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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9월 2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최휘> EBS 어린이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캐릭터 ‘별이’가 새로 등장해서 화제가 되고 있어요. 그래서말인데, 오늘은 언론에 비친 장애아동에 대한 이야길 해볼까합니다. 먼저 <딩동댕 유치원>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캐릭터 등장, 어떻게 보셨어요?
◆ 김언경> 울컥하더라고요. 별이는 처음 등장한 18일 방송을 찾아봤는데요. 별이가 전학왔다며 딩동샘이 친구들에게 별이의 특성을 설명해줍니다. 친구들이 인사를 해도 별이가 인사를 받지 않는 등의 행동을 하면 딩동샘은 행동의 이유와 별이의 생각을 친구들에게 설명을 해주는데요. 첫 방송 중 자동차 경적 소리를 듣고 크게 놀란 별이를 보고 친구들이 “나도 놀랐는데”라면서 좀 당황해합니다. 그러자 딩동샘이 이렇게 말해요. “별이는 너희들이 놀란 것보다 조금 더 놀랐어. 왜냐면 별이는 소리, 빛, 냄새 같은 것에 훨씬 더 예민하거든. 별이가 어떻게 느끼냐면 (노래) 물소리, 바람소리, 경적소리, 세상의 모든 소리가 별이에게 이렇게 들려. 맴맴 매미소리가 더 크게, 짹짹 새소리가 더 크게, 세상 모든 소리가 더 크게, 그럴 땐 기다려줘. 별이 느낀 소리가 작아질 때까지” 아이들이 그걸 듣고 별이를 이해하고 같이 노는 것을 보면서 울컥 눈물이 났어요.
◇ 최휘> 딩동댕유치원에 장애아동과 다문화 아동 캐릭터가 나온 점, 기존에도 저희가 짚어봤듯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데요. 거기서 더 나아가 상세하게 구체화된 ‘자폐 스팩트럼 장애 아동’ 캐릭터를 만든 점은 어떻게 보셨어요?
◆ 김언경> 일단 작년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자폐 스팩트럼 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요. 또 지난 8월 주호민 씨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고발한 사안이 원래 본질과는 달리 자폐아동에 대한 혐오 분위기로 흐르기도 했거든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EBS가 좀 급하게 자폐 아동 캐릭터를 만들었나 이렇게 오해를 했어요. 그런데 최근 제작진 인터뷰가 언론에 많이 나와서 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본래 지난해 5월 개편 당시 신체 장애를 가진 아동, 다문화 아동 등 다른 캐릭터들과 함께 등장시키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폐 아동 캐릭터 묘사를 위한 제작진들의 공부가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1년 간 준비 시간을 가잔 것이라는 거에요. 기본적 자료조사를 위해 특수학교, 통합학급 교사 등을 찾아 자문을 구했고, 자폐를 가진 캐릭터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국내외 픽션과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며 공부했다고 하고요. 특히, 자폐 아이를 둔 부모가 본인의 일상을 찍어 올리는 유튜브 브이로그 영상을 많이 참고하기도 했답니다. 대본을 쓸 때는 전문가들에게 몇 차례 피드백을 받으며 대사를 수정했고 해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이 내용을 보면서 참 올바른 준비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최휘> 사실 예전 어린이 프로그램들을 생각하면 ‘뽀뽀뽀’의 뽀미언니처럼 그 시대에 가장 사랑스럽고 예쁜 분이 선생님이 되고요. 출연 어린이들도 정말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로 채워졌고요. 또 인형극으로 구성하는 경우에도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 같은 캐릭터가 있기도 했잖아요. 지금 딩동댕 유치원은 이런 분위기와는 참 많이 다른 것 같아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미디어오늘에서 이지현 EBS 유아어린이부 PD를 인터뷰한 기사가 있는데요. 