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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3년 10월 16일 (월요일)
□ 진행 : 박귀빈 아나운서
□ 출연: 강유정 강남대 교수(대중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박귀빈 아나운서(이하 박귀빈): 2023년 연말이 다가오는 시점, 올해의 트렌드였던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디깅모멘텀’이라고, 무언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과몰입하는 행위와 방법을 뜻하는데요. 최근 방영되고 있는 나는솔로, 이전에 방영된 하트 시그널, 환승연애, 돌싱글즈 등 극사실주의, 리얼리티 연애프로그램을 보며 남의 연애에 과몰입 하는 사회 분위기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연애 예능 과몰입러가 많아지는 이유는 뭘까요? 대중문화평론가로 활동하고 계신 강유정 강남대 교수 전화연결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강유정 강남대 교수(이하 강유정): 네 안녕하세요.
◇ 박귀빈: 교수님도 뭐 나는 솔로 이런 프로그램 즐겨보세요?
◆ 강유정 :게다가 워낙 화제가 돼서 이걸 안 보고는 대화에 거의 끼기 힘들 정도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중간 정도부터 봤는데 상당히 몰입을 해서 봤습니다.
◇ 박귀빈: 네 교수님도 몰입을 하셨군요. 이 프로그램이 이제 기수라는 게 있잖아요. 그러니까 한 기수의 이야기가 몇 주간 이어지고 또 다시 새 기수가 시작되고. 근데 이 나는 솔로라는 프로그램에서 얼마 전에 마무리된 기수가 16기였습니다. 근데 이 기수가 말도 많고 정말 탈도 많고, 뭐 지금까지도 계속 이슈가 되고 있어요. 과몰입하는 시청자들이 정말 많았던 기수라고 하는데 매 기수마다 화제성이 늘 높았던 것 같기는 한데요. 평론가로서 이런 문화적 현상 어떻게 보고 계세요?
◆ 강유정 :사실 실제 연애하는 게 낫지 왜 남의 연애 이렇게까지 과몰입할까라고 이런 프로그램에 대해서 좀 의아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으실 텐데요. 하지만 또 실제 연애는 또 위험이나 공포도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감정적 투자를 많이 하다 보니 일종의 갈등이라든가 이별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자아에 굉장히 큰 영향과 어떤 점에서는 상실까지도 가는 경우가 있잖아요. 오죽하면 상사병이라는 말도 있고 순애보라는 말에서도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다가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면 정말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라는 걸 포함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까 몰입도는 높은데, 나는 안전할 수 있는 일종의 대리 체험의 장이 점점 더 선호되는 양상들을 최근에 와서 더 보여주고 있는데, 왜냐하면 이 리얼리티 프로그램 안에 만남의 설렘도 있지만 이별도 있고 심지어 갈등까지 다 있습니다. 그러니까 연애에 기승전결의 서사가 다 들어가 있는 거죠. 그래서 과거에는 뛰어난 선남 선녀들이 좀 엘리트로 구성돼서 만나는 것까지 주로 보여준 프로들이 많았습니다. 연결돼서 우리가 오죽하면 짝짓기 프로그램이다라고까지 불렀는데요. 지금은 기승전결을 보여주니까 오히려 시청자들이 훈수를 둘 수 있다고 하죠.
◇ 박귀빈: 훈수를 둔다.
◆ 강유정 :우월성까지도 주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 상황에 애매하게 미로에 빠져서, 연애의 미로에 빠져서 헤매는 감정을 경험한다기보다 왜 저기서 저렇게 밖에 못하고, 왜 저기서 저 정도 인격밖에 못 보여주냐라는 오히려 장외의 우월성까지 선사를 하다 보니 이런 점에서 여러 가지로 지금 많은 사람들에게 안전한 대리 체험으로 환호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박귀빈: 교수님, 앞서 프로그램 보면서 좀 과몰입한 적 있다고 하셨는데 특히 어떤 순간에 좀 몰입이 되던가요?
