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소화기가 있었다면...금속화재 소화기 기준 1년째 심사만 [앵커리포트]

전용 소화기가 있었다면...금속화재 소화기 기준 1년째 심사만 [앵커리포트]

2024.06.27. 오전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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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시작된 화재에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하는 직원들.

그러나 소용없었습니다.

불길은 오히려 커지고 결국 큰불로 이어지고 말았죠.

영상을 본 많은 분이 불을 끄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는데요.

이 소화기, 왜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요?

소화기는 현행법에 따라 A, B, C, K등급의 화재에 맞게 생산되고 있습니다.

연소 뒤 재를 남기는 일반 화재는 A급, 유류에 의한 화재는 B급, 전기에 의한 화재는 C급,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주방 화재는 K급으로 분류하는데요.

직원들이 사용한 소화기, 외형은 다르지만 지금 제가 들고 있는 것과 같은 ABC 소화기입니다.

앞서 설명한 A급, B급, C급 화재에 쓸 수 있다는 말이죠.

소화기 옆면에는 이렇게 어떤 화재에 사용할 수 있는지 명시돼있습니다.

그런데 리튬 전지에서 불이 시작된 이번 경우는 D급 화재로 분류되는 금속화재였습니다.

금속화재는 가연성 금속류에서 불이 나는 걸 말하는데요.

1,000도 안팎의 고온이 발생해 일반 소화기로는 불을 끌 수 없고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용 소화약제를 사용하거나 마른 모래 등을 이용해 진화해야 하죠.

[이정훈 / 세종사이버대 교수(어제, YTN 뉴스UP) : 지금 사용한 소화기를 보면 금속에 관한 D급 소화기가 아니라 일반 분말소화기가 배출됐습니다. 만약에 이 물질을 이해를 하고 있었다면 일반소화기로 대처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게 소용이 없었다는 것을 인지를 하고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것이 전혀 되지 못했고요. 이런 화재를 보자마자 바로 대피를 시작을 해야 되는데 소화기로 꺼진 것이라고 잘못된 기대를 함으로써 대피시간을 놓침으로써 많은 인명 피해가 난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앞서 설명드린 현행법 화재안전기준에 금속화재, D급 화재가 없다는 겁니다.

별도 분류가 없으니 전용 소화약제도, 소화기도 개발되지 못했죠.

시중에 유통되는 금속화재 전용 소화기가 있긴 한데, 모두 성능이 검증되지 않아 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나마도 이번 참사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에는 D급 소화기가 5개밖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반 분말 소화기는 99개나 있었는데, 리튬전지에 불이 붙은 이번에는 전혀 소용없었던 겁니다.

금속화재 전용 소화기 기준이 없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왔습니다.

하지만 금속의 종류에 따라 화재 양상이 다양해 기준을 확립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여태 미뤄져 왔는데요.

소방청이 지난해 3월 관련 기준을 행정예고한 상황이지만 1년 넘게 심사만 진행 중입니다.

제때 전용 소화기가 개발됐더라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일반 소화기를 들고 고군분투했던 직원들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YTN 조진혁 (chojh033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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