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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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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3년 7월 11일 (화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 나종호 예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 오늘 1부는 이슈 초대석 준비했습니다. 자살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요? 좀 무겁고 혹은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실제 국내 언론 보도에서도 자살이라는 단어는 금기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고요. 관련 이슈를 다룰 때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완곡한 표현으로 쓰게 됩니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국가 가운데 부동의 1위 압도적인 1위이고요. 코로나19 이후에 자살률이 더 증가하고 있다고 하죠. 이런 우리 사회에서 자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을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멀리 미국 예일대에서 상암 스튜디오까지 한달음에 달려오신 분이 계십니다. 예일대 정신건강의학과 나종호 교수 모시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나종호 예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하 나종호) :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이현웅 : 정말로 미국에서 이렇게 한 달음에 달려와 주신 건가요?
◆ 나종호 : 오늘 용인에서 왔고요. 비가 많이 와서 힘들게 왔습니다.
◇ 이현웅 : 오늘 용인에서 오셨고 아마 교수님을 또 다른 매체 혹은 인터뷰에서 보신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 저희 YTN 라디오에서는 또 처음이니까 청취자분들께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 나종호 :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나종호라고 하고요. 미국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을 하고 있고 예일대 정신과 조교수이고 또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이라는 책을 낸 저자이기도 합니다.
◇ 이현웅 : 그전에부터 이력을 살펴보면 아마 우리 교수님을 더 특별하게 생각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학부 때 심리학을 전공하셨고 서울대에서 그리고 또 서울대에서 의학전문대학원 을 나오시고 미국으로 건너가셔서 말씀하신 것 같은 이력을 쌓으셨습니다. 문과잖아요 심리학이면. 문과 전공이신데 의사가 되겠다라고 마음은 먹으신 계기가 있을까요?
◆ 나종호 : 네. 아무래도 심리학과다 보니까 정신 건강에 항상 관심이 많았고 그러다가 임상심리라고 해서 상담 하는 그런 진로에 관심을 갖다가 어느 순간부터 사실 2000년대 초반에 제가 학부를 다녔는데 그때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을 잃었잖아요.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도 많았고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자살을 막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고 그러면 이제 자살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최전선에 있는 직업이 무엇일까 물론 심리학도 마찬가지지만 정신과 의사가 그 중에 하나인 것 같아서 저는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어서 의학전문대학원을 가게 됐습니다.
◇ 이현웅 : 그러시군요. 사실 이렇게 마음을 먹어도 이 커리어대로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본격적으로 얘기 들어가기에 앞서서 제가 그냥 가볍게 질문 하나만 드려볼게요. 오늘 지금 창 밖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어둡고 축축해요. 좀 날씨가. 이런 날에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오는 분들이 더 많으신가요?
◆ 나종호 : 글쎄요. 미국의 경우에는 예약을 미리 해야 되는 상황이어서 한국은 의사를 만나려면 바로바로 올 수가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아마 차이가 별로 없는데 한국에서는 아마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저는 정말 개인적인 추측입니다.
◇ 이현웅 : 미국에서는 이렇게 바로바로 예약 없이는 찾아가서 진료를 받고 하는게
◆ 나종호 :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죠. 정신과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 의사를 만날 때 있어서
◇ 이현웅 : 그렇군요. 왠지 이런 날만 되면 좀 기분이 다운된다라는 표현을 저희가 많이 쓰잖아요. 그래서 관련해서 한번 질문을 드려봤고요. 미국에서 인턴 레지던트 전문의 쭉 근무를 하고 계신데 그렇게 예약 없이는 찾아갈 수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정신과 응급실이라는 게 있다고 들었습니다.
◆ 나종호 : 주별로 다른데 이제 제가 수련을 받았던 뉴욕에는 정신과 응급실이 따로 있는 병원들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곳에는 보통 굉장히 응급한 분들 다양한 경우가 있는데요. 제가 주로 얘기했던 자살 생각이 있으신 분들 그런 분들이 오시는 경우도 있고 안전이 걱정이 되기 때문에 주변 분들이 데려오실 수도 있고 아니면 본인이 찾아오실 수 있 그리고 또 어떤 마약에 취하신 분들이 오는 경우들도 많고 미국은 마약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리고 또 급성 정신증이라고 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현병의 증상들 예를 들면 환청이 들린다든가 아니면 망상이 생긴다든가 이럴 경우에 오는 경우들도 있고요. 그래서 굉장히 다양한 분들이 다양한 이유로 찾아오십니다.
◇ 이현웅 : 내가 자살 충동이 들었을 때 응급실로 가야 한다라는 생각이 보편적으로 있나 보죠?
◆ 나종호 :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특히 그리고 미국은 최근에는 988이라고 해서 원래 119가 미국에서는 911이잖아요. 그런데 그거랑 유사하게 988은 정신건강 응급 전화번호예요. 그래서 988을 누르면 예를 들면 자살 생각이 굉장히 심한 경우에 정신 건강이 어느 정도 훈련이 된 사람이 구급대원이 출동을 할 수도 있고 상담을 해 줄 수도 그래서 만약에 이 사람이 좀 위험하다 싶으면 병원으로 데려오는 그런 시스템이 갈수록 구축이 돼 가고 있는 것 같아요.