◆ 강유정 :과거에는 과도한 편집으로 약간 출연자들의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 싶었을 때 그 편집자들에게 편집을 너무 많이 했다라고 비판이 갔잖아요. 저도 이번에 과몰입 됐을 때는 일종의 오해의 순간이 갔을 때 편집을 별로 하지 않고 시간이 꽤 흐른 다음에 그 당사자들의 오해가 풀리지 않았겠구나라고 했을 때, 연극 영화 이론의 가장 유명한 것 중에 제4의 벽이라는 이론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직접 들어가서 알려주고 싶은데 나는 스크린과 그리고 무대 밖에 있어서 이 상황을 알려줄 수 없을 때 느껴지는 그 답답함이 있어요. 근데 이게 바로 과몰입의 가장 높은 수준에 있거든요. 그러니까 관객들 그리고 이번에 시청자분들이 내가 정말 좀 알려주고 싶다 이게 어떤 상황인지 좀 설명해 주고 싶다라고까지 많이들 과몰입한 걸 보면 이게 정말 올해 트렌드가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 박귀빈: 그렇군요. 맞아요. 저기 저 때 내가 개입하고 싶은데, 저거 얘기해 줘야 되는데 막 이런 마음이 드니깐요. 앞서 디깅 모멘텀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일종의 과몰입. 지금 교수님께서도 이게 하나의 트렌드라는 말씀을 해주셨네요. 진짜 트렌드가 맞나 보네요.
◆ 강유정 : 트렌드는 사실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이게 좀 역사가 제법 오래됐는데 올라가 보자면 1977년에 mbc 청춘 만세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거기 남녀 3쌍이 출연해서 맞선 프로그램을 진행을 했는데 여기에 출연자 경쟁률이 22대 1 정도가 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 박귀빈: 그 당시에요
◆ 강유정 :네 그때 생각해 보면 70년대 말이니까 아무리 세상이 자유로워졌다고 해도 여전히 가부장제가 탄탄하던 시절이었고, 자유연애라는 게 좀 쉽지 않았던 시절이다 보니 tv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좀 보증할 만한 인물들이 나와서 맞선을 진행한다라는 게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고 하고요. 그 이후에도 청춘 데이트, 사랑의 스튜디오 같은 프로그램들이 이어졌고,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건 맞습니다만 맺어지는 데서 끝나는 대개 중매 프로그램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연예인들이 일반인들과 만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줘라던가 이런 어떤 리얼리티와 그리고 한편으로 조금의 각본이 섞여 있는 것들이 유행하던 시점이 있었는데 우리가 지금 얘기하고 있는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은 2011년 시작된 사실주의 리얼리티 연예 프로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짝이 시작이라고 하죠.
◇ 박귀빈: 짝 기억납니다.
◆ 강유정 :오죽하면 이게 처음에는 다큐멘터리로 시작이 됐다고 해요. 그러다가 몇몇 프로그램들에 이제 설정들이 추가가 되면서 대단한 인기를 불러일으켰죠. 이를테면 출연자들을 실명이 아닌 1호, 2호 이렇게 부른다거나 그래서 그런데 2014년 아다시피 좀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지 않았습까?
◇ 박귀빈:네 출연했던 일반인이 좀 문제가 있었죠.
