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해 우리 언론은 이를 어떻게 보도했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해 우리 언론은 이를 어떻게 보도했나?

2024.01.23. 오후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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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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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4년 01월 20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최휘>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해서 서울고등법원에서 중요한 판결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가습기살균제 관련한 언론보도를 한번 살펴보신다고요?

◆ 김언경> 네. 많이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사건의 전체를 가습기 살균제라는 것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가습기에 물을 넣잖아요. 그 물에 이 가습기살균제를 조금씩 섞어서 사용하는 것이었죠. 그런데 이것을 사용한 사람들의 폐에서 섬유화 증세가 일어나서 수많은 피해자가 나오는 끔직한 화학재해가 발생한 것입니다. 황당한 것은 가습기 살균제라는 형태의 제품이 허가되어 출시된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이고, 또 유일하다고 합니다. 당시는 이것을 자랑삼기도 했고, 정부 인증 마크까지 받고 판매되었으니 이 제품이 인체에 유해할 것이라고 국민은 짐작조차 못했습니다. 국가기구인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연구 결과, 신고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해 1994년부터 2011년 사이에 사망자 20,366명, 건강피해자 95만 명, 노출자 894만 명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정도 규모의 화학 재해는 극히 드물고요. 인도의 보팔 가스 누출 사고, 일본의 미나마타병, 미국 듀폰사의 PFOA 정도만이 규모 면에서 비교될 수 있습니다. 가습기살균제는 현재 SK이노베이션인 유공이 처음 출시했고요. 이후 옥시,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이 이를 벤치마킹한 제품을 배놨습니다. 모두들 인체에는 전혀 해가 되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광고했습니다. 특히 2000년 이후, 가정과 사무실 및 공공장소 가릴 것 없이 가습기가 널리 사용되면서 가습기살균제를 넣는 것은 유행이 되었고, 기존 제품에 GS리테일, 롯데쇼핑, 이마트, 홈플러스, 다이소, 헨켈 등 유통업체의 PB상품까지 나왔습니다.

◇ 최휘> 네 기억납니다. 저도 가습기살균제를 사다놓고 사용한 적도 있고, 귀찮아서 안 쓰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많은 피해자가 나온 상황이다 보니 가슴을 쓸어내리게 됩니다. 그런데 피해자들은 언제부터 발견된 것인가요?

◆ 김언경> 치사율이 70-80%이나 되는 원인 불명의 간질성 폐질환 환자가 1995년부터 매년 봄철마다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해당 폐질환은 2006년 서울아산병원 홍수종 교수 등에 의해 인지되었는데요. 처음엔 가벼운 기침으로 시작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면서 폐 세포가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섬유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이 폐 질환은 2011년 4월부터 대량으로 발생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역학조사를 펼쳤고 원인 미상의 폐 질환을 앓았던 환자들 사이 공통점이 ‘가습기 살균제’라는 사실을 2011년 8월, 서울아산병원 이무송 교수 등이 밝혔습니다.

◇ 최휘> 지난 1월 11일에 나온 재판결과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유죄가 나온 것이었던데요. 관련업체들이 여럿인데 어떤 재판들이 있었던 것인지 정리해주시죠.

