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시위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와 양비론

노조 시위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와 양비론

2023.06.13. 오후 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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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6월 10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최휘> 지난 2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저희들이 느끼기에는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련 광양지부에 대한 진압에 대한 언론보도를 예로 든 건데요. 먼저, 한국노총 광양지부 시위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 김언경> 네.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전남 광양시 광양제철소 포스코복지센터 앞 왕복 6차선 도로에 설치된 높이 7미터의 망루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5월 29일 망루에 올랐는데요. 48시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인 5월 31일 새벽 5시반 경찰은 이를 진압하러 사다리차 두 개를 타고 접근했습니다. 결국 김 사무처장은 진압되었고, 2일 구속되었습니다. 방금 전 대통령실 이관섭 수석이 언급한 것은 바로 이 진압 과정을 두고 언론이 어떻게 보도했는가에 대해서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진압과정이 어떠했으며, 어떻게 보도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서 이야기했으면 하고요. 먼저 왜 노동자가 도로에 망루를 설치하면서 무리한 고공농성을 하게 된 것인지, 그 노동현장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고 싶습니다. 노동자들은 파업을 할 때, 자신들의 이슈를 언론이 보도해서 사회적으로 여론화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우리 노동 보도는 극단적 상황이 벌어지거나 매우 장기화되거나, 사람이 죽거나 하지 않으면 이를 보도하지 않습니다. 이번처럼 극단적 상황이 벌어지면서 많은 언론에 화제가 되었지만, 이번에도 진압과정을 둘러싼 논란이라는 그 현상만을 보도할 뿐, 어떤 회사의 어떤 노동자들이 어떤 일로 이런 극단적 상황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해주지 않았단 생각이 듭니다.

◇ 최휘> 구체적인 내용이 설명되지 않았다는 거죠. 보도 내용, 어땠는지 살펴보셨을 것 같은데요?

◆ 김언경> 네. 제가 이번 사안의 구체적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서 열심히 검색을 해봤는데요. 정말 언론사 보도 중에서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참여와 혁신> 6월 5일자 보도 ‘포스코 하청 천막농성, 왜 400일을 넘겼나?’에서는 박옥경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조 위원장의 인터뷰를 실어주었습니다. 저는 이 내용을 토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고공농성을 한 노동자들은 포스코 하청업체인 ㈜포운 노동자들이 구성한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동조합, 줄여서 포운노동조합입니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임금교섭과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광양제철 앞에서 400일 넘게 천막농성을 벌여왔습니다. 조금 복잡하긴 한데요. 포운의 전신인 옛 성암산업은 2017년 원청 포스코의 분사매각 시도에 반발하며 싸움을 이어가다 2020년 7월 경사노위가 중재를 했습니다. 5개 회사로 쪼개졌던 조합원들은 2020년 8월 1일 1차로 2021년 8월 1일 2차로 포운이라는 회사에 다 모이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고용승계는 완료되었으나 임금과 직결되는 승급체계가 이어지지 않으면서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졌다고 합니다. 이런 행위는 경제사노위 중재로 이루어진 사회적 합의를 위반한 것이기도 합니다. 왜냐면 협약서에는 “각 회사는 ‘붙임’ 근로조건이 유지되도록 한다”고 적혀 있는데, 이 붙임 근로조건에 승급에 관한 내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포운은 조합원들이 합류하기 약 일주일 전에 취업규칙을 바꿔서 자유로운 연차휴가 사용을 제한했다고 합니다. 이들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사회적 합의안, 문서에 적힌 것을 그대로 지키라는 겁니다. 그것만 지키면 연차, 승급체계 등은 정리되고, 임금 협상만 하면 된다는 주장이죠. 그러나 사측은 사회적 합의는 단체협약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노사가 계속 어긋나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 최휘> 노동자가 망루 위로 올라가기까지의 보도, 얼마나 있었는지도 궁금한데요?

◆ 김언경> 제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빅데이터 서비스 ‘빅카인즈’에서 지난해 4월 1일부터 6월 8일까지로 기간을 정해서 ‘포운’이라는 키워드로 보도량을 찾아봤습니다. 그 결과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이 해당 농성장 앞에서 긴급체포되어 연행된 5월 30일까지는 단 한건도 보도가 없었습니다. 네이버 뉴스검색을 보면 매일노동뉴스, 노동과 희망, 참여와 혁신 등 진보적 성향의 노동전문지에서 파업 중인 상황을 정리한 보도 9건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곤 노동전문지가 아닌 보도가 딱 하나 있었는데요. 그게 KBS의 5월 3일 텍스트 기사 ‘“7년 경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어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호소’입니다. 이 보도에서는 실제 근로자에게 돌아가야 할 임금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고, 중간 단계에서 파견 수수료나 소개료 등의 다양한 명목으로 착취되거나 노동자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라면서 4개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그중에 “저희가 천막농성을 1년 넘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지역 언론이나 시의원, 국회의원은 관심 없습니다. 고용노동부 지청장 출신이 우리 지역의 노무사가 돼서 사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근로감독을 제대로 못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국회 차원에서 면밀히 봐주시길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라는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이렇게 400일의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정말 10건의 보도가 나왔지만, 김만재 위원장 연행과 이번 강경 진압 이후에는 보도량이 쏟아진 것입니다. 게다가 강경 진압을 둘러싼 보도는 많았지만, 말씀드린대로 그 보도에서도 정작 포운 노동자의 삶과 그 사정은 생략되어 있었습니다.

