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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박한 배 주위로 온갖 쓰레기들로 가득합니다.
언뜻 보면 땅 같은데, 여기 바다예요.
폭우가 내릴 때마다 직접적인 피해도 크지만, 하류 쪽에는 온갖 쓰레기도 떠밀려와 몸살을 앓습니다.
여기는 해안가입니다.
플라스틱이나 배달용기 같은 생활 쓰레기는 뭐 말할 것도 없고요,
도로 방호벽까지 떠밀려 왔다고 합니다.
충청권에 내린 많은 비로 금강 하구는 천 톤에 달하는 '장마 쓰레기'로 꽉 막혔습니다.
언제, 누가 다 치우나요.
어민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김태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마구잡이로 뒤엉킨 나뭇가지와 풀들이 바다 위를 가득 메웠습니다.
군데군데 놓인 흰색 플라스틱 용품과 스티로폼도 보입니다.
폭우로 하굿둑 수문이 열리자 금강 상류에서부터 서해까지 밀려온 '장마 쓰레기'들입니다.
항구에서 10km나 떨어진 서천군 마서면의 작은 해변에도 끝 모를 쓰레기 행렬은 이어집니다.
바람과 해류를 타고 서천군 일대 서해안을 따라 곳곳에 널린 겁니다.
폭우가 내린 지 닷새도 채 되지 않았는데, 바다로 쏟아진 부유물은 무려 1,000t에 달합니다.
[나정표 / 충남 서천군 연안항만팀장 : 이번 달 말까지 (수거 완료) 목표를 하고 있는데요, 계속 비 오면 작업을 못 하잖아요. 오늘 밤에라도 상류 쪽에서 200mm 이렇게 왔다고 하면 (쓰레기가) 또 내려올 테니까….]
어민들은 매해 찾아오는 장마 쓰레기들이 어망을 망치거나 어선을 손상하는 일이 허다해 생계를 위협할 정도라고 말합니다.
[전두현 / 충남 서천군 어민회장 : 쓰레기 때문에 배들이 현재 나가지도 못하고, 들어오지도 못하고 움직이질 못하는 상태입니다. 출항해야 하는데 출항을 못 하는 입장이에요.]
[앵커]
14명이 목숨을 잃은 오송 지하차도.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면서도 이제는 진상규명에도 속도를 내야 할 시간입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나를 짚어보려 했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조치가 적절했던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대응이 얼마나 미숙했고 느렸는지 속속 드러나고 있잖아요?
"제방이 넘치려고 한다, 대피해야 한다."
시민들은 참사가 발생하기 1시간 40분전쯤부터 경고에 경고를 거듭했습니다.
이런 시민들의 신고에도 헛발질로 엇박자를 낸 건 경찰, 소방, 자치단체 '모두' 였습니다.
먼저 지도 보시죠.
사고가 난 것은 궁평2지하차도였죠.
통제가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신고에, 경찰이 출동한 곳은
'궁평지하차도'였습니다.
수 분만에 출동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통제 지점을 잘못 찾은 겁니다.
엉뚱한 곳에서 교통통제를 하는 사이,
'궁평2지하차도'에는 빠르게 물이 차올랐습니다.
청주시의 대응도 분노를 부릅니다.
이미 지하차도에 물이 다 찼어요.
그런데 시내버스 회사들에 '궁평2지하차도'를 지나가도록 통보했습니다.
이곳이 완전히 침수된 시점.
8시 49분에 청주시에서 시내버스 회사들에 통보한 우회경로 보시죠.
파란 실선이 평상시의 버스 노선이에요.
그런데 비가 많이 오니까 우회로를 안내합니다.
노란 실선이에요.
보시다시피 참사가 일어난 '궁평2지하차도'를 건너라고 안내한 것입니다.
청주시 담당 부서는 당시 상황을 알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기관끼리, 담당부서 사이에 '상황 공유'라는 것이 제대로 된 게 맞습니까?
각 기관들의 해명을 좀 볼까요?
충청북도는 말합니다.
"미호강의 범람 위기 신고를 청주시가 통보해주지 않았다."
청주시는 이렇게 말합니다.
"해당 도로의 통제권은 충북도에 있다."
그럼 경찰의 해명은요?
