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도 예산도 부족..."건강한 노인 위한 시설 늘어야"

복지관도 예산도 부족..."건강한 노인 위한 시설 늘어야"

2023.09.12. 오전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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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은 '건강한 노인'을 위한 여가 시설이 부족하다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네 곳곳에 복지관이 있긴 하지만, 정작 어르신들은 '할 게 없다'고 피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일부 시설에 몰리고 있는 게 현실인데요.

부족한 노인 여가 시설이 우리나라의 높은 노인 자살률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강민경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선배 어르신 여러분, 주먹을 쥐고 한 번 하늘을 향해서, 아자!"

피아노를 전공한 83살 김효자 씨는 오늘도 라디오 부스에 앉아 마이크를 잡습니다.

[김효자 / 83세·서울 대치동 : 선배 어르신 여러분, '잊혀진 계절' 잘 들으셨나요?]

4년 전 노인복지센터 음악 방송 자원봉사를 시작한 뒤, 잊고 살던 일상의 활력을 되찾았습니다.

[김효자 / 83세·서울 대치동 : (과거에는) 마음이 우울한 날이 있었거든요. 지금은 생활이 너무 즐거워요. 아주 즐거워요.]

이곳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인복지센터.

'건강한 어르신'을 위해, 난이도별로 60여 가지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인기 만점입니다.

하루 평균 천여 명의 어르신들이 이곳을 찾는데, 대부분 프로그램은 금세 마감됩니다.

[이주연 / 사회복지사 : 저희가 너무 빨리 마감이 되기 때문에 선착순 접수가 아니라 추첨제를 도입해서 하고 있을 정도로…(저희) 센터에만 좋은 프로그램이나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어서 찾아오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이곳이 특히 붐비는 이유는, 이곳만큼 양질의 노인 복지 시설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선, 시설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지난 7월 기준 국내의 노인복지관은 360여 곳.

4천여 개에 달하는 노인요양시설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입니다.

이마저도 대부분 동네 복지관이나 경로당 수준인 데다가, 초고령 위주의 프로그램만 있다는 게 어르신들의 불만입니다.

[유한순 / 80세·서울 홍제동 : (동네 복지관은) 한 90세 넘은 분들이 오고 시설이 안 좋고 (프로그램은) 이렇게 재밌게도 안 해요. 신청해서 한 번씩 갔다가 그냥 안 가고….]

'건강한 노인'의 여가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예산도 부족합니다.

올해 기준 노인복지예산은 23조 원이 넘지만, 이 중 80%가 넘는 18조 5천억 원이 기초연금 예산입니다.

나머지 20%의 예산으로 노인 복지 인프라 사업이 채워지는데, 이마저도 상당수는 질병 요양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건강한 노인'의 여가만을 위한 예산 항목은 아예 찾아볼 수조차 없습니다.

결국, 건강하게 노년을 맞이해도 '할 것 없는' 현실에 내몰리는 게 어르신들의 현 상황.

전문가들은 한국의 노인 자살률이 OECD 평균보다 3배 가까이 높다는 통계가, 이들이 사회적 관계를 맺을 여가 시설이 부족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임현국 / 여의도성모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 (어르신들이) 사회적 관계를 맺게 되면서 우울감이 완전히 해소됩니다. (어르신들이)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시설 같은 게 정말 좀 필요하고 그걸 통해서 사회적 관계도 좀 맺고 그런 게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좀 들죠.]

노인 인구 1천만 시대, '행복한 노년'을 보장해주는 복지 사회 전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서종성 / 79세·서울 인사동 : 아직까진 다닐 수 있을 때까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이런 데 다니고 싶습니다.]

YTN 강민경입니다.

촬영기자: 윤지원

그래픽: 김효진


YTN 강민경 (kmk02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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