◆ 강유정 :네 그 긴장과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는데 그 이후에 리얼리티 연예 프로그램들이 조금 사라지는 듯 하다가 사실상 지금 ott 프로그램을 통해서 채널이 다양화되고 그리고 한편으로는 팬데믹으로 인해서 실제 대면 접촉이 굉장히 제한되던 지난 3년간 이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 인기가 다시 급상승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 박귀빈: 예 맞습니다. 당시에 짝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반인이 이제 나와서 지금 말씀하셨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이 하나 있는 바람에 그 이후에 조금 잠잠해지나 했는데 그 이후에 또 이런 일이 많이 생겼고, 역시 출연자들이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나오는 플로우가 요즘에 많아지다 보니까 아무래도 시청자들이 좀 나를 더 대입해서 보는 이런 것도 더 겹쳐져서 과몰입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게 되는데요. 근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사실은 이런 프로그램에 막 과몰입하고 개입하고 싶고 그렇게 되는데, 실제는 비연애와 비혼이 또 하나의 트렌드처럼 된 것 같거든요. 어떻게 실제 나는 연애하지 않으면서 남이 연애하는 모습에 이렇게 관심 갖고 열광까지 하는 거 이건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 강유정 : 엄밀히 말해서 이 비연애, 비혼이라는 것 뒤에는 이런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의 성장하고 굉장히 맞붙어 있는 동전의 양면이 있는데요. 무슨 말이냐면, 이런 리얼리티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하신 분들이 또 자신의 어떤 경험들을 방송에서 보여줄 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 연애와 결혼을 하지 못하겠다라고 얘기할 때 많은 분들이 남들과 비교되는 상황에서 저렇게 뭔가 자랑할 수 있을 만한,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만한 상황에서의 연애나 그리고는 결혼이 되지 않는 이상 차라리 안 하는 게 낫겠다라는 식의 이런 소극적 거부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까 화려하게 보여주는 이런 리얼리티 연예 프로그램들이 많고 한편으로는 여기에 굉장히 몰입을 해서 때로는 약간 법적 분쟁이 생길 만큼 과한 어떤 반응까지 보이고 있는데, 그게 내 것이라면 부담스럽지만 남의 어떤 몰입이라든가 대리만족 그리고 여기 약간 안 좋은 말이기도 하지만 대리 카타르시스라고 하는 감정적 배설까지 다 하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내면에는 이런 모든 것들이 좀 위험할 수도 있고 굉장히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점점 더 진짜 내가 원하는 이상형의 연애나 결혼을 하지 못하는 이상 이걸 내가 보여주겠다라고 스스로 동의한 일반인 출연자에게 과도한 몰입과 그에 대해 응당한 과도한 반응까지 보여주고 있는 게 어쩌면 좀 연관성이 있다라고 보여집니다.
◇ 박귀빈: 그러니까 거부하는 마음도 있고 실제에서 연애를 하면 리스크는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소극적으로 거부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대리만족하는 그런 느낌도 있고 그런가 봐요. 그리고 지금 말씀하셨지만 이제 일반인이 이제 출연자로 나오다 보니 그리고 앞서도 어떤 종종 악역이나 밉상 같은 비호감 담당하는 일명 빌런이 등장하는데 사실 이것이 방송이다 보니까 어떤 설정이라든가 편집의 영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살짝 하겠지만 어찌 됐건 이 과몰입한 시청자들로부터 그 일반인이 악플 세례를 받기도 하거든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좀 보호 장치가 필요하지는 않을까요?
◆ 강유정 : 일단 보호 장치가 필요하지만 이게 악순환 사례이기도 하죠. 그리고 미디어의 속성상 참 안타깝지만 필연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오죽하면 노이즈를 일종의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출연자까지 등장할 정도인데요. 최근에 잘 보시면 최근 리얼리티 연예 프로그램은 정해져 있는 관습적 형식이 또 있는 게 아닙니다. 과거처럼 소개하고 선택 몇 번을 하고 이렇게 횟수라든가 이런 것들이 결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읽은 제작진들이 비정규적으로 게릴라식으로 이런 경우의 수를 조율하기도 하고 심지어 랜덤이라 부르는 장치까지 넣어놓고 있거든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즉각적인 대응을 하면서 오히려 어떤 출연자들에게 특별한 이상행동이나 이상 기후가 느껴지게 되면 되려 더 부각되는 방식으로 연출이 진행되는 거죠. 정해진 방식에 따르는 게 아니라. 그래서 편집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게 시청자와의 일종의 교호 작용 속에서 점점 더 한 인물에 대한 오해를 더 부각시키는 그런 연출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결국은 시청률을 높이고자 하는 제작진의 의도가 늘 관철이 된다라는 거고, 승자는 제작진인 거죠 언제나. 그래서 출연자들은 각오하고 출연하는 것 아니냐라고 시청자들까지도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게 사태가 진정이 될지 그리고 어떤 트리거가 돼서 또 어떤 사건이 일어날 수 있을지는 언제나 확률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있어서 제작진이 출연자 보호 차원이라든가 편집 이후에 있어서의 출연자들에 대한 요구에 대해서 물론 편집권은 방송국에 있긴 합니다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충분한 보호 장치가 필요할 시점이 왔다라는 생각은 듭니다.