◇ 이현웅 : 우리나라 상황과는 좀 많이 다르다고 느껴지는 게 우선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 응급실로 간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고요. 보통은 더 숨거나 혹은 얼마 전에 사회적 이슈가 됐습니다마는 우울증 갤러리 같은 것들을 통해서 커뮤니티 이런 데에서 위안을 느끼고는 하는데 부작용 같은 건 차치하고 네 이렇게 온라인상에서 모이고 이런 것들은 좀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 나종호 : 글쎄요. 저도 우울증 갤러리 기사로 접했는데 굉장히 우려가 되는 부분이 많고 그게 결국에는 우리가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서 어떤 음지로 숨으니까 그렇게 돼 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미국에서도 그런 과거에 물론 그런 정신 건강이라든가 우울증 자살 생각에 대한 낙인이 없지 않았는데 갈수록 그게 희석되는 분위기이고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예요. 그래서 사실 자살 생각이라는 게 우울증의 증상이 9가지가 있거든요. 그중에 한 가지이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우울증하고 굉장히 밀접한 연관이 있고 그래서 갈수록 약간 의학적인 문제 뭔가 병원에서 나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그런 안전한 공간에 가는 게 중요하다. 이런 공감대는 형성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 이현웅 :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 이러면 일단 선입견을 갖고 보는 게 어느 정도 깔려 있는 인식인 것 같은데 공황장애 같은 경우는 연예인들이 TV에서 많이 얘기를 하니까 이제 많이들 갖고 있는구나 이 정도 인식이 됐다고 하지만 자살 우울증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금씩 기피하는 현상이 있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교수님도 아무래도 정신과 정신의학과 환자분들 만나고 얘기하고 하다 보면 좋은 얘기보다는 조금 딥한 얘기 많이 하시게 될 텐데 그러면 교수님은 어떠세요?
◆ 나종호 : 사실 저희가 정신과 의사로서 정신과 의사들도 정신 건강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야 되는 직업이에요. 예를 들면 소방관이나 경찰관 분들도 마찬가지지만 좀 힘든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그런 사건들을 접할 때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저 같은 경우에는 그래서 저를 비롯한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실제로 본인이 심리 치료를 받는 경우도 많고요. 정신 분석을 받는 경우도 많고 또 이제 저희들끼리 같이 서로 지지해주는 어떤 모임을 갖기도 하고요. 그런 식으로 많이 관리를 하는 편입니다.
◇ 이현웅 : 선생님도 혹시 우울증 혹은 자살과 관련된 생각들 이런 걸 느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 나종호 : 제가 본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다닐 때 굉장히 힘들었어요. 아까 말씀하셨듯이 제가 문과였잖아요. 그래서 문과에다 나이도 많고 갔는데 같이 공부하다 보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그래서 굉장히 우울할 때가 있었는데요. 그래서 굉장히 우울한 시기가 있었고 그 내용들을 제가 책이나 글들로 많이 쓰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제 그런 걸 쓰는 이유는 제가 아까 말씀하셨듯이 우리 사회가 공황장애를 비롯해서 굉장히 많은 분들이 그거에 대해서 고백을 하셨잖아요. 저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요. 그런데 이제 그 단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공황장애가 어떻게 보면 낙인이 덜할 수 있는 어떤 정신질환 중에 하나고 아까 말씀하셨듯이 우울증이나 자살은 그보다 조금 더 조금은 더 사람들이 약간 걱정하는 그런 것이기 때문에 지금 미국 같은 경우에는 많은 연예인들이 실제로 우울증을 고백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우리가 아는 더락이라든가 드웨인 존슨이라든가 아니면 마이클 펠프스라든가 굉장히 유명한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한국도 저는 결국에는 그런 쪽으로 방향이 실제로 제가 얼마 전에 봤을 때는 몇몇 가수분들이나 연예인분들이 방송에서 얘기하는 걸 봤거든요. 그러니까 조금씩 나아갈수록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 이현웅 : 맞습니다. 지금 음지에 있는 것들을 양지로 끌어올리는 노력들이 필요할 것 같은데 관련해서 언론의 역할도 클 것 같아요. 지금은 자살 소식을 전할 때 극단적 선택이다라고 완곡하게 표현을 합니다. 이게 여러 가지 의도가 있고 목적이 있는 표현인데 교수님은 극단적 선택이라는 단어 용어에 대해서 좀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 나종호 : 일단 우리가 용어를 쓰면 그 용어의 장점이 명확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자살이라는 단어 대신에 어떤 완곡한 표현을 썼다고 사람들이 그 얘기를 듣고 자살 생각을 덜 한다든가 자살 위험성이 줄어든다든가 결국 자살 예방을 한다는 근거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사실 그대로 자살이라는 표현을 중립적으로 쓰고 있고요. 