지난해 봄 딩동댕 유치원을 개편하면서 모든 아동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캐릭터 서사를 중심에 뒀고, 장애 아동은 ‘불쌍한’ 위로의 대상이 아니고, 다문화나 조손, 이혼 가정 아동은 ‘이상한’ 아이들이 아니고, 고정된 성 역할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현실적이고 다양한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고 합니다. 사실 펭수나 번개맨처럼 독보적인 캐릭터가 있어야 상품화가 되고 수익이 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내부적 지적이 없진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대적 흐름에 맞게끔 캐릭터를 만들고 에피소드를 전개해 교육적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보도햇습니다. 그리고 올해 대부분 코너에서는 손인형이 아닌 실제 아동들도 많이 등장했는데요. 다문화 아동, 휠체어를 탄 아동, 다운증후군 아동 등이 직접 나와서 함께 그림을 그리는 등 어우려져 활동하는 모습도 있었고요. 동요 코너 안에는 수어로 동요를 부르는 ‘코너 속 코너’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청각장애인 문화 예술 단체 ‘핸드스피크’와 협업하기도 했데요. 이 부분에 대한 이PD의 인터뷰에서는 “우리나라에선 수어 방송이 항상 오른쪽 하단에 조그맣게 뜬다. 우리는 전면에 나와서 수어를 하고싶었다. 핸드스피크 계정에 들어가서 처음 봤을 때 충격적일만큼 너무 멋있었다. 수어를 율동처럼 하면 춤같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요를 수어로 율동처럼 해서 아이들이 쉽고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고 있다.”라는 거에요. 너무 칭찬만 해서 좀 민망할 정도인데요. 이 PD는 어린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어린이만이 아닌 어른들을 위한 재교육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정말 공감되는 말이었습니다.
◇ 최휘> 네. 이렇게 훈훈한 미디어 소식이 있는가 하면, 이른바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과 주호민 작가의 특수교사 고발 등의 문제로 교권실추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여론이 커지는 과정에서요. 이른바 ‘금쪽이’라고 통칭되는데 장애학생에 대한 혐오가 번져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더라고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후문 앞에 모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등을 비롯한 18개 교육 관련 단체 회원들은 웹툰작가 ‘주호민 사태’의 본질은 현재의 교육시스템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이를 방치하고 있는 교육부를 규탄했어요. 현재의 부조리한 교육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일부 언론들이 학생의 문제를 부각해 보도하는 바람에 장애학생들에 대한 혐오로 번졌다는 것입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애자녀를 둔 수많은 부모들은 두려움을 경험하고 있으며 교사들은 이러한 분노가 자칫 오랫동안 힘들게 쌓아 왔던 통합교육을 무너트려 장애학생의 분리를 당연하게 생각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교육현장에서 불거지는 장애학생들과 특수교사 간의 사건·사고들은 지원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학부모와 특수교사 간의 갈등을 중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특수학급 중심의 분리교육이 아닌 통합학급 중심의 교육 체계를 위한 교육공동체들간의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장애학생 혐오 여론 뒤에 숨어 눈치 보지 말고 통합교육을 향한 교육개혁을 지금 당장 시행”할 것을 촉구했어요.
