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6월 11일 (화요일)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송영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 지금부터 여러분께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던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가지 사건을 차례로 소개해 드릴 텐데요. 과연 이 두 사건에 적용될 혐의는 같을까요? 아니면 다를까요? 한번 맞혀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첫 번째 사건입니다. 대낮에 그것도 자신의 어머니를 향해 흉기를 휘두른 아들 가해자인 아들은 현장에서 바로 붙잡혔고요. 경찰은 아들 A씨를 존속살해 미수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그러면 이어서 두 번째 사건도 들어보시죠. 이번 사건은 가해자가 아들이고 피해자가 어머니였던 앞 사건과는 반대로 가해자가 어머니고 피해자는 생후 3개월 된 아들이었습니다. 검찰은 어머니인 B씨에게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를 적용했는데요.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질문 드려보죠. 방금 소개해드린 두 사건은 모두 아들과 어머니 사이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입니다. 그런데 혹시 두 사건에 적용된 혐의 그 차이점에 대해 눈치 채신 분 있으실까요? 정답이 궁금한 분들 조금만 기다려 주시고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송영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송영은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송영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는다는 것 누가 됐든 이유가 뭐든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인데, 그중에서도 반인륜적 범죄로 불리는 것이 바로 가족 간의 살인인 것 같습니다. 특히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그런 사건들이 종종 보도되고는 하는데 볼 때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거든요.
◆ 송영은 : 네 그렇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국민이 충격에 빠지는 그런 사건이 이따금씩 발생합니다. 지난해 11월 경북에서도 한 아들이 아버지 소유의 축사를 찾아가서 아버지에게 축사를 물려달라고 요구하면서 거절당하자 둔기로 아버지의 머리를 네 차례 내리쳐 살해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숨진 아버지를 인근 야산에 묻은 뒤에 3일이 지나서야 아버지가 실종됐다고 경찰에 거짓 신고를 하고 살해 방법 등을 검색한 컴퓨터와 계획 범죄의 증거들을 없애려는 시도를 했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사체 유기까지 하였다는 점을 보고 저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 이원화 : 심지어는 아버지가 실종됐다고 허위 신고를 했다는 거는 너무 악질적인 상황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저도 하나 떠오르는 케이스가 있는데 계란 후라이를 안 해줬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살해한 40대 아들 항소심에서 징역 10년 선고받았잖아요.
◆ 송영은 : 네. 아들은 원심에서 어머니가 술 안주로 계란 후라이를 만들어 달라는 자신의 요구를 거절해 말다툼을 하다가 밀쳤다. 다툰 뒤에 외출했다가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쓰러져 있어서 신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폭력을 행사해 어머니가 사망한 것이 아니라 평소 앓던 어지럼증 때문에 넘어졌고 그로 인한 부상으로 숨졌다고 거짓 진술을 한 것입니다. 원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직접 증거가 없음에도 간접 증거들을 종합해서 보면 아들이 모친을 강하게 밀어 상해를 가하고 그로 인해 모친이 사망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아들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이후 검찰과 아들이 모두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는데요. 항소심 재판부는 어머니 행적을 토대로 한 CCTV 영상을 보면 어머니가 실수로 넘어질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양형 조건을 종합했을 때 형이 가볍다면서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 이원화 : 앞선 사건도 그렇고 이 사건도 그렇고 상당히 뻔뻔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누군가를 살해하는 행위, 살인은 그 이유를 막론하고 절대적으로는 있어선 안 될 일입니다만 우리 형법을 보면 존속 살해를 일반 살인과 구분해서 보고 있죠.
◆ 송영은 : 네 그렇습니다. 존속살해죄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 존속을 살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는 일반 살인에 비해서 책임이 무겁다는 이유로 형을 가중한 것인데 신분관계로 인해서 형이 가중되는 부진정신분범입니다.