◆ 김언경> 우선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지난 11일 서울고등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형을 선고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회사 관계자 등 11명에 대해서도 금고 2년∼3년 6개월이 선고되었습니다. 금고형은 확정되면 징역형처럼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징역형과 달리 강제노역은 하지 않는 형입니다. 이들에 대한 1심 선고는 2021년 1월 12일에 있었는데요. 당시에는 이들 13명에 대해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가 폐 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만 4년 만에 다른 판결이 나온 것이죠. 그런데 청취자 여러분들께서 아직도 가습기살균제 관련 재판이 2심까지밖에 안나온건가 하실수도 있어요. 그게 아니고 이거 재판이 여러 가지 재판이 있었습니다. 먼저 가습기살균제 중 가장 많이 팔려서인지 가장 큰 피해자가 나온 옥시레킨벤키저 신현우 전 대표는 2017년 1심에서 징역 7년. 항소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고요. 대법원은 2018년 1월 25일 신현우 전 대표 징역 6년등 관련자 14명에 대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아쉬웠던 것은 증거 불충분 등으로 존리 전 대표와 살균제 업체들에게 원료물질을 공급한 업체 대표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옥시 제품에 대해서는 이렇게 대법원까지 유죄가 나온 것은 SK케미칼, 애경과 성분이 달라서인데요. 여기에는 PHMG, PGH라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었고요. 이 성분과 피해에 대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애경이나 SK케미칼과보다 빠르게 유죄가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CMIT·MIT 성분과 피해에 대한 인과관계가 확정되지 않아 2016년 첫 수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고요. 그 이후 역학조사 자료가 쌓이면서 수사가 재개된 것입니다.

◇ 최휘> 애초 우리 코너는 미디어비평이니까, 이 사안을 우리 언론이 어떻게 보도했는지에 대해서 짚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세요?

◆ 김언경> 사실 저도 그런 큰 포부를 갖고 이번 주제를 정했는데요. 가습기살균제 관련 언론보도가 나빴다 이런 평은 사실 찾아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 KBS <시사직격> 등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매우 좋은 다큐멘터리를 내주면서 국민들이 이 이슈에 더 관심을 갖게 하고, 결과적으로 재판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작년에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11주기라는 점에서 KBS가 여러 단독보도를 하면서 여론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켜주기도 했습니다. 정부 첫 피해 역학조사 발표일인 2011년 8월 31일을 기점으로 한 날입니다. 작년에 KBS는 정보공개청구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현황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또한 특별법으로 지원 확대됐으나 여전히 치료비 약값 쓰고 청구하면 사후 지원 방식이라는 문제 등을 지적했고요. 피해자 다수가 어려서 성장 과정에서 신체적 피해뿐 아니라 따돌림 등 심리적 피해 등 복합적, 다방면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에 대한 지원은 그야말로 요원한 상태임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면접 조사 결과 ‘병원진료로 인한 학습권 침해’ ‘따돌림’ 많이 호소하고 졸업을 하지 못한 사례들도 있었고요. 군대 문제도 고민이라는 피해자들도 있었습니다. 당시 이들 보도를 보면 법상 피해 지원기간 10년 제한되어있다는 점도 놀라운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오늘 이 이슈로 정한 것은 이 이슈에 대한 언론보도가 심각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사안의 심각성에 비하면 여전히 언론의 관심이 더 많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판결 결과를 전하는 보도 등은 그때그때 꾸준하게 보도됩니다. 그러나 그 각각의 사안을 전하는 보도만으로는 이 엄청난 인재, 재해의 규모와 그 처리과정, 문제점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국민들은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까지 만들어서 뭔가 계속 조사하지 않았냐. 그러면 된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가습기살균제참사는 2020년 12월 사참위 첫 번째 활동기한 종료 당시 이미 진상규명을 종료해버렸습니다. 이는 세월호 참사에 비해 뒤늦게 사회적참사 특별법 논의에 참여한 피해자들 목소리가 많이 반영 못되어서 발생한 일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법상 명칭도 참사나 재해가 아니라 ‘사건’입니다. 2014년 피해 다룬 첫 정부 백서도 ‘사건 백서’입니다. 피해유족과 피해자모임, 참사 비대위 등은 “정부 책임 인정 및 배보상 우선실시 설정 등 사참위 권고 이행하라”, “대통령 직속 참사 특별대책기구 설치하고 환경부는 그 기구 지시 따르게 해야한다”는 등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언론이 어떤 판결이 날 때만 반짝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지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큰 화학물질과 관련한 재난이 발생했음에도 화학물질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추적하고 보도하는 내용, 과학적 보도가 부족하다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 최휘>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과 함께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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