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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시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 등장하는 크리처 조형을 한강에서 철거한다고 밝힌 가운데 당시 제작 금액이 1억 8천이 들었다는 내용이 재조명됐다. 누리꾼들은 "그렇다면 철거에는 얼마가 드냐"면서 "저것도 다 세금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미래한강본부 관계자에게 '괴물' 처분에 대해 묻자 관계자는 "공공미술작품위원회 심의를 거쳐 철거·설치·이전설치 등 절차를 밟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위원회 심의도 아직 열리지 않아서 철거를 할지 이전 설치를 할지, 또 철거하게 된다면 비용이 얼마가 들지 전혀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기는 빠르면 올해 상반기로보고 있다고 한다.
비단 한강의 '괴물' 문제만이 아니다. 포털에서 '애물단지'와 '지자체'를 치면 비슷한 조형물들의 비극사가 줄줄이 나온다.
최근 논란된 조형물 위주로 간략하게 정리했다.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길로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된 강원 강릉시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에 등장한 외제 차 '미니 쿠퍼'다.
강릉시와 강릉개발관광공사가 15일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구간을 연장 공사를 마치고 개장한 관광지다. 사진 명소에 빨간 외제 차가 바다부채길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알 수 없으며, 바닷가에 주차된 차량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미관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YTN의 확인 결과 자동차는 여전히 강릉부채길에 전시돼 있다.
강릉시 해양수산과는 "뉴딜사업의 사업비로 설치한 것"이라며 "당시 지역협의체의 협의를 통해 사진 명소에 '스포츠카'를 놓게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차는 500~800만 원 선에서 시공사가 구입해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산본로데오거리상인회가 군포시에 예산 2억 원을 지원받아 지난 2016년 12월 31일 설치했다. 이 조형물은 SNS에서 먼저 화제가 됐다. 누군가 "대체 이런 건 왜 만드냐"면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고 비판한 내용이 인기를 얻었다.
문제는 프로포즈 존은 원래 같은 자리에 있던 도깨비 모양의 조형물인 '수리산 깨비'를 설치된 지 4년 만에 철거하고 만든 시설물이라는 것.
아무도 프러포즈 하는 사람이 없자 지난해 7월 17일 이세균 산본로데오거리상인회 회장이 "프로포즈 존에서 아직 프로포즈를 한 사람이 없고 내가 리마인드 프러포즈했었다”라고 지역 매체에 밝힌 바 있다.
2011년 경상남도가 원형을 복원하겠다며 16억 원을 들여 제작한 거제의 거북선은 결국 폐기돼 고물상에 넘어갔다. 유찰을 거듭한 끝에 맞이한 결과다. 거북선은 경남 통영시에도 3척이 정박 돼 있다. 입장료 수입은 한 해 6천만 원이지만 관리비만 3억 원으로 해마다 적자를 거듭 중이다.
전남 여수에도 거북선이 있다. 26억 원을 들여 만든 거북선은 관리 부실로 목재 기둥에 구멍이 뚫려있고, 부식이 진행 중이다. 2000년대 초반 '이순신' 관련 드라마와 책 등이 인기를 얻으며 지자체가 너도나도 만든 거북선이 남해안에만 11척이다.
전라남도 신안군에 있는 '천사 조각상'은 지난 2월 작가가 사기 혐의로 고발됐다. 신안군이 섬 전체를 배경으로 야외 미술관을 꾸미겠다며 총 318점의 천사 조각상을 설치했는데, 이 작품을 만든 최모 씨의 이력이 사기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조각상 표지석에서는 프랑스 파리7대학 교수·명예교수 역임, 바티칸 조형미술연구소 고문 등 화려한 이력이 새겨져 있으나 이는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최 씨는 사기 전과 등 전과 6범이었다. 신안군뿐만 아니라 경북 청도군도 최 씨에게 2억 9,000만 원을 내고 조각상 20점을 구입해 공원에 설치했다.
김영호 중앙대학교 서양화과 명예교수는 공공조형물이 철거 대상, 비판의 대상이 되는 데 대해 "작품이 설치된 장소와 작품의 관계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작품의 '질'이란 결국 작품과 장소의 유기적 관계성을 고려한 결과물"이라면서 "좋은 작품은 해당 작품이 놓이는 장소와 결합해 더 큰 의미들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그렇지 못한 작품은 장소와의 관계 맺기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세종로에 '세종대왕 동상'에 대해선 수긍하지만, 강릉 바다부채길에 놓인 빨간 스포츠카에는 갸우뚱하는 이유다.
김 교수는 최근 '괴물' 조형물 철거에 대해서는 "공공 조형물도 수명이 있다. 조형물이 제 소임을 다했다면 철거할 수 있는 탄력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외압 등으로 철거된다면 그것은 책임을 물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 조형물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심의 시스템도 문제지만, 가능하면 좋은 작가들이 건축미술품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팀 최가영 기자
YTN 최가영 (weeping0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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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강본부 관계자에게 '괴물' 처분에 대해 묻자 관계자는 "공공미술작품위원회 심의를 거쳐 철거·설치·이전설치 등 절차를 밟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위원회 심의도 아직 열리지 않아서 철거를 할지 이전 설치를 할지, 또 철거하게 된다면 비용이 얼마가 들지 전혀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기는 빠르면 올해 상반기로보고 있다고 한다.