"도로 통제의 1차 책임은 지방자체단체에 있다."
충북소방본부도 청주시청과 흥덕구청 당직실에 열 차례나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찰도 재난 무선통신망을 이용해 충청북도와 흥덕구청에 관련 내용을 전파했다고 하지만, 두 기관은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고 변명합니다.
재난 상황에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기관들이 헛발질을 하면서 결국 무고한 시민 1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가능성에 대해 충북경찰청은 "모든 것을 열어 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관리상 결함'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무조정실도 신고 이후의 각 기관이 상황 전파는 제대로 했는지, 대응이 적절했는지 등에 대해 감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기존 비슷한 참사에서는 어떤 처벌이 나왔는지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3년 전, 부산으로 가볼게요.
당시에도 많은 비로 지하차도에서 3명이 사망했습니다.
당시 재판에 넘겨졌던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황보혜경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3년 전 시간당 8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부산시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안.
차량 7대가 순식간에 물에 잠기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3명이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부실대응책임을 물어 부구청장 등 공무원 11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재난 대비 대응 매뉴얼이 있었지만, 사고 당시 이를 제대로 따르지 않아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당시에도 차량 통제를 하지 않은 데다, 차량 진입을 통제하는 안내 전광판은 고장 나 있었습니다.
오송의 경우 부산 사고 때와는 달리 행정안전부 등의 사전 통제 지시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YTN이 입수한 청주시의 '풍수해 재난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을 보면 재난 대응 지침으로 '교통통제와 현장 통제'가 명시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자체장 등에게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중대시민재해란 지하차도와 같은 공중이용시설 관리 결함으로 1명이 숨지는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와 공무원 등을 처벌하게 한 것으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손정혜 / 변호사 : 112신고나 홍수피해 예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은 점, 그래서 결국은 통제되지 않았고 이것을 제어하는 재난관리 안전 책임자가 책임져야 합니다.]
[앵커]
공무원들이 책임을 다했느냐는 비판이 커지면서 반대쪽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터져 나왔습니다.
현재 공무원 조직의 상황을 알려주겠다는 익명의 온라인 게시물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겁니다.
"오송 참사가 또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도발적 제목의 글입니다.
내용을 보면요.
"안전 관련 부서는 주말 근무와 새벽 출근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데, 월급은 300만 원이 안 된다"고 설명합니다.
비슷한 돈을 받으며 격무에 시달린다는 거죠.
공무원들은 이 부서를 기피할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발령이 나면 휴직을 선택"한다고 말합니다.
이러다보니 누가 그 자리를 채우겠습니까? 결국 신규 발령자가 그 자리에 가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가뜩이나 새로운 업무라 힘들고 인원도 부족한데, 물어볼 사람도 없는 상황.
담당자가 정신이 없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문제는 돌발 상황이 터졌을 때입니다.
어렵게 메뉴얼대로 대응을 하면 민원들이 폭탄처럼 밀려들고, 혹 메뉴얼을 못 지키면 법적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가야 한다는 겁니다.
[이용재 /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YTN 굿모닝 와이티엔) : 공무원 입장에서 대변하자면 솔직히 이런 재난 관련 업무를 하고 계신 공무원들은 정말 속된 표현이지만 잘해야 본전이라는 것밖에 없습니다. 아무 문제가 일어나면 무미 덤덤하게 넘어가고 혹시 사고라도 터지면 모든 책임을 다 뒤집어쓴다고 할까요. 이러다 보니까 상당히 일선에서는 기피하는 업무 중 하나다.]
글쓴이는 "안전 담당 공무원이 휴직이냐, 감옥이냐, 아니면 스스로 목숨을 끊느냐의 '죽음의 삼지선다' 앞에 설 수밖에 없다"고 씁쓸하게 글을 끝맺고 있는데요.
물론 과실이 있는 공무원은 명확히 찾아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구멍에 대해서는 우리가 얼마나 점검하고 고치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죽음의 삼지선다'라는 공무원의 자조 섞인 글이 씁쓸합니다.
부산 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겪고도, 9개월 전 이태원 참사를 마주하고도, 재난 대응 시스템은 왜 변한 게 없을까요?
YTN 안보라 (anbor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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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박한 배 주위로 온갖 쓰레기들로 가득합니다.
