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프리랜서 아나운서, 법원에서 정규직 판결 받은 이유는?

[열린라디오 YTN] 프리랜서 아나운서, 법원에서 정규직 판결 받은 이유는?

2024.06.29. 오전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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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4년 06월 29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하 김언경) > 안녕하세요.

◇ 최휘 > 최근 프리랜서 계약으로 일해온 아나운서를 정규직 노동자로 인정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오늘은 아나운서의 불안정한 고용 문제, 특히 채용 성차별 관련한 사안들을 좀 정리해보신다고요. 먼저 이번에 법원 판결부터 좀 설명해주시죠.

◆ 김언경 > 지난 13일 이산하 아나운서가 ubc울산방송을 상대로 낸 ‘일반직 직원 지위 확인’ 사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인데요. 이 아나운서는 ubc울산방송에서 ‘프리랜서’ 계약으로 일해왔는데요. 그를 정규직 노동자로 인정하라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ubc가 이산하씨에게 그가 일반직이라면 받았어야 할 임금과 기존 급여의 차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미디어오늘 보도를 중심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이씨는 지난 2015년부터 울산지역 지상파 민영방송사인 ubc에서 기상캐스터, 뉴스진행, 라디오진행, 취재기사 작성, 행사 진행, 아나운서 당직 업무 등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업무 5년차인 2020년 팀장의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뒤, 이듬해 4월 해고가 되었습니다. 이에 이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나섰고,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를 인정받았습니다. ubc 사측이 이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했고요. 2022년 12월 이 재판에서도 이씨가 부당해고됐다는 판결이 나온 바 있습니다.

◇ 최휘 > 지노위와 중노위에서는 물론이고 행정법원에서도 부당해고를 인정받았기떄문에 이후부터는 회사에 복귀해서 정상적으로 일했어야 하는데 이후에도 문제가 있었나요?

◆ 김언경 > 이씨는 중노위 판정 뒤인 2021년 회사에 복귀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복귀부터 현재까지 근로계약서 없이 단시간제로 일한 것이라고 합니다. ubc가 이씨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거나, ‘적격이 부족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이 담긴 계약서를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씨는 2022년 3월 법원에 자신이 ubc의 정규직 노동자라는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현재 ubc는 이씨를 방송 진행 업무가 아닌 하루 6시간 편집 업무 담당으로 발령을 낸 상태였습니다. 법원은 이씨가 정규직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씨의 업무 내용과 ubc 정규직 직원의 업무 내용‧형태 등이 거의 동일하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ubc가 이산하를 정규직 직원들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게 할 목적으로 채용하면서 정규직 계약 체결을 회피하기 위하여 채용 절차 및 계약을 달리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이씨는 ‘프리랜서’일 뿐 노동자가 아니라는 사측 주장을 법원은 고용 책임회피를 위한 ‘꼼수’로 지적한 것이죠.

◇ 최휘 > 계약 상태는 다르지만, 일의 내용은 정규직 직원과 동일했다는 것이 핵심인 것 같은데요.

◆ 김언경 > 그렇습니다. 재판부는 이씨가 ubc 취업규칙상 ‘계약직’이 아닌 ‘일반직’에 해당한다고 밨습니다. “이씨와 회사 사이에 근무 형태, 근무 기간, 보수 등 근로조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개별 약정이 체결된 사실이 없다”며 “이씨는 ubc의 직제규정상 계약직 직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본 것이죠. 이는 노동자성이 확인된 기존 ‘프리랜서 계약’ 직원을 계약직이나 무기계약직의 이름으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대목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재판부는 채용 절차와 계약 형태가 다르다는 것을 ‘일반직 직원이 아니다’라는 근거로 삼을 수도 없다면서 “이씨는 ubc의 일반직 직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재차 확인했습니다. 입직 경로나 계약서가 다르다는 이유로 정규직에서 배제하고 노동조건을 차별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라서 다른 노동 사례에서도 많이 참고가 될만한 전향적 판결이라고 생각됩니다.

◇ 최휘 >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다면 아나운서들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다가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사례들이 더 있나요?