비단 한강의 '괴물' 문제만이 아니다. 포털에서 '애물단지'와 '지자체'를 치면 비슷한 조형물들의 비극사가 줄줄이 나온다.
최근 논란된 조형물 위주로 간략하게 정리했다.
바닷가에 전시된 뜬금없는 외제 차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길로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된 강원 강릉시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에 등장한 외제 차 '미니 쿠퍼'다.
강릉시와 강릉개발관광공사가 15일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구간을 연장 공사를 마치고 개장한 관광지다. 사진 명소에 빨간 외제 차가 바다부채길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알 수 없으며, 바닷가에 주차된 차량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미관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YTN의 확인 결과 자동차는 여전히 강릉부채길에 전시돼 있다.
강릉시 해양수산과는 "뉴딜사업의 사업비로 설치한 것"이라며 "당시 지역협의체의 협의를 통해 사진 명소에 '스포츠카'를 놓게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차는 500~800만 원 선에서 시공사가 구입해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백한 사람 '0명' 전설의 프러포즈 존
상권 활성화를 위해 산본로데오거리상인회가 군포시에 예산 2억 원을 지원받아 지난 2016년 12월 31일 설치했다. 이 조형물은 SNS에서 먼저 화제가 됐다. 누군가 "대체 이런 건 왜 만드냐"면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고 비판한 내용이 인기를 얻었다.
문제는 프로포즈 존은 원래 같은 자리에 있던 도깨비 모양의 조형물인 '수리산 깨비'를 설치된 지 4년 만에 철거하고 만든 시설물이라는 것.
아무도 프러포즈 하는 사람이 없자 지난해 7월 17일 이세균 산본로데오거리상인회 회장이 "프로포즈 존에서 아직 프로포즈를 한 사람이 없고 내가 리마인드 프러포즈했었다”라고 지역 매체에 밝힌 바 있다.
이순신 열풍 타고 만든 거북선 처리는?
2011년 경상남도가 원형을 복원하겠다며 16억 원을 들여 제작한 거제의 거북선은 결국 폐기돼 고물상에 넘어갔다. 유찰을 거듭한 끝에 맞이한 결과다. 거북선은 경남 통영시에도 3척이 정박 돼 있다. 입장료 수입은 한 해 6천만 원이지만 관리비만 3억 원으로 해마다 적자를 거듭 중이다.
전남 여수에도 거북선이 있다. 26억 원을 들여 만든 거북선은 관리 부실로 목재 기둥에 구멍이 뚫려있고, 부식이 진행 중이다. 2000년대 초반 '이순신' 관련 드라마와 책 등이 인기를 얻으며 지자체가 너도나도 만든 거북선이 남해안에만 11척이다.
'허위 이력' 작가에게 사기당하기도
전라남도 신안군에 있는 '천사 조각상'은 지난 2월 작가가 사기 혐의로 고발됐다. 신안군이 섬 전체를 배경으로 야외 미술관을 꾸미겠다며 총 318점의 천사 조각상을 설치했는데, 이 작품을 만든 최모 씨의 이력이 사기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조각상 표지석에서는 프랑스 파리7대학 교수·명예교수 역임, 바티칸 조형미술연구소 고문 등 화려한 이력이 새겨져 있으나 이는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최 씨는 사기 전과 등 전과 6범이었다. 신안군뿐만 아니라 경북 청도군도 최 씨에게 2억 9,000만 원을 내고 조각상 20점을 구입해 공원에 설치했다.
공공 조형물은 왜 욕을 먹을까
김영호 중앙대학교 서양화과 명예교수는 공공조형물이 철거 대상, 비판의 대상이 되는 데 대해 "작품이 설치된 장소와 작품의 관계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작품의 '질'이란 결국 작품과 장소의 유기적 관계성을 고려한 결과물"이라면서 "좋은 작품은 해당 작품이 놓이는 장소와 결합해 더 큰 의미들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그렇지 못한 작품은 장소와의 관계 맺기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세종로에 '세종대왕 동상'에 대해선 수긍하지만, 강릉 바다부채길에 놓인 빨간 스포츠카에는 갸우뚱하는 이유다.
김 교수는 최근 '괴물' 조형물 철거에 대해서는 "공공 조형물도 수명이 있다. 조형물이 제 소임을 다했다면 철거할 수 있는 탄력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외압 등으로 철거된다면 그것은 책임을 물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 조형물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심의 시스템도 문제지만, 가능하면 좋은 작가들이 건축미술품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팀 최가영 기자
YTN 최가영 (weeping0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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