◇ 최휘> 사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선생님들의 상황이 너무 안쓰럽거든요. 아이들의 행동도 너무 심각한 사례가 많고, 학부모의 행태도 너무 말도 안되는 상황이 많고요. 하지만 이렇게 선생님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아이의 문제가 드러나는 것 아닌가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 김언경> 저도 그런 걱정이 좀 많이 되었어요. 제가 지난번 서이초 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 관련 미디어비평에서 오은영 박사가 여러번 등장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건 금쪽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에 대한 비판, 너무 그들을 감싸고 돈 것 아니냐는 비판과 맥을 좀 같이 했습니다. 특히 주호민 작가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는 장애 아동 행동에 대해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고한 전지윤 씨의 기고문에서는 그런 보도의 사례를 들면서, 이런 보도들에는 ‘저런 애들은 집이나 시설에 가둬야 한다’는 댓글들이 달리고 혐오성 막말들이 쏟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여기에는 발달장애나 자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이 왜 저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어떤 이해나 노력도 없었다고 했어요. 이 보도에서는 언론이 주호민 작가와 자녀, 부인 등의 신상정보, 가족관계들을 공개하는 데도 아무 주저함이 없었다고도 지적했는데요. 특히 뉴스1은 “본능에 충실한 주호민 아들, 서울 ○○초 온다”는 기사까지 나왔다는 겁니다. 이런 식의 혐오와 편견에 가득 찬 묘사와 보도는 소위 “누리꾼”들의 혐오성 댓글들을 낳고, 다시 그 댓글을 인용하면서 새로운 기사들이 쏟아졌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나아가 많은 언론은 장애아동을 교육하는 특수교사들의 고충을 알린다는 명분으로 장애아동들을 ‘교사와 친구들을 수시로 할퀴고 때리고 아무 데서나 대소변을 보는 위험한 존재들’로 묘사하는 보도가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들 기사를 보고 제가 든 생각은 이 아이가 과연 한국에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까 라는 우려였습니다. 주호민 작가가 한 녹음이나 고발 등의 대책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고요. 그의 행동을 비판하기 위해서 그의 자녀를 성추행법으로, 괴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 최휘> 참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지금 소장님 말씀을 듣고 이렇게 오해를 하실 수 있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럼 이 아이의 행동이 문제가 없다는 것이냐 그럼 주호민 자녀 때문에 피해를 입은 아이의 인권은 없다는 것이냐. 이런 문제점을 두고 덮어놓고 장애아동을 두둔하며 보도하라는 것이냐 라고 지적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거든요?
◆ 김언경>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언론은 누군가를 납작하게 만들어서 악인으로 몰아가는 식으로 보도하기보다는 왜 그런 악인이 생겨나는가, 우리 사회가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주호민 사태의 경우도 실제 많은 학교에서 많은 장애 어린이에게서 생길 수 있는 문제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했을까요. 또 부모와 특수교사 간에 갈등이 커졌을 때 우리 교육시스템은 어떻게 했어야 할까요?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브스 프리미엄의 <주호민 논란 이후 남은 건 장애 혐오뿐...스시템은 제대로 작동했나>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장애 아동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부터 교육청에 즉각 보고하고 인권지원단과 함께 논의했어야 하는데, 양측의 입장문 등을 종합하면 교육청이 조기에 개입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어요. 김 총장은 주호민 사건과 같은 경우가 드물지 않다면 “이럴 때 소송에 나서기 전에 상호 소통을 유도해 부적절한 언사나 감정적인 대응을 한 교사에게 인권 교육을 하거나 녹음 등 과도하게 대응한 장애 학생 부모가 교사에게 사과하도록 중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더라고요. 교육청이 직접 개입해 예산을 지원하며 성교육 등을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며, 특수교사 한 명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사실 저도 아이를 키울 때, 제 아이와 장애아동과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나는 장애에 대한 이해가 정말 낮구나. 막연하게 장애인권을 보호해야한다는 관념은 갖고 있었지만 정작 아는 것이 없고 편견만 많앗구나. 실제 어른 세대들은 장애인 자체를 거의 보지 못할 정도로 장애인은 가정이나 시설에 감춰져있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장애아동도 통합교육의 당당한 주체자로 함께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실제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어른들은 장애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아동을 제대로 키우려면 우리 전체가 변화해야 하고, 알아야 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혐오를 부추기는 방식이 아니라, 이해를 돕는 방식으로 보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시스템을 갖춰나가고자 노력해야죠. 그러려면 교육 예산이 얼마나 더 확보되어야 하는지, 특수교육에서 개선될 사안은 뭔지 이런걸 짚는 게 지금 언론에서 해야 할 보도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주호민 씨를 비판하는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특히 그 과정에서 그의 자녀의 행동을 부각시키고 그를 괴물처럼 느끼게 하는 표현을 내놓는 것은 부적절했다는 생각입니다.
