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어10] "남의 일 같지 않아"...일상 속 사고에 트라우마 우려

[뉴스퀘어10] "남의 일 같지 않아"...일상 속 사고에 트라우마 우려

2024.07.04. 오전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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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박석원 앵커
■ 출연 :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퀘어10]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다시 한번 대규모 인명피해 사례들 짚어보겠습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돌진 사고로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데 이어 시내에서 크고 작은 차량 돌진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최근엔 리튬전지 화재 사고도 있었죠. 일상생활 속에서 사고가 일어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온 시민이 사고 트라우마를 겪는다는 말까지 나오는데요. 전문가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교수님, 나와 계시죠?

[백종우]
안녕하십니까.

[앵커]
사고 일어난 서울 시청역 인근, 워낙 인구도 많고 유동 인구도 많은 곳이다 보니까 이번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분들이 특히나 많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을 텐데 어떤 요인들이 있을까요?

[백종우]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광화문은 직장인들이 가장 밀집돼서 근무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누구나 지나갈 수 있는 인도에서 사고가 발생했고 그 자리에 나도 있을 수 있구나, 나도 그런 입장인데. 정말 남일 같지 않다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제가 진료실 안인데요. 오늘도 만나뵙고 있습니다.

[앵커]
시청역이 유동인구가 많은 부분들도 있겠지만 또 누군가의 퇴근길이고 누군가의 승진 회식 자리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사고 장소에 대한 안타까움 같은 것들이 있는 것 같은데 사고 이후에 SNS 통해서 차량이 피해자들 덮치기 직전까지 영상, 지금 보시는 것처럼 계속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영상이 퍼지기도 했고 또 놀란 시민들이 사고 현장을 목격하는 영상도 지금 계속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시민들도 단순히 현장에 있었다는 느낌까지도 들 정도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백종우]
물론 이런 커다란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고통받는 분들은 유가족들 또 현장에 있었던 부상자, 생존자, 또 구조하시러 간 분들 이런 분들이 가장 큰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한편은 최근에는 이런 영상들이 너무나 구체적이고 현장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때로는 아무런 모자이크 처리 없이 SNS를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과거의 정신의학에서는 현장에 직접 있었던 사람, 관련있는 사람들을 가장 중요시하고 직접 목격자를 챙겼는데요. 최근에는 이런 간접 외상으로 인해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앵커]
SNS 통해서 영상도 많이 퍼지다 보니까 간접적으로 이런 트라우마를 겪는 분들이 훨씬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그런 부분들을 짚어주셨는데 익숙한 장소에서 갑자기 일어난 사고입니다. 그야말로 피할 수도 없었던 상황이었고 예측 불가능한 사고다 보니까 이런 부분에서 또 불안감이 더 커지는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백종우]
맞습니다. 우리가 이런 끔찍한 사고를 경험하면 도대체 왜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또는 원인을 알아야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을 피할 수 있을까.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고 안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런데 안 보이는 적이 가장 두려움을 높일 수 있거든요. 이번 사고 원인은 아직까지도 개인의 과실인지 급발진인지 그런 것들이 애매모호하다 보니까 불안이 더 높아질 수 있고 그게 우리 일상 누구나 닥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라고 생각되는 인도에서 벌어지다 보니까 불안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질 수 있는 조건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물론 유가족과 피해 당사자분들의 어떤 아픔이라든지 고통에 대해서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언제든지 누군가는 닥칠 수 있다는 상황, 그리고 이런 안타까움이 더 삶에 대한 무력감, 또 우울감으로 느껴지는 분들도 많거든요. 이런 감정은 자연스러운 겁니까?

[백종우]
사실 여러 SNS나 여러 시민들께서 정말 슬픔을 느끼고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해 주시는 표현을 많이 하시는 것을 봤습니다. 이건 너무나 정상적인 반응이고 그만큼 우리가 함께 이런 고통을 기억하고 또 애도하고 유가족에 슬픔을 표현하는 것은 가장 큰 위로이기도 합니다. 성숙한 시민의 증거이기도 하고요. 그런 표현을 해 주시는 것들은 실제 유가족분들에게도 힘이 돼줄 수 있는 것이고 아주 정상적이고 성숙한 반응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앵커]
함께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는 것들이 어떻게 보면 정상적인 그리고 정신적인 위로가 될 수 있다, 이런 말씀해 주셨는데요. 그래도 일단 일상 속의 불안감 같은 것들도 크다 보니까 이런 불안감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얼마나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백종우]
이럴 때 제일 많이 호소하시는 게 인도를 걸을 때 심장이 뛴다. 주변을 둘러보게 되고 위험하지 않은가 보게 된다. 소화가 안 된다. 눈물이 난다. 여러 가지 이런 커다란 대형사고 이후에 우리 몸이 각성되고 불안한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때 저희가 제일 많이 하는 반응은 이것은 비정상적인 사고에 의한 정상 반응입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게 제일 많이 안심들을 하시는데요.

