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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8월 16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박지윤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여러분 혹시 최면 수사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요. 주로 레드썬이라는 말과 함께 손가락을 튕기면 목격자가 당시엔 기억해내지 못했던 아주 중요한 증거들을 술술 읊어내며 사건을 푸는 핵심 키를 제공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실제 사건에선 어떨까요? 최면 수사가 사건을 푸는 핵심 키 역할을 하는 경우 정말 있을까요? 지난 2005년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여성을 납치해 성추행한 후 살해하고 유기하는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생존자도 있었고 제보자도 몇 명 있었습니다. 앞서 들으신 상황극이 바로 이 사건의 제보자 중 1명이 최면 수사를 통해 실제 밝힌 내용이기도 하죠.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1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사건 해결되지 못한 채 여전히 미궁 속에 갇혀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박지윤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박지윤 변호사 (이하 박지윤) : 네 안녕하세요 박지윤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19년 전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하시던 분이 청소를 하다가 마네킹인 줄 알고 손가락 같은 걸 잡았는데, 이게 알고 보니 마네킹이 아닌 사람 손가락이었던 거죠.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 박지윤 : 사건은 2005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초등학교 후문 쪽 골목에서 환경공무원이 무단 투기된 쌀 포대 쓰레기를 발견했는데요. 쌀 포대에 있던 것은 놀랍게도 여성의 시신이었습니다. 시신은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어 여러 끈으로 결박돼 있고 곳곳에 폭행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해요. 피해자는 다름 아닌 20대 여성 권 모 씨였습니다. 권 모 씨는 사건 전날 병원에 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그 다음날 시신으로 발견된 건데요. 부검 결과 권 씨는 납치 당일 폭행 후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사인은 경부 압박 질식사였습니다.
◇ 이원화 : 상반신과 하반신이 따로 분리된 점이라든지 쌀 포대에 넣고 끈으로 묶어서 쓰레기마냥 투기를 했다는 점이라든지 굉장히 엽기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건인데, 문제는 이 사건의 범인을 찾지도 못한 상태에서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 박지윤 : 첫 번째 사건에서 범인에 대한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해 수사가 난항을 겪던 중이었던 같은 해 11월 신정동 주택가 골목에서 또다시 무단 투기된 쓰레기가 발견되었습니다. 또 다른 여성의 시신이 마대자루에 말린 채 숨져 있었던 건데요. 첫 번째 시신이 발견되고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피해자는 가정주부였던 42세 여성 이 모 씨였는데요. 친정집에 간다며 나간 뒤 연락이 두절되었고 끝내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 이원화 : 두 사건의 범인이 동일한 사람일 거다. 추정한 근거는 뭔가요?
◆ 박지윤 : 우선 시신이 발견된 장소가 쓰레기 무단투기 현장이었다는 점에서 동일했고요. 두 사건 모두 피해자의 사인이 경부 압박 질식사였을 뿐만 아니라 시신에 남아 있던 폭행의 흔적도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결국 못 잡으면 건가요?
◆ 박지윤 : 네. 시신의 살인이나 폭행 흔적은 있었지만 그 외에 범인을 추적할 만한 단서가 전혀 없었는데요. 시신이 유기된 장소도 CCTV 사각지대였고, 정액 반응 등도 음성으로 나오는 등 범인을 특정할 만한 단서가 없었던 거죠. 그런데 그로부터 6개월 후인 2006년 5월 신정역 주변에서 한 여성이 납치되었다가 도망쳐 탈출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건은 완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됩니다.
◇ 이원화 : 납치됐다가 빠져나온 겁니까?