◆ 김언경 > 지난 24일에 김낙곤 광주MBC 대표이사가 고용노동부 시정명령에 불응해 기소의견 송치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여기에도 아나운서 고용과 관련된 문제가 있는건데요. 광주mbc는 근무 6년차였던 2021년 ‘개편’을 이유로 김 모 아나운서에게 하차를 통보했다고 합니다. 이후 근로자지위확인 진정에서 광주지방고용노동청·광주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광주MBC 노동자’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광주MBC는 2년에 걸쳐 근로계약을 하지 않았고, 김 아나운서는 지난해 3월 다시 노동청 진정에 나섰고요. 광주노동청은 그해 8월에 대표이사에 근로계약 시정을 지시했습니다. 김 아나운서는 “광주MBC는 진정 이후 현재까지 3년 가까이 제게 월 150만원 정도의 출연료 형식의 급여만 지급한다. 생계를 위해 지역 내 행사를 진행하면 제가 외부활동을 한다며 근로자성을 또다시 부정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광주MBC 측은 미디어오늘에게 “근로계약서 미작성 사건이 계류 중이다. 최종적인 법적 판단을 받은 뒤 합당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양측의 주요한 이견은 경력 인정입니다. 사측은 ‘김 아나운서는 2018년 4월부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라는 노동위 판정을 반영하지 않고 신입사원 근로계약, 다시 말해서 0호봉부터 시작하는 계약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인거죠.

◇ 최휘 > 지금 들어보면, 지역민방, 지역MBC의 경우잖아요. KBS에서는 이런 문제는 없는건가요?

◆ 김언경 > 제가 찾아보니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올해 1월 13일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KBS를 상대로 근로자지위를 확인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일이 있었습니다. 민사 재판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근로자라고 판단한 건 처음있는 일이라고 하네요. 이 분은 여성 아나운서인데요. 2015년 10월 KBS 지방 방송국에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로 입사해 업무를 수행하던 중 2016년 9월 내부 테스트와 교육을 거쳐 아나운서 업무에 투입됐습니다. 2018년 6월 일손이 부족한 KBS강릉방송국, KBS춘천방송총국 등에 파견돼 두 곳을 번갈아 가며 출근도 했습니다. 2018년 12월부터는 아예 파견된 지역 방송국과 다시 계약을 새로 맺고 아나운서 업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2019년 7월 신입 직원들이 채용되면서 아나운서 업무에서 배제되었어요. 이에 이씨는 “KBS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원고가 패소했습니다. 그러나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는데요.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는 배정된 방송 편성표에 따라 상당한 지휘·감독을 통해 정규직 아나운서들과 동일 업무를 수행했다”며 “사내 행사 진행 등 직원이 아니라면 수행하지 않을 업무도 상당 부분 수행했고, 출퇴근 시간도 KBS가 편성한 스케줄에 따라 정해진 점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KBS에 전속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강릉KBS는 이 아나운서에게 무기계약직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는 해당 아나운서의 계약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사실 애초에 여성 아나운서의 경우 채용 단계에서 프리랜서 또는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채용성차별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죠

◆ 김언경 > 그렇습니다. 여성 아나운서 성차별 채용실태는 2019년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의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2020년 4월28일 대전MBC에 정규직 아나운서와 같은 업무를 수행한 유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유 아나운서에게 위로금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유 아나운서는 2014년 5월 ‘프리랜서’로 대전 MBC에 입사했습니다. 정규직 아나운서와 같은 일을 했지만 회당 대금만 받는 프리랜서로 임금·복리후생, 고용안정 등에서 차별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모두 여성인데 반해 정규직 아나운서는 모두 남성이었습니다. 2019년 8월 기준 아나운서 5명 중 남성 2명은 정규직, 여성 3명은 프리랜서였고요. 2018년 남성·여성 아나운서가 각 1명씩 입사했으나 남성 아나운서만 정규직으로 채용되었습니다. 인권위도 이 문제에 방점을 찍어 들여다본 것으로 보입니다. 인권위는 대전MBC가 1997년 이후 남성은 모두 정규직, 여성은 모두 계약직 또는 프리랜서로 채용한 것은 명백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춘천·제주·원주를 제외한 12개 지역MBC 내 여성 아나운서 32명 중 정규직은 4명뿐이고, 남성은 29명 중 26명이 정규직인 사실이 인권위 조사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인권위의 권고가 있었음에도 대전MBC는 전체 경력의 3분의 1인 2년을 제외한 채 유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습니다. 대전MBC가 유 아나운서의 6년 경력 중 2년을 제외하는 근거는 기간제법이라고 합니다. 기간제법에 따라 입사 후 2년은 계약직으로 간주하고 2016년 4월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유지은 아나운서 채용성차별을 위해 함께 했던 대책위는 유 아나운서는 형식만 프리랜서였으며, 대전MBC가 업무 내용을 지시하고, 업무 형태·업무 환경도 지정하는 등 업무 수행을 지휘·감독했다다는 점, 정규직 전환 전후로 동일한 업무를 계속 수행하고, 근무가 단절되지 않은 이상 근속년수 및 호봉은 입사 당시부터 따져야 한다며 비판했습니다.

