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6월 24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미디어비평 이어가보겠습니다. 강력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회 표면 위로 떠오르는 신상공개제도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 건데요.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최휘> 또래 여성을 살해해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 사건’이나 부산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고 성범죄를 시도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 흉악 범죄 행각을 보면서 피의자 신상공개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던데요. 최근엔 흉악범죄자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머그샷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나왔다고요?
◆ 김언경> 20일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대표 발의했는데요.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제정안)’입니다. 제안하는 이유를 보면요. 개별법에서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에 대한 근거를 일부 규정하고 있으나,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경우에도 피의자의 현재 얼굴과 다른 경우가 많아 신상정보 공개 제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이고요. 대상 범죄가 제한적이고 공개 대상자가 공소제기 이전 피의자에 한정되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계속되어왔다고 했습니다. 이에 특정한 중대범죄에 대해 수사 및 재판 단계에서 신상정보 공개에 대한 대상과 절차 등을 규정함으로써 신상정보 공개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범죄예방 강화를 통해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디지털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또 다른 법안을 대표발의했고요. 같은 당 비슷한 법 개정안을 내놨으먀, 홍석준 의원도 같은 취지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하거든요. 이는 6월 12일 윤석열 대통령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법무부에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주문한 이후 법안들이 줄이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보는 시선이 많습니다.
◇ 최휘> 그렇군요. 구체적으로 피의자 신상공개제도, 어떻게 바꾸자는 법안인가요?
◆ 김언경> 먼저 연쇄살인, 강간살인미수, 아동 성범죄 등 흉악범죄자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머그샷’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 가장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머그샷이란 것은 우리가 영화 같은 것에서 보면 범죄자를 체포한 다음에 이름과 수감번호 같은 것을 적은 판을 들고 정면사진 측면사진 찍잖아요. 이런 것을 말하는 건데요. 중요한 것은 보정이 되지 않은 실제 인상착의 기록 사진을 공개하라는 것입니다. 머그샷을 요구한 이유는 최근 피의자 신상공개위원회를 통해서 신상공개 결정이 났던 피의자들의 경우, 신상이 공개됐지만 과거 증명사진으로 공개돼 실물과 너무 다르다는 것입니다. 또한 송치 과정에서도 피의자를 보여주지만, 피의자들이 외투와 모자, 안경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로 나타나고 있으니 실물을 거의 볼 수 없다는 주장도 합니다. 현재 경찰은 피의자가 동의하면 머그샷을 공개하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신분증 사진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최근 4년간 신상 공개가 결정된 피의자 31명 중 머그샷이 공개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하다고 하고요. 이에 신상정보 공개의 원래 취지인 국민의 알권리, 피의자의 재범 방지 등 효과가 달성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지적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법안에는 피의자 등의 얼굴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개 결정일로부터 전후 30일 이내의 모습으로 하되, 수사기관이 다른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수집?보관하고 있는 사진, 영상물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필요한 경우 피의자 등의 얼굴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한편, 정부·여당은 신상 공개 대상이 되는 범죄유형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는데요. 기존의 살인과 강도, 흉기를 동원한 성폭행 혐의 피의자에서 아동 성범죄와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폭력, 내란·외환·테러·마약 등 중대범죄 피의자까지 넓히기로 한 것입니다. 또한 이미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도 신상 공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 최휘> 피고인도 신상공개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것은 최근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의 신상을 유튜버가 공개하는 등의 문제를 고려한 내용인가요?