◆ 박지윤 : 네. 피해자는 박 모 씨였는데요. 박 모 씨는 당시 남자친구와 목동 오거리에서 만나기로 하여서 택시를 타고 이동 중에 잠깐 정신이 팔려 목적지를 지나쳐 버렸고, 신정역에 와서야 택시에서 내리게 됐다고 합니다. 박 모 씨는 신정역에서 목동 오거리로 되돌아가던 중 범인이 잠깐 와 봐 이렇게 말했고, 피해자가 무시했지만 갑자기 범인이 박 모 씨의 옆구리에 커터칼을 들이대며 따라오라고 해 속수무책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박 모 씨는 범인을 따라 신정동 주택가의 어느 반지하방으로 들어갔는데 방 안에는 TV와 라디오 소리가 들리고 있었고요. 방 안에 딸린 또 다른 방에서 공범으로 추정되는 자가 범인에게 “왔어” 이렇게 말하면서 알아서 처리하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잠시 후 범인이 바지를 벗고 나서 갑자기 화장실을 가겠다며 일어나는 순간 박 모 씨는 주위를 살폈고 반지하방의 문이 조금 열려 있었으며 범인들도 다른 곳을 보고 있어 이때가 기회다 싶어 그 틈을 타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박 모 씨가 순간적으로 굉장히 영민했던 게 바로 대문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반지하방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서 신발장 뒤에 한동안 계속 숨어 있었다고 합니다. 얼마 안 가 밑에서 2인 1조의 범인들이 이제 욕설을 하면서 막 톱을 들고 나오더니 “잡히면 죽여버리겠다”라며 집 밖으로 나갔고, 그 뒤에 한 명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다른 한 명은 아예 밖으로 나갔다고 합니다. 박 모 씨는 그 후 대문 밖으로 나가서 정신없이 달렸고 초등학교가 나오자 그제서야 안도하며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핸드폰을 소지를 하고 있었던 게 다행인 것 같아요. 궁금한 건 지금 말씀해 주신 이 사건이 앞서 이야기했던 두 사건과 어떤 연결고리라도 있는 건가요?
◆ 박지윤 : 네. 우선 박 모 씨가 납치된 반지하방이 앞선 두 사건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와 동일한 신정동이었고요. 박 모 씨가 반지하방으로 납치되었을 당시에 톱과 바닥에 놓인 수많은 끈들을 목격했다고 했는데, 이는 시신이 절단되어 있거나 끈으로 묶여 있었던 첫 번째 두 번째 사건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 이원화 : 톱과 끈. 그러면 도망 나온 여성분에게는 정말 너무나도 힘든 상황이었겠지만 앞서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그 두 사건을 해결하는 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생긴 거 아닌가 싶어요.
◆ 박지윤 : 우선 박 모 씨의 진술로 범인의 생김새를 특정할 수 있었는데요. 범인은 약 175cm 정도의 키에 마르고 단단한 체구 사건 당시 30대 초반으로 추정 문신처럼 짙은 눈썹이 특징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박 모 씨가 납치된 장소는 2층 빌라집이고 반지하 바로 위층에는 문 앞에 신발장이 있었는데 신발장에는 아이들이 만든 듯한 모양새의 화분이 올려져 있었고, 측면에는 엽기토끼 스티커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이 사건은 신정동 엽기토끼 살인 사건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박 모 씨가 납치된 장소가 비슷한 모양의 주택들이 모여 있는 주택가였고, 박 모 씨도 해당 지역에 살지 않았었기 때문에 장소적으로 기억해낼 만한 특징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박 모 씨는 사건 당시에 공포에 질려 있었기 때문에 납치 장소가 반지하라는 것과 그 위층에 있던 신발장에 엽기토끼 스티커 이 사실밖에 기억해내지 못했습니다.
◇ 이원화 : 정신없이 도망쳐 나왔을 테니까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이런 것도 잘 인지도 못 했을 것 같아요.
◆ 박지윤 : 네 맞습니다.
◇ 이원화 : 말씀해 주신 부분 중에 캐릭터요 청취자분들 중에서도 이 캐릭터 기억하시는 분들 많을 것 같거든요. ‘엽기토끼’. 아무튼 2층 빌라집이고 문 앞에 신발장이 있었고 그 신발장에 엽기토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그러면 이거 전수조사하면 범위를 확 좁힐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전수조사 했는데도 못 찾은 건가요?
◆ 박지윤 : 네. 아쉬운 부분이 경찰이 전수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피해자의 진술 중 장소를 특정할 만한 단서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신발장에 엽기토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는 부분은 상당히 구체적인 특징이라고 볼 수 있고, 박 모 씨가 그 집에서 초등학교에 도착하기까지 15분에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의심구역을 정해 그 반경 내에서 전수조사를 벌였다면 범인을 잡을 수 있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 이원화 : 지금 다시 생각해도 너무 아쉬운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 박지윤 : 네 맞습니다. 사건은 그렇게 잊혀져 가다가 2015년 한 방송사 탐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이 사건을 다루면서 다시 한 번 엄청난 관심을 끌게 되었습니다. 그 후 2019년 7월 이 방송을 우연히 돌려보게 된 강 씨는 갑자기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면서 다시 이 프로그램에 제보를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제보자인 강 씨는 사건 당시에 군대에서 전역을 하고 케이블 TV 무단 시청 세대를 찾아가서 선을 자르는 절체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작업 차 신정동 소재 빌라 단지에 방문한 강 씨는 반지하에서 사람이 나오지 않아서 우선 윗집으로 올라가서 tv선을 제거를 했고요. 작업 중에 그 신발장에 놓인 화분을 정리하고 엽기 토끼 스티커가 붙은 것도 확인했다고 합니다.