◇ 박귀빈: 리얼리티 연예 프로그램에 과몰입하는 사회 시청자로서 과몰입을 한다면, 사실 어쩔 수 없이 그 프로그램이 재미있고 그러면 과몰입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거기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고 그렇다면 이왕 과몰입할 거 좀 건강하게 바람직하게 과몰입할 수 있는 팁이랄지 뭐 그런 게 있을까요?
◆ 강유정 : 말하자면 제4의 벽을 지켜주는 거죠. 아무리 우리가 드라마 속 캐릭터가 밉다고 해도 실제 인물과 글을 혼동해선 안 되는 것처럼 일단 매체에 출연하신 분들은 실제 캐릭터라고 하더라도 편집을 거친 이상 캐릭터라고 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과몰입하다 보면 실제 인물에 대한 증오나 사랑이 모두 극단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데 이를테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데도 트럼프가 출연했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라고 얘기하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어떤 이미지와 실체 간의 사이에 있어서의 간극이라는 걸 늘 좀 우리가 염두에 두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 박귀빈: 예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강유정 강남대 교수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 강유정 :네 감사합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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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23년 10월 16일 (월요일)
□ 진행 : 박귀빈 아나운서
□ 출연: 강유정 강남대 교수(대중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박귀빈 아나운서(이하 박귀빈): 2023년 연말이 다가오는 시점, 올해의 트렌드였던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디깅모멘텀’이라고, 무언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과몰입하는 행위와 방법을 뜻하는데요. 최근 방영되고 있는 나는솔로, 이전에 방영된 하트 시그널, 환승연애, 돌싱글즈 등 극사실주의, 리얼리티 연애프로그램을 보며 남의 연애에 과몰입 하는 사회 분위기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연애 예능 과몰입러가 많아지는 이유는 뭘까요? 대중문화평론가로 활동하고 계신 강유정 강남대 교수 전화연결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강유정 강남대 교수(이하 강유정): 네 안녕하세요.
◇ 박귀빈: 교수님도 뭐 나는 솔로 이런 프로그램 즐겨보세요?
◆ 강유정 :게다가 워낙 화제가 돼서 이걸 안 보고는 대화에 거의 끼기 힘들 정도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중간 정도부터 봤는데 상당히 몰입을 해서 봤습니다.
◇ 박귀빈: 네 교수님도 몰입을 하셨군요. 이 프로그램이 이제 기수라는 게 있잖아요. 그러니까 한 기수의 이야기가 몇 주간 이어지고 또 다시 새 기수가 시작되고. 근데 이 나는 솔로라는 프로그램에서 얼마 전에 마무리된 기수가 16기였습니다. 근데 이 기수가 말도 많고 정말 탈도 많고, 뭐 지금까지도 계속 이슈가 되고 있어요. 과몰입하는 시청자들이 정말 많았던 기수라고 하는데 매 기수마다 화제성이 늘 높았던 것 같기는 한데요. 평론가로서 이런 문화적 현상 어떻게 보고 계세요?
