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초과 간부 6천5백 명'...구멍 뚫린 군 휴가 시스템

'휴가 초과 간부 6천5백 명'...구멍 뚫린 군 휴가 시스템

2023.12.06. 오후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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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방부가 한참 전 전역한 간부에게 군 복무 시절 규정보다 휴가를 많이 갔다며 돈을 내라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알고 보니 휴가 시스템 오류로 인한 문제였고, 결과적으로 해마다 천 명 넘는 간부가 휴가를 초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군 전산 시스템에 구멍이 생겼단 비판이 큽니다.

이 내용 취재한 윤웅성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번 사안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기자]
네, 예비역 중사 A 씨가 최근 본인이 근무했던 부대로부터 황당한 연락을 받으면서부터입니다.

지난 2018년 전역했는데, 전역하는 해에 규정보다 연차 일주일을 더 사용했다며 돈으로 물어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환수로 요구한 금액은 수십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제보자 입장에서는 내부 전산 시스템에 기재된 일수만큼 휴가를 갔고, 휴가 갈 당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런데 제보자가 황당한 부분은 또 있었습니다.

군에서는 돈을 내라고만 했을 뿐 왜 돈을 내야 하는지 정확한 사유를 설명해 주지 않은 겁니다.

제보자의 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A 씨 / 예비역 중사 :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이미 5년하고도 3개월이 지난 상황인데…정확한 설명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억울한 마음에 A 씨는 어떤 경위로 본인이 연차를 더 사용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화 이곳저곳을 돌려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군부대와 기관들이 하나같이 서로 다른 곳으로 문의해 보라고 떠넘겨 답답함도 겪어야 했습니다.

당시 군 관계자들의 통화 내용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국군재정관리단 관계자 : 17보병사단 재정부에 있는 XXX 주무관이라고 있습니다. 군번 대시고 말씀하시면 되고요.]

[17사단 관계자 : 소속 조회를 해보니까 저희 사단 소속이 애초에 아니셔서 제가 아무것도 검색을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제보자가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느라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경위는 어떻게 파악했나요?

[기자]
A 씨가 직접 이곳저곳 전화를 돌리는 동안에는 명확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황당한 사연을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이 게시글이 댓글 수백 개가 달릴 정도로 호응을 얻으며 큰 논란이 됐습니다.

그러자 군에서 뒤늦게 경위를 파악하고 제보자에게 연락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휴가 시스템 오류라는 것이었습니다.

군에서 7년 동안 복무한 제보자는 전역 전에 장기 교육 파견을 갔습니다.

오래 복무한 간부들의 사회화를 위해서 교육을 받게 해주는 건데, 이 기간에는 원래 규정상 연차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휴가 관련 전산 시스템에 이런 점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규정보다 더 많이 생긴 연차를 제보자가 사용했다는 겁니다.

더욱 황당한 건 환수를 통보한 시점입니다.

제보자가 군에서 연락받았을 때는 이미 전역한 지 5년 3개월이 지난 뒤였습니다.

그런데 관련 법을 살펴보면 문제가 발생해도 5년이 지나면 시효가 만료돼 환수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이 제보자의 경우 이미 전역한 지 5년이 지나서 환수 대상이 아니었던 겁니다.

군은 이런 설명과 함께 돈을 내지 않아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 논란이 된 글을 지워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제보자의 설명 들어보시죠.

[A 씨 / 예비역 중사 : '이건 무조건 (돈을) 내는 게 맞다'라고 설명했는데, 막상 공론화가 되고 나니까 다음 날 바로 전화 와서 어차피 너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그 내용을 기록할 이유가 있냐….]

[앵커]
군의 대처가 듣기만 해도 상당히 황당한데, 취재 과정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기자]
취재진은 군 재정을 총괄하는 국군재정관리단에 왜 환수 대상도 아닌 A 씨에게 통보가 간 건지, 또 A 씨 같은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등 질의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재정관리단은 A 씨를 비롯해 간부들에게 연차 초과 사용과 관련해 비용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짧게 답변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은 국군재정관리단 명의로 육군, 공군, 해군, 국방부 직할부대 등 예하 부대에 내려보낸 연차 초과 사용자에 대해 처리하라는 공문을 확보했습니다.

