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주기, 우리 언론들의 보도는 객관적이었을까?

이태원 참사 1주기, 우리 언론들의 보도는 객관적이었을까?

2023.11.01. 오전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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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10월 28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최휘> 10·29 이태원참사 1주기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우리 사회가 재난 피해자의 인권을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준비하셨다고요.


◆ 김언경> 먼저 2022년 9월 10일,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가 참사의 재발방지를 위해 국가기관 등이 개선해야 할 실질적 정책과제를 권고의 형태로 발간했습니다. 이 권고를 설명하는 이유는 여기에 국가인권위원장을 대상으로 한 재난피해자 혐오표현 관련 권고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해당 권고에서 사참위는 “참사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적・모욕적 표현이 혐오표현의 요건에 충족한다고 판단해 혐오표현의 차원에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세월호참사 등 재난 피해자들에게 배・보상금과 관련한 왜곡된 인식과 공격은 반복되고 있고 피해자의 진상규명 요구가 함께 비난을 받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국민 누구나 재난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재난의 원인·책임의 진상규명 요구, 그에 따른 배·보상과 회복을 위한 사회적 지원이 피해자 권리로 보장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과 이 과정을 통한 재난의 회복이 사회적 과제라는 인식 확대가 필요”하다고 권고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재난 피해자에게는 도대체 어떤 인권 침해와 혐오 표현들이 있었는지를 좀 살펴보고,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 최휘> 먼저 재난피해자에 대한 공격적 표현, 혐오표현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요?


◆ 김언경> 재난 피해자를 향해 혐오표현이 쏟아지는 것은 일정 부분 이유가 있습니다. 원래 혐오표현은 불황·재난의 책임 전가라고 볼 수 있는데, 재난과 질병 등 불행한 사건이 발생할 때 더 자주 등장해왔습니다. 재난뿐 아니라, 대형 사고, 강력 범죄와 감염병 창궐 등의 사안이 발생했을 때, 범죄 용의자나 재난 피해자, 감염병 전파자 및 확진자에 대한 적대적 감정은 커진다. 특히 이들이 사회적 소수자일 경우에는 더욱 혐오표현이 극심해지곤 했습니다. 혐오표현 발화자들은 재난 발생시 불행의 원인을 다른 집단에게 돌려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습니다. 이런 혐오표현은 특정 집단이나 재난 피해자들의 권리를 묵살하고, 그들을 위험하거나 뻔뻔한 집단으로 매도하면서, 그들의 인권을 제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죠. 이렇게 특정 집단에게 재난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과정에서 재난 피해자에도 혐오표현이 쏟아지는 것이죠. 혐오표현으로 위축된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 행사를 누리지 못합니다. 참사 이후 사회공동체의 수습과 회복에 지장을 주고, 무엇보다 재난에 대한 진상규명, 안전사회 구축을 위한 다양한 시도에 관한 혐오표현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이는 국민 안전에도 큰 해악이 됩니다.


◇ 최휘> 그럼 조심스럽지만...우리 사회의 재난피해자에 대한 혐오표현 어떤 것들이 있었나 좀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 김언경> 사참위가 2022년 의결한 「(직라-19) 세월호참사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과 혐오표현」 조사결과보고서를 보면, 세월호참사 당시 얼마나 많은 혐오표현이 이어졌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희생자와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 명예훼손과 혐오”으로 시체장사 등의 발언, 벼슬, 노숙자, 거지근성, 전문시위꾼 등의 표현들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참사의 부인과 축소 등 간접적 방식을 통한 명예훼손과 혐오”으로 교통사고, 세금도둑 등의 표현을 지적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면요. 재난 피해자에 대한 비윤리적 조롱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차별적으로 희생자와 피해자를 조롱하는 비윤리적 행태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또한 정말 있어서는 안되는 천인공노할 표현들도 있는데요. 바로 피해자에 대한 성적 희롱글들이 법적 제재를 받은 경우들도 있습니다. 4·16 세월호 참사에서 미성년 희생자들을 성적 대상화하며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저속한 글들이 다수 온라인에 게시된 바 있고요.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참사 이튿날인 10월30일부터 이틀간 참사 현장 및 희생자들의 사진 등과 함께 성적으로 모욕하는 내용의 글이 인터넷에 다수 게시되었습니다. 다음으로 1029 이태원 참사에서는 특히 재난의 원인과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행태, 이를 의심하는 발언들이 많이 있었는데요.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고 당일부터 인터넷, SNS, 유튜브 등에서 이태원에 간 게 잘못”, “놀러 갔다가 죽은 것” 등 희생자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피해자를 조롱하는 글들이 올라온 것이 여기 해당됩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유명하신 분들, 정치인, 공직자가 이런 발언을 하기도 했죠. 한편, 재난 피해자들이 희생자의 시신을 인도적으로 인계받을 권리를 요구하는 것 자체를 묵살하고, 이런 권리를 요구하는 피해자를 매도하는 혐오표현들도 많았습니다. 또한 배·보상은 피해자들의 정당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돈 문제를 거론하면서 재난 피해자를 욕보이는 것이죠. 언론의 잘못된 보도들도 한몫을 했습니다. 참사 초기부터 보험금 등 금전적 피해 보상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가 하면, 재난피해자의 피해 정도와 규모 등을 비교하는 보도들을 내놨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의 진상규명 목소리를 시체팔이 운운하면서 조롱하는 그런 글과 말도 많았습니다. 재난 피해자와 진상규명 활동가를 행한 이념적 낙인찍기도 계속 반복되고 있고요. 참사의 의미를 변질 축소, 폄훼하는 정부의 행태나, 이에 동조하는 시민의 목소리, 정치인의 주장 등도 많았습니다. 또한 재난 피해자들을 ‘순수한 피해자’와 ‘정치적 의도를 가진 피해자’로 분리하려는 시도는 참사 때마다 반복되어 발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희생자를 기억하고 추모할 권리는 재난피해자의 당연한 권리인데요. 국민적인 애도가 표출되고 모이는 정부합동분향소와 추모공원 조성과 관련해서 이를 혐오시설로 치부하는 태도, 사회정치적 공세로 많은 혐오표현들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 최휘> 구체적으로 재난피해자의 권리는 무엇일까요?