◇ 최휘 > 지금 듣다보니 참 아나운서 수난사, 특히 여성아나운서의 수난사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실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에는 여성 아나운서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자연스럽게 그만두는 그런 일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성별에 따른 차별은 없어져야할텐데, 아직도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 김언경 > 저는 대전mbc 유지은 아나운서가 국가인권위에 진정하여 결과를 끌어낸 것에 대해서 대단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당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텐데 용기있게 나서준 것이기에 이후에도 다른 아나운서 분들이 여러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22년 6월1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연합뉴스TV가 프리랜서 아나운서에 대해 출산 뒤 복직을 거부해온 관행이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이라는 결정도 내렸습니다. 연합뉴스TV 개국 멤버이자 1기 아나운서였던 김난영 씨의 진정에 따른 결과였습니다. 인권위는 연합뉴스TV가 김씨를 복직 조치하고, 여성 아나운서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라고 권고했습니다. 인권위 결정문과 김 아나운서 설명을 종합하면 그는 2009년부터 연합뉴스, 2011년 연합뉴스TV 개국 후엔 연합뉴스TV에서 모두 10년가량 일하다 2018년 5월 출산을 위해 방송을 중단했습니다. 당시 아나운서들은 정규직과 프리랜서 구분 없이 다 같이 출퇴근하며 직무훈련을 받았고, 보수도 월급으로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일부 아나운서들이 연합뉴스TV 상대로 퇴직금 등 노동자로서 권리를 찾으려 하자, 연합뉴스TV는 정규직과 프리랜서들의 출퇴근 체제와 업무 공간, 급여 지급 방식을 분리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김씨는 출산한 그해 10월 복직 의사를 밝혔지만 끝내 거부당했습니다. 김 아나운서는 인권위 진정을 하면 많은 공격을 받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진정을 하고 당당하게 따지기 시작했고요. 인권위는 김 전 아나운서에 대해 “6년9개월가량 장기근속한 경력 자체가 진정인의 방송진행 능력과 전문성, 연합뉴스TV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며 “진정인의 근로자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김 아나운서는 지금은 연합뉴스TV를 떠나 다른 방송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젠 앵커 후배들이 좀더 나아진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 최휘 > 오늘은 참 많은 아나운서 분들의 사연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으실까요?

◆ 김언경 > 쉽지 않은 싸움을 해왔던 아나운서분들 모두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사실 아나운서라는 직종 자체가 불안정하게 고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연합뉴스TV 아나운서였던 김난영 씨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남성 정규직 비율이 높긴 하지만, 요즘엔 남성 아나운서들도 비정규직으로 많이 뽑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례로 앞서 말씀드린 광주MBC의 아나운서는 남성이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김 아나운서가 말한 것처럼 여전히 남성 정규직 비율이 높습니다. 분명한 것은 사측의 생각과는 다르게 인권위나 법원의 판결은 노동자의 권한을 지켜주는 방향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방송사는 그 누구보다 옳은 소리를 많이 하는 곳이죠. 정치 경제 사회 노동 등 모든 사안을 감시하고 인권을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그 무게에 걸맞게 자신의 노동환경을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 최휘 > 네. 오늘은 여기가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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