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안 보여"...과중한 업무에 쓰러지는 경찰

"길이 안 보여"...과중한 업무에 쓰러지는 경찰

2024.07.26. 오후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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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수사과에 근무하던 경찰관이 과중한 업무를 호소하며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무실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경찰관이 결국 숨지면서 과로 때문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경찰관들이 맡은 사건이 폭증하는 가운데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임예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18일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과 통합수사팀 소속 30대 송 모 경위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 2월 수사 부서로 배치된 송 경위는 주변 동료들에게 업무가 많아 힘들다는 얘기를 꾸준히 해왔습니다.

동료와의 메신저 대화방에는 죽을 것 같다, 길이 안 보인다며 쌓여가는 사건에 답답함을 토로한 흔적이 가득합니다.

송 경위가 맡았던 사건은 무려 70여 건.

송 경위는 유서에도 '수사팀에 와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민관기 /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 : 초임 수사관에게 50건 이상의 수사를 맡긴다는 건 지휘부에도 문제가 있지 않나…. 수사과에 발령받고 한두 달 후에 본인 몸무게가 10kg 정도 빠져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은 게 있어요.]

경찰관들의 익명 커뮤니티에는 예견된 참사다, 멀리 다른 세상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자신도 겪고 있는 일이라는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경찰관이 한강에 투신하고, 사무실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채 발견됐던 경찰관이 끝내 숨지는 일이 벌어지면서

역시 업무 과중 때문이 아닌지 의심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실제 일선 수사관들이 맡는 사건 수는 점점 늘고 있는 상황.

지난달 말 기준 서울경찰청 산하 31개 경찰서 수사과 통합수사팀이 맡은 사건 수는 4만 8,604건.

지난해 같은 기간 통합수사팀의 전신인 경제팀과 사이버팀 사건 수와 비교하면 만 건 넘게 늘어난 수준입니다.

수사권 조정 이후 전반적으로 업무가 폭증한 데다, 지난해 11월 수사 준칙이 개정되면서 경찰이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한 고소·고발 사건도 반려하지 못하게 된 영향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선 경찰관들은 인력 보강과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YTN 임예진입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영상편집; 김민경
디자인; 김진호


YTN 임예진 (imyj7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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