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공황 장애' 호소로 풀려난 용산구청장
"피고인은 상당한 고령이며 사고 직후 충격과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로 신경과에서 처방받아 진료받는 상태"
"수감 후에는 상태가 악화해 불면과 악몽, 불안장애,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으며 구치소에서 최대한 약을 처방받아 치료에 매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태"
박희영 용산구청장 측이 지난달 9일 보석을 청구하면서 주장한 내용들이다. 고령, 불면, 악몽,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의 호소 내용을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서약서 제출과 주거지 제한, 보증금 납입이라는 조건이 달렸다.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가 "석방되면 안 된다"며 보석 청구 기각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구청장의 구속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도 재판부의 보석 허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유가족들은 보석 자체만으로 죄가 없는 것처럼 비추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박 구청장은 석방 다음 날 곧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구금 상태에서 벗어나면서 지방자치법에 따라 다시 구청장 업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출근 저지를 위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용산구청을 찾았는데 박 구청장은 이미 청사에 몰래 들어가 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박 구청장은 연차를 냈다. 업무 복귀 하루 만이다.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재난 안전상황실을 적정하게 운영하지 않았으며 부실 대응 은폐를 위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고 행사한 혐의로 지난 1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1954년 도입된 보석제도…폭넓은 허가 조건
이처럼 보석은 '뜨거운 감자'와 같다. 한쪽은 간절히 원하고 다른 한쪽은 극렬히 반대한다. 보석제도는 형사소송법 제정과 함께 1954년 도입됐다. 형사소송법 95조에는 "보석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다음 이외의 경우에는 보석을 허가하여야 한다"고 적혀있다.
①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② 피고인이 누범에 해당하거나 상습범인 죄를 범한 때
③ 피고인이 죄증을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④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⑤ 피고인의 주거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
⑥ 피고인이 피해자, 당해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자 또는 그 친족의 생명 · 신체나 재산에 해를 가하거나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여기서 '필요적 보석'이란 말이 나오는데 이는 곧 '불구속이 원칙'이라는 의미다. 형사소송법 95조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재판부가 임의로 보석을 허가할 수 있도록 96조에 규정해 놓기도 했다.
낮은 보석 허가율…끊이지 않는 '황제 보석' 논란
불구속이 원칙이라는 데 실제 보석 허가율은 낮은 수준이다. 물론 불구속 자체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방어권 차원에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 않는 게 문제다. 대법원이 발간한 2022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지방법원이 청구한 보석 허가율은(직권보석 제외) 27.4%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참고로 미국과 영국 등의 보석 허가율은 40%가 넘는다.
반면 지난해 보석 청구율은 15%로 2012년 이후 가장 높았다. 청구는 늘고 있지만 허가는 줄어드는 상황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처럼 보석을 청구한다고 해서 누구나 보석을 허가받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무엇보다 보석을 청구하는 것보다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 재판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일반인들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많다.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대로 '불구속이 원칙'인 만큼 보석 허가를 좀 더 자유롭게 해주자는 취지지만 정작 실무선에서 보석 허가율이 낮은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피고인이 도주하거나 다른 범죄를 저지르면 그 부담은 재판부가 져야 한다는 점이 작용할 것이다. 이러다 보니 주거가 확실하고 신원이 확실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정치인이나 기업인, 그리고 유명 연예인 등이 보석 허가 대상에 주로 오른다.
결국 '보석은 곧 특혜'라는 인식이 깔릴 수밖에 없다. 나아가 '황제 보석' 논란으로 이어진다. 이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한 보석 허가 여론이 좋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피고인은 상당한 고령이며 사고 직후 충격과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로 신경과에서 처방받아 진료받는 상태"
"수감 후에는 상태가 악화해 불면과 악몽, 불안장애,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으며 구치소에서 최대한 약을 처방받아 치료에 매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태"
박희영 용산구청장 측이 지난달 9일 보석을 청구하면서 주장한 내용들이다. 고령, 불면, 악몽,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의 호소 내용을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서약서 제출과 주거지 제한, 보증금 납입이라는 조건이 달렸다.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가 "석방되면 안 된다"며 보석 청구 기각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구청장의 구속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도 재판부의 보석 허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유가족들은 보석 자체만으로 죄가 없는 것처럼 비추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박 구청장은 석방 다음 날 곧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구금 상태에서 벗어나면서 지방자치법에 따라 다시 구청장 업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출근 저지를 위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용산구청을 찾았는데 박 구청장은 이미 청사에 몰래 들어가 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박 구청장은 연차를 냈다. 업무 복귀 하루 만이다.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재난 안전상황실을 적정하게 운영하지 않았으며 부실 대응 은폐를 위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고 행사한 혐의로 지난 1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1954년 도입된 보석제도…폭넓은 허가 조건
이처럼 보석은 '뜨거운 감자'와 같다. 한쪽은 간절히 원하고 다른 한쪽은 극렬히 반대한다. 보석제도는 형사소송법 제정과 함께 1954년 도입됐다. 형사소송법 95조에는 "보석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다음 이외의 경우에는 보석을 허가하여야 한다"고 적혀있다.
①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② 피고인이 누범에 해당하거나 상습범인 죄를 범한 때
③ 피고인이 죄증을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④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⑤ 피고인의 주거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
⑥ 피고인이 피해자, 당해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자 또는 그 친족의 생명 · 신체나 재산에 해를 가하거나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여기서 '필요적 보석'이란 말이 나오는데 이는 곧 '불구속이 원칙'이라는 의미다. 형사소송법 95조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재판부가 임의로 보석을 허가할 수 있도록 96조에 규정해 놓기도 했다.
낮은 보석 허가율…끊이지 않는 '황제 보석' 논란
불구속이 원칙이라는 데 실제 보석 허가율은 낮은 수준이다. 물론 불구속 자체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방어권 차원에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 않는 게 문제다. 대법원이 발간한 2022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지방법원이 청구한 보석 허가율은(직권보석 제외) 27.4%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참고로 미국과 영국 등의 보석 허가율은 40%가 넘는다.
반면 지난해 보석 청구율은 15%로 2012년 이후 가장 높았다. 청구는 늘고 있지만 허가는 줄어드는 상황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처럼 보석을 청구한다고 해서 누구나 보석을 허가받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무엇보다 보석을 청구하는 것보다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 재판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일반인들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많다.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대로 '불구속이 원칙'인 만큼 보석 허가를 좀 더 자유롭게 해주자는 취지지만 정작 실무선에서 보석 허가율이 낮은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피고인이 도주하거나 다른 범죄를 저지르면 그 부담은 재판부가 져야 한다는 점이 작용할 것이다. 이러다 보니 주거가 확실하고 신원이 확실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정치인이나 기업인, 그리고 유명 연예인 등이 보석 허가 대상에 주로 오른다.
결국 '보석은 곧 특혜'라는 인식이 깔릴 수밖에 없다. 나아가 '황제 보석' 논란으로 이어진다. 이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한 보석 허가 여론이 좋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