연은 어떻게 되나요?

◆ 류현주: 저희 사연 같은 경우는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상당 기간 전혀 모르셨잖아요. 그리고 혼외자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에도 친모가 ‘남처럼 살자’는 얘기를 했기 때문에 본인이 그 아이에 대해서 부양의무를 진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소송이 들어오기 전에는 부양의무를 인식했다고는 보기 어려울 것 같고요. 그렇다면 청구금 1억 원을 상당부분 방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조인섭: 그러면 이런 인지 청구 또 양육비 소송 같은 경우에도 합의금을 지급하고 소송 자체를 취하하는 경우도 있습니까? 사연자분이 지금 가장 중요하게 대비해야 할 부분은 어떤 걸까요?

◆ 류현주: 사실 이제 와서 인지청구를 하고 과거양육비를 달라고 하는 그 배경은 결국 그 친모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인지청구나 양육비 청구 소송에서도 당사자 간에 합의만 된다면 청구를 한 쪽이 소송을 취하하고 없었던 일로 할 수 있고요. 제가 수행했던 사건 중에도 실제로 이런 방향으로 진행을 했던 사건이 있습니다.

◇ 조인섭: 그렇군요. 그러면 사연자 같은 경우는, 나는 자녀의 존재를 몰랐지만 내 아이를 낳아서 키운 상대방이 있다면 그 상대방은 인지 절차를 밟으면서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는 있다는 말씀해 주셨습니다. 다만 이런 소송을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당황스러울 텐데, 내 아이가 있어서 부양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던 경우에는 과거 양육비 상당 부분이 감액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 상대방과 먼저 합의 조건을 조율해 보면서 원만하게 합의를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해 주셨는데요. 지금까지 잘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류현주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