제 생각에 이제 언론 인터뷰를 왔기 라디오에 나왔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은 우리가 언론 보도 권고안이 있죠. 자살 보도를 할 때 그래서 유명인이 자살을 하면 보통 헤드라인에 극단적 선택을 써서도 안 되고, 자살을 써서 안 되고, 그냥 누군가가 사망했다 이렇게 써야 되는데 사실 제가 어느 순간부터 한국에서 느낀 건 극단적 선택을 이게 마치 자살이 아닌 것처럼 헤드라인에 도배가 된 걸 많이 봐요. 그러니까 이게 오히려 그런데 사실 대한민국 성인 중에 성인뿐만 아니라 대부분 뉴스를 보는 사람이라면 그 단어가 뜻하는 의미를 보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언론 보도 권고안 자체를 약간 어기게 되는 그런 역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용어 자체가. 그런데 그것뿐만 아니라 그리고 언론에서 보도를 할 때 자살이라는 것이 어떤 선택지가 되는 것을 그런 옵션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을 지향을 막아야 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 단어에는 선택이라는 말이 이미 들어와 있기 때문에 글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게 만드는 것 같고요. 많은 분들이 아까 말씀드렸듯이 우울증의 증상이기도 하고 정신질환하고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어요. 그래서 그런 분들이 이제 정말 정신 질환으로 힘들어하다가 세상을 떠나시는 경우도 굉장히 많은데 그런 분들한테 어떤 선택을 했다고 하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좀 잘못된 해석인 것 같고요. 또 마지막으로 자살 유족들 같은 경우에는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왜 고인이 그런 선택을 하셨냐 이렇게 물어보는 거라고 해요. 그러니까 유족한테도 상처가 되는 거죠. 그래서 굉장히 다양한 이유들이 있는데 저는 결국에는 득은 밝혀진 게 거의 없는데 이 실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사용하지 말자라고 계속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 이현웅 : 미국 아무래도 환경이 더 익숙하실 테니까 미국에서는 보도나 이런 데에서도 그냥 그대로 다 표현을 하나요?
◆ 나종호 : 사실 미국에서도 굉장히 비슷한 작업이 있었는데요. 원래 자살에 있어서 수어사이드(suicide)가 자살인데 원래 자살하고 같이 가는 동사는 커밋(commit)라는 단어였어요. 그래서 저지르다라는 뜻이고, 보통 범죄라든가 뭔가 좀 어두운 이 단어였는데 처음으로 이제 아들을 자살로 잃은 도리스 소머 로텐버그라는 여사님이 자기도 본인은 몰랐대요. 그게 문제가 있다는 걸 그런데 이제 아들이 떠나고 나서 뉴스를 보니까 커미시수어사이드 자살을 저질렀다. 이런 식이어서 보니까 이분이 너무 마음이 안 좋았던 거죠. 내 아들은 아들의 말씀을 드리면 양극성 장애를 굉장히 심하게 알고 있었고 조울증이라고 하는 그러다 이제 스스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래서 그때부터 문제를 제기해서 유족들이 같이 동의를 하고 또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같이 동의를 해서 힘을 모아서 이제는 다이 바이 수어사이드(die by suicide)라고 자살로 사망했다라고 표현을 해요. 그래서 굉장히 많은 언론들이 제가 알기로는 거의 언론에서 커미시수어사이드는 못 봤거든요. 그런데 이제 그 과정이 최근 한 20년에 걸쳐서 일어났어요. 그래서 한국도 결국에는 비슷한 움직임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렇게 계속 저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 이현웅 : 그렇군요. 요즘에 말씀하신 정신적인 질병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아니고 요즘에 보면 조력 자살이라고 하나요? 스위스 같은 데로 가서 자살을 하거나 그런 나라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이것도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일각에서는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이런 분위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하네요.
◆ 나종호 : 글쎄요. 굉장히 이제 그거는 또 다른 논의의 어떤 과정을 거칠 내용인데요. 한국에서는 저는 약간 걱정은 되는 게 한국에 아까 말씀하셨듯이 자살률이 워낙 높잖아요. 지금 OECD 평균의 거의 2배 이상이고 지난 20년 동안 거의 압도적인 1위를 한두 번 빼고 다 기록을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약간은 저는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시기상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자살률이 너무 높은 사회에서 우리가 조력사라든가 안락사를 허용을 하게 되면 정말 그때는 걷잡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그런데 이제 안락사나 조력사 같은 경우에도 굉장히 많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또 주마다 다르고 나라마다 다르거든요. 그런데 이제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지금 한국에서처럼 우울증이 높고 어떤 자살률이 높은 데서는 저는 가급적이면 그냥 약간 피하고 싶은 주제이긴 합니다.
