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못 하겠다" 하소연도 못 하고 앓는 환자들

"인터뷰 못 하겠다" 하소연도 못 하고 앓는 환자들

2024.02.23. 오후 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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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일, 전공의들이 근무지를 일제히 떠나면서 의료 현장에 혼란이 빚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응급실부터 수술 일정까지 곳곳에서 다양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데요.

현장을 직접 돌며 환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본 사회부 신귀혜 기자와 함께 실태와 문제점 짚어보겠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환자들 걱정이 가장 클 텐데 언론에 심정을 밝히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요?

왜 그런 겁니까?

[기자]
아무래도 환자들이 가장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일 텐데요.

YTN 취재진이 병원 현장이나 제보 내용, 그리고 환자들 커뮤니티를 통해서 숱하게 접촉을 시도했지만 다들 나서길 꺼렸습니다.

어렵게 인터뷰가 성사되어도 익명을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치료를 받는 병원이나 병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말아 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습니다.

전공의들이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진료가 재개됐을 때 혹시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걱정인 겁니다.

실제 인터뷰는 어렵다면서도 YTN과 인터넷 메시지로 대화 나눈 한 보호자는 아버지 항암 진료가 밀려 암이 전이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는 심정을 전해오기도 했습니다.

[앵커]
가장 절박한 심정은 중증 환자들일 텐데, 이들은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중증 환자들의 경우 치료가 밀리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어서 가장 걱정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만난 한 난소암 환자는 입원 상태로 받아야 하는 진료를 외래로 받아야 했는데요.

바뀐 상황이 사전 안내가 안 되어서 처음 병원에 갔을 땐 헛걸음하기도 했습니다.

보호자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정 모 씨 / 난소암 환자 보호자 : (치료 끝나고) 바로 대구로 복귀해야 하는데. 거기까지는 괜찮은데 항암 부작용으로 인해서 고열이나 설사 이런 게 집에 가서 나타나면 방법이 없어요.]

[앵커]
대구에서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암 환자 입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겠군요.

암 환자들이 겪는 고통, 이것 말고도 또 있죠?

[기자]
간암에 걸린 여동생에게 진통제라도 맞추기 위해 응급실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보호자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환자는 입원 준비까지 마쳐서 상급종합병원인 서울대병원을 찾았는데 결국 외래 진료만 받고 2차 종합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는데요.

보호자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A 씨 / 암 환자 보호자 : 지금 20일 기다렸어요. 20일 기다린 상태에서 여기를 넘어와서 3분 만에 (진료가 끝나고) 응급실로 넘어온 거예요. 저렇게 밀어내면 우리는 환자 죽어가는 것만 봐야 하는 상황이죠.]

또 다른 백혈병 환자는 세포 이식 수술 전 받아야 하는 항암치료 일정이 불투명해져서 일찌감치 예약을 걸어둔 상태인데요.

하지만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길어진다면 이마저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미리 수술을 잡아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수술은 제때 받을 수 있는 겁니까?

[기자]
이미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대형병원은 수술 일정 조정에 들어갔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위암 환자는 병세가 위중해서 1월에 바로 2월 수술 일정을 잡고, 입원 일정까지 고려해 일정을 조정해놨는데 미뤄졌다고 합니다.

보호자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김 모 씨 / 위암 환자 보호자 : 병원 측에서 1월에 검사해서 2월에 바로 수술 날짜 잡은 것 자체가 수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잡은 거잖아요. 이렇게 되면 이제 병원에 대한 신뢰도도 없어지고 의료진에 대한 신뢰도도 없어진다고 느껴지거든요.]

아직 수술이 미뤄지지 않았더라도 환자들은 사태가 길어지면 충분히 미뤄질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급하게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생길까 봐 걱정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앵커]
병원들은 대부분 급하지 않은 수술을 연기했다고 하던데요?

여기에 대해 환자들은 받아들이는 상황인가요?