언뜻 보면 땅 같은데, 여기 바다예요.
폭우가 내릴 때마다 직접적인 피해도 크지만, 하류 쪽에는 온갖 쓰레기도 떠밀려와 몸살을 앓습니다.
여기는 해안가입니다.
플라스틱이나 배달용기 같은 생활 쓰레기는 뭐 말할 것도 없고요,
도로 방호벽까지 떠밀려 왔다고 합니다.
충청권에 내린 많은 비로 금강 하구는 천 톤에 달하는 '장마 쓰레기'로 꽉 막혔습니다.
언제, 누가 다 치우나요.
어민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김태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마구잡이로 뒤엉킨 나뭇가지와 풀들이 바다 위를 가득 메웠습니다.
군데군데 놓인 흰색 플라스틱 용품과 스티로폼도 보입니다.
폭우로 하굿둑 수문이 열리자 금강 상류에서부터 서해까지 밀려온 '장마 쓰레기'들입니다.
항구에서 10km나 떨어진 서천군 마서면의 작은 해변에도 끝 모를 쓰레기 행렬은 이어집니다.
바람과 해류를 타고 서천군 일대 서해안을 따라 곳곳에 널린 겁니다.
폭우가 내린 지 닷새도 채 되지 않았는데, 바다로 쏟아진 부유물은 무려 1,000t에 달합니다.
[나정표 / 충남 서천군 연안항만팀장 : 이번 달 말까지 (수거 완료) 목표를 하고 있는데요, 계속 비 오면 작업을 못 하잖아요. 오늘 밤에라도 상류 쪽에서 200mm 이렇게 왔다고 하면 (쓰레기가) 또 내려올 테니까….]
어민들은 매해 찾아오는 장마 쓰레기들이 어망을 망치거나 어선을 손상하는 일이 허다해 생계를 위협할 정도라고 말합니다.
[전두현 / 충남 서천군 어민회장 : 쓰레기 때문에 배들이 현재 나가지도 못하고, 들어오지도 못하고 움직이질 못하는 상태입니다. 출항해야 하는데 출항을 못 하는 입장이에요.]
[앵커]
14명이 목숨을 잃은 오송 지하차도.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면서도 이제는 진상규명에도 속도를 내야 할 시간입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나를 짚어보려 했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조치가 적절했던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대응이 얼마나 미숙했고 느렸는지 속속 드러나고 있잖아요?
"제방이 넘치려고 한다, 대피해야 한다."
시민들은 참사가 발생하기 1시간 40분전쯤부터 경고에 경고를 거듭했습니다.
이런 시민들의 신고에도 헛발질로 엇박자를 낸 건 경찰, 소방, 자치단체 '모두' 였습니다.
먼저 지도 보시죠.
사고가 난 것은 궁평2지하차도였죠.
통제가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신고에, 경찰이 출동한 곳은
'궁평지하차도'였습니다.
수 분만에 출동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통제 지점을 잘못 찾은 겁니다.
엉뚱한 곳에서 교통통제를 하는 사이,
'궁평2지하차도'에는 빠르게 물이 차올랐습니다.
청주시의 대응도 분노를 부릅니다.
이미 지하차도에 물이 다 찼어요.
그런데 시내버스 회사들에 '궁평2지하차도'를 지나가도록 통보했습니다.
이곳이 완전히 침수된 시점.
8시 49분에 청주시에서 시내버스 회사들에 통보한 우회경로 보시죠.
파란 실선이 평상시의 버스 노선이에요.
그런데 비가 많이 오니까 우회로를 안내합니다.
노란 실선이에요.
보시다시피 참사가 일어난 '궁평2지하차도'를 건너라고 안내한 것입니다.
청주시 담당 부서는 당시 상황을 알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기관끼리, 담당부서 사이에 '상황 공유'라는 것이 제대로 된 게 맞습니까?
각 기관들의 해명을 좀 볼까요?
충청북도는 말합니다.
"미호강의 범람 위기 신고를 청주시가 통보해주지 않았다."
청주시는 이렇게 말합니다.
"해당 도로의 통제권은 충북도에 있다."
그럼 경찰의 해명은요?