◇ 이현웅 : 우선은 그 전에 지금 음지에 숨어 있는 그리고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는 이것부터 우리가 깨야 그다음 과정을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고요. 실제로 만나봤던 사례들 중에서 혹시 기억에 남는 사례들도 있다면 전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 나종호 : 저는 사실 저의 책 제목에서도 사람 도서관이라고 썼던 게 제가 만난 환자분 한 분이 굉장히 책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그 사람의 어떤 뒷이야기를 잘 모르잖아요. 항상 우리가 쉽게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가지고 판단을 하지만 사실은 그 사람의 뒷이야기를 정말 친한 사람이나 가족이 아닌 이상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특별히 한 환자를 찍기는 힘든데 그냥 굉장히 많은 분들이 각자의 사연이 있었고 제 앞에 선 환자분들은 굉장히 큰 용기를 낸 사람이라는 생각을 저는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저 같은 경우에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본과 때 굉장히 힘들고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제 심지어 심리학과를 심리학을 공부하고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어서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을 했는데 그런 저한테도 정신과 문턱이 너무 높더라고요. 그런 어떤 낙인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내가 의지가 약한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제 그 과정들이 레지던트를 하면서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많이 깨졌고 이제 돌이켜보면 내가 그때는 내지 못했던 용기를 이분들이 내셨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돼서 그분들을 만날 때마다 되게 고마운 마음이고 또 굉장히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이현웅 : 아마 이 얘기를 들으시면서 그 생각하시는 분들 많을지 모르겠어요. 저도 최근에 그렇고 좀 새로운 감정들이 이렇게 들 때가 있거든요. 내가 왜 이러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주변에서도 한번 병원 찾아가 봐라고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그 문턱이 되게 높게 느껴져요. 그래서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된다라는 생각도 함께 드는데 어떻게 해서 바뀌어 갈 수 있을지 얘기를 해 주신다면요?
◆ 나종호 : 저는 그냥 제가 지금 한 이런 과거의 어떤 우울했던 경험들이나 이런 거 얘기하는 것도 그의 일환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아까 많은 연예인들 분들이 공황장애라든가 또 우울증을 고백하고 이런 것들도 있을 수 있고 더 개개인으로 가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뭐 친한 친구라든가 우리가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 없기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사실 이제 뉴욕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특별히 정신 건강 문제가 없어도 그러니까 내가 우울증이 굉장히 심한 게 아니라 약간 기분이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고 멀쩡할 수도 있어도 약간 우리가 PT를 받잖아요. 그런 운동할 때 PT 받는 것처럼 그냥 자기 관리의 일환으로 심리 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그래서 그거를 보면은 나 지금 뭐 심리치료 받으러 간다 이렇게 하면 그거를 이상하게 보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자기 관리 열심히 하는구나 자기 멘탈 관리 열심히 하는구나.
◇ 이현웅 : 멘탈 PT네요.
◆ 나종호 :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거니까 그래서 우리도 갈수록 그런 분위기가 돼 갈 수 있지 않을까 제가 듣기로는 이제 한국 을 비롯한 동아시아 유교권 국가가 정신건강이나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낙인이 좀 심한 건 맞아요. 그런데 지금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많이 바뀌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많은 지금 MZ세대들을 비롯해서 정신건강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고 들었고 그래서 저는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편입니다.
◇ 이현웅 : 이제 좀 더 숨김없이 나를 드러내고 그 과정까지는 간다고 쳤을 때 그러면 누군가가 내 친구가 내 주변에서 나한테 그렇게 마음을 드러냈어요. 나는 어떻게 해야 됩니까? 그러면?
◆ 나종호 : 저도 그런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는데요. 우리가 항상 누가 내 앞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뭔가 솔루션을 제공해줘야 될 것 같고 뭔가 위로의 말을 꼭 해줘야 될 것 같고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사실 저는 섣부른 위로는 안 하니만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이런 질문 할 때마다 굉장히 좀 멋쩍긴 하지만 저는 그냥 듣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 이현웅 : 들어줘라 경청해라.
◆ 나종호 : 그 사람도 말을 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줘라 이런 경우보다는 대부분 이렇게 힘들기 때문에 그냥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물론 이제 본인이 생각하기에 좋은 위로를 그 사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줄 수 있다면 좋지만 꼭 내가 해줄 말이 없다고 해서 거기서 내가 너무 어떤 힘내라든가 꼭 이런 말을 해줘야겠다. 이런 압박감을 가지실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잘 들어주고 이 사람이 왜 힘든지를 같이 이해해 가고 싶은 과정을 겪다 보면 그 사람한테 많이 그냥 그것만으로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이현웅 : 알겠습니다. 우리 교수님 이제 마무리 말씀을 들어야 할 텐데 우리 사회가 자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앞으로 어떻게 다뤄야 할지 총체적으로 한번 못하신 말씀이 있다면 다 부탁드리겠습니다.
◆ 나종호 : 우리가 항상 자살률 1위 부동의 1위 이런 기사를 20년 동안 듣다 보니까 이게 굉장히 당연한 문제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요. 사실 무감각해지기 쉽고요. 그런데 사실 자살률은 실제로 낮출 수 있는 일이고 그렇게 실제로 낮추는 국가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 시작으로서 자살에 대한 대화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낼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지금 라디오 들으시면서 굉장히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많고 우울증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 본인이 어떤 의지가 약하거나 멘탈이 약해서라든가 그렇게 생각하시지 마시고 이건 전문가를 만나서 같이 치료할 수 있는 의학적 문제니까요. 꼭 용기를 내서 전문가를 만나보실 것을 그렇게 추천을 드리고 싶습니다.
