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전쟁 보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나? 가짜뉴스 대처는?

우리에게 전쟁 보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나? 가짜뉴스 대처는?

2023.10.23. 오후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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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10월 21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최휘> 최근 세계가 가장 주목하고 걱정하는 이슈가 있죠. 이스라엘 하마스의 무력충돌인데요. 10월 7일, 하마스가 로켓 발사와 드론 공격, 동력 패러글라이딩 침투를 통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전쟁 국면으로 돌입한 사안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스라엘 하마스 무력충돌 관련 국내 언론보도 살펴보겠습니다. 소장님, 먼저 이것부터 짚어보죠. 언론은 이번 사안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요?

◆ 김언경> 제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빅데이터 분석 사이트 ‘빅카인즈’에서 10월 7일부터 18일까지 ‘하마스 이스라엘’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7,126건이나 되었습니다. 정말 엄청난 보도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도량이 워낙 많아서 이것을 모두 읽어보지는 못했고요. 빅카인즈에서 7,126건 중 중복보도와 분석에서 제외한 사진기사 등을 삭제한 4043건의 제목만을 두고 살펴봤습니다. 그랬더니 10월 7일에는 대체로 전쟁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는데요. 10월 8일부터는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라는 표현이 YTN 등에서 제목으로 나왔고요. 문화일보도 이-팔 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후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이-팔 전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편, 보도 제목에 [속보]라는 머리말을 단 제목이 183건이었고요. [단독]이라는 머리말을 단 보도는 69건이었습니다.

◇ 최휘> 그런데 우리의 외신 인용 보도들 중에서 부정확하고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되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어린이 참수 관련 보도인데요. 어떤 상황이었던 건가요? 설명 좀 해주세요.

◆ 김언경> 이스라엘 군이 습격당한 정착촌을 하나씩 탈환하는 와중에 경악스러운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하마스가 어린아이들을 학살하는 것도 모자라 참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해당 보도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소재 i24News 소속 니콜 제덱기자로부터 나왔다고 합니다. 기자가 직접 본 것은 아니고, 이스라엘 군인이 "머리가 잘린 아기 시체를 목격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고요. 이런 내용을 라이브 방송에서 전했고, 해당 보도 장면을 제텍기자가 SNS에 올리면서 조회 수가 금방 수백만 회에 달했다고 합니다. 제덱 기자는 또 다른 라이브 방송에서 "적어도 40구의 어린아이 시체가 들것에 실려 나갔다"고 보도했고 그것을 연이어 X에 포스팅했다. 이후 두 가지 보도 내용이 합쳐져서 참수당한 어린아이가 40명이라는 내용으로 SNS에 급속히 퍼져나간 것이라고 합니다. 참수된 어린아이가 40명이라는 경악스러운 뉴스는 온라인에서 빛의 속도로 확산되었습니다.

◇ 최휘> 단순히 SNS를 통한 소문 수준으로 확산된 것이 아니라, 언론사들의 보도가 많았던 거죠?

◆ 김언경> 그렇습니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이 이스라엘군의 발표를 받아쓰면서 영미권 외신으로 퍼진 ‘아이 참수 시신 40구’ 보도가 10일부터 나왔는데요. 10~11일 양일 간 한국 언론에서도 ‘참수’ 보도가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이 내용은 분명 확인되지 않은 정보였습니다. 12일에는 이스라엘이 공식적으로 ‘미확인’이라 인정했는데요. 12일 이스라엘 당국자는 미 CNN에 “하마스 무장세력이 참수 등 ISIS의 방식의 잔혹 행위를 자행한 사례가 있었다. 다만 피해자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군인인지 민간인인지, 성인인지 어린이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참수’를 보도한 CNN 앵커도 공식 사과했습니다.

◇ 최휘> CNN이 미확인 보도에 대해 공식사과했는데...우리 언론에서도 이 내용이 꽤 많이 보도되었죠?

◆ 김언경> 아까 말씀드린 빅카인즈 보도 중에서 ‘하마스 참수’를 언급한 보도는 136건이나 됩니다. 10월 10일 한국경제 [하마스, 이스라엘 유아·어린이까지 참수하고 불태웠다]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침투한 이스라엘 집단농장 곳곳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유아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다. 일부 유아 시신은 참수되거나 불에 탄 모습으로 발견됐다. 10일(현지시간) i24뉴스, 이스라엘타임스 등 현지 매체와 CNN, 폭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 후 대응 수색에 나선 이스라엘군은 크파르 아자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아기를 포함해 온 가족이 침실 등 집 안에서 살해된 사례를 잇따라 확인했다. 여성과 노인이 살해된 것은 물론, 찾아낸 아기 시신만 40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고, 일부 어린이는 참수된 채 발견됐다.”
이처럼 기사 내용 어디에도 미확인이라는 정보는 없었습니다. 서울신문은 10월 16일 [“아기 참수, 미확인” 말 바꾼 이스라엘…정보심리전 데자뷔]에서 ‘하루만에 말을 바꾼 이스라엘의 정보심리전’이라며 ‘흥미로운 전쟁 전략’으로 기술했습니다. 그나마 미확인 보도가 퍼진 경위를 전한 소수의 보도 사례지만 ‘미확인 정보 유포’에 대한 사과나 책임이 없었습니다.

