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태아 성 감별 금지한 의료법 ’위헌 결정’
임신 33주부터 성별 알려야 합법…32주까진 불법
"국민 의식 변화로 남아선호사상 확연히 쇠퇴"
"태아 성별 알려는 건 부모의 마땅한 권리"
임신 33주부터 성별 알려야 합법…32주까진 불법
"국민 의식 변화로 남아선호사상 확연히 쇠퇴"
"태아 성별 알려는 건 부모의 마땅한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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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임신 32주 이전에 뱃속 태아 성별을, 의사가 부모에게 알려주는 걸 금지한 현행법 조항이 어제 위헌 판단을 받았습니다.
이제 새 생명을 가진 부부들은 언제든 의사에게 태아 성별을 마음 놓고 물어볼 수 있게 됐는데요.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듣겠습니다. 백종규 기자!
어제 헌법재판소 선고 내용부터 정리해주시죠.
[기자]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단을 내린 건 의료법 제20조 2항인데요.
의사가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 성별을 부모나 다른 사람에게 알려줘선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임신 32주까지는 태아 성별을 파악했더라도 부모에게 알려줄 수 없고, 33주부터 성별을 고지해야 합법이란 겁니다.
이를 위반한 의사는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해 처벌 수위도 셌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그러나, 태아 성 감별 금지 조항이 현실에서 더는 의미가 없다고 보고 위헌을 결정했습니다.
그동안 국민 의식 변화로 남아선호사상이 확연히 쇠퇴해 성별에 따른 낙태가 더는 사회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부모가 태아 성별을 알려는 건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욕구여서, 현행법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부모의 마땅한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당 조항은 즉시 효력을 잃어, 이제 산부인과에서 언제든 태아 성별을 편하게 묻고 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정미 / 헌법재판관 : (해당 조항은) 부모가 태아의 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필요 이상으로 제약하여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므로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여 헌법에 위반됩니다.]
[앵커]
어떤 법이든 입법 배경이 있기 마련인데, 태아 성 감별 금지법은 어떻게 법제화된 걸까요?
[기자]
이 법이 처음 만들어진 게 1987년인데요.
80년대 후반 들어 출산율은 떨어지는데, 태아가 여아란 이유로 낙태가 횡행하는 걸 막기 위해 아예 성별 자체를 알려주지 못하게 한 겁니다.
여아 100명당 남아 103명에서 107명 정도가 자연적 출생 성비지만, 당시엔 여야 100명당 남아 110명 이상으로 치솟을 만큼 아들 선호가 강했습니다.
유명 주말연속극 '아들과 딸'이 방영된 게 1992년이었으니까 90년대 초반까지도 여전했고요.
2000년대 후반 들어서야 한 차례 법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2008년, 임신 기간 내내 부모가 태아 성별을 알지 못하게 막는 건 과도하다며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듬해 국회가 임신 32주까지 금지로 법을 개정했습니다.
보통 임신 5개월째인 20주 전후로 태아 성별을 파악할 수 있는데, 국회가 만삭 단계인 32주로 입법한 건 이때는 산모까지 위험해 낙태를 선택하긴 어렵단 점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앵커]
이 같은 금지 조항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산부인과에서 공공연하게 태아 성별을 알려줘 온 현실도 반영한 거죠?
[기자]
헌재가 위헌 결정을 하기 전에도 의료 현장에선 사실상 태아 성 감별 금지 조항이 사문화돼 있었습니다.
임신한 부모들의 최대 관심사가 아이 성별이라 산부인과 의사가 이를 외면하긴 애초에 어려웠습니다.
이 때문에 아들인지, 딸인지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요.
장난감 로봇을 준비하라거나, 파란색 옷이 맞겠다 하면 아들이고, 소꿉놀이 세트나 분홍색 옷을 언급하면 딸이란 식입니다.
현재도 현실에선 의사들이 임신 32주 전에 태아 성별을 알려주고 있고, 검찰에 사실 조회한 결과, 지난 10년간 이 조항으로 처벌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헌법소원 청구인 측은 그래서, 헌재가 시대를 반영한 결정을 했다고 환영했습니다.
[강성민 / 헌법소원 청구인 측 대리인 : 의사들이나 부모들이 자녀에 대한 준비도 못 하고 불법의 현장으로 내몰렸었는데, 좀 그런 부분들을 반영한 선고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앵커]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위헌이 결정됐는데,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어떤 입장이었나요?
[기자]
위헌을 결정하면 법 조항이 즉시 효력을 잃고,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면 법 개정 전까지만 한시적으로 효력이 인정됩니다.
이종석, 이은애, 김형두 재판관은 위헌보다 헌법불합치가 맞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남아선호사상이 많이 쇠퇴했지만, 아예 사라지진 않았고 자녀 성별에 대한 부모의 선호도 있어,
태아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 가능성을 지금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다만, 만삭인 임신 32주까지 태아 성별 고지를 금지한 건 지나친 제한이라며,
국회에서 이 시기를 앞당기는 개정 입법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어제 헌재가 6대 3 의견으로 위헌을 결정한 만큼,
이제 아이를 가진 부모나, 태아 성별을 알고 있는 의사나 언제든 마음 편히 묻고 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YTN 백종규 (minseok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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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32주 이전에 뱃속 태아 성별을, 의사가 부모에게 알려주는 걸 금지한 현행법 조항이 어제 위헌 판단을 받았습니다.