◇ 최휘> 딩동댕유치원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유형의 장애아동이든 이해하고 그들과 같이 잘 놀 수 있게 하려고 교육하고 있는데요. 정작 우리 어른들은 너무 부족한 언론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 그런데 정작 그 문제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엇나 그런 생각도 듭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최휘>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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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최휘> EBS 어린이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캐릭터 ‘별이’가 새로 등장해서 화제가 되고 있어요. 그래서말인데, 오늘은 언론에 비친 장애아동에 대한 이야길 해볼까합니다. 먼저 <딩동댕 유치원>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캐릭터 등장, 어떻게 보셨어요?
◆ 김언경> 울컥하더라고요. 별이는 처음 등장한 18일 방송을 찾아봤는데요. 별이가 전학왔다며 딩동샘이 친구들에게 별이의 특성을 설명해줍니다. 친구들이 인사를 해도 별이가 인사를 받지 않는 등의 행동을 하면 딩동샘은 행동의 이유와 별이의 생각을 친구들에게 설명을 해주는데요. 첫 방송 중 자동차 경적 소리를 듣고 크게 놀란 별이를 보고 친구들이 “나도 놀랐는데”라면서 좀 당황해합니다. 그러자 딩동샘이 이렇게 말해요. “별이는 너희들이 놀란 것보다 조금 더 놀랐어. 왜냐면 별이는 소리, 빛, 냄새 같은 것에 훨씬 더 예민하거든. 별이가 어떻게 느끼냐면 (노래) 물소리, 바람소리, 경적소리, 세상의 모든 소리가 별이에게 이렇게 들려. 맴맴 매미소리가 더 크게, 짹짹 새소리가 더 크게, 세상 모든 소리가 더 크게, 그럴 땐 기다려줘. 별이 느낀 소리가 작아질 때까지” 아이들이 그걸 듣고 별이를 이해하고 같이 노는 것을 보면서 울컥 눈물이 났어요.
◇ 최휘> 딩동댕유치원에 장애아동과 다문화 아동 캐릭터가 나온 점, 기존에도 저희가 짚어봤듯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데요. 거기서 더 나아가 상세하게 구체화된 ‘자폐 스팩트럼 장애 아동’ 캐릭터를 만든 점은 어떻게 보셨어요?
◆ 김언경> 일단 작년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자폐 스팩트럼 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요. 또 지난 8월 주호민 씨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고발한 사안이 원래 본질과는 달리 자폐아동에 대한 혐오 분위기로 흐르기도 했거든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EBS가 좀 급하게 자폐 아동 캐릭터를 만들었나 이렇게 오해를 했어요. 그런데 최근 제작진 인터뷰가 언론에 많이 나와서 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본래 지난해 5월 개편 당시 신체 장애를 가진 아동, 다문화 아동 등 다른 캐릭터들과 함께 등장시키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폐 아동 캐릭터 묘사를 위한 제작진들의 공부가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1년 간 준비 시간을 가잔 것이라는 거에요. 기본적 자료조사를 위해 특수학교, 통합학급 교사 등을 찾아 자문을 구했고, 자폐를 가진 캐릭터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국내외 픽션과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며 공부했다고 하고요. 특히, 자폐 아이를 둔 부모가 본인의 일상을 찍어 올리는 유튜브 브이로그 영상을 많이 참고하기도 했답니다. 대본을 쓸 때는 전문가들에게 몇 차례 피드백을 받으며 대사를 수정했고 해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이 내용을 보면서 참 올바른 준비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최휘> 사실 예전 어린이 프로그램들을 생각하면 ‘뽀뽀뽀’의 뽀미언니처럼 그 시대에 가장 사랑스럽고 예쁜 분이 선생님이 되고요. 출연 어린이들도 정말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로 채워졌고요. 