이걸 근거로 재정단에 입장을 재차 물었더니, 예하 부대에 통보만 할 뿐 본인들이 직접 청구하는 건 아니라서 그렇게 답변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예하 부대들은 국방부 직할인 재정관리단 공문에 따라 당사자들에게 연락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재정단의 이러한 답변이 궁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취재진이 확보한 그 공문을 봤더니 A 씨처럼 연차를 초과 사용한 간부가 한둘이 아니라고요?

[기자]
네, 저희도 숫자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는데 5년 동안 6천5백여 명에 달했습니다.

일부 군무원들도 있지만, 대부분 군 간부들인데요.

매년 평균 천 명 이상이 정해진 것보다 휴가를 더 나갔다는 것이고, 그만큼 국방 전력에는 누수가 있었던 셈입니다.

국방부는 이들의 연차 초과 사용을 비용으로 따지면 대략 15억 원에서 20억 원을 환수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걷은 건 30% 수준에 불과합니다.

환수가 복불복에 가깝기 때문인데, 전역 간부들은 일일이 연락을 돌리는 수밖에 없고 안 받으면 그만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연락처가 없거나 바뀐 경우나 A 씨처럼 전역 이후 5년이 지나고 시효가 만료되면 돈을 걷을 수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어떻게 이렇게 많은 간부들이 연차를 초과로 썼는지가 가장 의문인데요.

이에 대해 국군재정관리단은 규정에 따른 연차보다 더 많이 부여된 휴가 시스템 오류도 있지만, 개인들 부주의로 과도하게 연차를 사용한 문제도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휴가 시스템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군도 인정한 거군요.

그런데 개인들 부주의로 휴가를 더 다녀올 수가 있는 건가요?

[기자]
일단 재정관리단의 설명은 그런데, 전역 간부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군에서는 휴가도 명령입니다.

그러니까 시스템상 본인에게 주어진 휴가만큼, 인사 계통을 밟아 절차대로 신청하고, 지휘관의 승인을 받아서 다녀와야 합니다.

말 그대로 승인 없이 마음대로 휴가를 나간다면 탈영이고,

개인 부주의로 연차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는 게 군 관계자들 설명입니다.

결국, 규정보다 더 많은 연차가 신청 가능했던 휴가 시스템이 더 큰 원인으로 보입니다.

실제 저희 보도 이후에 본인들도 전산 시스템상 가능한 만큼 사용했는데, 군에서 휴가를 더 갔으니 돈을 내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위로 전역했다는 또 다른 간부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B 씨 / 예비역 대위 : 국방인사정보체계상에 장교가 개인적으로 휴가를 신청하게 돼 있어요. 화면에는 자기가 얼마나 쓸 수 있는지 표시가 돼요. 당연히 그 한계치를 인지하고, 제가 쓸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썼거든요. 환수 조치를 하겠다니까 황당했죠.]

그래서 애초에 전산에 기록된 대로 휴가를 썼고, 당시 승인을 받아 절차대로 다녀왔다면 나중에 비용을 환수하는 게 맞는지 법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남석 / 변호사 : 군인들이 무단으로 나간 것도 아니고, 시스템상 군대의 승인을 받아서 휴가를 간 거기 때문에 이건 법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인 것 같습니다.]

[앵커]
이에 대해서 군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기본적으로 군은 간부들이 규정보다 더 많이 휴가를 나간 건 사실이기 때문에 환수하는 게 법적으로 맞는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매년 평균 천 명씩 휴가를 더 나가도록 오류를 반복한 시스템 문제를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의 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기동민 / 더불어민주당 의원 : 휴가도 명령입니다. 잘못된 명령을 내린 지휘관이나 또 한 해 천 명씩 잘못 나간 시스템은 문제가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군은 인사시스템이 올해 개선됐다고 여러 차례 설명했습니다.

취재진은 오류로 인한 연차 초과 사용이 이제는 반복되지 않을 만큼 개선이 이뤄진 것인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과연 전산 시스템이 오류 없이 실질적인 변화가 있는지 계속 취재할 예정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YTN 윤웅성 (yws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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