◇ 이원화 : 그러니까 존속은 자기 부모님 또는 배우자의 부모님을 살해하는 경우에 그때 성립하는 건데 말씀 주신 대로 존속 살해죄 같은 경우에는 일반 살인에 가중 처벌이 들어가게끔 되어 있잖아요. 이게 유교 문화의 영향이다 이런 분석도 있는데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이런 가중처벌 조항이 있나요?
◆ 송영은 : 일반적으로 현대 국가에서 매우 드물게 존재하는 조항입니다. 외국의 경우 존속살해죄 등 존속 대상 범죄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를 살펴보면 프랑스, 대만,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등으로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일본에서는 1973년 위헌 판결이 선고되고 1995년 해당 조항이 폐지되기도 했습니다.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존속살해죄에만 가중 처벌을 둔 현행법은 유교 사상 등 우리나라의 문화적 배경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 이원화 : 송 변호사님께서도 앞서 오프닝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두 가지 사건 이야기해드렸잖아요. 하나는 방금 전 이야기했던 자식이 부모를 살해한 경우였고 나머지 하나는 완전히 반대로 부모가 자식을 살해한 케이스였거든요. 물론 사건마다 디테일 면에서는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크게 보면 둘 다 가족이 가족을 살해한 케이스란 말이죠. 그런데 법적으로 봤을 때 아주 큰 차이가 하나 있죠?
◆ 송영은 : 네 그렇습니다. 저도 오프닝에서 들었는데 아마 무슨 차이가 있다는 거지 궁금해하실 분들 많을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변호사라든지 법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눈치채셨을 수도 있는데 법적으로 아주 큰 차이점 뭔지 설명해 주시죠.
◆ 송영은 : 비속 살해는 앞서 말씀드렸던 경우와 반대로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경우입니다. 가중 처벌을 받는 존속 사례와 달리 일반 살인죄로 분류되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존속 살해죄는 오직 존속이라는 형식적 관계 때문에 처벌을 가중하고 있는데 비속살해나 배우자 동거인 살해에 대한 가중 처벌은 없는 상황이어서 형평성에 대한 지적이 계속 있어왔습니다. 법률계 종사자들 사이에도 존속살해죄를 폐지하거나 비속살해죄를 신설해서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지속하여 제기되고 있습니다.
◇ 이원화 : 왜 존속살해죄는 있는데 비속살해죄라는 죄목은 없는 건가요?
◆ 송영은 : 잠깐 말씀드렸었는데요. 그 이유는 변호사님이 지적해 주신 것처럼 부모에 대한 공경 등 인륜을 강조하고 또 가부장적 사상에 따라서 자녀를 종속적 개념이나 소유물로 인식하는 유교 문화가 그 절대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 이원화 : 그래서 비속살해에 대한 범죄는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 이런 비판도 나오잖아요.
◆ 송영은 : 맞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신의 존속 즉 부모 또는 조부모를 살해한 사건은 25건입니다. 그러나 비속 살해에 관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이원화 : 이게 죄명이 있어야 통계가 있을 텐데 죄명이 없으니까요.
◆ 송영은 : 맞습니다. 경찰들이 죄명에 따라서 별도로 집계를 하는데 살인과 존속살해죄만을 구분하는 형법 제250조에 따라서 비속살해는 일반 살인의 경우로 집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경우는 정확한 현황 파악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 이원화 : 문제는 비속살해에 해당하는 범죄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케이스를 하나 보면 태어난 지 이틀 된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친모가 징역형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이 친모라는 사람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아들을 살해했다면서요.
◆ 송영은 : 네 친모가 3년 사이에 갓난 아기 2명을 잇따라 살해한 사건인데요. 아기 4명을 낳아서 2명을 입양 보내고 2명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는 지난 2012년 9월 서울 도봉구의 한 모텔에서 생후 하루 된 첫째 아들을 숨지게 한 뒤에 인근 야산에 묻어 유기하였고, 2015년 10월 생후 이틀 된 둘째 아들은 인천 연수구의 한 공원의 공중화장실에서 살해하고 시신을 문학산에 매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습니다. A씨는 법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양육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고 그 이유를 진술했고,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에게 범행을 가한 경위를 설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 이원화 : 시신이 발견된 겁니까? 어떻게 범행 드러났을까요?