◆ 박지윤 : 강 씨는 이제 윗집 작업을 마무리하고 집을 나서려는 순간 반지하에서 모자를 쓴 남성이 찾아와서 왜 자신의 집 문을 두드리냐고 따졌다고 합니다. 이에 강 씨가 설명을 했더니 남성이 반지하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안내를 했고, 강 씨가 들어간 집 안에는 노끈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그 후 모자를 쓴 남성이 다시 강 씨를 찾아와서 못 쓰는 전선을 좀 나눠달라 이렇게 부탁을 했고, 강 씨가 거절을 했음에도 그 남성이 좀처럼 물러서지 않자 강 씨가 결국 남는 전선 일부를 나눠줬다고 하는데요. 제작진은 강 씨의 제보를 검증하던 중에 강 씨의 진술이 피해자 박 씨의 진술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고 지난 방송에서 공개되지 않은 사실까지 밝혀 신빙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범인이 2명이라고 본 박 씨와 달리 강 씨는 그 집에 한 명만 있다고 진술하여서 차이가 있었고, 오래되어 기억을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강 씨에 대한 최면 수사를 의뢰해 보이기로 했습니다.
◇ 이원화 : 최면 수사, 이제 나왔는데 최면 수사라는 게 거짓말 탐지기처럼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갖지는 못하지만 수사의 단서를 찾을 수 있는 보조 수단으로서는 많이 활용이 되긴 하죠.
◆ 박지윤 : 네 맞습니다. 법 최면 수사라고 하는데요. 법 최면 수사는 주로 목격자나 피해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요. 사전 면담 과정을 통해서 신뢰관계 라포라고 하는데, 라포를 형성하고 감수성 검사를 통해서 체면 몰입도를 측정한 후에 최면 상태에 돌입하면 범행 목격 상황을 진술하도록 유도하는 기법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제보자인 강 씨도 최면 수사를 통해서 전선을 달라고 했던 남자가 처음에 자신에게 찾아온 남자와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냈는데요. 전선을 요구한 남자는 재미있게 생겼다라 말과 함께 눈썹이 짙고 눈에 아이라이너를 그렸다는 특징도 기억해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이 방송에서 실제 2인조 중에 한명을 찾아가 보기도 했다 이런 얘기가 있어요.
◆ 박지윤 : 제작진은 강 씨의 기억을 토대로 전선을 요구한 남자의 몽타주를 그린 다음에 방송에 공개했는데요. 이 방송을 본 부산 기장경찰서의 한 경감이 방송을 보고 의심스러운 사실이 있다면서 방송국에 알렸습니다. 이들은 2008년 2건의 성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해요. 이 두 사람은 박 모 씨와 김 모 씨였습니다. 결국 김 모 씨가 제작진을 집으로 들렀는데 김 모 씨의 집 바닥에 끈이 잔뜩 널려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 모 씨는 바닥에 놓인 끈에 대해서는 개들이 가지고 노는 거다 패선을 모아 고물상에 파느라 마대 자루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해요. 방송 후에 이들의 얼굴을 보기 위한 시청자들로 성범죄자 알리미는 접속이 한때 마비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이들을 이 사건의 범인으로 특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사건은 미제로 남아 있습니다.
◇ 이원화 : 언젠가 진범을 잡게 된다면 공소시효 문제는 없는 건가요?
