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자는 떳떳...피해자는 이사에 전학까지

학교폭력 가해자는 떳떳...피해자는 이사에 전학까지

2023.03.08. 오전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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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학교폭력을 저지르고도 서울대에 진학한 사이, 피해자는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커지고 있는데요.

실제로 많은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가해 학생을 피해 전학을 가는 등 또 다른 고통을 겪는 현실입니다.

김다현 기자가 학교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정 모 군.

동급생에게 학교폭력을 저질러 강제 전학을 가고도 서울대에 진학했습니다.

정 군이 소송전으로 시간을 끄는 사이 피해 학생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습니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살고 피해자는 고통을 겪는 경우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A 씨는 한 달 전, 전학을 가기 위해 옆 동네로 급하게 이사했습니다.

지난해 학교폭력을 당한 딸을 가해자와 떼어놓기 위해섭니다.

[A 씨 / 학교폭력 피해자 어머니 : 우리 아이가 지금 정신과 치료도 받고 굉장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데 가해 아이랑 계속 마주친다는 사실이 저는 너무 힘들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차라리 그냥 일찍 이사를 하자. 그래서 좀 무리를 해서 여기 이사를 온 상태예요.]

A 씨의 딸은 지난해 여름, 같은 반 남자아이에게서 '몸을 보여달라'는 집요한 요구에 시달렸습니다.

결국 사진을 찍어 보낸 딸은 수치심과 충격으로 학교에 가는 것조차 두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학교폭력대책위가 열려 가해 학생에게 학급 분리 조치를 내렸지만, 작은 학교에서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A 씨 / 학교폭력 피해자 어머니 : 결국은 아이가 마주치고 그 아이를 목격하게 되니까 아이도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아 하더라고요. 제가 그래서 수시로 물어보니까 얘기를 하더라고요. 엄마가 슬퍼할까 봐 얘기 안 했다고.]

중학생 아들을 둔 B 씨는 새 학년 시작과 동시에 걱정이 늘었습니다.

지난해 아들은 동급생에게 '묻지 마 폭행'을 당해 팔이 부러지는 등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습니다.

적어도 연말까지는 절대 안정을 취해야 장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데, 가해 학생은 등교 정지 15일이 끝나고 여전히 학교에 나오고 있습니다.

[B 씨 / 학교폭력 피해자 어머니 : 복도를 지나가다 툭 부딪혀서 어? 장난인데, 실수인데 하면 또 이 아이의 (팔을) 부러뜨릴 수 있는 거죠. 저는 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걱정돼서) 쉴 수가 없어요.]

피해 학생에게 학교는 여전히 폭력에 시달릴 수 있는 불안한 공간입니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 : 지금 많이 무섭고 그냥 덩치가 좀 있으면 바로 얼굴부터 보는 습관도 좀 생겼고 그래서 교실 밖에는 거의 안 나가요.]

제도가 학교폭력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면서, 결국 피해자들이 스스로 살길을 찾아 도망쳐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YTN 김다현입니다.




YTN 김다현 (dasam080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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