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도입된 수술실 CCTV, 실제 활용은 더 어렵다?

어렵게 도입된 수술실 CCTV, 실제 활용은 더 어렵다?

2024.01.24. 오후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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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광연 앵커, 정진형 앵커
■ 출연 : 윤태인 사회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큐]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수술실에 의무적으로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이른바 '수술실 CCTV법'이 시행된 지 넉 달이 돼 갑니다.

하지만 법 도입 이후 현장에서 나타난 문제점도 드러나면서 현실에 맞게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내용 취재한 사회부 윤태인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수술실 CCTV 의무화법.

지난해에 도입됐죠? 어떤 법인지 설명 부탁합니다.

[기자]
네, 지난해 9월 25일부터 시행됐는데요, 날짜상으로 보면 벌써 4개월이 됩니다.

"수술실 내 폐쇄회로 텔레비전의 설치ㆍ운영"이라는 항목입니다.

전신마취처럼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안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이 법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반대도 많았습니다.

앞서서 의료계는 수술실 CCTV 의무화가 기본권을 침해할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고요, 의료인 10명 가운데 9명이 반대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수술실 CCTV 의무화법, 이 법을 도입하자고 처음 얘기가 나온 건 언제쯤부터였나요?

[기자]
지난 2016년,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권대희 씨 사례가 그 시작점이었습니다.

이 법을 '권대희 법'이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권 씨는 수술을 받던 가운데 일어난 저혈량 쇼크, 즉 과다출혈로 사망했습니다.

수술실에서는 담당의사가 수술을 맡긴 했지만, 과다출혈이 발생하자 이를 방치하고 수술실을 떠나거나, 이후 다른 의사가 들어와 수술과 지혈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방금 말씀드린 내용은 당시 수술 장면을 촬영한 CCTV가 있었기 때문에 수술실에서 대리수술과 같은 불법 행위들이 이뤄졌다는 걸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후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자는 여론이 일기도 했습니다.

현재 병원에서는 수술실 CCTV 법에 대해 안내하는 게시물을 병동 게시판에 붙이거나,

환자가 입원할 때 직접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앵커]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도입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환자들이 수술실 CCTV법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요?

[기자]
아까 말씀드렸던 의료법을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환자 측이 요청하는 경우 의료인은 전신마취 등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장면을 CCTV로 촬영해야 한다고 나옵니다.

다시 말해 수술 전에 요청하지 않으면 녹화하지 않아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수술 장면 녹화를 미리 요청해야 한다는 점을 의료기관에서 직접 말로 안내해야 할 의무도 없습니다.

같은 법 시행규칙에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요,

의료기관에서는 마취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장면을 촬영할 수도 있다는 걸 환자가 미리 알 수 있도록 안내문을 게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알려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렇게 법에서도 간접적으로 알리게끔 되어있다 보니 환자들도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척추 수술을 받던 도중 어머니를 떠나보냈지만,

CCTV 녹화 요청을 하지 않아서 수술 당시 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현석용 씨를 저희 취재진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현석용 / 故 권금자 씨 아들 : 박스로 가려져 있는 거를 치우면서 여기에 손바닥만 하게 써놓은 거로 여기에 써놓았다고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보이지도 않게 가려서 표기해놓으면 어느 누가 그걸 보고 녹화를 해달라고 얘기를 할 것이며….]

입원 절차 창구에 수술실 CCTV 안내문이 붙어있었는데, 내용도 CCTV가 설치됐다는 것뿐이고 크기도 작아 바구니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현석용 씨는 사전에 녹화를 요청해야 한단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이렇다 보니 수술 예후가 좋지 않아서 CCTV를 보고 싶다고 말해도 미리 요청하지 않으면 녹화본이 없으니 보질 못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앵커]
그럼 사전에 수술실 CCTV 녹화 요청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래도 녹화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에 있는 안과병원에서 안검하수 수술을 받던 8살 어린이 임 모 군이 전신마취 부작용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악성고열증이라고 체온이 빠른 시간에 급격히 올라 몸에 무리가 오는 건데요,

임 군의 부모는 당시 수술실에서 악성고열증 초기 대응이 잘 이뤄졌는지 등을 알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취재진이 임 군의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수술에 들어가기 전부터 안내를 받아서 CCTV 녹화 의사도 밝혔지만, 실제로 녹화물을 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 사정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임 모 씨 / 의료사고 피해자 유족 : 행정실 부장님께서 처음으로 그때 이제 CCTV 영상 녹화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처음으로 이제 언급을 하셨습니다. 당일만 되지 않은 게 아니라 한두 달 정도 녹화가 되지 않았다는 얘기를 또 얘기가 바뀌었죠.]

결국, 임 씨는 해당 병원을 경찰에 고발했고 지금은 수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앵커]
현실과 동떨어진 점이 보이네요.

게다가 병원 측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고의로 CCTV를 없앤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만약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지 않거나, 촬영 의무를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도 수위가 약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벌금 500만 원이 부과되는 건데요,

수술실에서 찍은 영상을 훼손하거나 유출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데 반해서,

오히려 법 자체를 이행하지 않으면 더 약한 처벌에 그치는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어떻게 보면 병원 입장에서도 정말 잘못이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그것이 알려져 타격을 받는 거 보다 벌금을 내고 마는 것이 나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녹화까지 잘 됐다면 환자 쪽의 요청이 있을 때는 자유롭게 CCTV를 볼 수 있는 건가요?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수술실에 들어갔던 의료진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이 점에서 30일로 정해진 CCTV 녹화본의 보관 기간이 짧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술 과정에서 의료진 여러 명이 참여했다면 동의를 받는 시간에도 긴 시간이 걸리는 데요,

또, 수술 이후 경과를 지켜보면서도 30일이 지날 가능성이 있어서 최소 보관 기관이 90일은 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옵니다.

[앵커]
수술실 CCTV 법에 대해 여러모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법하군요.

현실에 맞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올 것 같습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병원에서도 이 법을 따르는 데 어려움을 겪는데요,

법을 따라 내부에 안내문을 게시해도,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안내이기 때문에 수술 중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언제 사전에 녹화 요청을 받았느냐며 병원이 환자와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는 겁니다.

이미 병원에 있는 환자 측에서도 법에 미흡한 점이 있어서 현실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안기종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사유가 너무 넓고요. 촬영한 영상을 활용하는 것도 굉장히 제한돼 있고, 굉장히 환자들이 활용하는데 제한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현장의 환자들은 불만이 많은 상황입니다.]

[앵커]
수술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된 만큼

현실과 취지에 맞게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이 보입니다.

지금까지 사회부 윤태인 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YTN 윤태인 (ytaei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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