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CLS 하청업체 '먹튀' 피해 반복, 왜?..."2달 지나야 운송료 정산"

쿠팡CLS 하청업체 '먹튀' 피해 반복, 왜?..."2달 지나야 운송료 정산"

2024.01.31. 오후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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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나경철 앵커, 이광연 앵커
■ 출연 : 윤성훈 사회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큐]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하청과 재하청업체에서 운송료를 떼먹고 잠적하는 이른바 '먹튀' 피해가 잇따라 발생해 화물차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운송료가 지급되기까지 빠르면 1달, 늦으면 2달가량 걸리는 화물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윤성훈 기자!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운송료 먹튀 피해 상황부터 짚어보죠.

피해가 얼마나 되는 것으로 나옵니까?

[기자]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발생한 사건부터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 로지스틱스서비스 재하청 업체 4곳에서 운송 업무를 해오던 화물차주 60여 명이 2억 원가량 받지 못했습니다.

4개 업체 대표는 각각 달랐지만 알고 보니 바지사장이었고, 실제 운영자는 한 명이었습니다.

조직적인 사기로 의심되는 범행에 여러 화물차주가 운송료를 떼인 겁니다.

비슷한 먹튀 사건이 쿠팡 CLS 하청업체에서도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은 쿠팡 물류센터에서 대리점으로 물류를 운송하는 업무를 맡았는데요.

무려 380여 명이 18억 원 넘는 돈을 받지 못했습니다.

부실 경영으로 상장폐지 된 CLS 1차 하청업체 대표가 자금난으로 화물차주들에게 운송료를 지급하지 않고 잠적한 겁니다.

돌려받지 못한 돈에 들어간 비용까지 더하면 화물차주들의 실질적인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자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박 모 씨 / 피해 화물차주 : 2천만 원을 예로 들어서 피해를 보신 분이라 그러면 단순히 2천만 원이 아니에요. 거기에 비용도 다 포함됐거든요. 주유비라든가 그러면 3천만 원 이상 피해를 보는 거예요.]

[앵커]
CLS 하청과 재하청, 업무 구조가 복잡한 것 같은데요.

어떤 시스템인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쿠팡 물류 운송은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CLS가 담당합니다.

CLS는 허브에서 허브로 운송하는 업무 등을 직접 하지 않고 하청업체에 맡깁니다.

1차 하청업체는 물량을 받아서 직접 화물기사에게 건건이 위탁하거나 다시 하청을 줍니다.

1차 하청업체로부터 다시 하도급을 받은 재하청 업체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직접 화물차주를 고용하거나 건건이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송 업무를 처리합니다.

CLS 뿐 아니라 다른 회사들 역시 운송량이 워낙 많다 보니 하청 방식으로 일감을 주는 게 일반적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여러 업체가 도급에 아래도급으로 얽혀있다 보니 방금 언급한 '먹튀' 업체들처럼 검증되지 않은 부실한 곳들도 있겠군요?

[기자]
네, 앞서 설명해 드린 먹튀 업체 한 곳의 회사 설립 자금은 고작 200만 원이었습니다.

사실상 지급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를 차려 운송 업무를 맡은 겁니다.

이러다 보니 경영상 문제가 생겼을 때 문을 닫고 잠적해버리는 겁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보면 운송주선사업자는 자기 명의로 다른 사람에게 화물자동차 운송주선사업을 경영하게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피해 사례를 보듯 화물법인 여러 곳이 바지사장을 내세워 버젓이 운영됐습니다.

위법하게 운영되는 업체가 검증되지 않고 위탁 업무를 수행하면서 많은 피해자들이 양산됐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바지사장을 내세우는 문제 등이 적발되면 허가 취소나 사업 정지가 내려질 수 있지만, 문제 업체에만 적용되는 조항이라 철저한 검증 의무로 연결되진 않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먹튀 사태에 대한 CLS 측 입장은 무엇인가요?

[기자]
CLS는 위탁계약을 맺은 운송업체에 약정날짜를 맞춰 운송료를 전액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CLS가 운송료 미지급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상당히 강경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1차 하청업체에 이미 돈을 지급했고, 해당 하청업체 혹은 재하청업체에서 미지급 사태가 발생했으니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이렇다 보니 사실상 쿠팡의 물건을 나른 피해 화물차주들은 폐업 혹은 잠적한 업체로부터 민사 소송을 통해 돈을 받지 않는 이상, 피해 구제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쿠팡 CLS가 법적인 책임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원청에서부터 시작되는 정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고요?

[기자]
네, 화물차주들이 1월에 업무를 하면 곧장 돈을 받는 게 아닙니다.

화물차주들은 1월에 수행한 운송료를 최소 한 달, 두 달은 지나야 받을 수 있습니다.

피해자 이야기부터 들어보시겠습니다.

[송 모 씨 / 피해 화물차주 : 돈을 한 번에 주니까 이 사람들이 15억 원이라는 돈이 생기니까 이거를 자기가 어차피 그 다음 달에 줘도 되거든요. 한달 동안 그 돈을 갖고 있으니까 다른 데 쓰는 거겠지, 아니면 계획적으로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고 하면서…]

원청인 쿠팡 CLS는 1월분에 대한 운송료를 다음 달 말에 하청업체에 지급합니다.

1차 하청업체 역시, 자체적으로 정산하고 나서 재하청업체에 운송료를 치르게 되는데요,

연쇄적으로 지급 시점이 늦어지고, 화물차주들이 가장 늦게 정산받게 되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 기간이 길게는 두 달 정도 걸린다고 화물차주들은 말합니다.

문제는 하청업체가 한 달 치 운송료를 한 번에 정산받아 목돈을 수중에 쥐고 한동안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지급한다는 겁니다.

화물차주들의 지급 기한이 도래하기 전 하청업체가 돈을 가로채 잠적하거나 폐업해버리면 화물차주들은 속절없이 돈을 떼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런 운송료 정산 방식은 쿠팡 CLS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고, 업계 전반적인 관행입니다.

다른 업체에서도 얼마든지 비슷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업계 관행이 그렇다고 한다면, 정산 시차를 개선하는 건 어렵다고 봐야 합니까?

[기자]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실제 한 대형화물운송업체는 지난해부터 화물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을 통해서 자사 물건 운송을 화물차주들에게 위탁합니다.

그리고 업무 처리 바로 다음 날, 운송료를 바로 지급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화물운송업계에서도 정산 시차를 줄이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CLS를 비롯해 화물운송업계 전반적으로 정산 시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비슷한 피해가 반복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YTN 윤성훈 (ysh0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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