"도로 통제의 1차 책임은 지방자체단체에 있다."
충북소방본부도 청주시청과 흥덕구청 당직실에 열 차례나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찰도 재난 무선통신망을 이용해 충청북도와 흥덕구청에 관련 내용을 전파했다고 하지만, 두 기관은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고 변명합니다.
재난 상황에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기관들이 헛발질을 하면서 결국 무고한 시민 1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가능성에 대해 충북경찰청은 "모든 것을 열어 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관리상 결함'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무조정실도 신고 이후의 각 기관이 상황 전파는 제대로 했는지, 대응이 적절했는지 등에 대해 감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기존 비슷한 참사에서는 어떤 처벌이 나왔는지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3년 전, 부산으로 가볼게요.
당시에도 많은 비로 지하차도에서 3명이 사망했습니다.
당시 재판에 넘겨졌던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황보혜경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3년 전 시간당 8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부산시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안.
차량 7대가 순식간에 물에 잠기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3명이 끝내 목숨을 잃었습니다.
부실대응책임을 물어 부구청장 등 공무원 11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재난 대비 대응 매뉴얼이 있었지만, 사고 당시 이를 제대로 따르지 않아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당시에도 차량 통제를 하지 않은 데다, 차량 진입을 통제하는 안내 전광판은 고장 나 있었습니다.
오송의 경우 부산 사고 때와는 달리 행정안전부 등의 사전 통제 지시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YTN이 입수한 청주시의 '풍수해 재난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을 보면 재난 대응 지침으로 '교통통제와 현장 통제'가 명시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자체장 등에게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중대시민재해란 지하차도와 같은 공중이용시설 관리 결함으로 1명이 숨지는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와 공무원 등을 처벌하게 한 것으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손정혜 / 변호사 : 112신고나 홍수피해 예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은 점, 그래서 결국은 통제되지 않았고 이것을 제어하는 재난관리 안전 책임자가 책임져야 합니다.]
[앵커]
공무원들이 책임을 다했느냐는 비판이 커지면서 반대쪽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터져 나왔습니다.
현재 공무원 조직의 상황을 알려주겠다는 익명의 온라인 게시물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겁니다.
"오송 참사가 또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도발적 제목의 글입니다.
내용을 보면요.
"안전 관련 부서는 주말 근무와 새벽 출근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데, 월급은 300만 원이 안 된다"고 설명합니다.
비슷한 돈을 받으며 격무에 시달린다는 거죠.
공무원들은 이 부서를 기피할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발령이 나면 휴직을 선택"한다고 말합니다.
이러다보니 누가 그 자리를 채우겠습니까? 결국 신규 발령자가 그 자리에 가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가뜩이나 새로운 업무라 힘들고 인원도 부족한데, 물어볼 사람도 없는 상황.
담당자가 정신이 없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문제는 돌발 상황이 터졌을 때입니다.
어렵게 메뉴얼대로 대응을 하면 민원들이 폭탄처럼 밀려들고, 혹 메뉴얼을 못 지키면 법적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가야 한다는 겁니다.
[이용재 /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YTN 굿모닝 와이티엔) : 공무원 입장에서 대변하자면 솔직히 이런 재난 관련 업무를 하고 계신 공무원들은 정말 속된 표현이지만 잘해야 본전이라는 것밖에 없습니다. 아무 문제가 일어나면 무미 덤덤하게 넘어가고 혹시 사고라도 터지면 모든 책임을 다 뒤집어쓴다고 할까요. 이러다 보니까 상당히 일선에서는 기피하는 업무 중 하나다.]
글쓴이는 "안전 담당 공무원이 휴직이냐, 감옥이냐, 아니면 스스로 목숨을 끊느냐의 '죽음의 삼지선다' 앞에 설 수밖에 없다"고 씁쓸하게 글을 끝맺고 있는데요.
물론 과실이 있는 공무원은 명확히 찾아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구멍에 대해서는 우리가 얼마나 점검하고 고치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죽음의 삼지선다'라는 공무원의 자조 섞인 글이 씁쓸합니다.
부산 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겪고도, 9개월 전 이태원 참사를 마주하고도, 재난 대응 시스템은 왜 변한 게 없을까요?
YTN 안보라 (anbor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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