◇ 이현웅 : 알겠습니다. 오늘 멀리서 와주셔서 이렇게 소중한 말씀 전해주셨습니다. 미국 예일대 정신건강의학과 나종호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나종호 : 감사합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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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23년 7월 11일 (화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 나종호 예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 오늘 1부는 이슈 초대석 준비했습니다. 자살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요? 좀 무겁고 혹은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실제 국내 언론 보도에서도 자살이라는 단어는 금기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고요. 관련 이슈를 다룰 때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완곡한 표현으로 쓰게 됩니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국가 가운데 부동의 1위 압도적인 1위이고요. 코로나19 이후에 자살률이 더 증가하고 있다고 하죠. 이런 우리 사회에서 자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을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멀리 미국 예일대에서 상암 스튜디오까지 한달음에 달려오신 분이 계십니다. 예일대 정신건강의학과 나종호 교수 모시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나종호 예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하 나종호) :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이현웅 : 정말로 미국에서 이렇게 한 달음에 달려와 주신 건가요?
◆ 나종호 : 오늘 용인에서 왔고요. 비가 많이 와서 힘들게 왔습니다.
◇ 이현웅 : 오늘 용인에서 오셨고 아마 교수님을 또 다른 매체 혹은 인터뷰에서 보신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 저희 YTN 라디오에서는 또 처음이니까 청취자분들께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 나종호 :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나종호라고 하고요. 미국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을 하고 있고 예일대 정신과 조교수이고 또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이라는 책을 낸 저자이기도 합니다.
◇ 이현웅 : 그전에부터 이력을 살펴보면 아마 우리 교수님을 더 특별하게 생각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학부 때 심리학을 전공하셨고 서울대에서 그리고 또 서울대에서 의학전문대학원 을 나오시고 미국으로 건너가셔서 말씀하신 것 같은 이력을 쌓으셨습니다. 문과잖아요 심리학이면. 문과 전공이신데 의사가 되겠다라고 마음은 먹으신 계기가 있을까요?
◆ 나종호 : 네. 아무래도 심리학과다 보니까 정신 건강에 항상 관심이 많았고 그러다가 임상심리라고 해서 상담 하는 그런 진로에 관심을 갖다가 어느 순간부터 사실 2000년대 초반에 제가 학부를 다녔는데 그때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을 잃었잖아요.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도 많았고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자살을 막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고 그러면 이제 자살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최전선에 있는 직업이 무엇일까 물론 심리학도 마찬가지지만 정신과 의사가 그 중에 하나인 것 같아서 저는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어서 의학전문대학원을 가게 됐습니다.
◇ 이현웅 : 그러시군요. 사실 이렇게 마음을 먹어도 이 커리어대로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본격적으로 얘기 들어가기에 앞서서 제가 그냥 가볍게 질문 하나만 드려볼게요. 오늘 지금 창 밖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어둡고 축축해요. 좀 날씨가. 이런 날에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오는 분들이 더 많으신가요?
◆ 나종호 : 글쎄요. 미국의 경우에는 예약을 미리 해야 되는 상황이어서 한국은 의사를 만나려면 바로바로 올 수가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아마 차이가 별로 없는데 한국에서는 아마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저는 정말 개인적인 추측입니다.
◇ 이현웅 : 미국에서는 이렇게 바로바로 예약 없이는 찾아가서 진료를 받고 하는게
◆ 나종호 :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죠. 정신과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 의사를 만날 때 있어서
◇ 이현웅 : 그렇군요. 왠지 이런 날만 되면 좀 기분이 다운된다라는 표현을 저희가 많이 쓰잖아요. 그래서 관련해서 한번 질문을 드려봤고요. 미국에서 인턴 레지던트 전문의 쭉 근무를 하고 계신데 그렇게 예약 없이는 찾아갈 수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정신과 응급실이라는 게 있다고 들었습니다.
◆ 나종호 : 주별로 다른데 이제 제가 수련을 받았던 뉴욕에는 정신과 응급실이 따로 있는 병원들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곳에는 보통 굉장히 응급한 분들 다양한 경우가 있는데요. 제가 주로 얘기했던 자살 생각이 있으신 분들 그런 분들이 오시는 경우도 있고 안전이 걱정이 되기 때문에 주변 분들이 데려오실 수도 있고 아니면 본인이 찾아오실 수 있 그리고 또 어떤 마약에 취하신 분들이 오는 경우들도 많고 미국은 마약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리고 또 급성 정신증이라고 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현병의 증상들 예를 들면 환청이 들린다든가 아니면 망상이 생긴다든가 이럴 경우에 오는 경우들도 있고요. 그래서 굉장히 다양한 분들이 다양한 이유로 찾아오십니다.
◇ 이현웅 : 내가 자살 충동이 들었을 때 응급실로 가야 한다라는 생각이 보편적으로 있나 보죠?
◆ 나종호 :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특히 그리고 미국은 최근에는 988이라고 해서 원래 119가 미국에서는 911이잖아요. 그런데 그거랑 유사하게 988은 정신건강 응급 전화번호예요. 그래서 988을 누르면 예를 들면 자살 생각이 굉장히 심한 경우에 정신 건강이 어느 정도 훈련이 된 사람이 구급대원이 출동을 할 수도 있고 상담을 해 줄 수도 그래서 만약에 이 사람이 좀 위험하다 싶으면 병원으로 데려오는 그런 시스템이 갈수록 구축이 돼 가고 있는 것 같아요.
