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앤팩트] "사형 집행시설 점검" 지시한 한동훈...의도는?

[취재앤팩트] "사형 집행시설 점검" 지시한 한동훈...의도는?

2023.08.31. 오후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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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최근, 전국의 사형 집행 시설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렸죠.

우리나라가 사실상 사형 폐지국가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내린 지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임성호 기자!

[기자]
네, 사회부입니다.

[앵커]
먼저 한동훈 장관 지시 내용부터 정리해볼까요?

[기자]
네, 우리나라 교정 기관 가운데 사형 집행 시설을 갖춘 곳은 모두 네 곳입니다.

서울 구치소와 부산 구치소, 대전·대구 교도소에 사형 시설이 있는데요.

김영삼 정부 시절인 지난 1997년 12월 23명의 사형을 집행한 이후 한 번도 사용된 적 없이 방치됐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한동훈 장관이 시설 점검을 지시했습니다.

한 장관의 발언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한동훈 / 법무부 장관 : (사형) 집행 시설이 폐허처럼 방치되고, 일부 사형 확정자들이 교도관을 폭행하는 등 수형 행태가 문란하다는 지적들이 있었습니다. 법 집행 시설을 유지 관리하고, 사형 확정자들의 수형 행태를 조사하도록 지난주에 지시한 겁니다.]

[앵커]
우리나라가 실질적 사형 폐지국가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공교로운 지시인데요.

사형 집행 재개 가능성을 내비친 건가요?

[기자]
한 장관은 거기에 대해선 선을 그었습니다.

법정 최고형이 엄연히 사형인 만큼, 당연한 정비 조치일 뿐이라는 건데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한동훈 / 법무부 장관 : 대한민국의 사형 집행이 법에 있고 정부는 사형제 존치를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 시설을 유지하고, 사형 확정자들의 수형 행태를 국민께서 납득하실 수 있을 정도로 유지하는 것은 법무부의 임무입니다.]

한 장관은 사형 집행은 형사 정책적 기능이나 국민 법 감정, 국내·외 상황을 잘 고려해서 정해야 할 문제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지난달 국회에 출석해선 사형을 집행하면 유럽연합과 외교 관계가 심각하게 단절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 장관은 다만, 어떤 정부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며 기본적으로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앵커]
사형 시설 점검을 지시하면서도 사형 재개 가능성엔 모호하게 언급한 건데, 의도가 뭐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법조계 안팎에선 여러 해석이 나옵니다.

일각에서 실제로 사형 집행을 재개할 가능성을 열어둔 거란 반응이 나오지만,

여전히 높은 사형제 유지 여론을 의식한 정무적 발언이란 해석에 좀 더 무게가 실립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사형제 유지는 69%, 폐지는 23%로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사형제 존치에 찬성하는 거로 나타났는데요.

여기에 최근 흉악 범죄로 국민 불안이 커진 만큼 이를 달래려는 의도가 있어 보입니다.

또 지금까지 확정판결을 받은 국내 사형수는 55명인데요.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서 사형 확정자들의 수감 생활이 문란해졌단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최근엔 살인 혐의로 기소된 한 60대 남성이 사형이 선고되자 검사와 재판부를 조롱하는 일까지도 벌어졌는데요.

한 장관의 이번 지시는 언제든 형 집행이 될 수 있단 경각심을 유지하려는 취지도 엿보입니다.

[앵커]
어쨌든 당장 사형 집행을 재개할 가능성은 적어 보이는데, 대안으로 추진 중인 게 '가석방 없는 무기형'이죠?

[기자]
네, 구체적으론 무기형을 규정한 형법 조항을 고치는 것이 골자입니다.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을 나눈 뒤, 법원이 후자에 해당하는 무기형을 선고할 때만 가석방이 가능하게 하는 겁니다.

법무부는 헌법에 부합하는 사형제를 유지하면서도 흉악범죄자의 영구 격리를 위해선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흉악범죄 예방 효과가 있는지 검증이 안 된 데다, 가석방 기회를 아예 차단해 교정 관리의 어려움을 부를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최근 대법원도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면서요.

[기자]
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이에 대한 의견서를 최근 국회에 냈는데요.

법원행정처는 의견서에서 선진국에선 위헌성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폐지하는 추세라고 밝혔습니다.

또 사형제 유지를 전제로 이 형을 도입할 경우, 일반 범죄에까지 이런 선고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런 만큼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은 사형제 폐지를 전제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범죄 종류를 한정하거나 선고 요건을 강화하는 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법원의 이러한 의견은 사형제와의 병존을 전제로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추진하는 법무부 입장과는 차이가 나는 것이어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논쟁이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YTN 임성호 (seongh1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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