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200일에도 추모 공간은 '아직'..."기피시설 인식 바꿔야"

이태원 참사 200일에도 추모 공간은 '아직'..."기피시설 인식 바꿔야"

2023.05.16. 오전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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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6일)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00일째 되는 날이지만, 참사를 기억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할 공식 추모 공간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참사 현장은 사실상 방치돼 있고, 서울시청의 임시 분향소는 언제 철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공식 추모 공간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강민경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서울시청 앞 광장의 이태원 참사 시민 분향소.

참사가 발생한 지 200일이 흐른 지금도 희생자의 영면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고 있습니다.

[이상훈·박승진 / 경기도 오산시 : (참사 당시 희생자들에게) 왜 하필이면 그 날에 갔었는지, 그렇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고….]

그러나 어디까지나 유가족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임시 공간일 뿐입니다.

공식적이고 항구적인 추모 공간을 어디에 어떻게 조성할지를 놓고서는 논의가 아직 제자리걸음입니다.

서울시는 합동분향소를 '불법 시설물'로 규정하고 유가족에게 자진 철거할 것을 재차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신, 서울광장 근처 사무실 한쪽에 추모 공간을 두자고 제안했는데, 유족들은 거부하고 있습니다.

시민이 오가는 야외에 추모 공간을 설치해야 사회적 관심을 환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조경선 / 유가족·고 조경철 씨 동생 : 시민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공간이어야 시민분들이 조금 더 우리의 진실을 알 수 있게 되고 저희 참사에 대해서 조금 더 명확하게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추모의 마음은 보존되지 않은 채 하루하루 닳아 없어지고 있습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현장.

언제 그런 참사가 일어났느냐는 듯 시든 꽃만 무심히 이곳을 지킵니다.

갈 길을 잃은 참사 현장의 추모 쪽지들은 이렇게 야외에 방치된 채 빠르게 빛이 바래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참사가 반복되는 걸 막자는 사회적 의지를 보여주고, 유가족의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추모 공간이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임명호 /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희생자를) 떠나 보내는 시민들도 이런 추모 공간을 마련해서 어떤 치유 효과를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추모 공간이라고 하면 인적이 드문 공간에 위령탑만 덩그러니 세우는 기존 방식도, 기피 시설이라는 인상만 줄 수 있어 바꿔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도심 한복판에 '그라운드제로'라는 대규모 공원을 만들어서 9·11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는 미국 등, 해외 사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YTN 강민경입니다.



YTN 강민경 (kmk0210@ytn.co.kr)
촬영기자 : 온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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