이제 새 생명을 가진 부부들은 언제든 의사에게 태아 성별을 마음 놓고 물어볼 수 있게 됐는데요.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듣겠습니다. 백종규 기자!
어제 헌법재판소 선고 내용부터 정리해주시죠.
[기자]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단을 내린 건 의료법 제20조 2항인데요.
의사가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 성별을 부모나 다른 사람에게 알려줘선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임신 32주까지는 태아 성별을 파악했더라도 부모에게 알려줄 수 없고, 33주부터 성별을 고지해야 합법이란 겁니다.
이를 위반한 의사는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해 처벌 수위도 셌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그러나, 태아 성 감별 금지 조항이 현실에서 더는 의미가 없다고 보고 위헌을 결정했습니다.
그동안 국민 의식 변화로 남아선호사상이 확연히 쇠퇴해 성별에 따른 낙태가 더는 사회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부모가 태아 성별을 알려는 건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욕구여서, 현행법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부모의 마땅한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당 조항은 즉시 효력을 잃어, 이제 산부인과에서 언제든 태아 성별을 편하게 묻고 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정미 / 헌법재판관 : (해당 조항은) 부모가 태아의 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필요 이상으로 제약하여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므로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여 헌법에 위반됩니다.]
[앵커]
어떤 법이든 입법 배경이 있기 마련인데, 태아 성 감별 금지법은 어떻게 법제화된 걸까요?
[기자]
이 법이 처음 만들어진 게 1987년인데요.
80년대 후반 들어 출산율은 떨어지는데, 태아가 여아란 이유로 낙태가 횡행하는 걸 막기 위해 아예 성별 자체를 알려주지 못하게 한 겁니다.
여아 100명당 남아 103명에서 107명 정도가 자연적 출생 성비지만, 당시엔 여야 100명당 남아 110명 이상으로 치솟을 만큼 아들 선호가 강했습니다.
유명 주말연속극 '아들과 딸'이 방영된 게 1992년이었으니까 90년대 초반까지도 여전했고요.
2000년대 후반 들어서야 한 차례 법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2008년, 임신 기간 내내 부모가 태아 성별을 알지 못하게 막는 건 과도하다며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듬해 국회가 임신 32주까지 금지로 법을 개정했습니다.
보통 임신 5개월째인 20주 전후로 태아 성별을 파악할 수 있는데, 국회가 만삭 단계인 32주로 입법한 건 이때는 산모까지 위험해 낙태를 선택하긴 어렵단 점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앵커]
이 같은 금지 조항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산부인과에서 공공연하게 태아 성별을 알려줘 온 현실도 반영한 거죠?
[기자]
헌재가 위헌 결정을 하기 전에도 의료 현장에선 사실상 태아 성 감별 금지 조항이 사문화돼 있었습니다.
임신한 부모들의 최대 관심사가 아이 성별이라 산부인과 의사가 이를 외면하긴 애초에 어려웠습니다.
이 때문에 아들인지, 딸인지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요.
장난감 로봇을 준비하라거나, 파란색 옷이 맞겠다 하면 아들이고, 소꿉놀이 세트나 분홍색 옷을 언급하면 딸이란 식입니다.
현재도 현실에선 의사들이 임신 32주 전에 태아 성별을 알려주고 있고, 검찰에 사실 조회한 결과, 지난 10년간 이 조항으로 처벌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헌법소원 청구인 측은 그래서, 헌재가 시대를 반영한 결정을 했다고 환영했습니다.
[강성민 / 헌법소원 청구인 측 대리인 : 의사들이나 부모들이 자녀에 대한 준비도 못 하고 불법의 현장으로 내몰렸었는데, 좀 그런 부분들을 반영한 선고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앵커]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위헌이 결정됐는데,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어떤 입장이었나요?
[기자]
위헌을 결정하면 법 조항이 즉시 효력을 잃고,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면 법 개정 전까지만 한시적으로 효력이 인정됩니다.
이종석, 이은애, 김형두 재판관은 위헌보다 헌법불합치가 맞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남아선호사상이 많이 쇠퇴했지만, 아예 사라지진 않았고 자녀 성별에 대한 부모의 선호도 있어,
태아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 가능성을 지금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다만, 만삭인 임신 32주까지 태아 성별 고지를 금지한 건 지나친 제한이라며,
국회에서 이 시기를 앞당기는 개정 입법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어제 헌재가 6대 3 의견으로 위헌을 결정한 만큼,
이제 아이를 가진 부모나, 태아 성별을 알고 있는 의사나 언제든 마음 편히 묻고 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YTN 백종규 (minseok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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