◆ 송영은 : A씨는 지난해 연수구청이 2010년부터 2014년 사이에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해 추가 전수조사를 벌이자 심리적 압박감을 느껴서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경찰은 A씨 진술에 따라 수색을 진행하였고, 인천 문학산 일대에서 둘째 아들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했습니다. 서울 도봉구 야산에서도 첫째 아들의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을 벌였는데 결국 찾지는 못했습니다.
◇ 이원화 : 앞서 이야기 나눈 대로 존속 살해죄로 가중 처벌은 적용 못했을 거고 일반 살인 혐의 적용된 건가요?
◆ 송영은 : 검찰은 A씨가 첫째 아들을 살해할 당시에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해서 징역 20년을 구형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그 행위를 이어가 살인에 이르게 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는데요. 검찰은 A 씨가 첫째 아이의 질식사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울음을 그치게 하게 하기 위해 이불로 아이를 덮어 강하게 끌어안자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둘째 아이에 대한 살해와 유기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첫째 아이에 대해서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달랬는데 숨졌다라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 이원화 : 사실 첫째와 둘째를 연달아서 이렇게 살해한 걸 보면 고의가 인정된다고 봐야 될 것 같은데 이게 왜 무죄가 나왔습니까?
◆ 송영은 :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처음에 아이를 5분간 달랬는데 울음을 그치지 않아서 안는 강도를 강하게 하던 과정에서 살해된 것이다라고 진술했다면서 A씨가 2명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데 출산 직후에 입양을 보내서 아이를 양육해본 경험이 없었던 사정 등에 집중을 해서 A씨가 실수로 첫째 아이를 질식해 숨지게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해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이원화 : 사실 이게 어린아이를 보시거나 안아보시거나 이런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굉장히 약하거든요. 조금만 잘못을 해도 잘못될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게 일반적인데 잘 이해는 안 됩니다. 이번 케이스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경우에 따라서 자녀 사례가 감경 사유가 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 송영은 : 네 경우에 따라서 자녀 살해는 감경 사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 생후 1년 미만인 영아를 살해하는 영아 살해의 경우가 그런데요. 영아 살해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보통 살인죄보다 형을 감경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가난으로 아이를 제대로 부양할 수 없거나 성범죄로 인한 출산 등의 사정을 고려한 법안으로 생각됩니다.
◇ 이원화 : 심지어 살인도 아닌 상해치사, 아동학대 치사를 적용하는 경우들도 많죠.
◆ 송영은 : 통칭 정인이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는 양천구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이 그렇습니다. 경찰은 입양모에 대해서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치사 혐의와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와 방임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고, 입양부에게는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에 공동정범과 방조 혐의를 적용해서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실이 있습니다.
◇ 이원화 : 특히 어린 아동들의 경우에는 성인과 비교했을 때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힘이 현저히 부족하고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많잖아요. 그러면 아동을 살해한 부모의 경우에는 오히려 가중 처벌을 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 송영은 : 맞습니다. 국회에서는 비속 사례에 대한 관련법을 5건이나 발의하기도 했는데 좀처럼 진행은 없는 상태이고요.
