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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일본 잼버리 때도 '찜통더위'
8년 전 일본에서 열린 잼버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 2015년 7월 28일부터 8월 8일까지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제23회 잼버리가 열렸다. 150개국 이상에서 3만 3천여 명의 스카우트 대원과 지도자가 참가했다. 관광객도 7만 8천여 명이 방문했다. 일본 잼버리 대회 기간에만 모두 10만여 명이 다녀간 셈이다.
당시에도 '찜통더위'가 큰 문제였다. 열사병과 탈수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속출했다. 환자들은 현장 의료시설로 옮겨져야 했다. 당시 일본 낮 기온은 35∼40도. 습도는 80%까지 치솟았다. 기온이나 습도만 놓고 보면 이때도 잼버리는 '생존 게임'에 가까웠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 상황도 일본 야마구치 잼버리와 비슷한 것이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새만금이 있는 부안 지역 낮 최고 기온은 잼버리 대회 첫날인 지난 1일 34.5도를 기록했다. 다음 날은 33.8도, 그리고 3일은 35도를 기록했다. 대회 3일 평균 34도를 기록하면서 폭염이 이어졌다. 개영식이 한창이던 밤 9시쯤 부안 기온은 27.5도였다. 수만 명의 인파가 한자리에 있으니 참가자들이 느꼈을 더위는 훨씬 심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잼버리 대회 장소 자체가 바닷가라 습도는 70%를 넘나든다. 온열 환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좋지 않은 환경이다.
텐트 못 박아야 하는데…진흙탕도 논란
물에 잠겨 플라스틱 팔레트 위에 텐트를 치는 한 스카우트 대원의 모습. 이번 대회에선 더위에 시달리고 침수도 대비해야 했다. 새만금 간척지에서는 물 빠짐이 잘 돼야 하는데 이게 잘 안되니 야영장이 진흙탕으로 변했다. 텐트를 치려면 큰 못을 땅에 박아야 하는데 금방 뽑힐 정도라고 한다.
새만금은 전북 군산·김제·부안 앞바다를 메워 만든 간척지다. 노태우 정부 때인 1991년 착공해 지난 2010년 4월에 완성됐다. 이번에 잼버리가 열린 대회장은 지난 2020년 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매립한 새로운 간척지다. 특히 야영장은 처음부터 농업 용지로 조성된 곳이다.
이 부분은 일본 야마구치 잼버리와 대비된다. 야마구치 대회장도 새만금과 같은 간척지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전국체전과 같은 대규모 행사가 열렸고 다양한 시설을 갖춰 '생존'이 아닌 '생활'이 가능한 곳으로 개발되어 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더위는 어떻게 할 수 없어도 최소한 침수 우려는 덜 수 있게 된다. 8년 전 일본 야마구치 잼버리는 새만금 잼버리에 더위를 경고하면서 간척지의 침수 문제가 중요하다는 시사점까지 줬다.
10조 경제 효과?…'글쎄'
'찜통더위'와 진흙탕 우려는 간과됐고 경제 효과는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전라북도는 잼버리 대회 유치 당시 생산 유발 효과와 부가가치를 포함해 국가적으로 9조 8,016억 원, 전라북도에는 5조 5,318억 원의 경제 효과를 줄 것이라고 홍보했다. 과연 이게 가능할까?
이번 대회에 들어간 비용은 1,082억 원. 참가비 402억 원을 빼면 68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전라북도가 398억 원, 중앙 정부가 282억 원을 나눠서 부담하기로 했다. 10대 청소년들이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데 얼마나 많은 경제 효과를 유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전 국제 대회에서도 자주 거론되던 '무형의 가치'를 최대한 넣더라도 10조 원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처음부터 경제 효과보단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청소년들의 국제 행사를 치렀다는 데 큰 의미를 두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
'잼버리'(Jamboree)란 말은 아메리카 원주민 언어이다.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를 뜻하는 시바아리(SHIVAREE)라는 단어가 바뀌어 전파된 것으로 전해졌다. 말 그대로라면 '생존 게임'이 아닌 '잔치'이고 '놀이'여야 한다. '찜통더위'와 진흙탕으로 고생하는 이번 잼버리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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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일본에서 열린 잼버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 2015년 7월 28일부터 8월 8일까지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제23회 잼버리가 열렸다. 150개국 이상에서 3만 3천여 명의 스카우트 대원과 지도자가 참가했다. 관광객도 7만 8천여 명이 방문했다. 일본 잼버리 대회 기간에만 모두 10만여 명이 다녀간 셈이다.