◆ 김언경> 인도적 지원과 관련된 유엔과 기타 조직들간의 포럼으로 유엔총회에 의해 설립된 기관간 상설위원회IASC에서 『자연재난 상황에서의 사람의 보호에 관한 IASC 운영 가이드라인』를 제시했는데요. 줄여서 ‘IASC 가이드라인’라고 부르는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재난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어떤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는지, 피해자의 참여, 의사표현, 집회결사의 자유를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원칙과 실용적인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만 말씀드리면 “(자연재난에) 영향을 받은 사람은 최대한 그리고 가능한 빨리 그들을 위해 취해진 조치에 대해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하며, 스스로의 일에 대하여 책임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들은 재난대응의 다양한 단계의 계획 수립과 이행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의사결정과정 참여로부터 주변화되어 있는 이들을 포함하는 특정된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자연재난에) 영향을 받은 사람과 지역사회는 재난 구호와 복구대응에 대하여 피드백을 제시하거나 이의나 고충을 제기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 그들은 이러한 그들의 의사표현에 대한 적대적인 반응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자연재난에) 영향을 받은 사람에게 이러한 목적으로 평화적 집회를 개최하거나 결사를 구성할 수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는 겁니다.


◇ 최휘> 재난 피해자를 추모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그 목소리가 잦아들기를 바라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단 생각도 듭니다. 재난 피해자의 권리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최소한 그런 생각으로 재난 피해자들에게 함부로 말하지는 못할 것 같은데요. 우리 법에서도 그런 재난피해자의 권리가 정확히 보장되어 있는 건가요?


◆ 김언경> 우리 헌법 제34조 제6항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난과 관련된 기본법인 재난안전기본법은 제2조에서 “재난을 예방하고 재난이 발생한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의무임을 확인하고 모든 국민과 국가,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과 재산보호에 관련된 행위를 할 때에는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함으로써 국민이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함을 기본이념”으로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에는 “국가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34조 제6항에 규정된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국가의 ‘노력’의무에 대해 소극적으로 해석하여 피해자가 재난으로부터 안전하고 보호받을 헌법상 권리를 사실상 인정하고 않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재난안전기본법의 경우에도 피해자 권리의 관점에서 보면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와 ‘피해 최소화’(제1조 및 제4조 제1항)라는 직접적인 대응에 대한 내용은 있지만 이 외에 재난의 발생시점부터 피해자에게 어떤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지는 ‘대응·복구’의내용에 맡겨져 있는 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재난 대응을 ‘재난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과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라는 협소한 틀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중심으로 피해자의 권리를 확정하고 그 권리가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접근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형식화된 지침과 매뉴얼도 실질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고, 관련자들은 그 책임과 권리를 분명히 하고 거기에 맞춰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죠.


◇ 최휘> 재난 피해자에 대한 혐오표현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 김언경> 사참위는 구체적으로 ▲재난 피해자의 ‘인권’을 기반으로 ‘재난 피해자 인권침해 및 혐오표현 확산방지’를 위해 관련 실태조사 및 연구를 통한 개선방안 마련”할 것, ▲국가인권위원회가 시행하는 교육이나 교재 등에 재난 피해자 인권침해를 포함할 것, ▲언론과 IT기업(SNS나 포털)의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제시 등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할 것 등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 권리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이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피해자의 권리가 정확하게 법에 있어야 그를 근거로 국민이 이해하고 막말이나 차별적 표현 혐오표현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사참위는「재난안전법」에 추모사업 및 추모시설 설치·운영에 관한 조항을 신설해 사업의 목적과 운영 주체를 명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재난에 대한 사회적 기억을 보존하고, 재난의 교훈을 계승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재난 시 국가가 희생자 추모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고요. 제가 보기에는 우리의 언론도 재난피해자에 대한 혐오표현을 그대로 퍼나르거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는 등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댓글 창을 열어 혐오표현의 장을 펼쳐지기도 햇죠. 따라서 재난보도준칙 보완도 필요해보입니다. 현 재난보도준칙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개정되었습니다. ‘세월호 보도참사’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담긴 개정판이지만, 재난 피해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적 표현에 언론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보강되지 않았다. 특히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인의 재난 피해자에 대한 차별적 혐오적 발언은 도를 넘어섰는데, 이에 대한 언론보도는 무비판적 중계, 확대 재생산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따라서 현재 재난보도준칙이 놓치고 있는 재난보도의 문제점을 체크할 수 있고 예방할 수 있도록 내용이 보강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 최휘>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최휘>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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