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왜 인재인가?...임시 제방· 3차례 경고·사각지대

'오송 참사' 왜 인재인가?...임시 제방· 3차례 경고·사각지대

2023.07.18.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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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참사' 왜 인재인가?...임시 제방· 3차례 경고·사각지대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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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시작은 미호강 임시 제방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왜 인재인지 3가지 관점에서 정리해 보겠다. 먼저 참사의 시작은 미호천교 재가설 공사 현장 옆 둑이 무너지면서 시작됐다. 사고가 일어난 시각은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쯤. 미호천교 인근 제방이 무너져 내리면서 6만 톤의 많은 물이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가득 채웠다. 단 2~3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차량 10여 대가 지하차도 안에 갇혔다.

언론에 보도된 주민들 말에 따르면 미호천교를 새로 지으면서 다리 끝부분과 겹친 기존 제방 40m가량을 허물었고 홍수가 나기 전 임시로 제방을 설치했다고 한다. 사고가 난 바로 그 지점이다. 문제는 임시 제방 높이에 있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임시 제방을 설치한 건 사고 나기 일주일 전쯤이고 주변 제방 높이보다 턱없이 낮아 많은 물을 감당하지 못했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만큼 낮은 임시 제방 쪽으로 물이 몰릴 수 밖에 없었다.

주민들 말로는 미호강 제방 자체가 이전에 있었던 여러 차례의 홍수에도 끄떡없었다고 한다. 정찬교 궁평1리 전 이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유실 사고가 나기 몇 시간 전 미호강 제방은 3m 밑으로 강물이 차올라 있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지만, 임시로 쌓은 둑은 30cm 밑까지 물이 출렁였다"고 밝혔다. 임시 제방 높이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행복청은 이를 적극 반박한다. 먼저 "기존 제방을 두고 다리 공사를 할 수 없어 제방을 일시적으로 허물었다가 장마철을 앞두고 임시제방을 설치하는 것은 불가피했다"며 "작년에도 이런 방식으로 공사했고 임시제방은 미호강의 계획 홍수위에 맞춰 조성했다"는 것이다. 인재가 아니라 천재지변에 의한 사고라는 얘기다. 지하차도와 미호천교의 직선거리는 600미터 정도. 가까운 제방과는 200여 미터에 이른다. 참사가 난 지하차도가 인근 논밭보다 낮은 지대여서 집중 호우 시 침수 사고는 어느 정도 예견된 곳이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사진출처 = YTN

3차례 경고도 무시

미호천교 제방에 이어 논란이 되는 것은 3차례 경고 무시이다. 사고가 발생한 건 오전 8시 40분. 첫 번째 경고는 이보다 4시간여 전인 오전 4시 10분에 있었다. 금강홍수통제소가 미호천교 주변에 홍수 경보를 발령한 것이다. 이어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 등 관계 기관 76곳에 통보문과 문자까지 발송했다.

두 번째 경고는 사고 발생 두 시간 전에 이뤄졌다. 오전 6시 34분 금강홍수통제소가 유선으로 청주 흥덕구청에 주민 대피·통제를 요청한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경고는 정찬교 전 궁평1리 이장이 119에 직접 신고하면서 이뤄졌다. 사고 발생 1시간 전쯤이다. 정 전 이장은 119에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취지로 신고했고 119는 이 같은 신고 내용을 시청에 알렸다고 밝혔다.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 경고는 하나도 실행되지 않았다. 어느 기관도 제방 근처에 있는 궁평2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다. 결국 오전 8시 40분 범람한 미호강 물이 지하차도로 흘러 들어갔고 청주의 747번 급행버스는 폭우로 통제된 다른 길을 피해 이곳 지하차도를 지나다 사고를 당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위험 지하차도 관리하면 뭐 하나?…사각지대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9년 전국에 있는 위험 지하차도 145곳을 세 등급으로 분류하고 '호우경보' 등이 발령되면 즉각 통제하도록 했다. 다만 궁평2지하차도는 통제되지 않았다.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가 별도의 세부 매뉴얼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궁평2지하차도는 전국 단위의 통제 계획 밖에 있었던 셈이다.

지난 2020년에는 집중호우가 있을 때 침수 우려가 있는 지하차도에 원격 자동차단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부산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 사망자가 여럿 발생했던 초량 제1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계기로 계획이 이뤄졌다.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내린 이유는 집중호우로 동시다발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여러 시설을 동시에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자동차단시설은 직접 현장에 나가지 않고도 원격으로 통행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2019년부터 자동차단시설은 일부 지하차도에 시범 설치하고 있었는데 이를 전국의 침수 우려 지하차도 145곳으로 조속히 확대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지하차도 통제기준 등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일선 현장 매뉴얼을 정비하고 지자체 담당공무원뿐 아니라 경찰공무원까지 교육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런 전국 단위 예방 조치 계획이 구축되기 시작한 게 바로 4년 전부터이다.

천재지변 자체를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 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는 결국 인간의 몫이다. 임시 제방을 다른 정상적인 제방처럼 좀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면, 3차례 경고 가운데 마지막 경고라도 실행에 옮겼더라면, 그리고 행안부가 몇 년 전부터 추진했던 지하차도 특별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번 참사는 일어나지 않거나 피해를 최대한 줄였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오송 참사'는 인재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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