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바둑, 깨어보니 죽어있어” 살인죄 인정돼 징역 15년

“술 마시고 바둑, 깨어보니 죽어있어” 살인죄 인정돼 징역 15년

2024.02.01. 오후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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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술을 마시고 바둑을 둔 이웃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가 “자고 일어나보니 죽어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이 살인 혐의를 유죄로 보고 중형을 선고했다.

연합뉴스의 1일 보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 2부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69)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7월 8일 밤 서귀포시 자신의 주거지에서 60대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건물에서 각각 홀로 지냈던 두 사람은 사건 당일 처음 만나 식당에서 소주 3병을 나눠 마시고 A 씨의 주거지로 옮겨 술자리를 이어갔다.

검찰은 A 씨가 자신의 주거지에서 B 씨와 술을 마시고 바둑을 두다 B 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것으로 보고 있다.

부검 결과 B 씨는 가슴과 목 9곳을 찔렸다. 혈중알코올농도는 항거불능 상태로 볼 수 있는 0.421%였다.

A 씨의 변호인은 앞선 공판에서 살해 동기가 전혀 없으며 제3자 출입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등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증거가 없고 피고인 본인도 부인하고 있지만, 간접증거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돼 유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것이 확인된 유일한 사람이며 피고인 주거지에 누군가 침입하거나 방문한 흔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한, A 씨가 입고 있던 옷에서 어딘가에서 튄 듯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된 점에 대해서도 “‘잠들었다 일어나보니 피해자가 숨져있었다’는 피고인의 진술로는 이를 설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외부인 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그럼 범인이 피고인은 그대로 둔 채 피해자만 살해하고 어떤 금품도 가져가지 않았다는 것인데 침입 흔적이 없었다. CCTV를 피해 침입해 범행을 저지른 후 빠져나왔다는 것인데 그런 가능성을 쉽게 상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건물 방음이 잘 안 되는데 옆 호실 거주자가 피고인이 목소리를 깔고 ‘너 죽을래. 내가 너 못 죽일 것 같냐’고 하는 말을 듣고 섬뜩함을 느껴 처음으로 문을 잠그고 잤다고 진술했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분노와 적대감을 드러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흉기에 찔린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높아 저항을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문가 소견에 따르면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흉기로 9번에 걸쳐 아주 서서히 찔렀다가 뺀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에게 저항·방어흔이 발견되지 않고 피고인 손에 흉기를 사용한 흔적이 없었던 점 등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같이 판시하고 “범행 수법이 극도로 잔인하다. 피고인이 이 사건 전에도 상해치사를 비롯해 사소한 시비로 폭력을 행사해 처벌받은 전력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YTN 곽현수 (abroa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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