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 제도로 '증거불충분' 한계 뛰어넘을까?

디스커버리 제도로 '증거불충분' 한계 뛰어넘을까?

2023.03.14. 오후 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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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06:47~06:57, 12:47~12:57, 19:47~19:57)
■ 진행 : 박기태 변호사
■ 방송일 : 2023년 3월 14일 (화요일)
■ 대담 : 한다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디스커버리 제도로 '증거불충분' 한계 뛰어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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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태 변호사(이하 박기태)> 안녕하세요. 박기태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 여러분을 구해드리겠습니다. 사건파일 오늘의 주제는 ‘디스커버리 제도’ 관련 사건입니다. 오늘은 ’디스커버리 제도의 장점과 국내법과의 관계‘를 살펴봅니다. 증거를 숨겨도 불이익이 없다면, 누가 증거를 제대로 제출하려고 할까요. 증거를 제출하는 사람만 바보가 된다면, 재판은 진실위에 잠자는 무가치한 절차가 될 수 밖에 없는데요, 우리나라 민사 소송에서 도입 되지 않은 디스커버리 제도의 장점에 대해서 법무법인 법승의 한다은 변호사와 알아보겠습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한다은 변호사(이하 한다은)> 네, 안녕하세요.

◇ 박기태> 며칠 간 디스커버리 제도를 다루고 있는데요. 어떤 제도인지 청취자들에게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 한다은> 최근 한국에서도 디스커버리 제도에 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디스커버리 제도는 영미법계에서 행해지는 절차로, 상대방이나 제3자로부터 소송에 관련된 정보를 얻거나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변론기일 전에 진행되는 사실 확인 및 증거수집 절차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리면, 디스커버리 제도는 1938년 미국에서 연방민사소송규칙(FRCP)이 제정되면서 점차 확립되었습니다. FRCP에 따른 증거 개시는 어떤 증거가 있는지 또는 활용 가능한지를 상대방이 평가하는 소송의 조사 단계로, 해당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원고와 피고는 각각 상대방에게 소송과 관련된 정보를 요청할 권리를 가집니다. 합당한 이유 없이 상대가 요청한 정보를 제시하지 않으면 막대한 벌금을 물거나 패소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2007년 IT 서비스 기업 Z4 테크놀로지스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응용 프로그램 관련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이디스커버리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Z4 테크놀로지스가 제출을 요청한 파일에 대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해당 파일이 발견되면서 법원은 마이크로소프트에 디스커버리 위반에 대한 제재 조치로 징벌금 및 상대방 변호사 비용 2700만 달러를 Z4 테크놀로지스에 지불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은 디스커버리 제도의 예시라고 하겠습니다.

◇ 박기태> 상대방이 요청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패소까지 할 수 있는 디스커버리 제도인데, 이 제도를 통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가요?

◆ 한다은> 첫 번째로 당사자가 다투고 있는 쟁점을 보다 명확히 정리할 수 있어 당사자 간 합의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모든 증거가 정리되어 있어서 이에 기반한 객관적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 재판이 진행되므로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이끌 수 있습니다. 즉, 애매했던 쟁점이나 다툼의 여지가 있던 사안들이 비교적 명확해지고 따라서 서로의 주장 및 근거에 명확한 입장을 가질 수 있게 되어 원활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 박기태> 실제로 미국에서 이 제도를 많이 사용하나요?

◆ 한다은> 네,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실제 미국의 경우에는 소가  4만 달러 이상의 소송의 90%이상이 디스커버리를 진행합니다.  법원에 제소된 민사소송사건 가운데 전체 사건의 5% 정도만 정식재판에서 처리되고 있는데요. 95%정도는 정식 재판 전 쌍방 당사자간 합의(settlement)에 의해 처리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규모의 개인적 손해배상 및 제조물 책임 소송 같은 경우에는 대체로 법정 밖에서 합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박기태> 미국 영화를 보면 합의의 경우가 많은데, 이게 디스커버리의 영향이 큰 것이군요. 그러면 개인도 마찬가지인가요?