◇ 최휘> 그런데, 지금까지 설명해주신 것만 들어서는 그 많은 언론인들이 이처럼 끔찍한 사안을 확인도 않고 보도했다는 것이 의아하네요.

◆ 김언경> 오마이뉴스의 10월 16일 기사 <하마스의 ‘어린아이 참수’는 어떻게 팩트로 둔갑했나>를 조금 더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의 어린아이 참수가 팩트라고 여겨지는 데는 두 가지 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지난 11일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대변인 탈 하인리히가 현장의 군인들로부터 보고받았는데 "참수된 희생자의 일부는 어린아이였다"라고 영국의 라디오 방송국 L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것입니다. 하인리히 대변인은 하마스 침공 직후 이스라엘 총리실이 특채한 미국 출신 프리랜서 방송인인데, 이스라엘 총리의 대변인 자격으로 한 언론 인터뷰였기 때문에 그의 발언에 공신력이 실린 것이죠. 같은 날 있었던 미국의 유대인 커뮤니티 지도자와의 원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테러리스트가 어린아이를 참수하는 사진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발언은 하마스 대원이 어린아이 목을 치는 장면이 찍힌 사진을 직접 보고 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런 내용이었죠. 미국 언론 매체들은 실제로 해당 사진이 있는지, 있다면 대통령이 정말로 봤는지 백악관에 바로 확인 요청했고요. 백악관의 고위 인사는 대통령이 해당 사진을 직접 봤다는 것이 아니라 "관련 보고서와 언론 보도를 의미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네타냐후 총리 대변인의 말과 관련 보도를 언급한 것이지, 대통령이 직접 그런 사진을 보거나 구체적으로 확인한 보고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한 발 더 물러섰습니다.

◇ 최휘>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그랬지만 외국의 전쟁보도를 볼 때마다 이것이 정말 정확한 팩트인지, 일종의 심리전인지 혼란스러운 경우들이 있습니다. 또한 이것은 분명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끔찍한 전쟁이고, 현실인데요. 언론보도만 접하다보면 무슨 게임중계처럼 느껴지는 그런 문제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전쟁보도에 대한 가이드라인 같은 것이 있나요?

◆ 김언경> 전쟁보도는 그 언론사가 저널리즘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말을 합니다. 가장 정확해야 할 전쟁보도가 일종의 심리전의 도구로 전락하기도 하고, 취재의 자유와 알권리보다는 국익이 앞서야 마땅하다는 주장이 많기도 하죠. 영국 BBC의 종군기자 케이트 애디(Kate Adie)는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바로 전쟁의 성격 그 자체다”라고 말했습니다. 전쟁 보도는 바람직한 저널리즘의 구성요소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다른 기준에 따라 재조정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이죠. BBC는 자사 저널리스트들이 지켜야 할전쟁과 테러 상황에 대한 보도 가이드라인이 있는데요. 이 가이드라인을 보면 “전세계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는 뉴스와 정보를 얻기 위해 우리 서비스에 접속하고 우리가 제공하는 맥락과 분석을 포함해 광범위한 견해와 의견을 제공받기를 기대한다”며 적절한 정확성과 공정성을 적용하는 데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BBC가 전쟁과 테러리즘 및 긴급상황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는 항목 중 몇가지를 보면요. 먼저 ‘정확성과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쟁이나 테러와 재난 등 비상사태를 다루는 초기 단계에서, 특히 상반된 주장이 있는 경우 제3자로부터 확인한 정보와 자료의 출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보도가 검열 또는 모니터링되는지 또는 누군가의 요청에 따라 보도를 유예하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것입니다. 다음으로 ‘수용자 의견 및 조정이 있습니다. 이는 재난보도에도 적용되는 것이기도 한데요. “전쟁 시기에는 작전 계획의 보안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가족이나 친척이 공식 통보받기 이전에 사상자를 언급하는 것을 피하고, 루머를 다루지 않는다. 우리가 이용자들의 반응을 관리하기 어려운 소셜미디어에 BBC 기사를 게재하는 게 적절한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사상자 등 피해자에 대한 피해 사실을 BBC를 통해서 먼저 알게되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 들어있습니다.
또한 ’언어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는데요. “테러리즘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어렵고 감정적인 주제이므로 가치 판단이 담긴 용어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테러리스트’라는 용어를 근거 없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묘사함으로써 독자에게 그 행동의 결과를 전달해야 한다. ‘폭탄을 터뜨린 사람’, ‘가해자’, ‘총격가해자’, ‘유괴범’, ‘반란군’, ‘군인’ 등과 같이 가해자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단어를 써야 한다.”라고 매우 구체적인 가이드를 주고 있어요.

◇ 최휘> 가자지구 병원 폭발로 500여명이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도 발생했죠.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최휘>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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