◇ 이원화 : 다른 한편에서는 존속살해죄 폐지 의견도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변호사님께서는 법조인으로서 이 부분 어떤 의견 갖고 계신지 끝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송영은 : 존속살인죄 폐지 주장의 근거는 피해자가 누구냐에 따라 법정형이 다른 것이 헌법상 법 앞의 평등 이념에 위반된다는 것인데요. 반면 저는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 또는 배우자의 부모를 살해하는 행위는 인류에 반하기 때문에 보통 살인죄보다 중벌해야 된다는 점에 대해서 동의하는 바입니다. 다른 것을 다르게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위헌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중 처벌은 존속의 생명을 더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비속의 패륜성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또 그 자식의 부모에 대한 도덕적 의무는 강조되어야 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6월 11일 (화요일)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송영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 지금부터 여러분께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던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가지 사건을 차례로 소개해 드릴 텐데요. 과연 이 두 사건에 적용될 혐의는 같을까요? 아니면 다를까요? 한번 맞혀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첫 번째 사건입니다. 대낮에 그것도 자신의 어머니를 향해 흉기를 휘두른 아들 가해자인 아들은 현장에서 바로 붙잡혔고요. 경찰은 아들 A씨를 존속살해 미수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그러면 이어서 두 번째 사건도 들어보시죠. 이번 사건은 가해자가 아들이고 피해자가 어머니였던 앞 사건과는 반대로 가해자가 어머니고 피해자는 생후 3개월 된 아들이었습니다. 검찰은 어머니인 B씨에게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를 적용했는데요.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질문 드려보죠. 방금 소개해드린 두 사건은 모두 아들과 어머니 사이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입니다. 그런데 혹시 두 사건에 적용된 혐의 그 차이점에 대해 눈치 채신 분 있으실까요? 정답이 궁금한 분들 조금만 기다려 주시고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송영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송영은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송영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는다는 것 누가 됐든 이유가 뭐든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인데, 그중에서도 반인륜적 범죄로 불리는 것이 바로 가족 간의 살인인 것 같습니다. 특히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그런 사건들이 종종 보도되고는 하는데 볼 때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거든요.
◆ 송영은 : 네 그렇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국민이 충격에 빠지는 그런 사건이 이따금씩 발생합니다. 지난해 11월 경북에서도 한 아들이 아버지 소유의 축사를 찾아가서 아버지에게 축사를 물려달라고 요구하면서 거절당하자 둔기로 아버지의 머리를 네 차례 내리쳐 살해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숨진 아버지를 인근 야산에 묻은 뒤에 3일이 지나서야 아버지가 실종됐다고 경찰에 거짓 신고를 하고 살해 방법 등을 검색한 컴퓨터와 계획 범죄의 증거들을 없애려는 시도를 했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사체 유기까지 하였다는 점을 보고 저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 이원화 : 심지어는 아버지가 실종됐다고 허위 신고를 했다는 거는 너무 악질적인 상황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저도 하나 떠오르는 케이스가 있는데 계란 후라이를 안 해줬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살해한 40대 아들 항소심에서 징역 10년 선고받았잖아요.
◆ 송영은 : 네. 아들은 원심에서 어머니가 술 안주로 계란 후라이를 만들어 달라는 자신의 요구를 거절해 말다툼을 하다가 밀쳤다. 다툰 뒤에 외출했다가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쓰러져 있어서 신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폭력을 행사해 어머니가 사망한 것이 아니라 평소 앓던 어지럼증 때문에 넘어졌고 그로 인한 부상으로 숨졌다고 거짓 진술을 한 것입니다. 원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직접 증거가 없음에도 간접 증거들을 종합해서 보면 아들이 모친을 강하게 밀어 상해를 가하고 그로 인해 모친이 사망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아들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이후 검찰과 아들이 모두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는데요. 항소심 재판부는 어머니 행적을 토대로 한 CCTV 영상을 보면 어머니가 실수로 넘어질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양형 조건을 종합했을 때 형이 가볍다면서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 이원화 : 앞선 사건도 그렇고 이 사건도 그렇고 상당히 뻔뻔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누군가를 살해하는 행위, 살인은 그 이유를 막론하고 절대적으로는 있어선 안 될 일입니다만 우리 형법을 보면 존속 살해를 일반 살인과 구분해서 보고 있죠.
◆ 송영은 : 네 그렇습니다. 존속살해죄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 존속을 살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는 일반 살인에 비해서 책임이 무겁다는 이유로 형을 가중한 것인데 신분관계로 인해서 형이 가중되는 부진정신분범입니다.