◇ 최휘>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5월 31일자 상황을 이야기해보죠. 고공농성하는 김 사무처장을 진압하는 과정을 두고 과잉진압이다 아니다 라는 주장, 아직도 팽팽하던데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이날 상황을 말씀드리면, 경찰은 5월 31일 오전 5시 20분경부터 사다리차를 투입하여 경찰관 4명과 소방대원 2명이 망루에 접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 사무처장이 허공을 향해서 쇠파이프를 휘둘렀지만 경찰이 접근한 뒤 경찰은 우리가 흔히 곤봉이라고 부르는 1m 플라스틱 진압봉으로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머리를 1분여간 수십 차례 내리쳤습니다. 특히 경찰은 김 처장이 망루 바닥에 완전히 엎드려있는데도 일방적으로 계속 진압봉으로 내리치기도 했습니다. 결국 머리가 찢어져 피투성이가 된 김 사무처장은 사다리차로 옮겨 지상으로 끌어 내려졌습니다. 경찰이 이처럼 김 사무처장을 향해 경찰봉을 휘둘러 머리를 집중 가격한 것은 경찰청 예규인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 규칙을 보면 △가장 적절한 물리력을 사용해야 하고 △대상자가 가할 수 있는 위해의 정도를 판단해 최소한의 물리력을 사용해야 하며 △덜 위험한 물리력을 통해 상황을 종결할 수 있도록 위해를 감소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나와있습니다. 경찰봉이나 방패로 사람을 가격하는 경우는 대상자가 경찰이나 제3자 생명·신체에 급박하고 중대한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을 때만 가능하며, 가격시에도 머리 부분 가격은 지양하라고 나와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칙을 어기고) 경찰봉으로 머리를 가격했다면, 규칙을 위반한 물리력 행사이며 과잉진압일 뿐만 아니라 불법적 권역집행”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최휘> 간부에 대한 머리 가격이 있었단 건데, 보도 내용은 구체적으로 어땠습니까?

◆ 김언경> 제가 평소에는 빅카인즈나 네이버 뉴스검색을 이용해서 언론보도를 분석하는데, 이번 건은 그냥 각 방송사의 5월 31일자 저녁종합뉴스를 비교해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이번 사안에 있어서 방송사마다 다룬 내용이 달랐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5월 31일자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속 관련보도 제목부터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경찰의 과잉 대응에 방점을 찍은 제목은 KBS <경찰봉으로 머리 내려쳐 노조원 체포>, JTBC는 <경찰봉으로 머리 내리쳐 제압>입니다. 이들 제목은 경찰봉으로 머리를 내리쳤다는 분명한 사실을 제목으로 부각했습니다. 다음으로 ‘과잉진압 논란’이 있다고 언급한 제목은 MBC <경찰봉으로 ‘유혈진압’..‘과잉대응’ 논란>, SBS <농성 노동자 연행 중 부상 ‘과잉 진압’ 논란>, MBN <고공농성 노조 연행,,,‘과잉 진압’ 논란>입니다. 연합뉴스TV <농성 강제진압에 유혈충돌...“폭력진압” VS “정당 대응”>처럼 양측 주장을 담은 제목도 있었고요. 쇠파이프로 저항했음을 강조한 채널A <쇠파이프 저항에 경찰봉 제압>와 YTN <금속노련 사무처장 체포...쇠파이프에 경찰봉 진압>도 있었습니다.

◇ 최휘> 김 사무처장이 경찰에게 정글도와 쇠파이프를 휘둘렀다는 보도도 나온 것 같은데요? 사실관계는 어떤가요?

