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예제" vs "관리 필요"...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제 논란

"현대판 노예제" vs "관리 필요"...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제 논란

2023.10.05. 오전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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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고용허가제'라는 제도를 통해 취업비자를 받습니다.

고용허가제는 20년 전 도입됐을 때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과하게 침해한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강민경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외국인 노동자 사업장 변경 지역 제한'.

국무총리실 산하 외국인정책위원회가 지난 7월 의결한 뒤, 이번 달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전국을 수도권이나 충청, 전라 등 권역으로 나눈 뒤,

비정규직 취업비자로 입국한 이주노동자가 처음 일을 시작한 권역, 같은 업종에서만 사업장을 바꾸라는 게 결정의 핵심입니다.

영세 농가의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외국인 지원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합니다.

지역 이동 자유까지 제한하는 사실상 '현대판 노예'나 다름없다는 겁니다.

저임금에 열악한 환경, 심한 경우 폭언과 폭행에 시달려도 사업장을 바꾸는 게 쉽지 않습니다.

[최정규 / 변호사 : (지금도)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옮긴다는 건 정말 도저히 여기에 있을 수 없다, 이렇게 있다가는 내가 정말 큰 피해를 당하겠다, 아니면 산재를 당해 죽겠다고 하는 절규라고 생각하고 있죠.]

2004년 한국에 도입된 고용허가제.

외국인 노동자의 자유로운 직장 이동을 허용하고, 국내 정착을 유도하는 유럽 국가들과 달리

한국에선 해당 기간 정해진 일터에서만 일한 뒤, 반드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폭행이나 임금 체불 등 예외적인 노동 착취가 발생하면 변경이 가능하지만, 외국인 노동자가 직접 피해를 입증해야 합니다.

사업장 변경은 3번으로 제한되고, 사업주 동의가 필수적입니다.

일단 일을 시작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직장 선택의 자유는 사실상 없습니다.

[최정규 / 변호사 :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면) 3개월은 일을 못 해요. 다음 사업장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노동부가 알선해준 곳을 가요. 지금보다 더 열악할 수도 있어요. 그렇기에 사실은 (정부가) 이중 삼중으로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을 못 옮기도록 해 둔 거죠.]

다만 제도 유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고용허가제 유지가 필요하다는 쪽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불법 체류자를 막을 방법이 필요하다는 게 헌재의 판단입니다.

사업주들도 외국인 노동자의 태업을 막기 위한 제도적 고삐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제도 유지가 불가피하다면 적어도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1년 이상 성실히 근무할 경우 사업장 변경을 유연하게 허락해주고, 국내 정착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거론됩니다.

YTN 강민경입니다.

촬영기자 : 심원보
영상편집 : 연진영
그래픽 : 박유동


YTN 강민경 (kmk02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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