◇ 이원화 : 그러니까 존속은 자기 부모님 또는 배우자의 부모님을 살해하는 경우에 그때 성립하는 건데 말씀 주신 대로 존속 살해죄 같은 경우에는 일반 살인에 가중 처벌이 들어가게끔 되어 있잖아요. 이게 유교 문화의 영향이다 이런 분석도 있는데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이런 가중처벌 조항이 있나요?
◆ 송영은 : 일반적으로 현대 국가에서 매우 드물게 존재하는 조항입니다. 외국의 경우 존속살해죄 등 존속 대상 범죄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를 살펴보면 프랑스, 대만,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등으로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일본에서는 1973년 위헌 판결이 선고되고 1995년 해당 조항이 폐지되기도 했습니다.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존속살해죄에만 가중 처벌을 둔 현행법은 유교 사상 등 우리나라의 문화적 배경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 이원화 : 송 변호사님께서도 앞서 오프닝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두 가지 사건 이야기해드렸잖아요. 하나는 방금 전 이야기했던 자식이 부모를 살해한 경우였고 나머지 하나는 완전히 반대로 부모가 자식을 살해한 케이스였거든요. 물론 사건마다 디테일 면에서는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크게 보면 둘 다 가족이 가족을 살해한 케이스란 말이죠. 그런데 법적으로 봤을 때 아주 큰 차이가 하나 있죠?
◆ 송영은 : 네 그렇습니다. 저도 오프닝에서 들었는데 아마 무슨 차이가 있다는 거지 궁금해하실 분들 많을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변호사라든지 법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눈치채셨을 수도 있는데 법적으로 아주 큰 차이점 뭔지 설명해 주시죠.
◆ 송영은 : 비속 살해는 앞서 말씀드렸던 경우와 반대로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경우입니다. 가중 처벌을 받는 존속 사례와 달리 일반 살인죄로 분류되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존속 살해죄는 오직 존속이라는 형식적 관계 때문에 처벌을 가중하고 있는데 비속살해나 배우자 동거인 살해에 대한 가중 처벌은 없는 상황이어서 형평성에 대한 지적이 계속 있어왔습니다. 법률계 종사자들 사이에도 존속살해죄를 폐지하거나 비속살해죄를 신설해서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지속하여 제기되고 있습니다.
◇ 이원화 : 왜 존속살해죄는 있는데 비속살해죄라는 죄목은 없는 건가요?
◆ 송영은 : 잠깐 말씀드렸었는데요. 그 이유는 변호사님이 지적해 주신 것처럼 부모에 대한 공경 등 인륜을 강조하고 또 가부장적 사상에 따라서 자녀를 종속적 개념이나 소유물로 인식하는 유교 문화가 그 절대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 이원화 : 그래서 비속살해에 대한 범죄는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 이런 비판도 나오잖아요.
◆ 송영은 : 맞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신의 존속 즉 부모 또는 조부모를 살해한 사건은 25건입니다. 그러나 비속 살해에 관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이원화 : 이게 죄명이 있어야 통계가 있을 텐데 죄명이 없으니까요.
◆ 송영은 : 맞습니다. 경찰들이 죄명에 따라서 별도로 집계를 하는데 살인과 존속살해죄만을 구분하는 형법 제250조에 따라서 비속살해는 일반 살인의 경우로 집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경우는 정확한 현황 파악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 이원화 : 문제는 비속살해에 해당하는 범죄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케이스를 하나 보면 태어난 지 이틀 된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친모가 징역형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이 친모라는 사람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아들을 살해했다면서요.
◆ 송영은 : 네 친모가 3년 사이에 갓난 아기 2명을 잇따라 살해한 사건인데요. 아기 4명을 낳아서 2명을 입양 보내고 2명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는 지난 2012년 9월 서울 도봉구의 한 모텔에서 생후 하루 된 첫째 아들을 숨지게 한 뒤에 인근 야산에 묻어 유기하였고, 2015년 10월 생후 이틀 된 둘째 아들은 인천 연수구의 한 공원의 공중화장실에서 살해하고 시신을 문학산에 매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습니다. A씨는 법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양육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고 그 이유를 진술했고,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에게 범행을 가한 경위를 설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 이원화 : 시신이 발견된 겁니까? 어떻게 범행 드러났을까요?