◆ 김언경> 아무래도 그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그런데요. 파이낸셜 뉴스의 14일자 보도 <지나치게 엄격한 피의자 신상공개… 美·日은 얼굴·실명 보도>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보도에서 인용한 헌법재판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제도 시행 시점인 2010년 4월 15일부터 2020년 9월까지 경찰 수사단계에서 신상이 공개된 특정강력범죄 피의자는 26명, 성폭력처벌법 피의자는 6명”이라고 합니다. “10년간 총 32명으로 연평균 3.2명꼴이였다고 합니다 2010~2020년 검거된 살인사건(기수) 피의자만 3830명으로 연 평균 348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극히 일부인 것이죠. 이조차 수사단계를 거쳐 재판에 넘겨지면서 가해자의 신분이 피의자에서 피고인으로 전환됐다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고요. 그렇지만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회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피의자 신상공개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일본이나 미국 등은 공개의 문턱이 낮다, 범죄의 사회적 해악을 고려해 얼굴 공개가 경각심 제고 등의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비공개 측은 사진 공개에 따라 얻을 공익과 이를 위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을 둘러싼 국민적 합의가 아직은 충분치 않다는 입장입니다. 데일리안의 20일자 보도 <구미 침모도 결국 무죄였는데...범죄자 신상공개 부작용 없을까? 법조계에 물어보니>라는 보도에서는 관련한 법조계의 의견을 모았는데요. 이 보도에서는 “전문가들은 신상공개 확대에 따라 우려되는 여러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공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면서 "마녀사냥, 주홍글씨처럼 무분별하게 여론에 휩쓸리기 보다는 범죄별로 구체적인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는 이승우 변호사의 발언을 담기도 했습니다.
◇ 최휘> 그렇군요. 사실 오늘 우리가 이 주제를 다루긴 하지만, 당정간의 결론이 어느 정도 난 이후라서 우리가 이 내용을 짚어보는 것이라서 사후약방문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최근 언론의 분위기를 보면 흉악범 피의자 신상공개의 실효성을 높이라는 주장과 피의자도 신상공개 대상으로 넣으라는 주장이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소장님 보시기에는 어떤가요?
◆ 김언경> 여러 언론 보도에서 정유정 씨 송치 장면을 보여주면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을 지적했고요. 정유정 씨의 공개된 사진을 보고 친구들도 못 알아봤다는 제목의 보도가 정말 많았습니다. 또한 이전에도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강도살인, 살인예비 혐의를 받고 구속된 유상원 황은희의 사진이 공개되자 너무 보정된 것 아니냐, 이럴 거면 신상공개를 왜 하냐는 여론이 많다는 보도도 많이 나왔습니다.
제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빅데이터 서비스 빅카인즈를 통해 2023년 3월 24일부터 6월 22일까지 3달간 피의자 신상공개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총 476건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기간을 좁혀서 5월 24일부터 6월 22일까지 한달 간의 보도를 확인해보니 340건이었습니다. 이는 최근 정유정 사건, 그리고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유튜버가 공개했잖아요. 이런 이유로 최근 한달 간 관련보도가 급증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이 한달간의 보도 340건을 제목만으로 판단해봤어요. 머그샷과 신상공개 대상 확대 등을 해당 법개정을 찬성하는 방향으로 보도한 것은 163건으로 48% 정도 차지했습니다. 반면 아니다 신중해야 한다. 라는 의견을 담은 제목은 16건 4.7%뿐이었어요. 나머지 제목은 해당사항없는 것으로 분류했습니다. 그러니까 전체적인 언론이 전해주는 분위기는 “국민의 알 권리와 재범 방지, 범죄 예방을 위해선 피의자의 얼굴을 그대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 최휘> 피의자 신상공개를 강화해야 한단 목소리에 대해서 설명해주셨어요. 정유정의 사진이 공개되었으나 친구들도 알아보기 힘들었다는 이야기,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에 대한 유튜버의 신상공개 이후 그에 대한 비판보다는 가해자 신상공개에 대한 여론이 크다는 점 등이 배경이라는 것이죠. 반대로 많은 보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거든요. 그 주장은 어떤가요?
◆ 김언경> YTN 6월 2일자 보도 <신상공개 13년...엄격한 기준 요구하는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앵커 브리핑에서 신상공개 제도의 정당성과 실효성에 관한 논란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는 일단 "신상공개 판단 잣대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주장을 전했는데요. 2018년부터 5년 사이에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 2만8천여 건 가운데, 심의위원회 개최횟수가 1%도 채 안 됐다는 경찰청 자료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수사기관 재량이 크다 보니 대중적 관심을 크게 받은 사건 피의자만 공개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인 것이고요. 실제로 한 연구 결과에서는 인터넷 기사에 댓글이 많이 달린 사건일수록 공개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신상 공개는 알 권리와 범죄 예방이라는 공공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일인 만큼, 엄격하고 공정한 기준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부산 돌려차기남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에 대한 보도들이 사안 자체를 전하거나, 사적 제재 논란이 있다 정도로 보도햇는데요. 서울신문의 5일자 보도 “부산 돌려차기남 인스타”...온라인 신상털기 위험한 이유>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그 가해자 계정으로 추정되는 SNS 게시물에는 1400여개가 넘는 비난 댓글이 달리고 있는데, 게시물 중에는 이 가해자가 보복을 암시한 전 여자친구 및 가해자의 주변인이 담겨 있어서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이 보도는 이런 행위가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그 위험성을 지적하는데 방점을 찍었습니다.
