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살 해녀의 특별한 은퇴식..."죽걸랑 바당에 뿌려도라" [앵커리포트]

92살 해녀의 특별한 은퇴식..."죽걸랑 바당에 뿌려도라" [앵커리포트]

2024.05.27. 오후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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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으로 보는 이슈 온,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은퇴식을 전해드립니다.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거침없이 들어가는 두 할머니.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도 물속으로 잠수, 금세 전복 여러 개를 따서 번쩍 들어 보입니다.

미역 따는 것도 식은 죽 먹기입니다.

물 밖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의 박수가 쏟아집니다.

바로 해녀 은퇴식 현장인데요.

여전한 물질 실력을 보여준 이 두 어르신, 92살 김유생 해녀와 91살 강두교 해녀입니다.

제주에서 태어나 15살 때부터 바다에 들어가 무려 75년 넘게 해녀로 살아온 그녀들.

김유생 해녀는 마흔 살에 세상을 떠난 남편 대신 5명 아이들을 물질을 하며 홀로 키워냈다는데요.

어제 물질을 끝으로 해녀로서의 인생과 작별했습니다.

은퇴 소감, 직접 들어볼까요?

[김유생(92살)·강두교(91살) / 은퇴 해녀 : (기분이 어떠세요?) 좋지라. 바당 글랜허민 지꺼져.(바다 가자고 하면 즐거워.)" "맨날 해시믄 조크라.(매일 했으면 좋겠어.)]

구순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바다가 좋다는 천상 해녀들,

이번 은퇴식은 제주해녀문화예술연구협회와 귀덕2리어촌계가 함께 마련한 행사로, 모두 9명의 해녀가 공로상을 받았습니다.

제주 해녀 어업이 2015년 국가중요어업유산 1호로 지정됐고, 이듬해 해녀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됐는데요.

제주의 보물 해녀들을 기리기 위해 이렇게 처음으로 은퇴식을 연 겁니다.

"아이들에게 나 죽걸랑 소랑 바당에 뿌려도라, 죽어서도 물질허멍 살켜 고라수다."

김유생 해녀가 은퇴식에서 남긴 말입니다.

죽은 뒤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주면 저승에서도 물질하며 살겠다는 뜻의 제주 방언입니다.

그 오랜 물질과의 작별, 눈물이 왈칵 쏟아질 법도 한데 은퇴식은 시종일관 즐거웠습니다.

아리랑 노래에 맞춰 해녀들은 신나게 춤을 추며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이런 명랑함, 그리고 바다에 대한 사랑과 인내가 팔순, 구순 넘도록 해녀로 살아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요.


YTN 박소정 (sojung@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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