◇ 이현웅 : 우리나라 상황과는 좀 많이 다르다고 느껴지는 게 우선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 응급실로 간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고요. 보통은 더 숨거나 혹은 얼마 전에 사회적 이슈가 됐습니다마는 우울증 갤러리 같은 것들을 통해서 커뮤니티 이런 데에서 위안을 느끼고는 하는데 부작용 같은 건 차치하고 네 이렇게 온라인상에서 모이고 이런 것들은 좀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 나종호 : 글쎄요. 저도 우울증 갤러리 기사로 접했는데 굉장히 우려가 되는 부분이 많고 그게 결국에는 우리가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서 어떤 음지로 숨으니까 그렇게 돼 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미국에서도 그런 과거에 물론 그런 정신 건강이라든가 우울증 자살 생각에 대한 낙인이 없지 않았는데 갈수록 그게 희석되는 분위기이고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예요. 그래서 사실 자살 생각이라는 게 우울증의 증상이 9가지가 있거든요. 그중에 한 가지이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우울증하고 굉장히 밀접한 연관이 있고 그래서 갈수록 약간 의학적인 문제 뭔가 병원에서 나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그런 안전한 공간에 가는 게 중요하다. 이런 공감대는 형성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 이현웅 :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 이러면 일단 선입견을 갖고 보는 게 어느 정도 깔려 있는 인식인 것 같은데 공황장애 같은 경우는 연예인들이 TV에서 많이 얘기를 하니까 이제 많이들 갖고 있는구나 이 정도 인식이 됐다고 하지만 자살 우울증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금씩 기피하는 현상이 있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교수님도 아무래도 정신과 정신의학과 환자분들 만나고 얘기하고 하다 보면 좋은 얘기보다는 조금 딥한 얘기 많이 하시게 될 텐데 그러면 교수님은 어떠세요?
◆ 나종호 : 사실 저희가 정신과 의사로서 정신과 의사들도 정신 건강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야 되는 직업이에요. 예를 들면 소방관이나 경찰관 분들도 마찬가지지만 좀 힘든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그런 사건들을 접할 때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저 같은 경우에는 그래서 저를 비롯한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실제로 본인이 심리 치료를 받는 경우도 많고요. 정신 분석을 받는 경우도 많고 또 이제 저희들끼리 같이 서로 지지해주는 어떤 모임을 갖기도 하고요. 그런 식으로 많이 관리를 하는 편입니다.
◇ 이현웅 : 선생님도 혹시 우울증 혹은 자살과 관련된 생각들 이런 걸 느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 나종호 : 제가 본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다닐 때 굉장히 힘들었어요. 아까 말씀하셨듯이 제가 문과였잖아요. 그래서 문과에다 나이도 많고 갔는데 같이 공부하다 보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그래서 굉장히 우울할 때가 있었는데요. 그래서 굉장히 우울한 시기가 있었고 그 내용들을 제가 책이나 글들로 많이 쓰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제 그런 걸 쓰는 이유는 제가 아까 말씀하셨듯이 우리 사회가 공황장애를 비롯해서 굉장히 많은 분들이 그거에 대해서 고백을 하셨잖아요. 저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요. 그런데 이제 그 단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공황장애가 어떻게 보면 낙인이 덜할 수 있는 어떤 정신질환 중에 하나고 아까 말씀하셨듯이 우울증이나 자살은 그보다 조금 더 조금은 더 사람들이 약간 걱정하는 그런 것이기 때문에 지금 미국 같은 경우에는 많은 연예인들이 실제로 우울증을 고백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우리가 아는 더락이라든가 드웨인 존슨이라든가 아니면 마이클 펠프스라든가 굉장히 유명한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한국도 저는 결국에는 그런 쪽으로 방향이 실제로 제가 얼마 전에 봤을 때는 몇몇 가수분들이나 연예인분들이 방송에서 얘기하는 걸 봤거든요. 그러니까 조금씩 나아갈수록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 이현웅 : 맞습니다. 지금 음지에 있는 것들을 양지로 끌어올리는 노력들이 필요할 것 같은데 관련해서 언론의 역할도 클 것 같아요. 지금은 자살 소식을 전할 때 극단적 선택이다라고 완곡하게 표현을 합니다. 이게 여러 가지 의도가 있고 목적이 있는 표현인데 교수님은 극단적 선택이라는 단어 용어에 대해서 좀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 나종호 : 일단 우리가 용어를 쓰면 그 용어의 장점이 명확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자살이라는 단어 대신에 어떤 완곡한 표현을 썼다고 사람들이 그 얘기를 듣고 자살 생각을 덜 한다든가 자살 위험성이 줄어든다든가 결국 자살 예방을 한다는 근거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사실 그대로 자살이라는 표현을 중립적으로 쓰고 있고요. 