◆ 강유정 :사실 실제 연애하는 게 낫지 왜 남의 연애 이렇게까지 과몰입할까라고 이런 프로그램에 대해서 좀 의아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으실 텐데요. 하지만 또 실제 연애는 또 위험이나 공포도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감정적 투자를 많이 하다 보니 일종의 갈등이라든가 이별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자아에 굉장히 큰 영향과 어떤 점에서는 상실까지도 가는 경우가 있잖아요. 오죽하면 상사병이라는 말도 있고 순애보라는 말에서도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다가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면 정말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라는 걸 포함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까 몰입도는 높은데, 나는 안전할 수 있는 일종의 대리 체험의 장이 점점 더 선호되는 양상들을 최근에 와서 더 보여주고 있는데, 왜냐하면 이 리얼리티 프로그램 안에 만남의 설렘도 있지만 이별도 있고 심지어 갈등까지 다 있습니다. 그러니까 연애에 기승전결의 서사가 다 들어가 있는 거죠. 그래서 과거에는 뛰어난 선남 선녀들이 좀 엘리트로 구성돼서 만나는 것까지 주로 보여준 프로들이 많았습니다. 연결돼서 우리가 오죽하면 짝짓기 프로그램이다라고까지 불렀는데요. 지금은 기승전결을 보여주니까 오히려 시청자들이 훈수를 둘 수 있다고 하죠.
◇ 박귀빈: 훈수를 둔다.
◆ 강유정 :우월성까지도 주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 상황에 애매하게 미로에 빠져서, 연애의 미로에 빠져서 헤매는 감정을 경험한다기보다 왜 저기서 저렇게 밖에 못하고, 왜 저기서 저 정도 인격밖에 못 보여주냐라는 오히려 장외의 우월성까지 선사를 하다 보니 이런 점에서 여러 가지로 지금 많은 사람들에게 안전한 대리 체험으로 환호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박귀빈: 교수님, 앞서 프로그램 보면서 좀 과몰입한 적 있다고 하셨는데 특히 어떤 순간에 좀 몰입이 되던가요?
◆ 강유정 :과거에는 과도한 편집으로 약간 출연자들의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 싶었을 때 그 편집자들에게 편집을 너무 많이 했다라고 비판이 갔잖아요. 저도 이번에 과몰입 됐을 때는 일종의 오해의 순간이 갔을 때 편집을 별로 하지 않고 시간이 꽤 흐른 다음에 그 당사자들의 오해가 풀리지 않았겠구나라고 했을 때, 연극 영화 이론의 가장 유명한 것 중에 제4의 벽이라는 이론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직접 들어가서 알려주고 싶은데 나는 스크린과 그리고 무대 밖에 있어서 이 상황을 알려줄 수 없을 때 느껴지는 그 답답함이 있어요. 근데 이게 바로 과몰입의 가장 높은 수준에 있거든요. 그러니까 관객들 그리고 이번에 시청자분들이 내가 정말 좀 알려주고 싶다 이게 어떤 상황인지 좀 설명해 주고 싶다라고까지 많이들 과몰입한 걸 보면 이게 정말 올해 트렌드가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 박귀빈: 그렇군요. 맞아요. 저기 저 때 내가 개입하고 싶은데, 저거 얘기해 줘야 되는데 막 이런 마음이 드니깐요. 앞서 디깅 모멘텀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일종의 과몰입. 지금 교수님께서도 이게 하나의 트렌드라는 말씀을 해주셨네요. 진짜 트렌드가 맞나 보네요.