6월 23일의 한겨레 사설 <위헌 제청된 ‘피의자 신상공개’,대상 확대 신중해야>에서는 법원이 현행 신상공개 제도에 위헌 요소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상황을 전하면서, “참혹한 범죄에 공분하는 많은 이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신상공개는 무죄추정의 원칙 등 다른 중요한 가치와 충돌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겨레 사설에서는 “범죄자 신상공개 확대·강화가 필요불가결한 한도를 넘어설 경우 무죄추정 원칙과 인격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게 된다는 우려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경향신문의 20일자 보도 <재벌방지일까, 마녀사냥일까...‘범죄자 신상공개 강화’ 향한 법조계 진단은>에서는 피의자 중심인 현행 신상공개 제도를 피고인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고요. 머그샷을 촬영도 제도 목적에 부합하다고 보더라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다만 당·정이 추진하는 신상공개 대상 범죄 확대에 대해서는 전문가 상당수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헌법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 만큼 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기 전에는 제한적으로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최휘> 사실 이번 논쟁의 쟁점은 참 다양하지만, 정말 이런 방안이 효과가 있을 것인가라고 봅니다. 소장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 김언경> 한국일보가 올해 1월 8일에 보도한 <“흉악범 인권부터?” vs “가족도 있는데” 신상공개 논란 5대 쟁점은>이라는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보도를 통해서 신상공개 제도의 주요 쟁점과 함께 우리의 논의의 역사를 쭉 훓어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시간관계상 이 보도를 모두 전해드리지는 못하지만 한번 살펴보시고 청취자께서 직접 꼭 생각의 폭을 넓혀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보도에서는 쟁점을 다섯가지로 말합니다. ① 공개해? 말아? 범죄자만? 피의자도? ③ 오히려 공개수배 때나 필요? ④ 흉악범 동의를 왜 받아?, 그리고 마지막 쟁점으로 ⑤ 효과는 있는 거야? 였습니다. 이 보도에서는 경찰청 인권위는 효과 측면에서 의문이라는 의견이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형 집행 후 과연 사회 복귀나 재사회화를 곤란하게 해 재범 가능성만 키운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죠. 당시 권고문은 “일반예방 측면에서도 국내외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시행된 피의자 신상공개를 통해 사회안전망이 나아졌음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나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큰 예방 효과 기대에는 선을 그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아주경제에 20일에 보도된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칼럼 <피의자 신상공개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신상공개의 효과를 강조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감옥에 가는 것 이상으로 공개적인 망신을 당하는 것이 힘든 일이고, 그로 인해 범죄예방효과가 클 수도 있다. 그러나 범죄예방효과를 위해 비례성을 무시한 채 형량을 늘리는 것이 정의롭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피의자 신상공개에 따르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무시하고 피의자 신상공개를 확대하는 것도 정의는 아니다. 응보적 정의가 무조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장발장처럼 빵을 훔친 것으로 수십년 감옥에 가두는 것이 정의는 아니지 않은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현재 우리 사회가 이 논의를 충분히 찬찬하게 하고 있는가라는 측면으로 봤을 때, 그렇지 못하다. 많은 언론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것일수도 있는 국민여론을 근거로 해서 피의자 신상공개 확대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 아닌가 되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법안이 발의된 상태이니까요. 너무 급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입법 과정에서 더 충분한 논의를 할 수 있도록 언론이 보다 차분하고 쉬운 공론장 역할을 해주기를 바래봅니다.