또 인형극으로 구성하는 경우에도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 같은 캐릭터가 있기도 했잖아요. 지금 딩동댕 유치원은 이런 분위기와는 참 많이 다른 것 같아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미디어오늘에서 이지현 EBS 유아어린이부 PD를 인터뷰한 기사가 있는데요. 지난해 봄 딩동댕 유치원을 개편하면서 모든 아동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캐릭터 서사를 중심에 뒀고, 장애 아동은 ‘불쌍한’ 위로의 대상이 아니고, 다문화나 조손, 이혼 가정 아동은 ‘이상한’ 아이들이 아니고, 고정된 성 역할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현실적이고 다양한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고 합니다. 사실 펭수나 번개맨처럼 독보적인 캐릭터가 있어야 상품화가 되고 수익이 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내부적 지적이 없진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대적 흐름에 맞게끔 캐릭터를 만들고 에피소드를 전개해 교육적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보도햇습니다. 그리고 올해 대부분 코너에서는 손인형이 아닌 실제 아동들도 많이 등장했는데요. 다문화 아동, 휠체어를 탄 아동, 다운증후군 아동 등이 직접 나와서 함께 그림을 그리는 등 어우려져 활동하는 모습도 있었고요. 동요 코너 안에는 수어로 동요를 부르는 ‘코너 속 코너’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청각장애인 문화 예술 단체 ‘핸드스피크’와 협업하기도 했데요. 이 부분에 대한 이PD의 인터뷰에서는 “우리나라에선 수어 방송이 항상 오른쪽 하단에 조그맣게 뜬다. 우리는 전면에 나와서 수어를 하고싶었다. 핸드스피크 계정에 들어가서 처음 봤을 때 충격적일만큼 너무 멋있었다. 수어를 율동처럼 하면 춤같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요를 수어로 율동처럼 해서 아이들이 쉽고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고 있다.”라는 거에요. 너무 칭찬만 해서 좀 민망할 정도인데요. 이 PD는 어린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어린이만이 아닌 어른들을 위한 재교육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정말 공감되는 말이었습니다.
◇ 최휘> 네. 이렇게 훈훈한 미디어 소식이 있는가 하면, 이른바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과 주호민 작가의 특수교사 고발 등의 문제로 교권실추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여론이 커지는 과정에서요. 이른바 ‘금쪽이’라고 통칭되는데 장애학생에 대한 혐오가 번져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더라고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후문 앞에 모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등을 비롯한 18개 교육 관련 단체 회원들은 웹툰작가 ‘주호민 사태’의 본질은 현재의 교육시스템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이를 방치하고 있는 교육부를 규탄했어요. 현재의 부조리한 교육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일부 언론들이 학생의 문제를 부각해 보도하는 바람에 장애학생들에 대한 혐오로 번졌다는 것입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애자녀를 둔 수많은 부모들은 두려움을 경험하고 있으며 교사들은 이러한 분노가 자칫 오랫동안 힘들게 쌓아 왔던 통합교육을 무너트려 장애학생의 분리를 당연하게 생각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교육현장에서 불거지는 장애학생들과 특수교사 간의 사건·사고들은 지원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학부모와 특수교사 간의 갈등을 중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특수학급 중심의 분리교육이 아닌 통합학급 중심의 교육 체계를 위한 교육공동체들간의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장애학생 혐오 여론 뒤에 숨어 눈치 보지 말고 통합교육을 향한 교육개혁을 지금 당장 시행”할 것을 촉구했어요.