◆ 박지윤 : 네. 일명 태완이법이라고 불리는 2015년 7월 개정된 형사소송법의 부칙에서는 이런 공소시효 적용 배제에 관한 규정을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면 적용하겠다, 이렇게 규정을 했는데요. 이 사건의 경우는 범인이 각 2005년, 2006년에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15년에 공소시효가 적용되는데 다행히 태안이법이 시행된 2015년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전이었으므로 공소시효가 폐지되어 공소시효에 문제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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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박지윤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여러분 혹시 최면 수사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요. 주로 레드썬이라는 말과 함께 손가락을 튕기면 목격자가 당시엔 기억해내지 못했던 아주 중요한 증거들을 술술 읊어내며 사건을 푸는 핵심 키를 제공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실제 사건에선 어떨까요? 최면 수사가 사건을 푸는 핵심 키 역할을 하는 경우 정말 있을까요? 지난 2005년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여성을 납치해 성추행한 후 살해하고 유기하는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생존자도 있었고 제보자도 몇 명 있었습니다. 앞서 들으신 상황극이 바로 이 사건의 제보자 중 1명이 최면 수사를 통해 실제 밝힌 내용이기도 하죠.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1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사건 해결되지 못한 채 여전히 미궁 속에 갇혀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박지윤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박지윤 변호사 (이하 박지윤) : 네 안녕하세요 박지윤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19년 전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하시던 분이 청소를 하다가 마네킹인 줄 알고 손가락 같은 걸 잡았는데, 이게 알고 보니 마네킹이 아닌 사람 손가락이었던 거죠.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 박지윤 : 사건은 2005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초등학교 후문 쪽 골목에서 환경공무원이 무단 투기된 쌀 포대 쓰레기를 발견했는데요. 쌀 포대에 있던 것은 놀랍게도 여성의 시신이었습니다. 시신은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어 여러 끈으로 결박돼 있고 곳곳에 폭행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해요. 피해자는 다름 아닌 20대 여성 권 모 씨였습니다. 권 모 씨는 사건 전날 병원에 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그 다음날 시신으로 발견된 건데요. 부검 결과 권 씨는 납치 당일 폭행 후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사인은 경부 압박 질식사였습니다.
◇ 이원화 : 상반신과 하반신이 따로 분리된 점이라든지 쌀 포대에 넣고 끈으로 묶어서 쓰레기마냥 투기를 했다는 점이라든지 굉장히 엽기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건인데, 문제는 이 사건의 범인을 찾지도 못한 상태에서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 박지윤 : 첫 번째 사건에서 범인에 대한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해 수사가 난항을 겪던 중이었던 같은 해 11월 신정동 주택가 골목에서 또다시 무단 투기된 쓰레기가 발견되었습니다. 또 다른 여성의 시신이 마대자루에 말린 채 숨져 있었던 건데요. 첫 번째 시신이 발견되고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피해자는 가정주부였던 42세 여성 이 모 씨였는데요. 친정집에 간다며 나간 뒤 연락이 두절되었고 끝내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 이원화 : 두 사건의 범인이 동일한 사람일 거다. 추정한 근거는 뭔가요?
◆ 박지윤 : 우선 시신이 발견된 장소가 쓰레기 무단투기 현장이었다는 점에서 동일했고요. 두 사건 모두 피해자의 사인이 경부 압박 질식사였을 뿐만 아니라 시신에 남아 있던 폭행의 흔적도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결국 못 잡으면 건가요?
◆ 박지윤 : 네. 시신의 살인이나 폭행 흔적은 있었지만 그 외에 범인을 추적할 만한 단서가 전혀 없었는데요. 시신이 유기된 장소도 CCTV 사각지대였고, 정액 반응 등도 음성으로 나오는 등 범인을 특정할 만한 단서가 없었던 거죠. 그런데 그로부터 6개월 후인 2006년 5월 신정역 주변에서 한 여성이 납치되었다가 도망쳐 탈출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건은 완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됩니다.
◇ 이원화 : 납치됐다가 빠져나온 겁니까?
