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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화에서 드라마, 그리고 뮤지컬까지.
이제 한국의 주요 상품이 된 'K 콘텐츠' 뒤에는 주연 배우 외에도, '감초 역할'을 하는 수많은 단역 연기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한 달에 백만 원을 채 못 벌 정도로 사실상 착취를 강요당하고 있는데요.
여기엔 수천 배의 임금 격차를 방치하고, 노동 시간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구조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단역 연기자 실태 심층 보고서 내용을 강민경, 권준수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연극과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30대 A 씨.
벌써 8년 차 배우지만, 본업만으로는 40만 원 월세를 내기조차 빠듯합니다.
[A 씨 / 30대·배우 : (연기 활동으로) 못 벌 때는 한 달 반 그 시간 동안 30만 원에서 60만 원 정도 벌었던 것 같아요.]
생활비를 벌기 위한 부업은 필수.
그러나 언제 캐스팅이 들어올지 몰라,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A 씨 / 30대·배우 : (새벽 물류창고 아르바이트 후) 3시간 정도 자고 바로 연습 갔다가. 그러면 그때부터 이제 악순환이죠. 연습 끝나면 또 몇 시간 뒤에 일하러 가야 하니까….]
굵직한 드라마와 영화에 여러 번 출연한 연기 경력 20년 차 B 씨도 공사장 일용직 일을 병행하며 생계를 꾸립니다.
한 회차분 당 50만 원 정도를 받는 드라마 일은 한 달에 한두 번이 고작.
그나마 촬영을 해도 편집되거나 방송이 안 나가면, 돈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B 씨 / 40대·배우 : 그냥 (편집된) 단역으로 끝나버리는, 금액적으로도 그렇고 역할로도 그렇고. 생활비의 애로사항은 항상 있는 문제여서….]
K 콘텐츠를 빛내는 '약방의 감초' 단역 연기자들이 박봉에 시달리며 지쳐가고 있습니다.
제작비는 오르고 주연급 배우들의 몸값은 치솟는데, 단역급 연기자들의 처우는 최소한의 구제책도 없이 오히려 곤두박질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최근 2년간 방영된 드라마 9개 작품을 살펴봤더니,
같은 작품에서 회차별 출연료 최고액과 최저액이 각각 2억 원과 10만 원으로, 2천 배 차이가 난 사례도 있었습니다.
회차마다 주연급 배우에게 1억 원 이상을 지급하면서, 단역 배우에겐 20만 원도 안 되는 돈을 준 드라마도 3편 중 1편꼴이었습니다.
연기자들은 최저 임금도 지켜지지 않는 현재의 제작 환경은 '열정페이'란 이름으로 사실상 착취나 다름없다고 지적합니다.
[주우 /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탤런트지부장 : 제작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굉장히 낮은 출연료를 제시해도 연기자들 신인들에게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회비용, 열정페이라는 생각에.]
그렇다면 현재의 단역 배우 임금 산정엔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는 걸까요?
YTN이 만난 배우들은, 소위 '통 계약'이라는 관행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습니다.
[A 씨 / 30대·배우 : 연습 기간이나 공연 기간 포함해서 통 페이로 얼마, 이렇게 받는 경우도 있고….]
'통 계약'이란 드라마 한 회나 연극 한 편을 기준으로 돈을 주는 포괄적 출연료 산정 관행입니다.
정해진 계약 기간이나 노동 시간도 없으니, 한 회차 분량을 위해 며칠 동안 촬영장에 나가 있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송창곤 /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총장 : 캐스팅됐는데 계약 날짜가 명료하지 않아요. 촬영 종료까지라고 한다면 계속 대기해야 하는 거예요.]
불합리한 처우와 출연료 산정 방식에도 쉽게 항의할 수 없습니다.
'갑'인 캐스팅 감독에게 반발하려면 일거리가 끊길 위험을 각오해야 합니다.