제 생각에 이제 언론 인터뷰를 왔기 라디오에 나왔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은 우리가 언론 보도 권고안이 있죠. 자살 보도를 할 때 그래서 유명인이 자살을 하면 보통 헤드라인에 극단적 선택을 써서도 안 되고, 자살을 써서 안 되고, 그냥 누군가가 사망했다 이렇게 써야 되는데 사실 제가 어느 순간부터 한국에서 느낀 건 극단적 선택을 이게 마치 자살이 아닌 것처럼 헤드라인에 도배가 된 걸 많이 봐요. 그러니까 이게 오히려 그런데 사실 대한민국 성인 중에 성인뿐만 아니라 대부분 뉴스를 보는 사람이라면 그 단어가 뜻하는 의미를 보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언론 보도 권고안 자체를 약간 어기게 되는 그런 역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용어 자체가. 그런데 그것뿐만 아니라 그리고 언론에서 보도를 할 때 자살이라는 것이 어떤 선택지가 되는 것을 그런 옵션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을 지향을 막아야 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 단어에는 선택이라는 말이 이미 들어와 있기 때문에 글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게 만드는 것 같고요. 많은 분들이 아까 말씀드렸듯이 우울증의 증상이기도 하고 정신질환하고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어요. 그래서 그런 분들이 이제 정말 정신 질환으로 힘들어하다가 세상을 떠나시는 경우도 굉장히 많은데 그런 분들한테 어떤 선택을 했다고 하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좀 잘못된 해석인 것 같고요. 또 마지막으로 자살 유족들 같은 경우에는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왜 고인이 그런 선택을 하셨냐 이렇게 물어보는 거라고 해요. 그러니까 유족한테도 상처가 되는 거죠. 그래서 굉장히 다양한 이유들이 있는데 저는 결국에는 득은 밝혀진 게 거의 없는데 이 실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사용하지 말자라고 계속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 이현웅 : 미국 아무래도 환경이 더 익숙하실 테니까 미국에서는 보도나 이런 데에서도 그냥 그대로 다 표현을 하나요?
◆ 나종호 : 사실 미국에서도 굉장히 비슷한 작업이 있었는데요. 원래 자살에 있어서 수어사이드(suicide)가 자살인데 원래 자살하고 같이 가는 동사는 커밋(commit)라는 단어였어요. 그래서 저지르다라는 뜻이고, 보통 범죄라든가 뭔가 좀 어두운 이 단어였는데 처음으로 이제 아들을 자살로 잃은 도리스 소머 로텐버그라는 여사님이 자기도 본인은 몰랐대요. 그게 문제가 있다는 걸 그런데 이제 아들이 떠나고 나서 뉴스를 보니까 커미시수어사이드 자살을 저질렀다. 이런 식이어서 보니까 이분이 너무 마음이 안 좋았던 거죠. 내 아들은 아들의 말씀을 드리면 양극성 장애를 굉장히 심하게 알고 있었고 조울증이라고 하는 그러다 이제 스스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래서 그때부터 문제를 제기해서 유족들이 같이 동의를 하고 또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같이 동의를 해서 힘을 모아서 이제는 다이 바이 수어사이드(die by suicide)라고 자살로 사망했다라고 표현을 해요. 그래서 굉장히 많은 언론들이 제가 알기로는 거의 언론에서 커미시수어사이드는 못 봤거든요. 그런데 이제 그 과정이 최근 한 20년에 걸쳐서 일어났어요. 그래서 한국도 결국에는 비슷한 움직임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렇게 계속 저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 이현웅 : 그렇군요. 요즘에 말씀하신 정신적인 질병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아니고 요즘에 보면 조력 자살이라고 하나요? 스위스 같은 데로 가서 자살을 하거나 그런 나라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이것도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일각에서는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이런 분위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하네요.
◆ 나종호 : 글쎄요. 굉장히 이제 그거는 또 다른 논의의 어떤 과정을 거칠 내용인데요. 한국에서는 저는 약간 걱정은 되는 게 한국에 아까 말씀하셨듯이 자살률이 워낙 높잖아요. 지금 OECD 평균의 거의 2배 이상이고 지난 20년 동안 거의 압도적인 1위를 한두 번 빼고 다 기록을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약간은 저는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시기상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자살률이 너무 높은 사회에서 우리가 조력사라든가 안락사를 허용을 하게 되면 정말 그때는 걷잡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그런데 이제 안락사나 조력사 같은 경우에도 굉장히 많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또 주마다 다르고 나라마다 다르거든요. 그런데 이제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지금 한국에서처럼 우울증이 높고 어떤 자살률이 높은 데서는 저는 가급적이면 그냥 약간 피하고 싶은 주제이긴 합니다.