◆ 강유정 : 트렌드는 사실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이게 좀 역사가 제법 오래됐는데 올라가 보자면 1977년에 mbc 청춘 만세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거기 남녀 3쌍이 출연해서 맞선 프로그램을 진행을 했는데 여기에 출연자 경쟁률이 22대 1 정도가 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 박귀빈: 그 당시에요
◆ 강유정 :네 그때 생각해 보면 70년대 말이니까 아무리 세상이 자유로워졌다고 해도 여전히 가부장제가 탄탄하던 시절이었고, 자유연애라는 게 좀 쉽지 않았던 시절이다 보니 tv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좀 보증할 만한 인물들이 나와서 맞선을 진행한다라는 게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고 하고요. 그 이후에도 청춘 데이트, 사랑의 스튜디오 같은 프로그램들이 이어졌고,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건 맞습니다만 맺어지는 데서 끝나는 대개 중매 프로그램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연예인들이 일반인들과 만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줘라던가 이런 어떤 리얼리티와 그리고 한편으로 조금의 각본이 섞여 있는 것들이 유행하던 시점이 있었는데 우리가 지금 얘기하고 있는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은 2011년 시작된 사실주의 리얼리티 연예 프로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짝이 시작이라고 하죠.
◇ 박귀빈: 짝 기억납니다.
◆ 강유정 :오죽하면 이게 처음에는 다큐멘터리로 시작이 됐다고 해요. 그러다가 몇몇 프로그램들에 이제 설정들이 추가가 되면서 대단한 인기를 불러일으켰죠. 이를테면 출연자들을 실명이 아닌 1호, 2호 이렇게 부른다거나 그래서 그런데 2014년 아다시피 좀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지 않았습까?
◇ 박귀빈:네 출연했던 일반인이 좀 문제가 있었죠.
◆ 강유정 :네 그 긴장과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는데 그 이후에 리얼리티 연예 프로그램들이 조금 사라지는 듯 하다가 사실상 지금 ott 프로그램을 통해서 채널이 다양화되고 그리고 한편으로는 팬데믹으로 인해서 실제 대면 접촉이 굉장히 제한되던 지난 3년간 이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 인기가 다시 급상승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 박귀빈: 예 맞습니다. 당시에 짝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반인이 이제 나와서 지금 말씀하셨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이 하나 있는 바람에 그 이후에 조금 잠잠해지나 했는데 그 이후에 또 이런 일이 많이 생겼고, 역시 출연자들이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나오는 플로우가 요즘에 많아지다 보니까 아무래도 시청자들이 좀 나를 더 대입해서 보는 이런 것도 더 겹쳐져서 과몰입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게 되는데요. 근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사실은 이런 프로그램에 막 과몰입하고 개입하고 싶고 그렇게 되는데, 실제는 비연애와 비혼이 또 하나의 트렌드처럼 된 것 같거든요. 어떻게 실제 나는 연애하지 않으면서 남이 연애하는 모습에 이렇게 관심 갖고 열광까지 하는 거 이건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 강유정 : 엄밀히 말해서 이 비연애, 비혼이라는 것 뒤에는 이런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의 성장하고 굉장히 맞붙어 있는 동전의 양면이 있는데요. 무슨 말이냐면, 이런 리얼리티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하신 분들이 또 자신의 어떤 경험들을 방송에서 보여줄 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 연애와 결혼을 하지 못하겠다라고 얘기할 때 많은 분들이 남들과 비교되는 상황에서 저렇게 뭔가 자랑할 수 있을 만한,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만한 상황에서의 연애나 그리고는 결혼이 되지 않는 이상 차라리 안 하는 게 낫겠다라는 식의 이런 소극적 거부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까 화려하게 보여주는 이런 리얼리티 연예 프로그램들이 많고 한편으로는 여기에 굉장히 몰입을 해서 때로는 약간 법적 분쟁이 생길 만큼 과한 어떤 반응까지 보이고 있는데, 그게 내 것이라면 부담스럽지만 남의 어떤 몰입이라든가 대리만족 그리고 여기 약간 안 좋은 말이기도 하지만 대리 카타르시스라고 하는 감정적 배설까지 다 하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내면에는 이런 모든 것들이 좀 위험할 수도 있고 굉장히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점점 더 진짜 내가 원하는 이상형의 연애나 결혼을 하지 못하는 이상 이걸 내가 보여주겠다라고 스스로 동의한 일반인 출연자에게 과도한 몰입과 그에 대해 응당한 과도한 반응까지 보여주고 있는 게 어쩌면 좀 연관성이 있다라고 보여집니다.
