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앤팩트] '선감학원' 유해 발굴했지만...피해 회복은 '아직'

[취재앤팩트] '선감학원' 유해 발굴했지만...피해 회복은 '아직'

2023.10.26. 오후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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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랑아 갱생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전국의 아동과 청소년을 끌고 가 강제 노역과 폭행을 자행한 선감학원이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어제(25일) 피해 아동들이 암매장된 일부 지역에서 발굴된 유해와 유품이 공개됐는데, 이 사건을 조사한 진실화해위와 생존 피해자들은 피해 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내용 취재한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안동준 기자!

먼저, 선감학원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도 있을 텐데요.

선감학원이 어떤 곳이었는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경기 안산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였던 1941년 처음 세워졌습니다.

불량아를 감화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항일 독립운동에 나선 청년들도 많이 끌려가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다 광복 이후인 1946년 관리권이 경기도로 이관됐는데요.

'부랑아 갱생교육'을 명목으로 전국의 아동과 청소년을 강제 입소시켰고, 강제 노역과 폭행, 성폭행 등 각종 인권침해가 자행된다는 논란 속에 1982년 폐쇄됐습니다.

[앵커]
어제(25일) 선감학원 주변에서 발굴된 피해 아동들의 유해와 유품이 공개됐죠.

이 아동들은 어쩌다 선감학원에서 숨진 겁니까?

[기자]
네, 선감학원에 강제 입소했던 이들은 많아 봐야 나이가 10대 초중반 정도였는데요.

아직 어린 나이에 강제 노역과 폭행 등을 견디는 게 무척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선감도는 고립된 섬이었기 때문에 유일한 탈출 방법은 바다를 건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진실화해위원회는 탈출을 시도한 아동 대부분이 이 과정에서 바다에 빠져 숨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김진희 / 진실화해위 조사팀장 : 탈출 경로가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 갯벌 지역이라 아동이 이동하기에는 매우 위험하고…. 현재 확인된 것보다 더 많은 아동이 탈출 과정에서 사망하였을 거라고….]

[앵커]
이번 유해발굴의 성과엔 어떤 게 있나요?

[기자]
이번 유해발굴은 지난해 9월 시작돼 1년 넘게 이어졌는데요.

분묘 40여 기에서 치아 210점과 단추 등 유품 27점이 발견됐습니다.

이 유해와 유품들은 선감학원에서 이뤄졌던 대규모 인권침해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치아의 발달이나 마모 정도를 통해 발견된 치아의 주인이 12살에서 15살 정도였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고요.

단추가 나온 걸 보면, 매장된 아동이 수의도 입지 못하고 평상복을 입은 채 암매장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지만 한계도 분명히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발굴된 치아와 단추 등 유품만으로는 신원을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진실화해위가 발굴한 분묘 40여 기 외에도 매장지로 추정되는 곳이 아직 더 많습니다.

지난 2018년 경기도의 '유해발굴을 위한 사전조사 용역 보고서'를 보면 유해 150여 구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면 진실화해위가 발굴한 분묘는 전체의 20%에서 25% 정도인 건데요.

또, 암매장 이후 최소 40년이 흘러 유해와 유품의 부식이 심각한 만큼, 발굴 작업에 시급히 착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선감학원 피해 생존자들도 직접 만나봤죠.

이들은 어떤 얘기를 합니까?

[기자]
생존 피해자들은 피해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지난해 진실화해위의 1차 진실규명 이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피해 생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대책을 내놨는데요.

하지만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고, 진실화해위 말고는 누구도 유해 발굴 작업에 나서지 않아 피해자들의 답답한 마음만 커지고 있습니다.

[이 모 씨 / 선감학원 피해자 : 사과받고 싶습니다. 저는 부랑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수용됐었기 때문에…. 적어도 마음 한 편에 응어리져 있던 거는 풀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걸 여태껏 아무도 안 하고 있어요.]

진실화해위는 오는 12월 이번 유해발굴 결과를 토대로 2차 진실규명 결정을 할 예정인데요.

피해자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선감학원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YTN 안동준입니다.


YTN 안동준 (eastju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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