◇ 이현웅 : 우선은 그 전에 지금 음지에 숨어 있는 그리고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는 이것부터 우리가 깨야 그다음 과정을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고요. 실제로 만나봤던 사례들 중에서 혹시 기억에 남는 사례들도 있다면 전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 나종호 : 저는 사실 저의 책 제목에서도 사람 도서관이라고 썼던 게 제가 만난 환자분 한 분이 굉장히 책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그 사람의 어떤 뒷이야기를 잘 모르잖아요. 항상 우리가 쉽게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가지고 판단을 하지만 사실은 그 사람의 뒷이야기를 정말 친한 사람이나 가족이 아닌 이상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특별히 한 환자를 찍기는 힘든데 그냥 굉장히 많은 분들이 각자의 사연이 있었고 제 앞에 선 환자분들은 굉장히 큰 용기를 낸 사람이라는 생각을 저는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저 같은 경우에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본과 때 굉장히 힘들고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제 심지어 심리학과를 심리학을 공부하고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어서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을 했는데 그런 저한테도 정신과 문턱이 너무 높더라고요. 그런 어떤 낙인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내가 의지가 약한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제 그 과정들이 레지던트를 하면서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많이 깨졌고 이제 돌이켜보면 내가 그때는 내지 못했던 용기를 이분들이 내셨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돼서 그분들을 만날 때마다 되게 고마운 마음이고 또 굉장히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이현웅 : 아마 이 얘기를 들으시면서 그 생각하시는 분들 많을지 모르겠어요. 저도 최근에 그렇고 좀 새로운 감정들이 이렇게 들 때가 있거든요. 내가 왜 이러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주변에서도 한번 병원 찾아가 봐라고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그 문턱이 되게 높게 느껴져요. 그래서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된다라는 생각도 함께 드는데 어떻게 해서 바뀌어 갈 수 있을지 얘기를 해 주신다면요?
◆ 나종호 : 저는 그냥 제가 지금 한 이런 과거의 어떤 우울했던 경험들이나 이런 거 얘기하는 것도 그의 일환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아까 많은 연예인들 분들이 공황장애라든가 또 우울증을 고백하고 이런 것들도 있을 수 있고 더 개개인으로 가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뭐 친한 친구라든가 우리가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 없기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사실 이제 뉴욕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특별히 정신 건강 문제가 없어도 그러니까 내가 우울증이 굉장히 심한 게 아니라 약간 기분이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고 멀쩡할 수도 있어도 약간 우리가 PT를 받잖아요. 그런 운동할 때 PT 받는 것처럼 그냥 자기 관리의 일환으로 심리 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그래서 그거를 보면은 나 지금 뭐 심리치료 받으러 간다 이렇게 하면 그거를 이상하게 보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자기 관리 열심히 하는구나 자기 멘탈 관리 열심히 하는구나.
◇ 이현웅 : 멘탈 PT네요.
◆ 나종호 :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거니까 그래서 우리도 갈수록 그런 분위기가 돼 갈 수 있지 않을까 제가 듣기로는 이제 한국 을 비롯한 동아시아 유교권 국가가 정신건강이나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낙인이 좀 심한 건 맞아요. 그런데 지금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많이 바뀌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많은 지금 MZ세대들을 비롯해서 정신건강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고 들었고 그래서 저는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편입니다.
◇ 이현웅 : 이제 좀 더 숨김없이 나를 드러내고 그 과정까지는 간다고 쳤을 때 그러면 누군가가 내 친구가 내 주변에서 나한테 그렇게 마음을 드러냈어요. 나는 어떻게 해야 됩니까? 그러면?
◆ 나종호 : 저도 그런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는데요. 우리가 항상 누가 내 앞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뭔가 솔루션을 제공해줘야 될 것 같고 뭔가 위로의 말을 꼭 해줘야 될 것 같고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사실 저는 섣부른 위로는 안 하니만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이런 질문 할 때마다 굉장히 좀 멋쩍긴 하지만 저는 그냥 듣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 이현웅 : 들어줘라 경청해라.
◆ 나종호 : 그 사람도 말을 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줘라 이런 경우보다는 대부분 이렇게 힘들기 때문에 그냥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물론 이제 본인이 생각하기에 좋은 위로를 그 사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줄 수 있다면 좋지만 꼭 내가 해줄 말이 없다고 해서 거기서 내가 너무 어떤 힘내라든가 꼭 이런 말을 해줘야겠다. 이런 압박감을 가지실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잘 들어주고 이 사람이 왜 힘든지를 같이 이해해 가고 싶은 과정을 겪다 보면 그 사람한테 많이 그냥 그것만으로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이현웅 : 알겠습니다. 우리 교수님 이제 마무리 말씀을 들어야 할 텐데 우리 사회가 자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앞으로 어떻게 다뤄야 할지 총체적으로 한번 못하신 말씀이 있다면 다 부탁드리겠습니다.
◆ 나종호 : 우리가 항상 자살률 1위 부동의 1위 이런 기사를 20년 동안 듣다 보니까 이게 굉장히 당연한 문제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요. 사실 무감각해지기 쉽고요. 그런데 사실 자살률은 실제로 낮출 수 있는 일이고 그렇게 실제로 낮추는 국가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 시작으로서 자살에 대한 대화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낼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지금 라디오 들으시면서 굉장히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많고 우울증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 본인이 어떤 의지가 약하거나 멘탈이 약해서라든가 그렇게 생각하시지 마시고 이건 전문가를 만나서 같이 치료할 수 있는 의학적 문제니까요. 꼭 용기를 내서 전문가를 만나보실 것을 그렇게 추천을 드리고 싶습니다.
◇ 이현웅 : 알겠습니다. 오늘 멀리서 와주셔서 이렇게 소중한 말씀 전해주셨습니다. 미국 예일대 정신건강의학과 나종호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나종호 : 감사합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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