◇ 최휘> 피의자 신상 머그샷 공개 등 변화의 바람은 필요하면서도, 무죄추정원칙이나 연좌제 성격 등의 시선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여실히 느껴지네요. 사회적 공론 과정이 시급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최휘>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6월 24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미디어비평 이어가보겠습니다. 강력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회 표면 위로 떠오르는 신상공개제도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 건데요.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최휘> 또래 여성을 살해해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 사건’이나 부산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고 성범죄를 시도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 흉악 범죄 행각을 보면서 피의자 신상공개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던데요. 최근엔 흉악범죄자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머그샷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나왔다고요?
◆ 김언경> 20일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대표 발의했는데요.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제정안)’입니다. 제안하는 이유를 보면요. 개별법에서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에 대한 근거를 일부 규정하고 있으나,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경우에도 피의자의 현재 얼굴과 다른 경우가 많아 신상정보 공개 제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이고요. 대상 범죄가 제한적이고 공개 대상자가 공소제기 이전 피의자에 한정되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계속되어왔다고 했습니다. 이에 특정한 중대범죄에 대해 수사 및 재판 단계에서 신상정보 공개에 대한 대상과 절차 등을 규정함으로써 신상정보 공개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범죄예방 강화를 통해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디지털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또 다른 법안을 대표발의했고요. 같은 당 비슷한 법 개정안을 내놨으먀, 홍석준 의원도 같은 취지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하거든요. 이는 6월 12일 윤석열 대통령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법무부에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주문한 이후 법안들이 줄이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보는 시선이 많습니다.
◇ 최휘> 그렇군요. 구체적으로 피의자 신상공개제도, 어떻게 바꾸자는 법안인가요?
◆ 김언경> 먼저 연쇄살인, 강간살인미수, 아동 성범죄 등 흉악범죄자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머그샷’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 가장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머그샷이란 것은 우리가 영화 같은 것에서 보면 범죄자를 체포한 다음에 이름과 수감번호 같은 것을 적은 판을 들고 정면사진 측면사진 찍잖아요. 이런 것을 말하는 건데요. 중요한 것은 보정이 되지 않은 실제 인상착의 기록 사진을 공개하라는 것입니다. 머그샷을 요구한 이유는 최근 피의자 신상공개위원회를 통해서 신상공개 결정이 났던 피의자들의 경우, 신상이 공개됐지만 과거 증명사진으로 공개돼 실물과 너무 다르다는 것입니다. 또한 송치 과정에서도 피의자를 보여주지만, 피의자들이 외투와 모자, 안경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로 나타나고 있으니 실물을 거의 볼 수 없다는 주장도 합니다. 현재 경찰은 피의자가 동의하면 머그샷을 공개하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신분증 사진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최근 4년간 신상 공개가 결정된 피의자 31명 중 머그샷이 공개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하다고 하고요. 이에 신상정보 공개의 원래 취지인 국민의 알권리, 피의자의 재범 방지 등 효과가 달성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지적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법안에는 피의자 등의 얼굴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개 결정일로부터 전후 30일 이내의 모습으로 하되, 수사기관이 다른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수집?보관하고 있는 사진, 영상물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필요한 경우 피의자 등의 얼굴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한편, 정부·여당은 신상 공개 대상이 되는 범죄유형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는데요. 기존의 살인과 강도, 흉기를 동원한 성폭행 혐의 피의자에서 아동 성범죄와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폭력, 내란·외환·테러·마약 등 중대범죄 피의자까지 넓히기로 한 것입니다. 또한 이미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도 신상 공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 최휘> 피고인도 신상공개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것은 최근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의 신상을 유튜버가 공개하는 등의 문제를 고려한 내용인가요?