◇ 최휘> 사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선생님들의 상황이 너무 안쓰럽거든요. 아이들의 행동도 너무 심각한 사례가 많고, 학부모의 행태도 너무 말도 안되는 상황이 많고요. 하지만 이렇게 선생님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아이의 문제가 드러나는 것 아닌가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 김언경> 저도 그런 걱정이 좀 많이 되었어요. 제가 지난번 서이초 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 관련 미디어비평에서 오은영 박사가 여러번 등장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건 금쪽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에 대한 비판, 너무 그들을 감싸고 돈 것 아니냐는 비판과 맥을 좀 같이 했습니다. 특히 주호민 작가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는 장애 아동 행동에 대해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고한 전지윤 씨의 기고문에서는 그런 보도의 사례를 들면서, 이런 보도들에는 ‘저런 애들은 집이나 시설에 가둬야 한다’는 댓글들이 달리고 혐오성 막말들이 쏟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여기에는 발달장애나 자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이 왜 저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어떤 이해나 노력도 없었다고 했어요. 이 보도에서는 언론이 주호민 작가와 자녀, 부인 등의 신상정보, 가족관계들을 공개하는 데도 아무 주저함이 없었다고도 지적했는데요. 특히 뉴스1은 “본능에 충실한 주호민 아들, 서울 ○○초 온다”는 기사까지 나왔다는 겁니다. 이런 식의 혐오와 편견에 가득 찬 묘사와 보도는 소위 “누리꾼”들의 혐오성 댓글들을 낳고, 다시 그 댓글을 인용하면서 새로운 기사들이 쏟아졌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나아가 많은 언론은 장애아동을 교육하는 특수교사들의 고충을 알린다는 명분으로 장애아동들을 ‘교사와 친구들을 수시로 할퀴고 때리고 아무 데서나 대소변을 보는 위험한 존재들’로 묘사하는 보도가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들 기사를 보고 제가 든 생각은 이 아이가 과연 한국에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까 라는 우려였습니다. 주호민 작가가 한 녹음이나 고발 등의 대책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고요. 그의 행동을 비판하기 위해서 그의 자녀를 성추행법으로, 괴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 최휘> 참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지금 소장님 말씀을 듣고 이렇게 오해를 하실 수 있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럼 이 아이의 행동이 문제가 없다는 것이냐 그럼 주호민 자녀 때문에 피해를 입은 아이의 인권은 없다는 것이냐. 이런 문제점을 두고 덮어놓고 장애아동을 두둔하며 보도하라는 것이냐 라고 지적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거든요?
◆ 김언경>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언론은 누군가를 납작하게 만들어서 악인으로 몰아가는 식으로 보도하기보다는 왜 그런 악인이 생겨나는가, 우리 사회가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주호민 사태의 경우도 실제 많은 학교에서 많은 장애 어린이에게서 생길 수 있는 문제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했을까요. 또 부모와 특수교사 간에 갈등이 커졌을 때 우리 교육시스템은 어떻게 했어야 할까요?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브스 프리미엄의 <주호민 논란 이후 남은 건 장애 혐오뿐...스시템은 제대로 작동했나>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장애 아동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부터 교육청에 즉각 보고하고 인권지원단과 함께 논의했어야 하는데, 양측의 입장문 등을 종합하면 교육청이 조기에 개입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어요. 김 총장은 주호민 사건과 같은 경우가 드물지 않다면 “이럴 때 소송에 나서기 전에 상호 소통을 유도해 부적절한 언사나 감정적인 대응을 한 교사에게 인권 교육을 하거나 녹음 등 과도하게 대응한 장애 학생 부모가 교사에게 사과하도록 중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더라고요. 교육청이 직접 개입해 예산을 지원하며 성교육 등을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며, 특수교사 한 명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사실 저도 아이를 키울 때, 제 아이와 장애아동과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나는 장애에 대한 이해가 정말 낮구나. 막연하게 장애인권을 보호해야한다는 관념은 갖고 있었지만 정작 아는 것이 없고 편견만 많앗구나. 실제 어른 세대들은 장애인 자체를 거의 보지 못할 정도로 장애인은 가정이나 시설에 감춰져있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장애아동도 통합교육의 당당한 주체자로 함께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실제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어른들은 장애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아동을 제대로 키우려면 우리 전체가 변화해야 하고, 알아야 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혐오를 부추기는 방식이 아니라, 이해를 돕는 방식으로 보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시스템을 갖춰나가고자 노력해야죠. 그러려면 교육 예산이 얼마나 더 확보되어야 하는지, 특수교육에서 개선될 사안은 뭔지 이런걸 짚는 게 지금 언론에서 해야 할 보도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주호민 씨를 비판하는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특히 그 과정에서 그의 자녀의 행동을 부각시키고 그를 괴물처럼 느끼게 하는 표현을 내놓는 것은 부적절했다는 생각입니다.
◇ 최휘> 딩동댕유치원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유형의 장애아동이든 이해하고 그들과 같이 잘 놀 수 있게 하려고 교육하고 있는데요. 정작 우리 어른들은 너무 부족한 언론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 그런데 정작 그 문제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엇나 그런 생각도 듭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최휘>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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