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교, 7년 전부터 가라앉았다"...안전점검 의구심 확산

"정자교, 7년 전부터 가라앉았다"...안전점검 의구심 확산

2023.04.11. 오전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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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뷰로 본 정자교, 2016년부터 보행로 처짐
2021년엔 도로 균열까지…"무너진 부위 근처"
눈으로도 문제 보이는데 안전 점검은 ’양호’
"노후 시설 균열, 대부분 시설 보수로 해결해와"
정밀안전점검도 간단한 검사만…"설계도 안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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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갑자기 다리 일부가 무너져내리며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성남 정자교.

포털사이트 로드뷰를 분석해보니 무려 7년 전부터 보행로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법에 따라 꼬박꼬박 진행하던 안전 점검에선 왜 이번 사고의 징후를 잡아내지 못했을까요?

강민경 기자가 그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기자]
포털 사이트의 로드뷰로 본 경기 성남 정자교의 모습입니다.

멀쩡하던 보행로가 2016년을 기점으로 아래로 조금씩 처지기 시작합니다.

3년 뒤인 2019년에는 난간도 가라앉더니 2021년엔 차도에 희미한 균열이 생겼습니다.

지난 5일 보행로가 내려앉기 직전 CCTV 화면에 포착된 균열과 비슷한 위치입니다.

이렇게 맨눈으로 사진을 훑어봐도 도로 처짐과 균열 현상이 드러나는데 정자교는 지난해 정기 안전 점검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습니다.

시설물안전법상 교량 안전 점검은 정기안전점검과 정밀안전점검 그리고 정밀안전진단까지,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길이 100m가 넘는 교량으로서 2종 시설물인 정자교는 이 가운데 정기 안전 점검과 정밀 안전 점검만 받으면 됩니다.

전문가들은 우선, 기술자가 맨눈으로 외관을 들여다보는 정기안전점검으론 이상 징후를 발견해 적극적으로 조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도로 균열이 관찰되더라도 시설을 보수해 해결하면 된다고 판단해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서동진 / 다리안전점검 기술자 : 육안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당시 설계 기준에 맞게 시공되었다는 가정 아래 점검하는 것이에요.]

지난 2021년 실시한 정밀안전점검 역시 간단한 시험 장비만 사용하고 설계도까지 살펴보진 않기 때문에 구조적 결함을 밝혀내기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마저도 부실하게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분당구청은 지난 2021년 탄천 다리 20개를 정밀 안전 점검하는 데 1억7천만 원 상당을 썼습니다.

다리 하나에 800만 원쯤 들어간 것으로, 이 단가로는 사실상 서류 검사 정도밖에 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최명기 /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 정기점검 같은 것을 줬을 때 거기 업체에 대해서 역량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도 평가하는 이런 것들도 있거든요. 아마 가서 확인해봐야겠지만 안 했을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고요.]

안전점검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행법상 2급, 3급 시설물만 해당하는 정밀안전진단 의무를 교량처럼 사람이 사용하는 노후 시설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YTN 강민경입니다.


촬영기자: 홍덕태 윤지원
영상편집: 문지환
그래픽: 이은선
자료확보·취재: 장동욱


YTN 강민경 (kmk02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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