실제로 YTN 취재진이 확보한, 연기자 420명을 심층 조사한 보고서에는 이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이 여과 없이 담겨 있습니다.
10명 중 6명은 연평균 방송 소득이 2천만 원, 즉 최저임금으로 벌어들이는 연 소득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촬영에 필요한 소품이나 이동 비용 등을 지원받는 경우는 2%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출연료 체불과 촬영장에서 폭언, 모욕을 경험했다는 비율도 각각 30%가 넘었습니다.
그러나 캐스팅 보복 등이 두려워서 참고 견뎠다는 응답은 무려 63%에 달했습니다.
[C 씨 / 30대·배우 : (반발하면 앞으로) 저에게 연락이 안 올 가능성이 더 크죠. 그냥 하루살이, 하루살이처럼 정말로….]
스타성에 따른 차등 지급은 인정하지만 단역 배우도 작품에 꼭 필요한 역할인 만큼,
지금 같은 불합리한 출연료 격차나 비용 계산 방식은 바꿨으면 한다는 게 이들의 요구입니다.
[B 씨 / 40대·배우 : 1%의 그분들이 본인들의 10분의 1 정도만 감소시키겠다고 해도 나머지 100명 이상이 그 현장에선 괜찮게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미국이나 영국처럼, 작품 제작에 고용된 모든 출연자에 대한 근로조건을 정하는 단체 협약을 마련한 뒤, 촬영 일수에 맞춰 돈을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상헌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열악한 출연료로 생계를 위협받는 단역 연기자들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 콘텐츠는 이제 막 날개를 달고 세계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의 산업 발전과 지속 가능성, 그리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도
단역 배우들의 처우 개선 문제, 꼭 짚고 넘어갈 과제입니다.
YTN 강민경, 권준수입니다.
촬영기자 : 윤소정 왕시온 심원보
그래픽 : 홍명화
YTN 강민경 (kmk0210@ytn.co.kr)
YTN 권준수 (kjs81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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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드라마, 그리고 뮤지컬까지.
이제 한국의 주요 상품이 된 'K 콘텐츠' 뒤에는 주연 배우 외에도, '감초 역할'을 하는 수많은 단역 연기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한 달에 백만 원을 채 못 벌 정도로 사실상 착취를 강요당하고 있는데요.
여기엔 수천 배의 임금 격차를 방치하고, 노동 시간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구조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단역 연기자 실태 심층 보고서 내용을 강민경, 권준수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연극과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30대 A 씨.
벌써 8년 차 배우지만, 본업만으로는 40만 원 월세를 내기조차 빠듯합니다.
[A 씨 / 30대·배우 : (연기 활동으로) 못 벌 때는 한 달 반 그 시간 동안 30만 원에서 60만 원 정도 벌었던 것 같아요.]
생활비를 벌기 위한 부업은 필수.
그러나 언제 캐스팅이 들어올지 몰라,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A 씨 / 30대·배우 : (새벽 물류창고 아르바이트 후) 3시간 정도 자고 바로 연습 갔다가. 그러면 그때부터 이제 악순환이죠. 연습 끝나면 또 몇 시간 뒤에 일하러 가야 하니까….]
굵직한 드라마와 영화에 여러 번 출연한 연기 경력 20년 차 B 씨도 공사장 일용직 일을 병행하며 생계를 꾸립니다.
한 회차분 당 50만 원 정도를 받는 드라마 일은 한 달에 한두 번이 고작.
그나마 촬영을 해도 편집되거나 방송이 안 나가면, 돈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B 씨 / 40대·배우 : 그냥 (편집된) 단역으로 끝나버리는, 금액적으로도 그렇고 역할로도 그렇고. 생활비의 애로사항은 항상 있는 문제여서….]
K 콘텐츠를 빛내는 '약방의 감초' 단역 연기자들이 박봉에 시달리며 지쳐가고 있습니다.