◆ 박지윤 : 네. 피해자는 박 모 씨였는데요. 박 모 씨는 당시 남자친구와 목동 오거리에서 만나기로 하여서 택시를 타고 이동 중에 잠깐 정신이 팔려 목적지를 지나쳐 버렸고, 신정역에 와서야 택시에서 내리게 됐다고 합니다. 박 모 씨는 신정역에서 목동 오거리로 되돌아가던 중 범인이 잠깐 와 봐 이렇게 말했고, 피해자가 무시했지만 갑자기 범인이 박 모 씨의 옆구리에 커터칼을 들이대며 따라오라고 해 속수무책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박 모 씨는 범인을 따라 신정동 주택가의 어느 반지하방으로 들어갔는데 방 안에는 TV와 라디오 소리가 들리고 있었고요. 방 안에 딸린 또 다른 방에서 공범으로 추정되는 자가 범인에게 “왔어” 이렇게 말하면서 알아서 처리하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잠시 후 범인이 바지를 벗고 나서 갑자기 화장실을 가겠다며 일어나는 순간 박 모 씨는 주위를 살폈고 반지하방의 문이 조금 열려 있었으며 범인들도 다른 곳을 보고 있어 이때가 기회다 싶어 그 틈을 타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박 모 씨가 순간적으로 굉장히 영민했던 게 바로 대문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반지하방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서 신발장 뒤에 한동안 계속 숨어 있었다고 합니다. 얼마 안 가 밑에서 2인 1조의 범인들이 이제 욕설을 하면서 막 톱을 들고 나오더니 “잡히면 죽여버리겠다”라며 집 밖으로 나갔고, 그 뒤에 한 명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다른 한 명은 아예 밖으로 나갔다고 합니다. 박 모 씨는 그 후 대문 밖으로 나가서 정신없이 달렸고 초등학교가 나오자 그제서야 안도하며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핸드폰을 소지를 하고 있었던 게 다행인 것 같아요. 궁금한 건 지금 말씀해 주신 이 사건이 앞서 이야기했던 두 사건과 어떤 연결고리라도 있는 건가요?
◆ 박지윤 : 네. 우선 박 모 씨가 납치된 반지하방이 앞선 두 사건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와 동일한 신정동이었고요. 박 모 씨가 반지하방으로 납치되었을 당시에 톱과 바닥에 놓인 수많은 끈들을 목격했다고 했는데, 이는 시신이 절단되어 있거나 끈으로 묶여 있었던 첫 번째 두 번째 사건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 이원화 : 톱과 끈. 그러면 도망 나온 여성분에게는 정말 너무나도 힘든 상황이었겠지만 앞서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그 두 사건을 해결하는 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생긴 거 아닌가 싶어요.
◆ 박지윤 : 우선 박 모 씨의 진술로 범인의 생김새를 특정할 수 있었는데요. 범인은 약 175cm 정도의 키에 마르고 단단한 체구 사건 당시 30대 초반으로 추정 문신처럼 짙은 눈썹이 특징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박 모 씨가 납치된 장소는 2층 빌라집이고 반지하 바로 위층에는 문 앞에 신발장이 있었는데 신발장에는 아이들이 만든 듯한 모양새의 화분이 올려져 있었고, 측면에는 엽기토끼 스티커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이 사건은 신정동 엽기토끼 살인 사건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박 모 씨가 납치된 장소가 비슷한 모양의 주택들이 모여 있는 주택가였고, 박 모 씨도 해당 지역에 살지 않았었기 때문에 장소적으로 기억해낼 만한 특징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박 모 씨는 사건 당시에 공포에 질려 있었기 때문에 납치 장소가 반지하라는 것과 그 위층에 있던 신발장에 엽기토끼 스티커 이 사실밖에 기억해내지 못했습니다.
◇ 이원화 : 정신없이 도망쳐 나왔을 테니까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이런 것도 잘 인지도 못 했을 것 같아요.
◆ 박지윤 : 네 맞습니다.
◇ 이원화 : 말씀해 주신 부분 중에 캐릭터요 청취자분들 중에서도 이 캐릭터 기억하시는 분들 많을 것 같거든요. ‘엽기토끼’. 아무튼 2층 빌라집이고 문 앞에 신발장이 있었고 그 신발장에 엽기토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그러면 이거 전수조사하면 범위를 확 좁힐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전수조사 했는데도 못 찾은 건가요?
◆ 박지윤 : 네. 아쉬운 부분이 경찰이 전수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피해자의 진술 중 장소를 특정할 만한 단서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신발장에 엽기토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는 부분은 상당히 구체적인 특징이라고 볼 수 있고, 박 모 씨가 그 집에서 초등학교에 도착하기까지 15분에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의심구역을 정해 그 반경 내에서 전수조사를 벌였다면 범인을 잡을 수 있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 이원화 : 지금 다시 생각해도 너무 아쉬운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 박지윤 : 네 맞습니다. 사건은 그렇게 잊혀져 가다가 2015년 한 방송사 탐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이 사건을 다루면서 다시 한 번 엄청난 관심을 끌게 되었습니다. 그 후 2019년 7월 이 방송을 우연히 돌려보게 된 강 씨는 갑자기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면서 다시 이 프로그램에 제보를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제보자인 강 씨는 사건 당시에 군대에서 전역을 하고 케이블 TV 무단 시청 세대를 찾아가서 선을 자르는 절체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작업 차 신정동 소재 빌라 단지에 방문한 강 씨는 반지하에서 사람이 나오지 않아서 우선 윗집으로 올라가서 tv선을 제거를 했고요. 작업 중에 그 신발장에 놓인 화분을 정리하고 엽기 토끼 스티커가 붙은 것도 확인했다고 합니다.