◆ 송영은 : A씨는 지난해 연수구청이 2010년부터 2014년 사이에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해 추가 전수조사를 벌이자 심리적 압박감을 느껴서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경찰은 A씨 진술에 따라 수색을 진행하였고, 인천 문학산 일대에서 둘째 아들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했습니다. 서울 도봉구 야산에서도 첫째 아들의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을 벌였는데 결국 찾지는 못했습니다.
◇ 이원화 : 앞서 이야기 나눈 대로 존속 살해죄로 가중 처벌은 적용 못했을 거고 일반 살인 혐의 적용된 건가요?
◆ 송영은 : 검찰은 A씨가 첫째 아들을 살해할 당시에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해서 징역 20년을 구형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그 행위를 이어가 살인에 이르게 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는데요. 검찰은 A 씨가 첫째 아이의 질식사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울음을 그치게 하게 하기 위해 이불로 아이를 덮어 강하게 끌어안자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둘째 아이에 대한 살해와 유기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첫째 아이에 대해서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달랬는데 숨졌다라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 이원화 : 사실 첫째와 둘째를 연달아서 이렇게 살해한 걸 보면 고의가 인정된다고 봐야 될 것 같은데 이게 왜 무죄가 나왔습니까?
◆ 송영은 :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처음에 아이를 5분간 달랬는데 울음을 그치지 않아서 안는 강도를 강하게 하던 과정에서 살해된 것이다라고 진술했다면서 A씨가 2명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데 출산 직후에 입양을 보내서 아이를 양육해본 경험이 없었던 사정 등에 집중을 해서 A씨가 실수로 첫째 아이를 질식해 숨지게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해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이원화 : 사실 이게 어린아이를 보시거나 안아보시거나 이런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굉장히 약하거든요. 조금만 잘못을 해도 잘못될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게 일반적인데 잘 이해는 안 됩니다. 이번 케이스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경우에 따라서 자녀 사례가 감경 사유가 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 송영은 : 네 경우에 따라서 자녀 살해는 감경 사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 생후 1년 미만인 영아를 살해하는 영아 살해의 경우가 그런데요. 영아 살해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보통 살인죄보다 형을 감경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가난으로 아이를 제대로 부양할 수 없거나 성범죄로 인한 출산 등의 사정을 고려한 법안으로 생각됩니다.
◇ 이원화 : 심지어 살인도 아닌 상해치사, 아동학대 치사를 적용하는 경우들도 많죠.
◆ 송영은 : 통칭 정인이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는 양천구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이 그렇습니다. 경찰은 입양모에 대해서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치사 혐의와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와 방임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고, 입양부에게는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에 공동정범과 방조 혐의를 적용해서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실이 있습니다.
◇ 이원화 : 특히 어린 아동들의 경우에는 성인과 비교했을 때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힘이 현저히 부족하고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많잖아요. 그러면 아동을 살해한 부모의 경우에는 오히려 가중 처벌을 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 송영은 : 맞습니다. 국회에서는 비속 사례에 대한 관련법을 5건이나 발의하기도 했는데 좀처럼 진행은 없는 상태이고요.
◇ 이원화 : 다른 한편에서는 존속살해죄 폐지 의견도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변호사님께서는 법조인으로서 이 부분 어떤 의견 갖고 계신지 끝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송영은 : 존속살인죄 폐지 주장의 근거는 피해자가 누구냐에 따라 법정형이 다른 것이 헌법상 법 앞의 평등 이념에 위반된다는 것인데요. 반면 저는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 또는 배우자의 부모를 살해하는 행위는 인류에 반하기 때문에 보통 살인죄보다 중벌해야 된다는 점에 대해서 동의하는 바입니다. 다른 것을 다르게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위헌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중 처벌은 존속의 생명을 더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비속의 패륜성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또 그 자식의 부모에 대한 도덕적 의무는 강조되어야 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