제작비는 오르고 주연급 배우들의 몸값은 치솟는데, 단역급 연기자들의 처우는 최소한의 구제책도 없이 오히려 곤두박질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최근 2년간 방영된 드라마 9개 작품을 살펴봤더니,
같은 작품에서 회차별 출연료 최고액과 최저액이 각각 2억 원과 10만 원으로, 2천 배 차이가 난 사례도 있었습니다.
회차마다 주연급 배우에게 1억 원 이상을 지급하면서, 단역 배우에겐 20만 원도 안 되는 돈을 준 드라마도 3편 중 1편꼴이었습니다.
연기자들은 최저 임금도 지켜지지 않는 현재의 제작 환경은 '열정페이'란 이름으로 사실상 착취나 다름없다고 지적합니다.
[주우 /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탤런트지부장 : 제작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굉장히 낮은 출연료를 제시해도 연기자들 신인들에게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회비용, 열정페이라는 생각에.]
그렇다면 현재의 단역 배우 임금 산정엔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는 걸까요?
YTN이 만난 배우들은, 소위 '통 계약'이라는 관행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습니다.
[A 씨 / 30대·배우 : 연습 기간이나 공연 기간 포함해서 통 페이로 얼마, 이렇게 받는 경우도 있고….]
'통 계약'이란 드라마 한 회나 연극 한 편을 기준으로 돈을 주는 포괄적 출연료 산정 관행입니다.
정해진 계약 기간이나 노동 시간도 없으니, 한 회차 분량을 위해 며칠 동안 촬영장에 나가 있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송창곤 /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총장 : 캐스팅됐는데 계약 날짜가 명료하지 않아요. 촬영 종료까지라고 한다면 계속 대기해야 하는 거예요.]
불합리한 처우와 출연료 산정 방식에도 쉽게 항의할 수 없습니다.
'갑'인 캐스팅 감독에게 반발하려면 일거리가 끊길 위험을 각오해야 합니다.
실제로 YTN 취재진이 확보한, 연기자 420명을 심층 조사한 보고서에는 이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이 여과 없이 담겨 있습니다.
10명 중 6명은 연평균 방송 소득이 2천만 원, 즉 최저임금으로 벌어들이는 연 소득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촬영에 필요한 소품이나 이동 비용 등을 지원받는 경우는 2%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출연료 체불과 촬영장에서 폭언, 모욕을 경험했다는 비율도 각각 30%가 넘었습니다.
그러나 캐스팅 보복 등이 두려워서 참고 견뎠다는 응답은 무려 63%에 달했습니다.
[C 씨 / 30대·배우 : (반발하면 앞으로) 저에게 연락이 안 올 가능성이 더 크죠. 그냥 하루살이, 하루살이처럼 정말로….]
스타성에 따른 차등 지급은 인정하지만 단역 배우도 작품에 꼭 필요한 역할인 만큼,
지금 같은 불합리한 출연료 격차나 비용 계산 방식은 바꿨으면 한다는 게 이들의 요구입니다.
[B 씨 / 40대·배우 : 1%의 그분들이 본인들의 10분의 1 정도만 감소시키겠다고 해도 나머지 100명 이상이 그 현장에선 괜찮게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미국이나 영국처럼, 작품 제작에 고용된 모든 출연자에 대한 근로조건을 정하는 단체 협약을 마련한 뒤, 촬영 일수에 맞춰 돈을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상헌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열악한 출연료로 생계를 위협받는 단역 연기자들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 콘텐츠는 이제 막 날개를 달고 세계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의 산업 발전과 지속 가능성, 그리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도
단역 배우들의 처우 개선 문제, 꼭 짚고 넘어갈 과제입니다.
YTN 강민경, 권준수입니다.
촬영기자 : 윤소정 왕시온 심원보
그래픽 : 홍명화
YTN 강민경 (kmk0210@ytn.co.kr)
YTN 권준수 (kjs81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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