◆ 한다은> 네, 개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번째로 개인,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게 됩니다. 정보의 비대칭이 사라지기 때문인데요. 정보공개(증거공개)의 경우 원고, 피고 쌍방이 하는 것이므로 개인이 수집하기 어려운 증거나 자료들을 상대방이 제출한 증거 속에서 발견할 수 있어 정보의 불균형 없이 대등한 입장에서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개인과 기업이 소송을 진행할 때 소요되는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도 개인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증거 공개를 위한 준비나 절차에 따라 증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의 비용은 각각 부담하게 되는데 개인은 공개 의무가 있는 정보 자체가 적기 때문에 기업만큼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박기태> 그렇다면 디스커버리 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게 얼마나 가능한 것인지, 현행 민사소송법과 비교를 해보죠.

◆ 한다은> 그렇다면, 위와 같은 디스커버리제도는 대한민국의 법체계와 완전히 다른 세상 이야기일까요? 미국식 디스커버리제도를 민사소송법체계와 비교하여 살펴보면, 그 제도의 기초가 되는 이념뿐만 아니라 핵심수단들이 우리 민사소송법에도 다양하게 구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민사소송법 제1조는 “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디스커버리제도의 이념적 근거에 해당하는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FRCP) 제1조 또한 “법원 및 당사자는 연방민사소송규칙을 모든 소송 및 절차에서 공정, 신속하고, 경제적인 재판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운영하고, 이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당사자 및 소송관계인의 협조의무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정식의 디스커버리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이루어지는 준비회합이나 법원주재하의 일정수립회의는 우리 민사소송법상 변론기일에 앞서 변론이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하는 ‘변론준비절차’와 유사합니다. 또,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 당사자에게 당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소송에 관한 질문을 기재한 서면을 보내면 상대방 당사자가 선서 하에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서면으로 작성하여 송부하도록 하는 질문서(Interrogatories)제도는 우리 민사소송법상 구문권제도 및 문서목록제출명령제도에 제재수단이 추가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디스커버리 제도에서 회신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자백을 한 것으로 간주하고 자백한 사항은 법원이 철회나 수정을 인정해주지 않는 한 확정적 증명으로 간주하는 ‘자백요구’ 제도 역시 자백을 불요증사실로 취급하고 일정한 경우 자백으로 간주하는 민사소송법 규정과 유사합니다. 따라서 미국식 디스커버리제도는 우리 민사소송법체계에 접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 박기태> 우리나라 민사소송법과 닮은 점이 여러 군데 있는 걸 알 수 있었는데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없잖아요. 이 제도가 없어서 생기는 비효율적인 면, 불편한 점을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한다은> 전 세계적으로 소송은 ‘증거 싸움’이라는 말이 있죠. 그만큼 원고와 피고는 불리한 증거를 숨기기에 급급합니다. 따라서 소송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증거가 나오고, 이에 따라 새로운 쟁점이 등장하기도 하고, 소송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2심도 사실심이기 때문에 2심에서도 새로운 증거가 나올 수도 있는데요. 그렇게 되면 1심에서 사용된 비용, 시간이 전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상대방이 어떤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맞는지. 현재 자신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특히, 기업과 개인이 소송을 하거나 의료소송을 하는 경우 정보의 비대칭이 심하고 이에 지레 겁을 먹고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박기태> 마지막으로,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될 것이라고 보세요?

◆ 한다은> 네, 저는 충분히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물론 디스커버리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되면 증거수집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변호사 등 많은 전문인력이 필요하고 이들이 자료를 직접 분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디스커버리 제도는 형평성, 비용, 진실 발견 등의 측면에서 보다 큰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사법시스템이나 재판제도, 그리고 법률시장의 발달정도가 우리나라와 다르고 아직은 소송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상대방이 증거를 공개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미국은 소송에서 정보는 본인이 공개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고, 우리나라도 이 인식을 바꿔야할 시점이 온 것 같습니다.

◇ 박기태>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한다은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한다은> 감사합니다.

◇ 박기태> 생활 속 법률 히어로 박기태 변호사였습니다. 사건 파일에서 여러분의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드릴 사건 파일, 함께 열겠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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