◆ 김언경> 아무래도 그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그런데요. 파이낸셜 뉴스의 14일자 보도 <지나치게 엄격한 피의자 신상공개… 美·日은 얼굴·실명 보도>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보도에서 인용한 헌법재판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제도 시행 시점인 2010년 4월 15일부터 2020년 9월까지 경찰 수사단계에서 신상이 공개된 특정강력범죄 피의자는 26명, 성폭력처벌법 피의자는 6명”이라고 합니다. “10년간 총 32명으로 연평균 3.2명꼴이였다고 합니다 2010~2020년 검거된 살인사건(기수) 피의자만 3830명으로 연 평균 348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극히 일부인 것이죠. 이조차 수사단계를 거쳐 재판에 넘겨지면서 가해자의 신분이 피의자에서 피고인으로 전환됐다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고요. 그렇지만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회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피의자 신상공개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일본이나 미국 등은 공개의 문턱이 낮다, 범죄의 사회적 해악을 고려해 얼굴 공개가 경각심 제고 등의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비공개 측은 사진 공개에 따라 얻을 공익과 이를 위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을 둘러싼 국민적 합의가 아직은 충분치 않다는 입장입니다. 데일리안의 20일자 보도 <구미 침모도 결국 무죄였는데...범죄자 신상공개 부작용 없을까? 법조계에 물어보니>라는 보도에서는 관련한 법조계의 의견을 모았는데요. 이 보도에서는 “전문가들은 신상공개 확대에 따라 우려되는 여러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공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면서 "마녀사냥, 주홍글씨처럼 무분별하게 여론에 휩쓸리기 보다는 범죄별로 구체적인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는 이승우 변호사의 발언을 담기도 했습니다.
◇ 최휘> 그렇군요. 사실 오늘 우리가 이 주제를 다루긴 하지만, 당정간의 결론이 어느 정도 난 이후라서 우리가 이 내용을 짚어보는 것이라서 사후약방문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최근 언론의 분위기를 보면 흉악범 피의자 신상공개의 실효성을 높이라는 주장과 피의자도 신상공개 대상으로 넣으라는 주장이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소장님 보시기에는 어떤가요?
◆ 김언경> 여러 언론 보도에서 정유정 씨 송치 장면을 보여주면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을 지적했고요. 정유정 씨의 공개된 사진을 보고 친구들도 못 알아봤다는 제목의 보도가 정말 많았습니다. 또한 이전에도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강도살인, 살인예비 혐의를 받고 구속된 유상원 황은희의 사진이 공개되자 너무 보정된 것 아니냐, 이럴 거면 신상공개를 왜 하냐는 여론이 많다는 보도도 많이 나왔습니다.
제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빅데이터 서비스 빅카인즈를 통해 2023년 3월 24일부터 6월 22일까지 3달간 피의자 신상공개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총 476건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기간을 좁혀서 5월 24일부터 6월 22일까지 한달 간의 보도를 확인해보니 340건이었습니다. 이는 최근 정유정 사건, 그리고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유튜버가 공개했잖아요. 이런 이유로 최근 한달 간 관련보도가 급증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이 한달간의 보도 340건을 제목만으로 판단해봤어요. 머그샷과 신상공개 대상 확대 등을 해당 법개정을 찬성하는 방향으로 보도한 것은 163건으로 48% 정도 차지했습니다. 반면 아니다 신중해야 한다. 라는 의견을 담은 제목은 16건 4.7%뿐이었어요. 나머지 제목은 해당사항없는 것으로 분류했습니다. 그러니까 전체적인 언론이 전해주는 분위기는 “국민의 알 권리와 재범 방지, 범죄 예방을 위해선 피의자의 얼굴을 그대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 최휘> 피의자 신상공개를 강화해야 한단 목소리에 대해서 설명해주셨어요. 정유정의 사진이 공개되었으나 친구들도 알아보기 힘들었다는 이야기,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에 대한 유튜버의 신상공개 이후 그에 대한 비판보다는 가해자 신상공개에 대한 여론이 크다는 점 등이 배경이라는 것이죠. 반대로 많은 보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거든요. 그 주장은 어떤가요?
◆ 김언경> YTN 6월 2일자 보도 <신상공개 13년...엄격한 기준 요구하는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앵커 브리핑에서 신상공개 제도의 정당성과 실효성에 관한 논란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는 일단 "신상공개 판단 잣대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주장을 전했는데요. 2018년부터 5년 사이에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 2만8천여 건 가운데, 심의위원회 개최횟수가 1%도 채 안 됐다는 경찰청 자료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수사기관 재량이 크다 보니 대중적 관심을 크게 받은 사건 피의자만 공개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인 것이고요. 실제로 한 연구 결과에서는 인터넷 기사에 댓글이 많이 달린 사건일수록 공개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신상 공개는 알 권리와 범죄 예방이라는 공공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일인 만큼, 엄격하고 공정한 기준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부산 돌려차기남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에 대한 보도들이 사안 자체를 전하거나, 사적 제재 논란이 있다 정도로 보도햇는데요. 서울신문의 5일자 보도 “부산 돌려차기남 인스타”...온라인 신상털기 위험한 이유>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그 가해자 계정으로 추정되는 SNS 게시물에는 1400여개가 넘는 비난 댓글이 달리고 있는데, 게시물 중에는 이 가해자가 보복을 암시한 전 여자친구 및 가해자의 주변인이 담겨 있어서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이 보도는 이런 행위가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그 위험성을 지적하는데 방점을 찍었습니다.