◆ 김언경> 조선일보는 6월 1일 ‘정글도·쇠파이프 휘두른 광양 ’망루 농성‘ 진압’라는 제목으로 보도를 했습니다. 보도는 “경찰 관계자는 “김 사무처장이 경찰을 향해 접근하지 말라며 칼날 길이가 29cm ‘정글도’를 수차례 휘두르며 위협했다”고 밝혔다“라고 전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 말은 경찰이 했다는 것인데요. 철탑 위에 서있는 김 사무처장은 정글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실 이 수석이 말한 ‘칼’이란 것입니다. 그러나 김 사무처장은 이 정글도를 가지고만 있었고, 경찰을 향해 휘둘렀다고 하는 것은 과장된 표현입니다. 만약 그가 경찰이 탄 사다리차가 가까이 왔을 때 정글도를 휘둘렀다면, 경찰이 말한 ‘휘둘렀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MBC의 보도를 보면 경찰이 진압하려 하자 김 사무처장은 정글도로 망루를 해체하기 위해 정글도를 사용하고, 허공을 향해 정글도를 휘두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경찰이 다가오자 정글도를 바닥에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MBC에서는 “현장에 정글도가 있었던 것은 맞습니다. 그것은 현수막을 떼고 청테이프를 떼고 하는 데 사용했고, 그 장면 역시 화면에 나옵니다.”라는 박홍배 한국노총 금융노조위원장의 발언장면이 나옵니다. 한편, 그가 경찰을 향해서 쇠파이프로 저항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때에도 경찰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난간이나 방패를 가격하면서 가까이 오지 말라는 식으로 맞췄을 뿐입니다. 이 모습은 TV조선의 보도에서도 나오는데요. TV조선은 “경찰을 직접 가격한 게 아니고, 보시면 방패만 이렇게 맞춰요. 다가오지 말라고 하면서”라는 한국노총 관계자의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 최휘> 정확한 상황이 보도되지 않았다고 보시는 건가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번 관련보도를 모두 읽어보면서 겨우 하나의 완성된 상황파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MBC는 “지금부터 전해 드릴 리포트, 보시기에 불편한 장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용산 참사 이후, 공권력에 의해 발생한 상황에 대해서는, 별도의 모자이크나 화면 처리 없이 방송한다는 MBC 영상 편집 기준에 따라서 있는 그대로의 영상을 보여 드리겠습니다.”라면서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 모습을 보여줬고, 정글도 관련 모습,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모습 등도 모두 보여주면서 시청자가 직접 이것이 과잉진압인지 정당한 공무집행인지 판단해보라고 했습니다. 타사는 대체로 경찰의 폭력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머리를 가격하는 순간에서 멈춤 처리하여 보여줬습니다. 사실 남녀노소 누구나 시청하는 방송 보도에서 이처럼 폭력적인 영상이 그대로 보도되는 것은 분명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찰의 과잉진압, 여기서 더 나아가 국가폭력이 발생했을 때, 국민은 그것을 분명하게 알 권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과잉진압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국민의 판단에 맡겨본다면서 주어진 정보를 다각도로 보여주려 한 MBC의 보도는 돋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TV조선은 앵커가 “노조 간부가 높이 7m 망루 위에서 시위를 벌여 경찰이 진압에 나섰는데, 이 간부가 둔기를 휘두르면서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경찰과 노조 간부 등이 다쳤습니다.”라고 하거나 채널A 앵커가 “노조 간부는 쇠파이프로 저항했고 경찰은 플라스틱 경찰봉으로 제압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양쪽 다 부상을 당했습니다.”라며 보도를 소개한 것은 벌어진 폭력 상황에 비해서 편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최휘>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 총평을 해주신다면요?

◆ 김언경> YTN의 6월 1일 보도 <진압봉으로 내리쳐 체포...경찰 과잉 진압 논란>는 앵커 리포트로 두명의 앵커가 관련 내용을 전했습니다. 이 보도는 전날의 보도에 비해서 과잉진압의 문제를 짚는데 방점이 찍혀있었습니다. 앵커의 마지막 멘트가 이렇습니다. “물론 왜 집회가 진행됐는지도 중요한 문제고, 그 과정에서 불법 소지가 얼마나 있었는지도 따져봐야 할 텐데요. 과연 진압할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논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언론이 왜 이 이야기를 안하는지 답답합니다. 왜 집회가 진행됐는지 보도해주셔야 하고, 불법 소지가 얼마나 있었는지도 정확하게 짚어주셔야 합니다. 무엇보다 YTN에서도 보도했는데요. 새벽에 폭력적 대응 있었는데, 사실 사측이 아침 10시에 교섭을 하자고 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폭력성을 떠나서 노사의 교섭 결과를 조금 기다려보거나, 최소한 망루에서 내려오라고 진정성있게 설득하는 과정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무리하게 경찰을 투입한 것이 적절했는가 등에 대해서도 언론을 살펴봐야 마땅합니다. 이런 후속보도 없이 당일 스케치와 김 사무처장 구속에 대한 단신 보도, 한국노총의 대응에만 관심을 보이는 언론의 행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 최휘>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최휘>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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