◇ 박귀빈: 그러니까 거부하는 마음도 있고 실제에서 연애를 하면 리스크는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소극적으로 거부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대리만족하는 그런 느낌도 있고 그런가 봐요. 그리고 지금 말씀하셨지만 이제 일반인이 이제 출연자로 나오다 보니 그리고 앞서도 어떤 종종 악역이나 밉상 같은 비호감 담당하는 일명 빌런이 등장하는데 사실 이것이 방송이다 보니까 어떤 설정이라든가 편집의 영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살짝 하겠지만 어찌 됐건 이 과몰입한 시청자들로부터 그 일반인이 악플 세례를 받기도 하거든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좀 보호 장치가 필요하지는 않을까요?
◆ 강유정 : 일단 보호 장치가 필요하지만 이게 악순환 사례이기도 하죠. 그리고 미디어의 속성상 참 안타깝지만 필연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오죽하면 노이즈를 일종의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출연자까지 등장할 정도인데요. 최근에 잘 보시면 최근 리얼리티 연예 프로그램은 정해져 있는 관습적 형식이 또 있는 게 아닙니다. 과거처럼 소개하고 선택 몇 번을 하고 이렇게 횟수라든가 이런 것들이 결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읽은 제작진들이 비정규적으로 게릴라식으로 이런 경우의 수를 조율하기도 하고 심지어 랜덤이라 부르는 장치까지 넣어놓고 있거든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즉각적인 대응을 하면서 오히려 어떤 출연자들에게 특별한 이상행동이나 이상 기후가 느껴지게 되면 되려 더 부각되는 방식으로 연출이 진행되는 거죠. 정해진 방식에 따르는 게 아니라. 그래서 편집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게 시청자와의 일종의 교호 작용 속에서 점점 더 한 인물에 대한 오해를 더 부각시키는 그런 연출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결국은 시청률을 높이고자 하는 제작진의 의도가 늘 관철이 된다라는 거고, 승자는 제작진인 거죠 언제나. 그래서 출연자들은 각오하고 출연하는 것 아니냐라고 시청자들까지도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게 사태가 진정이 될지 그리고 어떤 트리거가 돼서 또 어떤 사건이 일어날 수 있을지는 언제나 확률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있어서 제작진이 출연자 보호 차원이라든가 편집 이후에 있어서의 출연자들에 대한 요구에 대해서 물론 편집권은 방송국에 있긴 합니다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충분한 보호 장치가 필요할 시점이 왔다라는 생각은 듭니다.
◇ 박귀빈: 리얼리티 연예 프로그램에 과몰입하는 사회 시청자로서 과몰입을 한다면, 사실 어쩔 수 없이 그 프로그램이 재미있고 그러면 과몰입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거기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고 그렇다면 이왕 과몰입할 거 좀 건강하게 바람직하게 과몰입할 수 있는 팁이랄지 뭐 그런 게 있을까요?
◆ 강유정 : 말하자면 제4의 벽을 지켜주는 거죠. 아무리 우리가 드라마 속 캐릭터가 밉다고 해도 실제 인물과 글을 혼동해선 안 되는 것처럼 일단 매체에 출연하신 분들은 실제 캐릭터라고 하더라도 편집을 거친 이상 캐릭터라고 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과몰입하다 보면 실제 인물에 대한 증오나 사랑이 모두 극단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데 이를테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데도 트럼프가 출연했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라고 얘기하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어떤 이미지와 실체 간의 사이에 있어서의 간극이라는 걸 늘 좀 우리가 염두에 두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 박귀빈: 예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강유정 강남대 교수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 강유정 :네 감사합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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