당시에도 '찜통더위'가 큰 문제였다. 열사병과 탈수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속출했다. 환자들은 현장 의료시설로 옮겨져야 했다. 당시 일본 낮 기온은 35∼40도. 습도는 80%까지 치솟았다. 기온이나 습도만 놓고 보면 이때도 잼버리는 '생존 게임'에 가까웠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 상황도 일본 야마구치 잼버리와 비슷한 것이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새만금이 있는 부안 지역 낮 최고 기온은 잼버리 대회 첫날인 지난 1일 34.5도를 기록했다. 다음 날은 33.8도, 그리고 3일은 35도를 기록했다. 대회 3일 평균 34도를 기록하면서 폭염이 이어졌다. 개영식이 한창이던 밤 9시쯤 부안 기온은 27.5도였다. 수만 명의 인파가 한자리에 있으니 참가자들이 느꼈을 더위는 훨씬 심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잼버리 대회 장소 자체가 바닷가라 습도는 70%를 넘나든다. 온열 환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좋지 않은 환경이다.
텐트 못 박아야 하는데…진흙탕도 논란
물에 잠겨 플라스틱 팔레트 위에 텐트를 치는 한 스카우트 대원의 모습. 이번 대회에선 더위에 시달리고 침수도 대비해야 했다. 새만금 간척지에서는 물 빠짐이 잘 돼야 하는데 이게 잘 안되니 야영장이 진흙탕으로 변했다. 텐트를 치려면 큰 못을 땅에 박아야 하는데 금방 뽑힐 정도라고 한다.
새만금은 전북 군산·김제·부안 앞바다를 메워 만든 간척지다. 노태우 정부 때인 1991년 착공해 지난 2010년 4월에 완성됐다. 이번에 잼버리가 열린 대회장은 지난 2020년 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매립한 새로운 간척지다. 특히 야영장은 처음부터 농업 용지로 조성된 곳이다.
이 부분은 일본 야마구치 잼버리와 대비된다. 야마구치 대회장도 새만금과 같은 간척지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전국체전과 같은 대규모 행사가 열렸고 다양한 시설을 갖춰 '생존'이 아닌 '생활'이 가능한 곳으로 개발되어 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더위는 어떻게 할 수 없어도 최소한 침수 우려는 덜 수 있게 된다. 8년 전 일본 야마구치 잼버리는 새만금 잼버리에 더위를 경고하면서 간척지의 침수 문제가 중요하다는 시사점까지 줬다.
10조 경제 효과?…'글쎄'
'찜통더위'와 진흙탕 우려는 간과됐고 경제 효과는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전라북도는 잼버리 대회 유치 당시 생산 유발 효과와 부가가치를 포함해 국가적으로 9조 8,016억 원, 전라북도에는 5조 5,318억 원의 경제 효과를 줄 것이라고 홍보했다. 과연 이게 가능할까?
이번 대회에 들어간 비용은 1,082억 원. 참가비 402억 원을 빼면 68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전라북도가 398억 원, 중앙 정부가 282억 원을 나눠서 부담하기로 했다. 10대 청소년들이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데 얼마나 많은 경제 효과를 유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전 국제 대회에서도 자주 거론되던 '무형의 가치'를 최대한 넣더라도 10조 원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처음부터 경제 효과보단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청소년들의 국제 행사를 치렀다는 데 큰 의미를 두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
'잼버리'(Jamboree)란 말은 아메리카 원주민 언어이다.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를 뜻하는 시바아리(SHIVAREE)라는 단어가 바뀌어 전파된 것으로 전해졌다. 말 그대로라면 '생존 게임'이 아닌 '잔치'이고 '놀이'여야 한다. '찜통더위'와 진흙탕으로 고생하는 이번 잼버리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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