[기자]
병원들은 할 수 있는 수술은 최대한 소화하고, 기존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입니다.

진료과별로 매일 예약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는 병원도 있는데요.

그렇지만 병원이 급하지 않다고 판단했더라도 환자 입장에서는 다를 수 있습니다.

본인의 생명과 건강이 걸린 상황이다 보니 수술이 뒤로 밀리면 불안감을 떨쳐내기 힘들다는 겁니다.

실제 암 환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수술이 뒤로 밀려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중증 환자가 아니라도 갑자기 응급실을 찾을 수밖에 없는 환자도 있을 텐데, 응급환자들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저희가 현장을 돌아보니 일부 병원 응급실에는 '인근 병원을 이용하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실제로 응급실 입원을 거부당해 여러 응급실을 헤매는 사례도 있었는데요.

한 보호자는 안산에서 아픈 할머니를 모시고 수원과 서울을 헤맸다고 합니다.

또, 전공의가 없다 보니 간호사 같은 전공의 외 다른 인력들이 환자들을 책임지고 있는데요.

결국, 길게 보면 치료 지연과 업무 과중으로 환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해 간호사들은 오늘(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이탈로 인해 간호사들이 불법 의료행위에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앵커]
소위 '빅5'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상급종합병원 상황도 마찬가지죠?

[기자]
그렇습니다.

전남의 한 대형병원에서는 수술 후 회복 중인 환자가 예정보다 일찍 퇴원했습니다.

강원도의 대형병원에선 더는 치료해줄 게 없다면서 치료받던 척추 질환 환자를 내보내기도 했는데요.

환자의 말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B 씨 / 척수 수술 환자 : 치료도 제때 안 해주고, 그다음에 더 이상 해줄 게 없다고, 퇴원하라고. 상처도 낫지도 않았는데 봐줄 사람이 없으니까 퇴원을 먼저 시키려고 하더라고요.]

중증환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이른바 '빅5' 병원 아니더라도 전공의 이탈로 인한 피해가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환자와 보호자로 구성된 단체들은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환자 단체들은 단체 행동에 나설 조짐입니다.

실제 중증질환자연합회는 성명문을 내 전공의들의 조속한 의료현장 복귀를 요청했는데요.

일부 관계자들은 '환자의 생명을 가지고 인질극을 벌인다'는 강한 표현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단체 관계자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성주 /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 : 이분들은 본인들의 치료권을 지금 빼앗기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보건당국과 의협에서 우리, 특히 중증 환자들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암 환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입원과 치료가 업무 복귀 이후로 밀렸다며 불안을 호소하는 글들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전공의 이탈 사태와 관련해서 경찰 수사도 이뤄지고 있다고요?

[기자]
네. '병원 자료를 지우거나 변조하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온 의료진 커뮤니티에 대해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병원 나오는 전공의들 필독'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9일 올라온 게시글인데,

병원에서 나오기 전, 전산 자료를 삭제하거나 변조하고 비밀번호를 변경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병원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최초 게시자를 추적에 나섰고,

어제(22일) 이 커뮤니티 운영사에 대해 병원 업무방해 혐의로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이번 전공의 근무지 이탈 사태와 관련해서는 처음으로 강제수사가 진행됐습니다.

커뮤니티 운영 업체는 경찰이 영장을 가지고 찾아왔는데 게시자 정보를 확인하지 못하자 모든 노트북과 임원 휴대전화 등을 반출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의사협회, 전공의협의회 관계자와 전공의 6,000여 명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서울경찰청은 사건을 공공수사부에 배당하고, 오늘(23일)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서민위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하는 책무를 이들이 저버렸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대생들이 동맹휴학에 들어가는 등 의료계 전반이 워낙 강경한 입장이다 보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어 빠른 해결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앵커]
조속하게 문제가 해결되길 바랍니다.

신 기자, 잘 들었습니다.



YTN 신귀혜 (shinkh061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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