◆ 박지윤 : 강 씨는 이제 윗집 작업을 마무리하고 집을 나서려는 순간 반지하에서 모자를 쓴 남성이 찾아와서 왜 자신의 집 문을 두드리냐고 따졌다고 합니다. 이에 강 씨가 설명을 했더니 남성이 반지하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안내를 했고, 강 씨가 들어간 집 안에는 노끈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그 후 모자를 쓴 남성이 다시 강 씨를 찾아와서 못 쓰는 전선을 좀 나눠달라 이렇게 부탁을 했고, 강 씨가 거절을 했음에도 그 남성이 좀처럼 물러서지 않자 강 씨가 결국 남는 전선 일부를 나눠줬다고 하는데요. 제작진은 강 씨의 제보를 검증하던 중에 강 씨의 진술이 피해자 박 씨의 진술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고 지난 방송에서 공개되지 않은 사실까지 밝혀 신빙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범인이 2명이라고 본 박 씨와 달리 강 씨는 그 집에 한 명만 있다고 진술하여서 차이가 있었고, 오래되어 기억을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강 씨에 대한 최면 수사를 의뢰해 보이기로 했습니다.
◇ 이원화 : 최면 수사, 이제 나왔는데 최면 수사라는 게 거짓말 탐지기처럼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갖지는 못하지만 수사의 단서를 찾을 수 있는 보조 수단으로서는 많이 활용이 되긴 하죠.
◆ 박지윤 : 네 맞습니다. 법 최면 수사라고 하는데요. 법 최면 수사는 주로 목격자나 피해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요. 사전 면담 과정을 통해서 신뢰관계 라포라고 하는데, 라포를 형성하고 감수성 검사를 통해서 체면 몰입도를 측정한 후에 최면 상태에 돌입하면 범행 목격 상황을 진술하도록 유도하는 기법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제보자인 강 씨도 최면 수사를 통해서 전선을 달라고 했던 남자가 처음에 자신에게 찾아온 남자와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냈는데요. 전선을 요구한 남자는 재미있게 생겼다라 말과 함께 눈썹이 짙고 눈에 아이라이너를 그렸다는 특징도 기억해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이 방송에서 실제 2인조 중에 한명을 찾아가 보기도 했다 이런 얘기가 있어요.
◆ 박지윤 : 제작진은 강 씨의 기억을 토대로 전선을 요구한 남자의 몽타주를 그린 다음에 방송에 공개했는데요. 이 방송을 본 부산 기장경찰서의 한 경감이 방송을 보고 의심스러운 사실이 있다면서 방송국에 알렸습니다. 이들은 2008년 2건의 성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해요. 이 두 사람은 박 모 씨와 김 모 씨였습니다. 결국 김 모 씨가 제작진을 집으로 들렀는데 김 모 씨의 집 바닥에 끈이 잔뜩 널려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 모 씨는 바닥에 놓인 끈에 대해서는 개들이 가지고 노는 거다 패선을 모아 고물상에 파느라 마대 자루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해요. 방송 후에 이들의 얼굴을 보기 위한 시청자들로 성범죄자 알리미는 접속이 한때 마비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이들을 이 사건의 범인으로 특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사건은 미제로 남아 있습니다.
◇ 이원화 : 언젠가 진범을 잡게 된다면 공소시효 문제는 없는 건가요?
◆ 박지윤 : 네. 일명 태완이법이라고 불리는 2015년 7월 개정된 형사소송법의 부칙에서는 이런 공소시효 적용 배제에 관한 규정을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면 적용하겠다, 이렇게 규정을 했는데요. 이 사건의 경우는 범인이 각 2005년, 2006년에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15년에 공소시효가 적용되는데 다행히 태안이법이 시행된 2015년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전이었으므로 공소시효가 폐지되어 공소시효에 문제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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