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연구 출장서 손흥민 경기 직관한 공무원들 "꿈같은 여행"

잼버리 연구 출장서 손흥민 경기 직관한 공무원들 "꿈같은 여행"

2023.08.09. 오전 09:3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이미지 확대 보기
잼버리 연구 출장서 손흥민 경기 직관한 공무원들 "꿈같은 여행"
사진 출처=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캡쳐
AD
미흡한 대회 준비 속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쏟아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사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년 동안 공무원들이 잼버리를 명목으로 '외유성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8일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안군 공무원 4명이 2019년 10월 3~13일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등을 출장으로 다녀왔다. 이들이 복귀해 제출한 보고서가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올라와 있으며, 보고서의 제목은 '영국의 세계잼버리대회 개최지 및 도시재생 우수사례 연구' '프랑스 파리의 우수축제 및 자연자원 랜드마크 연구' 등이다.

그러나 이들이 다녀온 영국은 무려 103년 전인 1920년에 세계잼버리를 개최했으며, 프랑스는 76년 전인 1947년 개최가 유일해 출장지 선정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에는 이들이 영국 런던에 도착한 이튿날 버킹엄 궁전, 웨스트민스터사원 등 관광지를 둘러보며 하루를 보냈고, 3일 차에는 런던 근교의 휴양도시 브라이턴 지역으로 이동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의 홈구장인 아멕스 스타디움을 찾았다고 적혀 있다.

이들은 보고서에 "(아멕스 스타디움은) 운동장과 관중석이 가깝게 설계되어 생동감 넘치는 경기 관람 가능" "우리 군 읍면 단위 국민체육센터 등 관련 사업 시행 시 반영 가능" 등의 내용을 기재했다.

그러나 이들이 아멕스 스타디움을 찾은 날짜는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토트넘의 원정 경기가 치러진 2019년 10월 5일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해당 일정을 끼워 넣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이들은 이 외에도 파리 오르셰 미술관, 몽마르뜨 포도 축제, 몽생미셸 수도원 등을 다녀갔다.

부안군 공무원들이 잼버리를 명목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2017년 6월에는 부안군청 문화관광과, 미래창조경제과, 주산면 소속 공무원들이 영국, 프랑스, 체코 3개국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출장의 목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를 벤치마킹해 부안군의 신성장 동력인 문화관광의 구심점을 찾고, 잼버리대회 유치 홍보활동을 전개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영국에서 대영박물관, 피카디리 광장, 버킹엄궁전, 타워 브릿지 등을 돌아봤고, 체코에서는 프라하성과 존 레넌 벽을, 프랑스에서는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 등 유명 관광지를 다녀왔다. 출장 11일 차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10시간 20분 동안 파리 디즈니랜드에서만 시간을 보냈다고 보고서에 적혀 있다.

부안군 관계자 4명은 2017년 7월 10박 12일 일정으로 크로아티아, 체코, 헝가리, 독일 등 유럽 6개국 국외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보고서 제목은 '유럽문화 및 관광산업 등 견학 체험을 통해 우리 군의 문화, 관광 분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세계잼버리 새만금 유치 홍보활동을 하고자 함'으로, 세계잼버리 새만금 유치를 위한 홍보활동 전개'라고 요약됐다.

보고서의 해외연수 소감에는 "우리에게 있어 10박 12일 동안 꿈같은 여행은 이것으로 끝났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잊지 못할 생생한 추억으로 기억된다. 우리 팀원들과 해외 배낭 연수 기회를 갖게 해주심에 감사드린다"며 연수가 '여행'이라고 기재돼 있다.

이 밖에도 전북도청 관계자 5명은 2018년 5월 '잼버리 성공 개최 사례 조사' 명목으로 잼버리가 개최된 적 없는 스위스와 이탈리아로 6박 8일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전북 부안군은 해명자료를 내고 "축구 관람 및 디즈니랜드·에펠탑 방문 등은 잼버리 관련 출장이 아니라 직원 사기진작 차원에서 추진한 배낭여행 연수 일정"이라며 "출장 비용은 모두 군비로 충당했고 잼버리 예산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YTN 이유나 (lyn@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