6월 23일의 한겨레 사설 <위헌 제청된 ‘피의자 신상공개’,대상 확대 신중해야>에서는 법원이 현행 신상공개 제도에 위헌 요소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상황을 전하면서, “참혹한 범죄에 공분하는 많은 이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신상공개는 무죄추정의 원칙 등 다른 중요한 가치와 충돌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겨레 사설에서는 “범죄자 신상공개 확대·강화가 필요불가결한 한도를 넘어설 경우 무죄추정 원칙과 인격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게 된다는 우려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경향신문의 20일자 보도 <재벌방지일까, 마녀사냥일까...‘범죄자 신상공개 강화’ 향한 법조계 진단은>에서는 피의자 중심인 현행 신상공개 제도를 피고인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고요. 머그샷을 촬영도 제도 목적에 부합하다고 보더라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다만 당·정이 추진하는 신상공개 대상 범죄 확대에 대해서는 전문가 상당수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헌법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 만큼 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기 전에는 제한적으로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최휘> 사실 이번 논쟁의 쟁점은 참 다양하지만, 정말 이런 방안이 효과가 있을 것인가라고 봅니다. 소장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 김언경> 한국일보가 올해 1월 8일에 보도한 <“흉악범 인권부터?” vs “가족도 있는데” 신상공개 논란 5대 쟁점은>이라는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보도를 통해서 신상공개 제도의 주요 쟁점과 함께 우리의 논의의 역사를 쭉 훓어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시간관계상 이 보도를 모두 전해드리지는 못하지만 한번 살펴보시고 청취자께서 직접 꼭 생각의 폭을 넓혀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보도에서는 쟁점을 다섯가지로 말합니다. ① 공개해? 말아? 범죄자만? 피의자도? ③ 오히려 공개수배 때나 필요? ④ 흉악범 동의를 왜 받아?, 그리고 마지막 쟁점으로 ⑤ 효과는 있는 거야? 였습니다. 이 보도에서는 경찰청 인권위는 효과 측면에서 의문이라는 의견이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형 집행 후 과연 사회 복귀나 재사회화를 곤란하게 해 재범 가능성만 키운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죠. 당시 권고문은 “일반예방 측면에서도 국내외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시행된 피의자 신상공개를 통해 사회안전망이 나아졌음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나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큰 예방 효과 기대에는 선을 그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아주경제에 20일에 보도된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칼럼 <피의자 신상공개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신상공개의 효과를 강조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감옥에 가는 것 이상으로 공개적인 망신을 당하는 것이 힘든 일이고, 그로 인해 범죄예방효과가 클 수도 있다. 그러나 범죄예방효과를 위해 비례성을 무시한 채 형량을 늘리는 것이 정의롭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피의자 신상공개에 따르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무시하고 피의자 신상공개를 확대하는 것도 정의는 아니다. 응보적 정의가 무조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장발장처럼 빵을 훔친 것으로 수십년 감옥에 가두는 것이 정의는 아니지 않은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현재 우리 사회가 이 논의를 충분히 찬찬하게 하고 있는가라는 측면으로 봤을 때, 그렇지 못하다. 많은 언론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것일수도 있는 국민여론을 근거로 해서 피의자 신상공개 확대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 아닌가 되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법안이 발의된 상태이니까요. 너무 급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입법 과정에서 더 충분한 논의를 할 수 있도록 언론이 보다 차분하고 쉬운 공론장 역할을 해주기를 바래봅니다.
◇ 최휘> 피의자 신상 머그샷 공개 등 변화의 바람은 필요하면서도, 무죄추정원칙이나 연좌제 성격 등의 시선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여실히 느껴지네요. 사회적 공론 과정이 시급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최휘>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