시간에 따라서 좋아질 가능성이 대부분은 높습니다. 하지만 정상 반응이라고 해서 고통스럽지 않거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이런 것을 심각하게 경험하셨던 분들은 초기에 심리적인 조치라고 해서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앵커]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심리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치료 전이라도 어떤 불안감이나 어떻게 보면 그냥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공포감 이런 것들을 조금 다스리기 위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조치들은 어떤 게 있습니까?

[백종우]
먼저 자신을 잘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사고로 내가 영향을 받고 있구나. 그래서 이런 변화를 체크해 봐야 되는데 이때 너무 잠을 못 잔다든가 3일 이상 또 일주일 이상 계속 못 자거나 밥이 넘어가지 않고 공황발작이 온다거나 일상과 직업과 학업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전문가를 찾아서 일단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잠이 3일 이상 오지 않거나 또 공황발작이 있다거나 너무 평소와 다른 현상들이 신체적 반응까지 온다고 하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이런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지난주에 또 화성 공장에서 있었던 화재 사고, 생존자가 자책감에 안타까운 선택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순간까지도 왔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기도 하거든요. 생존자나 유가족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돕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 지원책들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백종우]
이때 생존자, 유가족들은 굉장한 자책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만 살았다. 내가 죄를 지은 것 같고요.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거기서 안전을 담당했었던 사람이라든지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됐었던 분들이 이런 대형사고 이후에 자살이 발생한 예들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가장 챙겨야 될 분들이 유가족이나 생존자들이 마음의 고통으로 인해서 정신건강에 위기가 오지 않는지 잘 챙겨봐야 되고, 또 자살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고 신호들, 언어적으로나 죽고 싶다고 표현한다거나 계획을 세운다든지 심각한 절망에 빠져 있지 않은지 심리적인 건강도 함께 챙겨야 되고 가장 고통스러운 상태에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물론 이것이 정상 반응이지만 초기에는 심리적인 조치라고 해서 안전한 곳에서 슬픔을 같이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얘기하고 표현할 수 있는 그런 공간과 시간이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앵커]
사회적 재난 발생, 그리고 너무 큰 안타까운 대형사고들 이런 것들이 발생을 할 때마다 늘 지적돼왔던 것들이 어떻게 지원을 할 것이냐. 상처받은 분들을 어떻게 위로할 것이냐 이런 부분들일 텐데 트라우마 분야의 전문가로서 보시기에 가장 먼저 보완해야 될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백종우]
저희가 이런 대형 재난이나 사회적 재난 같은 것들은 개인적인 치유를 위한 노력과 접근과 함께 사회적 장례를 잘 치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국민적 단합이 필요한 것인데 함께 애도하고 기억하고 또 약속이 잘 지켜져서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을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 나가는 것들이 집단적인 치유에 가장 도움이 되고요.

또 이것으로 가장 고통받은 유가족이나 생존자분들은 저희가 최근에는 초기의 심리적 응급처치는 시스템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국민 여러분들도 이럴 때 심리적 고통이 있으시면 1577-0199 정신건강상담전화를 통해서 비용 없이 자신의 상태를 점검받고 도움을 전화로 받으실 수 있고요. 그런데 장기적인 서비스는 저희가 아직은 약합니다. 예를 들면 캐나다 같은 나라는 이런 트라우마를 입은 분을 한 번 상담할 때 180분을 의료보험에서 보장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트라우마라고 하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한 번 꺼내놨을 때 잘 다루어질 수 있어야 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일본에서도 효고현 트라우마센터나 트라우마센터들이 충분한 기간을 가지고 이분들이 회복되는 데 전문적 도움도 장기간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시스템을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장단기적인 제도적 시스템 마련까지 필요성을 짚어주셨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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